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烽火山 786.8m)은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생긴 이름이다.
봉수대(봉화대)는 옛날의 통신수단으로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빛으로 연락을 취하는 수단.
따라서 전국에 걸쳐 제일 많은 산이름의 하나다.
법화산(法華山 707m)은 봉화산의 북쪽 임도 건너에 있고, 북으로 뻗은 비단같은 야자매트 등산로를 걸으면 침령산성(砧嶺山城)이 있다.
법화산은 법화경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고, 침령산성은 백제말 신라와의 전투를 위해 쌓은 것으로서 성벽의 많은 부분이 붕괴되어 있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76호인 침령산성은 지금 발굴조사와 동시에 일부 복원 중이다.
이 능선은 호남정맥에서 북으로 분기하여 작은싸리재를 건너 장계천까지 이어지는 20km가 채 되지않는 훤칠한 등줄기이다.
이 능선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호남봉화단맥’이 되겠지만 봉화산은 너무 흔한 이름이니 침령산성을 넣어 ‘호남침령단맥’이라 부르면 좋겠다.
또한 이 길은 ‘장수가야 탐방로’란 이름으로 정자가 있는 임도 교차로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야자매트를 깔아 비단길을 조성해 놓았다.
데크전망대에선 동쪽으로 거대한 백두대간과 덕유산의 조망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호남정맥과 성수산, 덕태산, 선각산이 호위하듯 한다.
장계면이 내려다 보이는 능선의 용도불명한 태양광 시설은 아마도 야간 미관을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장계천까지 북진하는 ‘호남침령단맥’은 후반부에 벌목과 난개발로 능선이 훼손되어 아쉽다.
야자매트깔린 전반부에 비교하면 가히 극과 극이라 할 정도.
그래서 침령마을로 탈출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고 수월한 산행이 될 것이다.
코스: 작은싸리재(장수레미콘)-695.6-봉화산-법화산-정자임도-(야자매트)-사곡,침령갈림길-침령산성-벌목지대-483.5-벌목지대-천천교(약 1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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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2km의 산길에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반부를 제외하면 초반 업다운이 심하지 않은 솔밭길 덕택을 본 것.
<고도표>
<클릭하면 원본크기> 빨간 실선이 가칭 '호남침령단맥'
네비엔 '장수레미콘입구(전북 장수군 선창리 산95)'를 입력하여 커다란 '장수레미콘' 입간판 앞에서 버스를 멈춘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예전에 장례시설이었으나 지금은 쓰지 않는 듯하고, 우리는 건물 우측 세멘트 포장길로 들머리를 잡았다.
건물 좌측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장수레미콘'을 지나 네이버지도에 그어진 등로를 선택하였고, 또 우측 입간판 뒤의 능선으로 직등하는 사람도 보인다.
나중에 생각하니 네이버지도의 트랙이 편했을 것.
건물 우측 세멘트길로 조금 들어가자...
조금 높게 올라앉은 간이건물이 있다. 건물 앞마당을 가로질러...
깊숙이 들어가는 길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밀양 박씨묘와...
묘지실태조사 안내문을 지나면서 차츰 거칠어졌지만...
능선에 올라서자 탄탄대로의 등산로가 열려있다. 이 지점이 네이버 트랙과 만나는 곳.
펼쳐지는 길은 솔밭길.
능선 좌측으로 제법 훤출한 산줄기가 펼쳐진다. 덕태산과 선각산을 비켜도는 호남정맥인 듯.
진행방향 우측으로도 훤히 시야가 트여...
살짝 당겨보았더니 남덕유산이다. 가까이에 있는 산은 백화산(849.5)이고, 그 좌측 뽕긋 솟은 봉은 할미봉.
좌측으론 성수산과 호남정맥.
난이도 평이한 솔밭길.
한차례 힘을 쓰는 첫봉.
솔밭길이 계속되며...
맞은편에 솟은 산이 봉화산일 것.
데크전망대에서 점심보따리를 푼 일행들을 만난다. 우선 목이 말라(?) 청주 한 잔부터 챙긴 뒤 요기.
여기서도 남덕유의 모습이 펼쳐진다.
당겨보니 남덕유 좌측으로 서봉이 솟아있고, 우측으로 백두대간이 뻗어가는 끝에 할미봉이 솟았다.
식사를 마치고...
올라선...
장수 봉화산.
카메라를 맡긴 뒤...
미옥 씨도 인증이다.
봉화산의 이정표.
그리고 삼각점.
등로 좌측 눈쌓인 임도를 곁눈질하면서도 앞만 보고 걷다가...
무덤에서 법화산을 지나친 걸 알아챈다. 법화산 길림길에서 100여m는 지나친 것.
일행들은 그냥 가시라 하고 돌아서 내려서는 임도.
법화경 독경소리 끊어진 법화산은 아무런 특색이 없는 게 특색이다.
법화산 표지판을 확인하곤 급히 내려서는 임도. 다시 임도를 거슬러 올랐지만 좌측 임도를 따라 갔으면 편했을 것.
되올라온 방향의 화살표.
작은 봉우리 건너에서도 법화산 다녀오는 길.
등로 좌측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임도. 겨울은 음지로만 숨어든다.
나무계단을 내려가 임도를 건너는 곳에 사각정자가 보인다.
가야길쉼터 정자와 장수가야 탐방로 안내판.
장수가야 탐방로는 색깔별로 1,2,3코스가 구분되어져 있다. 여기는 녹색 실선이 그어진 제 2코스다.
백두대간 서쪽이 장수가야로 4세기 말엽 처음 등장하여 6세기 초에 백제에 복속되었다.
임도 사각정자를 건너면서 등산로는 야자매트가 깔린 비단길.
장수군의 의욕이 느껴진다.
이정표가 있는 682.5m봉.
그 봉우리의 이정표.
왼발은 천천면, 오른발은 계남면. 면계(面界)다.
원목계단을 내려섰더니...
금세 데크전망대다.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남덕유산.
살짝 당겨보았다. 가까이엔 깃대봉(930.3)인 듯.
뽈록 솟은 봉은 할미봉이고 그 우측 뒤로 월봉산.
가까이 장계면 뒤로 깃대봉과 좌측 압곡봉(741.8).
이 무슨 시설?
태양광이다. 장계면 방향으로 벌목을 하여 시야가 열리도록 하였지만 식재한 나무는 금세 키만큼 커버릴 것인데, 그 때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간벌을 하였다. 야간 산행을 위한 것은 아닐 테고, 장계면에서 올려다보는 야간 불빛의 아름다움을 연출한 것일까?
안내판이 있는 안부 사곡마을 갈림길이다.
침령마을 갈림길은 조금 더 가야 있다.
침령산성 직전의 장수가야 탐방로 안내판.
여긴 제 3코스이다.
일부 복원된 침령산성.
무너져 내린 성돌들.
침령산성은 계남면 침곡리 일대 둘레 400m 내외의 포곡식 산성으로 2014년부터 진행된 총 5차례의 발굴조사 결과 집수정, 도르래, 건물지, 성문지 등이
확인됐고 목제유물 1,000여 점이 출토됐다.
이 산성은 두 봉우리와 그 중간부를 감싼 석성으로서 둘레는 500m 정도이다.
위로 올랐더니...
역시 무너져내린 성곽의 잔해들이 뒹군다.
발굴작업이 진행된 듯한 곳에...
침령산성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삼국시대에 처음 쌓은 이 성은 여러 건물지와 대규모 원형 집수정, 그리고 성문을 비롯한 치성과 적을 감시하던 망대지 등이 남아 있다고...
성은 무너져 쓸쓸하지만...
커다란 원형 집수정은 일부 복원되어 있다.
산꼭대기지만 예나 지금이나 꼭 필요한 것은 물. 이 원형집수시설은 호남지방 최대규모란다.
진행할 등로는 발굴 유적 파편 뒤로 타고 넘어야만 한다.
기와 부스러기 등 유적 파편을 모아 둔 곳.
등로는 파편 무더기 뒷쪽 언덕배기에 숨어 있어...
언덕을 넘어 확인하는 이정표.
10여분 넘게 이어가면...
침령마을 갈림길 이정표.
침령마을이 2.6km. 이정표의 봉수는 여기서부터 오르는 615m봉을 말하는 듯.
진행방향 우측으로 돌무더기 있는 곳이 침령마을 가는 길.
좌측으로도 농장이 가까이에 보인다.
마지막 안간힘을 쓰다 615봉 직전에서 좌측 사면으로 에두르는 길을 따랐더니 알바였다.
여기서 무조건 봉우리를 넘어서야 하는 것. 잔 꾀를 부리면 고생을 한다는 사실.
또다시 봉우리를 넘지않고 사면으로 돌아 등로 수정을 하였더니, 가시덤풀에 갇혀버려 마치 대역죄인의 위리안치(圍籬安置) 신세가 된 것.
그렇게 수정한 능선에서 좌측 뒤돌아보며, "네 이름이 뭐니?"하였더니 "내 이름은 609.5삼각점 봉이요."한다.
이름도 얻지 못한 삼각점봉 좌측 뒤로 깃대봉과 압곡봉, 그리고 남덕유의 모습.
진행할 방향으로 벌목지대의 헝컬어진 등로. 능선이 장계천에 가라앉은 뒤 다시 치솟는 곳에 시루봉(638.4).
능선을 고수하되 잡목과 벌목더미를 피해...
조심조심 내려서면...
어느새 벌목지대를 벗어난 듯했지만...
그건 잠시이고...
붉은 흙이 드러난 묘가 있는 마지막 봉우리 483.5m봉에서 다시금 시작된다.
능선 고수는 잡목과 벌목더미로 인해 진행불가하여 능선을 좌로 이탈...
미끄러지듯 산비탈을 치고 내려와...
우측 어깨 위로 능선을 올려다 본다.
자꾸만 눈길이 가는 우측 능선.
벌목지대는 사유지인 듯 개발 중이고...
개들이 한사코 짖어대는 축사를 지나...
계곡을 좌측 겨드랑이에 꼈다.
징검다리를 건너기 전 배낭을 벗고 씻는데, 계곡물은 어느새 성큼 봄이 와 있었다.
돌아보는 징검다리.
농로를 내려와...
장독대가 즐비한 곳은...
꾸지뽕 용광가든.
큰 길을 나오면 주유소.
100여m는 됨직한 긴 다리는...
천천교(天川橋).
천천교 아래를 내려다보니 징검다리를 건너온 일행들이 씻고 있다. 나는 저 위에서 징검다리를 건넜다.
천천교 옆의 우리 버스와 안내판.
버스 옆, 조릿대숲에 멀뚱하게 서 있는 산림수호비.
그 유래가 궁금하여 비석 뒷면을 훑어보니 ‘식목일날 뒷산에 난 산불을 끄던 모녀(母女)가 희생당했고, 이에 금일봉을 하사받아 이 비석을 세웠다’는 내용.
그 옆에 '통합기준점'이 있다.
통합기준점은 평탄지에 설치ㆍ운용하여 측지, 지적, 수준, 중력 등 다양한 측량분야에 통합 활용하는 국가시설.
삼각점은 대부분 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데, 정확도에 따라서 등급이 구분되어 있다.
통합기준점의 안내판. 현위치의 표고가 317.3m이니 상당히 높은 지대이다.
‘국토지리정보원 보조수준점’도 있다.
- 봄이 오는 소리 -
긴 겨울 내동댕이 쳐졌던 강물이
속으로 살만 찌우더니
쩌~엉쩡 쩡쩡
두터운 강 몸 푸는 소리
양수 터진 듯 멀리 훌려 보낸다
숲속 푸르스름 물오른 나목들
계곡 아래로
부챗살 햇빛 고운 편지지 위에
아지랑이 문자로
머지않아 꽃피울 봄소식 전한다
개구리도 긴 잠 깨어나
연못 위 물살을 가르며
이젠 봄이 왔다고
긴 답장을 쓴다.
<草岩 나 상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