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코뚜레 꿰인 청산 (2017. 2. 24)
금이 간 흰 소 등위 철계단 얹어놓자
도도한 삼선(三仙)마저 정복자에 무릎 꿇고
청산은 코뚜레 꿰인 채 붉은 수금(竪琴) 켜나니
* 대둔산(大芚山 879m, 최고봉 마천대); 충남 금산, 논산, 전북 완주의 경계로 도립공원이다. 이 산은 케이블카, 출렁다리, 쇠계단 등 인공구조물이 너무 많은 게 흠이다. 유명한 ‘삼선바위’에도 흉물스런 철계단(삼선계단)을 설치했다. 계단수 127개, 길이36m, 경사도 51°이다. 역설적이긴 하나, 마치 ‘흰 소가 빨간 하프를 치는 모습’의 묘한 운치를 자아낸다. 산행한 김에 낙조대와, 북쪽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麻谷寺)의 말사 태고사(太古寺)를 들러보라. 전국 12승지의 하나로, 원효가 이곳을 발견하고 하도 기뻐 3일 동안 춤을 추었다 한다.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은 “대둔산 태고사를 보지 않고는, 천하의 승지(勝地)를 논하지 말라.”고 할 만큼 빼어난 곳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부른다. 가을 단풍도 좋지만, 겨울철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
*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흠모의 연인이다.(반산어록 중에서)
* 수금; 발현악기(撥絃樂器)의 하나. 완곡하게 휜 세모꼴의 틀에 47개의 현을 걸고, 두 손으로 퉁겨서 연주한다. 음넓이가 매우 넓고 음색이 부드럽다. 하프(harp)라고 하며, 희랍신화에 많이 등장한다.
* 철계단으로 코뚜레를 한 바위를 보며. 지인 다음 블로그 선묵유거 사랑방 담화에서 힌트(2017. 2. 23).
* 산음가 제9-13 ‘아둔패기 때린 산-대둔산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118번(12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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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5. 29 제 11번 춘산별곡, 제23번 동네산 별곡. 2수 산운2로 이동.
182. 서북주릉 여정(餘情) (2017. 7. 16)
서북은 정한(情恨)의 길 낭만은 묻어두세
갈기에 불붙으니 버들솔새 정지 비행
오색천 함께 흐느껴 나그네 맘 비장(悲壯)타
* 설악산 서북주릉; 내설악과 남설악을 구분하는 경계이다. 안산(鞍山 1,430.4m)에서 시작할 경우, 전체 길이 약 13km로 가장 긴 구간이다. 일반적으로 이 보다 짧은, 한계령 출발 중청 코스를 많이 택한다. 백두대간 분기점에서 좌측 길(동쪽)을 택하면, 끝청, 중청을 지나 마지막으로 대청(大靑 1,708m)을 찍게 된다. 단거리 오색지구로 하산하면, 먹을거리가 괜찮다. 늦여름 은어회 한 접시(양식 수족관 2만원 상당)에 머루주를 곁들이면서 피로를 달랜다. 단체 혹은 혼자서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도, 이 구간 시조를 지은 적이 없다. 6시간 주파가 필자의 최단시간 기록이다. 중도퇴직 후, 여한을 달랜 산이다.
* 버들솔새; 휘파람새과로, 크기는 11cm 정도이다. 솔새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첫째날개깃이 셋째날개깃 뒤로 짧게 돌출된다.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5월 초순부터 5월 하순, 10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통과한다. 겁이 없고, 먹이를 찾는 높이로 인해 보기 힘들다. 흥분하거나 급하면, 숲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돌진하는 행동을 한다. 종종 날개를 가볍게 떨지만, 꼬리의 떨림은 적다. 날아오르는 곤충을 잡기 위해 정지비행도 한다.(야생조류 필드 가이드)
* 서북에 관한 두보의 비장한 한시(漢詩) 소개. 慟哭松聲廻(통곡송성회) 통곡의 소리 솔바람에 감돌고, 悲泉共幽咽(비천공유열) 슬프니 샘물도 함께 흐느낀다. 그의 대표작 ‘북정(北征, 북으로 가는 길)’에서 가려 뽑은 천하의 명구(제301~302구)이다. 오언(五言)으로 된 총 700자, 140구에 달하는 대장편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343번(27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83. 넓은 가슴 (2017. 9. 10 누락분 보충)
별 헤다 깜빡 졸곤 씩 웃는 모데미풀
초야를 기다리나 캐러멜 씹는 각시
큰 사내 너른 가슴에 와락 안긴 저 내숭
* 광덕산(廣德山 1,046m);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강원도 철원군 서면,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한북정맥에 속한다. 동쪽에 복주산(伏主山, 1,152m)·대성산(大成山, 1,175m), 남쪽에 백운산(白雲山, 904m), 서쪽에 명성산(鳴聲山, 923m) 등이 솟아 있으며, 산의 모습이 웅장하고 덕기(德氣)가 있다 하여, 이름이 유래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인용). ‘명지지맥’의 시발점이자, 설경이 포만감을 안겨준다. 모데미풀과, 희귀한 ‘흰얼레지꽃’이 자란다. 표고 1,010m 지점에 ‘조경철 천문대’가 있다. 산 밑 광덕현(광덕고개)은 수도권을 방어하는 중요한 재로, 6.25 한국전쟁 때 미군이 ‘캐러멜 고개’로 명명했다. 캐러멜은 일본의 모리나가(森永) 제품이 유명하다.
* 이 시조는 자등현, 각흘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이산 남서쪽의 능선 분기점인, 박달봉(朴達峰 830m)까지 포함한다. 높이는 위의 산에 비해 낮지만, 산세는 얼추 비슷하다.
* 모데미풀; 미나리아재비과로, 키는 약 20~40cm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지리산 이북 높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새하얀 꽃은 별을 닮았다. 처음 발견된 곳은 지리산에 인접한 전북 남원 운봉읍의 ‘모데기’라는 곳인데, 당시부터 ‘모데미풀’이라고 불렀다. 그곳 구룡폭포 인근에 ‘시무락다무락’을 지나면, 마을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모데기’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이 풀은 일본 학자가 처음 발견했으며, 혹시 무덤을 ‘모데미’라고 잘못 발음해서 붙여진 명칭이 아닌 가 추측한다.(야생화 백과사전 봄편 수정)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64번(8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84. 붉은 섬 깃대 (2017. 10. 10)
풍란 향 그윽하고 아름드리 동백 숲
붉은 섬 깃대 위로 파란 놀 떨어지면
인어는 몽환(夢幻)에 취해 내 콧잔등 물어뜯어
* 깃대봉(367.8m); 홍도(紅島)의 최고봉으로, 2002년 산림청이 한국 100대 명산의 하나로 지정했다. 등산은 보통 홍도초등학교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른다. 매우 가파르며, 동백, 후박나무 등 희귀한 나무들이 빽빽이 자란다. 정상에 닿으면 뾰족한 모양이 마치 바늘 같다. 가거도, 흑산도는 물론, 띠섬. 탑섬 등 딸린 섬과 다도해를 관망할 수 있다.
* 홍도 개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에 위치한다. 대흑산도 본섬의 부속 도서로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일명 ‘매가도’라 한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풀 한포기, 돌 하나도 가지고 나올 수 없다. 특히 ‘홍도풍란’은 아주 귀한 난이다. 본섬을 비롯한 20여개의 부속 섬이 조화를 이루어, ‘남해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1931년에 세워진 아름다운 홍도등대에서 바라본 석양은, 대한민국 최고로 꼽힐 정도로 환상적이다(대한민국 구석구석 발췌 수정).
* 졸저 풍치시조집 『名勝譜』 중, ‘홍도10경’(119면) 참조.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89(10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85. 향로봉 안개 (2017. 10. 23)
곧추선 콧날 밟다 헛디딘 얼풍수여
산신이 되돌려준 부싯깃 삶 불씨로
향로에 돌향 피우니 보라 안개 맴도네
* 북한산 향로봉(香爐峰 535m): 멀리서 보면, ‘향로’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 옆모습을 닮았다 하여 '인두봉'(人頭峰)이라고도 하고,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삼지봉’(三枝峰)이라 부른다. 암봉군이 향로 연기처럼 아기자기하고, 바위길이 여러 개로 스릴 있다. 향로봉은 남북한을 통틀어 수십 개가 있지만, 북한의 자강도 회천시와, 평안북도 향산군 경계에 있는 것(1,599m)이 가장 높고 아름답다. 향나무 향기가 사철 내내 풍긴다고 한다.(다음백과 수정)
* 1994년 필자가 업적부진으로 말미암아, 국민은행 장안동지점장에서, 서부지역본부 리스크매니저로 좌천(左遷)되었다. 잠시 응암동지점 파견근무 때, 오후에 짬을 내어 이 봉에 갔다. 한 바퀴 돌고 제일 위험한 코스로 내려오든 중, 마침 가랑비에 바위가 젖은 줄 모르고 내딛다 미끄러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밑(3m)으로 간신히 내려선다, 식은땀이 주루 흐른다. “아! 북한산 산신이 또 나를 살려 주었구나”라 여겨, 매우 감사했다. 무사히 하산 후, 이상린 차장(그와 세 번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음)이 마련한 자택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분 좋게 취해 액땜을 했다. 물론 이 코스는 예전에 몇 번 오르내렸다. 북한산의 모든 봉우리는 다 올랐지만, 나중 죽을 고비를 또 한 번 넘기게 된 ‘염초봉’과 함께, 가장 뇌리에 남는 곳이다.
* 우리 네 인생살이는 안개여라!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30면.
186. 물 좋아한 큰 범 (2017. 10. 31)
경복궁 까마득해 큰 범아 날뛰지 마
네 꼬리 개가 물어 바위로 변했으니
우물에 물장구치며 새끼용과 놀게나
* 호암산(虎巖山 395m);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동. 관악산 서쪽 끝 봉우리이다. 산자락에 호압사(虎壓寺)가 있어 ‘호압산’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는 금주산, 금지산(금천의 주산)이라고도 불렀으며, 산세가 호랑이 형상을 닮았다 하여, 그리 부른다. 옛날에는 ‘시지산’으로 불렀다. 표고 300m 지점 불영암에 고색창연한 석구상(石狗像)과, 한우물이 있는데, 날뛰는 호랑이를 제압하는 풍수지리상의 비보(裨補-범은 물을 좋아함)로 보면 된다. 이 연못에 비친 하늘이 일품이다. (위키 백과 인용 수정)
*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것이다. 원래는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 것을 뜻한 말이었다. 과거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 시절 중국의 대외정책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주 인용했다. 대외적 마찰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국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외교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런 정책은 당시 서구 열강에 대항할 만한 국제적 위상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처지에서 매우 현실적인 방법론이었으며, 이후 1990년대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지위에 오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2003년에는 '평화를 유지하며 우뚝 선다'라는 뜻의 ‘화평굴기’(和平屈起)를 외교노선으로 채택했고, 2004년에는 '해야 할 일은 한다'라는 의미의 ‘유소작위’(有所作爲)를 표방하면서, 국제정치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다음백과, 위키 백과 발췌 수정). 중국은 ‘잠자는 사자’에서, ‘무서운 호랑이’로 변했다.
* 한국산서회 제9차 인문산행 ‘호암산’ 자료로 제공(2017년 11월).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45면.
187. 칠정을 포갠 산 (2018. 2. 5)
옛 책을 쌓아뒀나 공룡 혀 뽑았느냐
산정은 첩첩 바위 적삼 위 놓인 칼로
칠정(七情)을 얇게 저민 후 암반에다 포갰지
* 적석산(積石山 497m);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명 ‘적산’(積山)으로, 진전면의 진산(鎭山)이다. 주능선인 낙남정맥 깃대봉(420.6m)에서 남쪽 방향으로 흘러내린 능선이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암봉을 치받고 솟아난 곳이다. 마치 돌을 쌓아올린 듯 보여, 그리 부른다. 정상 왼쪽 봉우리를 ‘적삼봉’, 오른쪽 봉우리를 ‘칼봉’이라 이른다. 옛날에 큰 홍수가 나자 산꼭대기에 적삼 하나와, 칼 한 자루 놓을 만한 자리만 남기고는 모두 물에 잠겼다 한다. 적삼봉 정상은 약 132㎡(40평) 정도 되는 평탄한 암반이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샘이 있다. 산중턱에 조개껍질이 발견되고 있으며, 정상 부근에 공룡 발자국 화석도 있다. 발원하는 계곡물은 진전천으로 흘러들어 진해만으로 유입된다. 동남쪽으로 진해만(鎭海灣)과 다도해가 펼쳐진다. (디지털 창원문화대전 발췌 수정)
* 칠정: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 또는 기쁨, 노여움, 근심,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을 이름.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6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