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주중이었다. 학교는 아직 방학이라 며칠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나는 이른 아침 반송시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세 개의 관공서가 있다. 반송동주민자치센터와 치안센터인 파출소가 있다. 그리고 우체국이다. 나는 한 묶음의 우편물을 발송할 일이 있어 창구에서 일을 보았다. 이어 길 건너 농협지점에 볼 일이 있어 들렸다. 나는 아직 은행자동화기기에 서툴다.
이후부터 발길이 닿는 곳으로 떠나는 자유를 얻었다. 나는 교통문화연수원 앞에서 101번 시내버스를 탔다. 101번은 대방동에서 출발해 시내를 둘러 마산을 관통해 월영동까지 가는 버스다. 버스는 충혼탑을 지나 늘푸른전당을 돌아 팔용동 홈플러스와 창원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났다. 나는 마산역 앞에서 내려 환승버스를 기다렸다. 역 광장은 구산면과 삼진지역으로 떠나는 농어촌버스 기점이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다 보니 하늘로 나는 속도나 땅으로 달리는 속도가 별 차가 없다. 광역도시든 단일도시든 한 행정구역에서 KTX정차역이 세 군데인 곳은 창원이 유일하다. 진주까지 경전선 복선화가 진행중이만 현재로는 서울역에서 가장 먼 종점이 마산역이다. 이어 잠시 후 창원역이고 창원중앙역이 이어진다. 백만 시민이 산다는 도시에 KTX가 정차역이 세 군데나 있다는 것은 이채롭다.
나는 마산역 광장에서 농어촌버스가 떠나는 정류소로 갔다. 잠시 후 떠날 버스로는 구복으로 가는 61번이 대기하고 있었다. 근래 시내버스 환승체계가 바뀌었다. 하차 단말기를 찍어 시내는 25분 이내 승차해야 하고, 읍면지역은 40분 이내 승차해야 환승 혜택을 볼 수 있다. 나는 연방 갈아탔기에 당연히 한 차례 요금으로 탈 수 있었다. 버스는 어시장을 돌아 남마산 월영동을 거쳐 가포로 갔다.
가포 앞 바다는 매립되어 삭막했다. 마창대교 교각 밑을 지나 덕동을 돌아 수정으로 갔다. 수정에서 고개를 넘어 내포를 지나 반동삼거리였다. 삼거리에서 해안선을 따라 조금 더 가면 구복으로 일명 ‘콰이 강의 다리’로 통하는 옛 다리 곁에 새로 놓인 저도 연육교를 건넜다. 나는 종점에서 한 구간 앞둔 다리를 건너 버스에서 내렸다. 저도에는 몇 차례 다녀갔고 용두산 산행도 한 번 한 적 있다.
갯가 산 가운데 용두산 지명이 더러 있다. 부산 자갈치 근처에 용두산이 있다. 순천만 갯벌 끄트머리도 용두산이 있다. 김해 장유에도 용두산이 있다. 산은 아니지만 제주 해안엔 용두암이 있고 밀양 가곡동 모롱이는 용두목이 있다. 구복 저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가 용두산이다. 몇 년 전 공공근로 사업 인력이 투입되어 저도를 일주하는 산책로가 새로 생겼다. 이름 붙이길 저도 비치로드다.
산책로가 나기 전이었지만 용두산을 올라 봐서 등산로를 잘 알고 있다. 먼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작은 산언덕을 올랐다. 그곳에서 용두산 정상으로 나아갔다. 평일이었지만 산행객들이 간간이 있었다. 용두산 정상에 서니 쪽빛 바다를 훤히 굽어볼 수 있었다. 올망졸망한 해안선이 드러났다. 홍합과 굴 양식장의 하얀 부표가 줄지어 떠 있었다. 산정에서 도시락을 비우고 해안으로 내려섰다.
호수 같은 바다인데 바람이 제법 일어 해안가에는 하얀 포말로 파도가 부서셨다. 나는 소나무 숲 사이로 뚫린 해안선을 따라 계속 나아갔다. 예전에 없는 새로운 길이었다. 작은 섬이지만 빙글 일주하도록 되었었다. 거제만이 바라보이는 곳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바다에는 몇 척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멀리 고성과 통영의 해안선이 맞닿아 있었다. 바로 앞은 거제의 칠천도지 싶었다.
비치로드를 따라 섬을 일주하니 하포마을이었다. 포구에는 여러 척 낚싯배가 정박해 있었다. 해안선 따라 횟집들이 몇 집 있었다.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다리목으로 갔다. 포장마차에는 산행을 먼저 마친 사람들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다 지역민에게 용두산 정상에서 바라보인 작은 섬에 규모가 큰 집들이 보이더라고 했다. 그 노인은 군사시설물이라 민간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1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