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호경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성호’는 말뜻으로만 보면, ‘거룩한 표지’이지만 이 용어는 ‘십자성호’(十字聖號)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성호경은 이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하는 가장 짧으면서도 중요한 삼위일체 신앙고백 기도문이다. 모든 전례뿐 아니라 교우들의 일상생활의 시작과 마침을 이 성호경을 바치면서 모든 일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호는 가톨릭만 아니라 동방정교회나 그 밖의 다른 그리스도교에서도 한다. 즉 동방정교회와 분열되기 전부터 성호는 교회에 존재했고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십자성호는 2세기경에 시작된 개인 신심으로, 초대교회 문헌들을 보면 그리스도인들은 간단한 십자성호를 긋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160년경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여행하거나 어디를 갈 때, 집 안에 들어오거나 밖으로 나갈 때, 신을 신을 때, 목욕을 할 때, 음식을 먹을 때, 촛불을 켤 때, 잠들 때, 앉아 있을 때, 무슨 일을 할 때, 그때그때 이마에 십자성호를 그었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4세기경에는 전례로 들어와서 사제가 사람이나 사물(빵과 잔 등)에 십자를 그어 축복하는 관습으로 발전했는데, 이때부터 이마뿐 아니라 가슴에도 작은 십자 표시를 했다. 현재와 같이 이마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두 어깨를 연결해 크게 십자가를 긋는 것은 5세기경부터 개인적으로 실천됐다. 12세기경부터는 오늘날 복음 전에 하는 것처럼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작은 십자가를 그리는 형식이 전례에 도입됐다.
우리는 성 아우구스티노가 강론을 통해서 가르쳤던 십자성호에 대한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십사성호로써 주님의 몸이 거룩해지고, 세례수가 축성되며 사제들과 다른 직무자들이 서품을 받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며 행하는 이것을 통해서 모든 것은 거룩하게 됩니다.”
성호와 성호경을 통해서 신앙을 고백하고 세례 받았음을 기억하며 자신이 거룩하게 됐음을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나 성의 없이 행한다면 거룩함의 정도는 떨어진다. 올바른 십자성호를 긋도록 노력해야 한다. 천천히, 크게, 이마에서 가슴으로, 이 어깨에서 저 어깨로. 이렇게 하다보면 온몸이 십자가의 표시와 하나가 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8월 19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