지는 게 이기는 길...
조 경 숙
삶속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남편과 동고동락 한지도 벌써 27년째, 말 보다 행동이 먼저인 남편은 가정의 대 소사의 모든 일들을 혼자 결정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의견 충돌로 인해서 부부싸움이 되곤 했다. 어느 부부에게나 흔히 있는 일들 이지만 아주 조그마한 TV채널 돌리는 일부터 해서 치약을 중간에서부터 짰다고 이혼 소송까지 할 뻔한 사소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가...
18년 전, 연립주택에 살 때이다.
주판 튕기며 내 말이 맞는다고 남편에게 우겨대며 총 쏘다가, 미사일로 공격하는 바람에 폭탄 맞고, 두 달 동안 말 안하고 살은 적이 있었다. 직장에서 퇴근한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대뜸! (안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걸레를 보며) “걸레가 왜 여기 있어!” 하는 말에 “그럼 걸레가 아르 먹에 있어야 돼!” 아무런 생각 없이 한쪽 구석으로 찼다. 그랬더니 “어! 남편을 찼네?” “내가 언제 남편을 차? 걸레를 찼지,” “이 사람아! 남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발로 찬 것은 남편을 찬 것이나 마찬가지야!” “아유~ 유식해라 난, 분명히 걸레를 찼지 남편을 찬적 없어!” 유식하다 무식하다. 로 불똥이 튄다.
원인제공은 했다지만... 솔, 라. 시, 도. 음이 점점 올라가는 것처럼 거센 바람이 집안을 냉랭하게 만든다. 웬 지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대화는 아이들을 통해서 한다. 위장이 벌 벌벌 떨리는 것이 곧 병이 생길 것만 같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이다.
마음속에서 “네가 먼저 용서하길 원했고~ 네가 먼저에 손을 잡길 원 했네~나는 어찌된 사람인가....오~나의 마음이여~” 어떤 신혼부부가 앞에(교회) 나가 특 송 하던 복음성가가 잔잔하게 온 마음을 지배한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별거 아닌 일로 부부지간에 아무런 이득도, 성과도 안 되는 걸 왜 붙들고 있어야 하는가... 약간의 깨달음이 뇌를 스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3.8선 넘는 것 같이 힘이 든다. 강한 자존심이 붙잡고 놔주질 않지만 노래 가사에 힘을 빌렸다.
“여보 내가 잘못 했어!” 남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사실은 내가 잘못 했는데 말이 안 나왔어” 하루아침에 환한 밝은 해님이 나의 마음을 봄눈 녹이듯 녹아든다.
살다보니 감정에 찌꺼기가 쌓이는 일이 종종 생긴다. 부부지간에도 서로 선을 지키며 살아야 되는데... 무거운 감정을 남편에게 표출했다. 도중에 베개를 가지고 아이 방으로 휙 나가버린다. 나가는 뒷모습에 분을 삭 힐 순 없지만,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갔질 않아서 낮 존 지법을 수용하기로 맘을 먹었다. “악을 선으로 이겨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성경 말씀이 생각이 나서 신앙의 힘도 덧붙었다.
“여보! 이리와요~내가 잘못 했어 화 풀어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존심을 내 버렸건만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 하며 오히려 툭! 쏜다. 친정어머니가 당부했던 말이 금방 떠오른다. 여자는 때에 따라 남편의 동생도 되었다가, 누나도 되었다가, 애인도 되었다가, 때로는 엄마도 되는 거라고 충고하셨던 말씀이다. 그 중에 하나 마음에 화살로 꽂힌다. 삶의 실천에 접목시켜 푸근한 누나로 변신했다. “자존심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어? 당신과 나 사이에 아무런 이득이 없기에 포기했지” 낮은 화법이 남편의 마음을 스르르 무너지게 한다.
남편은 여자하기 나름, 내가 바뀔 때 남편이 바뀌고, 내가 바뀔 때 세상이 바뀌는 거라고... 남이 아닌 남편을 이겨서 좋을 일이 뭐 있겠나 싶어 남편을 존중 해 주기로 했다. 알고 보면 그것이 이기는 길이기에...예를 들어보자. 남편은 머리인데 인사를 안 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내인 목이 구부려주면 인사가 되는 것을... 10년 전 부흥회 하는 마지막 날, 저녁예배를 마친 강사님께 차 대접을 하려고 (교회)주방으로 가려는데 “얼른 집에 가!!!” 갑자기 싸 붙이는 남편의 소리에 어이는 없지만 남자답다는 생각을 해봤다. “박력! 있어서 맘엔 드네!!” 박력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나도 모르게 빠른 순발력으로 튀어 나올 줄 몰랐다. 남편은 그 말이 싫지는 않았는지 “왜 당신만 봉사해 다른 사람들도 하게 해야지..” 음을 내리며 말을 한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집에서 있는데 저쪽 방 컴퓨터 책상위에 있는 핸드폰에서 소리가 울린다. 벨이 세 번 울릴 때쯤 받았는데 “에이 씨~ 왜 인제 받아!!” 화를 낸다. 그렇지만 동문서답으로 “여보~ 나 당신한테 시집을 잘 참 왔어! 집이(34평APT) 얼마나 넓은지 막 뛰어 와서 받았는데 이제 서야 받았네.” 약간의 오버를 했더니 기분이 반전되었는지 “하하하하 하” 폰에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웃는 소리에 나도 같이 웃다보니 무슨 내용으로 전화 을 걸었는지 묻지도 않았다.
이튿날 폰을 실험해보니 보니 남편의 폰이 세 번 울릴 때 쯤 뒤늦게 서야 울리기 시작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그전 같았으면 싸웠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하여간, 다툴 일이 있어도 생리직전엔 건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 또한 남편이 출근할 때, 배고플 때, 직장일로 스트레스 받았을 때 얼굴 을 보면서 조심하게 된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상한마음 곪아 터지기 전에 적시싸움, 마음의 쉼이 있을 때 타이밍을 잘 맞추어 좋은 화법으로 감정을 잘 표현해보자. 상호작용, 서로 이해하다보면 나쁜 감정을 씻어낼 수 있다. 그러다보면 그 전보다 부부사이가 더 끈끈해 지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세상 살다보면 내 의견과 상관없이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가...
첫댓글 ㅎㅎㅎ 언니는 터득했네요~ 웃음주는 언니가 부러워요~~~
부럽긴 뭐가 부러워~사는게 다 그렇지...단순한 남편을 이긴 이야기 두 세 가지 또 있는데 길어서 안썼어~
싸울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이 남아 있어 그런거라우~~ㅎ 젬 나는 글 잘 읽고 갑니다.낼 뵈요.
지금에서야 재미있다고 하지만, 그때는 나도 한 자존심했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지는게 이기는거 맞습니다. 그렇지만 지는것에도 기술이 필요한거 아세요? 좋은밤되세요.
남편 때문에 그 기술만 늘었습니다. ㅎㅎㅎ고맙습니다.
선생님도 순발력이 좋아 웃기고 남편 되시는 분도 순발력이 좋아 웃기고. 하여튼 천생연분입니다. 걸레 찬 걸 가지고 남편 찬 걸로 우기는 분도 웃깁니다. 남편하고 싸우다 보면 그까이것 자존심 때문에 증말 증말 38선이구 말구유. 구류 구류 딱 맞는 표현이유. 근디 두달 동안 말 안하고 갑갑해서 한집에서 워떠케 살았데유? 참말 용하기도 햐? 두분 이제 그만 싸우세유. 재미있게, 감동있게 잘 읽고 갑니다. 두분 늘 건강하고 늘 행복하소서.
두달까지 이겨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남자의 곤조, )그 때 깨달았지요.
ㅎㅎㅎㅎ 즐겁게 웃고 갑니다.
어진아내의 일기로군요. 재미 있네요. 지혜로우시구요. 감상 잘 했습니다.
선생님의 긍정적인 사고에 잔잔한 자극을 받았답니다.감사해욤.![와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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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런걸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