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implant)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아 대체용 인공 치아’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아가 빠졌거나 빼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비어있는 부위를 채우는 인공 치아를 임플란트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임플란트가 가진 의미는 ‘심다’ 혹은 ‘끼워 넣다’로서, 의료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다. 신체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돕기 위한 보형물을 의미하기 때문에 임플란트 사용 부위는 신체의 모든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임플란트 사용범위가 치아를 넘어 뇌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부위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 finetech
실제로 최근의 연구개발 동향을 살펴보면 임플란트 범위가 치아를 넘어 뼈나 뇌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부위에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대체 용도가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설탕으로 코팅한 뇌 질환 감시용 임플란트
치아가 없는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임플란트도 시술 과정 중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시술 후에 출혈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신경 손상에 의한 감각마비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잇몸처럼 비교적 딱딱한 부위에 인공 치아를 시술하는 것도 이렇게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하물며 뇌처럼 부드러운 부위에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시술할 때 신경이라도 건드리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뇌에 질환이 생겼을 때 삽입하는 임플란트는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뇌 내부에 염증과 흉터를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연질의 고분자 물질 등이 개발되면서 부작용이 덜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임플란트 관련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부드러운 재질로만 임플란트를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이 시술하는 의료진의 의견이다. 뇌처럼 부드러운 재질의 임플란트는 치료를 해야할 부위에 깊숙이 삽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맥길대의 연구진은 이런 뇌 임플란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개념 임플란트 소재를 구상했다. 이들 연구진이 구상한 임플란트 형태는 부드러운 실리콘을 설탕으로 코팅하는 형태의 임플란트였다.
실리콘 외부를 설탕으로 코팅한 뇌 질환용 임플란트 ⓒ Edward Zhang
알려져 있다시피 설탕은 단단하게 굳었다가도 쉽게 녹아버리는 물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단단한 물성을 띄고 있을 때 부드러운 장기에 삽입이 가능하고, 체내에 삽입되면 녹아서 내부에 있는 실리콘 임플란트 부분만 남게 된다.
연구진은 이런 설탕의 물성을 활용하여 뇌에 삽입할 수 있는 임플란트를 개발했다. 설탕 성분으로 속이 빈 바늘을 만든 다음에 그 안으로 액체 실리콘을 주입하자, 겉은 설탕이고 안은 실리콘으로 이루어진 임플란트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탕 임플란트를 이용하여 연구진은 실험동물의 뇌에 삽입한 후 일정 기간 나타나는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단단했던 설탕 성분은 체내에 삽입된 후 완전히 용해되어 부드러운 실리콘만 삽입이 되었다.
물론 뇌에 실리콘을 삽입하는 것만으로는 임플란트 삽입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뇌 조직과 물성이 비슷한 실리콘에 전극을 탑재시킨 후 체내에 삽입하면 뇌파를 측정하거나 혹은 뇌를 자극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3D 프린팅으로 출력한 바이오세라믹 임플란트
캐나다의 과학자들이 뇌처럼 부드러운 신체 조직에 삽입하는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다면, 스웨덴의 과학자들은 신체 조직 중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인 뼈에 이식할 수 있는 세라믹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뇌수술이나 두개골 손상으로 인해 머리뼈에 구멍이 생길 경우, 이를 메꾸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다.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로 구멍을 메꾸거나 혹은 다른 부위에서 뼈를 가져와 이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경우는 감염의 위험성이 있고, 다른 부위에서 뼈를 가져오는 것은 제대로 맞는 뼈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바이오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새로운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
뼈로 대체될 수 있는 3D 프린팅 바이오세라믹 임플란트 ⓒ Tidskriften/PNAS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피터 톰슨(Peter Thomse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바이오세라믹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 세라믹 임플란트를 뼈에 이식하면,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새로운 골조직이 침투하면서 진짜 뼈가 형성되고 바이오세라믹은 흡수되어 사라지게 된다.
이같은 원리가 실제로 동물에서도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진은 양을 대상으로 바이오세라믹 임플란트를 두개골에 이식했다. 그 결과 진짜 두개골 뼈의 일부를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임상연구 승인을 받아 사람에게도 바이오세라믹 임플란트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바이오세라믹 임플란트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하여 바로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기 전까지 더 많은 임상 시험이 필요하지만, 일단 연구진은 바이오세라믹 기술이 두개골을 포함하여 다양한 뼈를 재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