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4월의 불꽃
일시 : 2025. 03. 30
장소, 시간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17:30~19:05
소감 : 관람객이 나 말고 없었다.
처음에는 메가박스, CGV에서 보려고 했지만 시간대가 극단적이거나 상영관이 적었다.
그래서 결국 초불을 못 간 미안한 마음을 안고 송파 롯데시네마까지 가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국에 꼭 필요한 영화다.
특히 12.3일 계엄의 밤, 헌재의 직무유기, 2차 남태령대첩, 시신 수거백 준비론란, 한덕수의 귀환으로 시끄러운 마당에
4.19 이야기를 통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집회, 시민불복종이란 무엇인가. 같은 물음을 던지는 건 중요하다.
꼭 윤깡통이 파면된 뒤 재개봉해서 제대로 조명받았으면 한다.
이 영화는 민주주의의 사전적인 정의를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많은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현재진행형이고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김주열 렬사는 사실 특별할 것 없는 학생이었다.
엄마에게 짜증내고, 춤추고, 락서를 즐기고... '우리'모두가 곧 김주열이고, 김주열 렬사님도 '우리'다.
도중에 벽에 그려진 이승만과 개를 합성해놓은 락서(개승만)가 클로즈업되었는데
광화문 앞에 설치된 단두대, 초불시민들이 창의적으로 만든 윤깡통락서 피켓들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독재정권 물러나라. 민주주의 만세'랑 개승만 락서를 본
이강석(이기붕 양자)은 밥맛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하면서, 부하에게 점검했었어야 한다 다그치고,
급기야는 정치깡패를 동원하여 식당의 물건들을 깨부수고. 나중에는 불까지 지른다.
최근 나는 초불금지령 먹어서 초불가시는 분들께 미안한 마음만 켜켜이 쌓이고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윤깡통이 복귀하면 나한테도 저런 일이 터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어도 내 가족은 초불에 나가고, 시국선언도 한 나를 탓할까?' 같은 생각이 들었다.
3.15시위에 참석한 김주열 렬사는 최루탄을 맞은 채로 바다에서 꺼내졌고.
어머니는 시위에서 죽은 아이들을 찾은 뒤 오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뭔가 짐작했으나
한참 현실을 부정하며 아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안하다 말하는 아들의 환영을 보고, 너 잘못한 거 없다고 안아주는 어머니.
"잘못한 거 없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까?
또한 김주열 렬사님 외에도 스러져간 민중들 하나하나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게 핵심이다.
기생들도 잡담을 하며 자유당을 욕하고, 살아보겠다는 이들을 왜 못살게 구냐며 자투리시간에 판소리를 하고.
심지어 기생 중 누군가는 수어로 이강석에게 "쓰레기같은 새끼. 넌 아주 나라를 갉아먹는다. 갉아먹은 나라가 니놈들 배속에서 썩어문드러지는데 나도 더이상 볼수 없어서 거리로 나설란다" 라고 의사표현을 한다.
가진 거 없고 받은 거 없는 이의 분노. 초불을 통해 연단에 서고, 기발을 만든 수많은 소수자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뛰쳐나가서 독재에 맞서고.
심지어 몇몇은 유서를 쓰기도 하고... 이들도 곧 '우리 모두'였다.
그리고 력사를 잘 모르는 분들의 리해를 돕기 위해 배경지식을 꼼꼼하게 설명한 점도 좋았다.
이승만의 량민학살(4.3, 보도련맹 등), 3.15 부정선거 및 여론선동 준비, 자유당 정치깡패들의 악행,
4.19 이후의 이승만 하야와 이기붕 일가 총격사망 사건(+이강석 자살)등...
계엄을 '계몽'이라 말하면서 어떻게든 옹호하려 들고, 아직도 윤깡통 불쌍하다 말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얼핏 보면 단순한 다큐멘터리 같지만, 김주열 렬사님의 이야기와 당시 집회 참가자들의 증언, 당시의 사진자료를
교차하면서 영화-다큐멘터리를 오가는 방식으로 작품이 진행되고,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자가 산자를 살릴 수 있는가" 라는 구절을 서장과 마지막에 배치하여
수미상관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받는 것이다' 라는 격언과
4.19 희생자 명단, 사망자 및 부상자, 참여자 수 추산과 함께
4.19 민주묘지를 비추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김주열 렬사님의 죽음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나온 함성. 가만히 있지 않고 이승만 독재정권을 몰아낸 시민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과 직무유기를 거세게 규탄한 함성. 끝까지 무능무책임 뻔뻔했던 바끄네를 몰아낸 시민들.
리태원참사와 계엄의 밤을 계기로 봇물처럼 뛰쳐나온 응원봉.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는 시민들.
꼭 그렇게 슬픈 방식으로 깨달아야 하나 싶지만. 죽은자가 산자를 살린다. 이 명제는 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쟁취해내는 것이 력사고 투쟁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글씨가 너무 작아...ㅎ 로인들은 읽기가 힘들다오
상영관 전세내서 '동지'들이 함께 봤으면 좋겠네..
허나 영화를 만들거나 책을 만들거나
그들의 목적은 죄 돈이라.. 이바구가 힘들기도 하고
글씨크기 수정했습니다.
'작품성', '예술성' 보다 '강렬한 자극', '수익' 을 좇는 쪽으로 가는 업계 현실이 통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