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통증, 숨찬 증상은 심장의 위험신호"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는 서구화된 시생활 습관과 고령화 시대로의 진입을 예견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심장 질환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특히 협심증, 심근경색증으로 대변되는 동맥경화성 혈관 질환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며 의과대학 스승님들로부터는 심장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 의사의 삶은 급증하는 이러한 환자들을 수술하느라 격무로 피폐해질 것이라는 '예언'을 듣곤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스타틴'이라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시술이나 수술을 요하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증가세가 둔화되더니 최근 들어서는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조짐 마저 보이고 있다.
식생활 습관이 그리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고 있고, 구려화는 더욱 심화되는데도 말이다.
좋은 약 덕분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상이 또 다른 곳에서 강적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이 그 질병이다.
◈ 40~50대의 중년층에도 발병
심장은 주기적으로 수축하면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혈류를 대동맥을 통해 온몸으로 분출하는데,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이행되는 부위의 출구에 해당하는 것이 대동맥판막이다.
이 대동맥판막은 심장이 수축할 때는 열려서 혈류가 원활히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이완기에는 닫혀 혈루가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체크밸브 역할을 한다.
이러한 대동맥판막에 퇴행성 변화가 생겨 석회화 되면 판막 잎사귀가 굳어서 잘 열리지 않게 되는데 이를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라고 한다.
이 질환은 동맥경화증과 비슷하게, 서구화된 식생활과 노화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대동맥관 협착증으로 진단받는 환자의 평균 연령은 70세 정도로, 전체 인구 중 발생 빈도를 보면 60대에는 2%, 70대에는 3%, 80대에는 4%에서나 발생할 정도로 고령에서는 아주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는 대동맥판 협착증이 의학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될 아주 중요한 질환이 될 것이고, 향후 20년간 심장학 분야에서는 화두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대동맥판 협착증은 40~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주로 선천성 판막 기형에 기인한다.
대동맥판막은 3개의 잎사귀(삼엽)로 이루어져 있어야 정상인데, 인구의 1% 정도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2개의 잎사귀만 갖는 '이엽성 대동맥판막'을 갖게 된다.
이엽성 대동맥판막은 일반 인구의 1%나 차지할 정도로 사실상 가장 흔한 선천성 심장 기형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엽성 판막은 정상적인 '삼엽' 판막보다 더 빠른 퇴행성 변화를 밟을 수 있어서 40~50대에도 심한 협착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심한 대동맥판 협착증의 30~40%는 이러한 이엽성 대동맥판막을 보이고 있다.
대동맥판 협착이 점차 진행하여 심한 정도로까지 악화 되면 경종을 울리는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데, 가슴의 통증, 실신, 숨찬 증상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청진만으로도 이 질환을 이시매볼 수 있으므로, 요즘에는 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인 치료로 유도하기 위해 의사들 사이에 '청진 잘하기'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
심한 대동맥과 협착증은 사실상 암보다도 예후가 나쁘다고 살 수 있는데, 일단 증상이 발현되면 2년 생존률이 50%, 3년 생존률이 30%로 대부분의 악명 높은 암보다 예후가 불량하다 할 수 있고, 급사 위험도 또한 높은 질환이다.
반면, 대동맥판 협착증을 치료할 때의 문재는, 동맥경화성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혈판 질환들과는 달리 이 대동맥판 협착증은 '약에 듣질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질환이 발생했을 때 예후를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약물은 '아직 없다'.
◈ 수술하지 않는 치료법의 발전
현재까지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치료 방법은 병들어 있는 기존의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희망적인 사실은 일단 이러한 인공판막 치환술을 받고 나면, 그 예후는 일반인의 수준에 근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치료 효과가 일반적인 암 수술의 결과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슴의 통증, 숨찬 증상 등 대동맥판 협찬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는 노력을 해서, 최종적으로 심한 대동맥판 협착증으로 드러나는 경우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 하겠다.
인공판막 치환술은 가슴을 중앙에서 크게 열고 심폐 보조장치를 가동시킨 상황에서 심장을 열어서 하는 수술적 방법이 표준 치료로 정립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슴을 열지 않고, 다리이 혈관을 통해 인공 판막을 심장까지 접근시켜 장착하는 '경피적 대동맥판 치환술'(TAVI 또는 TAVR)의 발전으로 인해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이렇게 수술을 하지 않고 판막을 삽입하는 TAVI는 치료는 그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현재는 전신마취 없이도 시술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당일 시술, 당일 퇴원하는 경우까지 정립되기에 이르렀다.
이 TAVI 시술은 수술을 감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고위험 환자나 초고령 환자들에게는 가슴을 열고 하는 수술적 치료보다는 우수하다는 것이 잘 입증됐다.
하지만 판막의 내구성이나 시술 후 판막 기능(역류 등)에 있어서는 수술적 치료보다 불리한 면이 있어서 일반적인 저위험(low-risk) 환자들이나 기대 여명이 긴 환자들에게는 기조의 수술적 치료 방법이 우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헌신적이고 훌륭한 치료 옵션의 등장
한편, 수술적 치료 방법 또한 TAVI 못지 않게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례로 수술에 쓰이는 일반적인 인공판막은 봉합사를 이용해 심장에 일일이 궤매서 고정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최근에는 봉합을 하지 않고 원터치장착 방식을 이용하는 이른바 '비봉합 인공판막'의 등장으로 대동맥판 수술의 판도가 격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달에 힘입어 수술을 하더라도 이전처럼 가슴을 크게 여는 방법대신 절개의 크기를 대폭 줄이는 '최소 절개 수술법'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우선 미용적으로 훨씬 우수하고, 수술에 따른 통증 및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동시에 수술이 단순해져 수술 소요시간도 감소하며, 안정성도 높아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시행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는 심지어 고위험, 고령 환자들 중에서도 이러한 '비봉합 대동맥관 수술' 을 받은 환자들의 임상 결과가 TAVI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도 유의하게 좋게 보고되고 있으므로, 대동맥판막의 치료에는 굉장히 좋은 옵션들이 나와 있는 상태다.
이러한 여러 치료 방법을 선택할 때는 우선 환자의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되, 개별 병원에서는 여러 과의 전문의로 구성된 심장팀(heart team)을 운영하여 환자 한 명 한 명의 세세한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여 최적 맞춤형 치료 방법을 권할 것을 중요한 치료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요컨대,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 아래이긴 하나, 혁신적이고 훌륭한 치료 옵션들이 이미 잘 나와 있으므로, 흉부외과의사로서 환자분들을 대하며 잘 나와 있으므로, 흉부외과의사로서 환자분들을 대하며 바라보는 관점을 감히 말하자면 우리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준범 /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