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기-8 / 이스탄불-4 2004.02.17.
갈라타 타워로 가자. Galata Tower
갈라타타워로 내려가는 골목길
오늘은 부르조가 좀 늦을 것이라고 했다. 아테네로 가는 내 비행기표를 가지고 오기로 했기 때문에 11시쯤에 올 것이다. 그래서 그전에 우리는 호텔 근처에 있는 갈라타 타워를 가 보기로 했다. 거기 올라가면 이스탄불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얼른 아침을 먹고, 서둘러 짐을 챙기고 나섰다. 골목길을 따라 갈라타 타워 쪽으로 내려간다. 가족들이 여긴 온 다음부터는 계속 날씨가 좋다. 골목길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동네 골목길과 아주 흡사하다. 좁고 약간은 지저분하고, 사람들도 많고 이 좁은 길에 차도 많이 다닌다. 아직 길이 미끄럽다. 조금 내려가니 갈라타 타워가 보인다.
이스탄불을 한눈에 볼수 있는 전망대.
갈라타 타워
갈라타 타워는 14세기에 세워진 탑이란다. 높이가 68m나 되고 언덕받이에 있기 때문에 이스탄불의 전망대 구실을 한다. 부르조가 그러던데 중세 어느 과학자가 저기서 날개를 달고 뛰어내려서 골든 혼을 건넜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나는 갈라타 타워의 벽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돌을 쌓아 올린 것이 아주 투박하지만 우리나라의 벽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미적감각이 뛰어나다. 입장료를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우리 밖에 없다. 아침 일찍 오길 잘했다. 위에는 레스토랑도 있고, 나이트클럽도 있다. 우와 밤에 와도 좋겠군. 그걸 몰랐네. 조그만 문을 열고 나가니 정말 이스탄불이 한눈에 보인다. 저기 보스포루스 해협도 보이고 골든 혼 건너에 술탄하멧 모스크, 아야 소피아, 톱카피 궁전,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모스크의 첨탑도 보인다. 다 보인다 다보여. 아 좋다. 날씨도 좋고, 그런데 좁은 통로를 통해 한바퀴 도는 것이 약간은 아찔아찔 하기도 하다. 그래도 꼭 올라가보세요.
멀리 술탄하멧 모스크, 아야 소피아, 톱캅피 궁전과 보수포루스 해협, 골든혼이 보인다.
전차타기
갈라타 타워를 보고 내려오면서 밑에 있는 상점에서 간단한 선물들도 샀다. 똑 같은 물건이라도 여기저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어디가 제일 싼지는 나도 모른다. 죄송. 갈라타 타워에서 다시 호텔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조그만 전차역이 있다. 여기가 언덕 한참 위에 있기 때문에 저 언덕 밑에 있는 사람들이 올라 올라면 꽤 힘들겠다 싶었는데, 이 전차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전차이다. 전차는 단 두 대다. 이스탄불에 놓인 최초의 지하철인 셈이다. 언제 만들어 졌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전차를 재미삼아 타본다. 경사진 지하철. 무지 고물이지만 신기하다. 전차를 타고 내려간다. 아주 짧은 구간이다. 한 정거장. 내려가서 시내를 잠깐 보고 다시 위쪽으로 올라온다. 전차 안은 온통 시꺼먼 남자들뿐이다. 모두 우리를 쳐다본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뿐이다. 우릴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하시네.
아야 소피아 Haghia Sophia
아야 소피아
11시가 되어 호텔로 돌아 왔지만 부르조나 투나 모두 오지 않았네. 11시 반이 되어서야 오신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자 갑시다. 아참 내 비행기표. 수고했어요. 부르조. 가자. 오늘은 아야 소피아부터다. 아야 소피아. 신의 지혜라는 뜻이란다. 동로마제국 시대에 지어져서 그리스 정교의 대표적인 성당이었다가 1453년 오토만제국이 이스탄불을 점령하면서 그 후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고쳐졌다. 성당내의 그리스도의 모자이크 벽화 등이 옻칠로 가리워졌고, 모스크의 건축양식인 미나렛 4개가 새로 세워지기도 했다. 이 옻칠은 1931년에 되어서야 미국 고고학자가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사이 이걸 몰랐을까. 아무튼 지어질 때도 여러 번 무너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고, 딱히 성당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모스크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건축양식이 짬뽕되어 있는 아주 드문 경우의 건축물이다.
출입구 앞/ 이슬람 모스크의 양식이 아니고 그리스 교회의 바실리카 타입의 양식이다.
전실 Axonarthex 의 모습
입장료를 사서 안으로 들어간다. 월요일이 휴관이었기 때문인지,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 있다. 입구에는 그리스의 교회양식인 전실 Axonarthex와 Asonarthex가 있는데 여기부터 뭔가 심상치가 않다. 좁은 입구를 통해 내부 공간으로 들어가는 순간. 악. 윽--------.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난 이런 분위기를 생전에 본적이 없다. 뭐랄까 정말 신이 계시다면 이런 곳에 계시지 않을까 하는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다. 모스크 같이 훵 하지도 않고, 고딕양식의 파리의 노틀담 성당처럼 쫙 높기만 한 것도 아닌 엄청난 부피의 동굴 속 같은 그런 공간이다. 사방에는 알라의 이름들과 술탄의 이름들이 새겨진 둥근 원판들이 있고, 주변으로는 회랑들이 있다. 사실 지금은 천정공사를 하고 있어 내부에 공사하느라고 그 분위기가 반감되었지만 어쨌든 대단하다. 벽체의 돌과 천정의 금박 모자이크의 색상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소피아의 내부
한참동안이나 난 정신없이 서 있었다. 한동안이나 지났지만 난 이층으로 올라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벌써 어린것들은 지겨운 모양이다. 1층에 여기저기를 자기네들끼리 얼른 보고는 자기네 먼저 이층으로 간덴다. 잘 가. 나 건드리지 말고, 투나가 자기가 애들을 볼 테니까 천천히 보라고 한다. 고맙다 투나야. 애비보다 니가 낫네. 그래, 나 건들지 마라. 아내도 감탄사를 연발한다. 우와, 우와,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계단이 아니고 돌고 도는 경사로 이다. 그 경사로는 아주 투박한 막돌로 깔려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여기를 계단으로 만들지 않은 까닭은 뭘까. 모르겠다. 그러나 계단보다는 훨씬 엄숙한 것 같다. 몇 바퀴를 도는지도 모르게 완만한 좁은 통로를 따라 올라간다. 아내는 포도주 창고 같다고 하는데 난 그런데 못 가봐서 모르겠다. 2층으로 올라가니 또 밑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르다. 1층은 빛이 별로 없어 엄숙한 반면 2층은 아주 밝다. 바닥의 돌들이 갈갈이 갈라진 것은 지진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한다. 여기저기 천정부분에는 벽화가 있다. 이슬람 사원으로 고칠 때 옻칠로 가려졌다는 벽화들. 난 이제까지 소피아 성당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성당도 아니고 모스크도 아니고, 지금은 이 건축물 자체가 박물관처럼 되어있다.
<계속>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 바닥의 돌과 벽의 벽돌 등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아주 잘 어울린다. 계단이 아닌것이 더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한다.
2층 출입구
2층/ 부르조가 걸어가고 있네.
2층에서 / 기둥의 주두 부분의 장식이 정교하다.
아야 소피아의 가로세로가 거의 60m가 된다고 합니다.
안내책자에서 복사한 사진 입니다.
지하궁전 예레바탄 사라이 Yerebatan Sarayi
지하궁전의 출입구
소피아 성당 바로 옆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이름 하여 지하궁전. 사실은 지하 물탱크이다. 532년 유스티아누스 황제때에 만들어 졌다고 하니 1,500년이나 된 물탱크네. 출입구는 그저 평범한 수위실 같이 생겼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침침하고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데 어디선가 클래식 음악소리가 들리고 불이 번쩍번쩍하며 무슨 행사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어둡고 침침한 물탱크 지하궁전을 이렇게 꾸민 것이란다. 이것을 발견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는 다고 한다. 수도 없는 기둥들이 있고 조명장치가 되어있다. 이 기둥중에 몇 개는 그리스 아테네의 제우스신전에서 가져 온것도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둥들이 다 제각각으로 생겼다는 것이다. 수심이 얕아 보이는 바닥에는 물고기도 보인다.
지하궁전의 내부/ 바닥에 고인물에 물고기가 많았는데 다 어디갔누.
메두사의 머리
이 지하궁전의 하이라이트는 통로 끝에 있는 돌로 된 두개의 메두사의 머리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녀의 머리 두개가 이상하게도 하나는 거꾸로 있고, 또 하나는 옆으로 누워있다. 왜 그렇게 있을까. 이것도 불가사의다. 투나나 부르조가 뭐라고 하는데 자기도 정확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단지 신화에 나오듯이 머리가 온통 뱀으로 되어 있는 메두사를 보는 사람은 모두 돌로 된다는 전설에서 이것을 똑바로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다들 똑 바로 쳐다보지 마라. 돌로 되면 내가 어떻게 들고 가냐. 나도 좀 으스스 하네. 나오는 길 끝에는 카페가 있는데 천정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구만, 사람들이 꽤 앉아 있다. 저기서 마시면 맛있나 몰라. 우리는 나간다.
지하궁전내부에 있는 카페
케밥 샌드위치를 먹다가 그만-
지하궁전에서 나와 점심을 먹는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 시간을 줄일 겸 그냥 샌드위치를 먹자고 했다. 길거리에 있는 케밥 샌드위치를 사서 먹는다. 모두 하나씩 들고 길바닥에 앉아 얼른 먹기로 한다. 아뿔싸, 그런데 내가 앉으려고 할 때 내가 잠시 가지고 있던 캠코더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뿌직. 이크. 캠코더는 여기 와서 아내 담당 이었는데, 잠시 내가 가지고 있다가 사고를 쳤다. 다행히 렌즈 앞쪽 필터만 깨졌다. 그나마 경미한 부상이다. 샌드위치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나와 부르조는 이 근처에 있다는 전자제품 수리센타로 가고, 투나는 나머지 가족을 데리고 다음 장소로 가기로 했다. 부르조와 한참이나 걸어가서 수리센타로 갔지만, 여기가 어디 서울 종로바닥 같지가 않다. 수리센타라고 하는 것이 딴 데 더 좋은 곳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간단한 필터하나 구하지를 못한다. 한 2시간 있다가 오면 자기가 구해 놓겠다고 한다. 허겁지겁 택시를 타고 가족들이 있다는 이슬람문화 박물관으로 간다.
길거리 케밥 샌드위치 집/ 고기를 저렇게 구워서는 썩썩 썰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싸고 맛있다.
이슬람 박물관을 보고
박물관 내부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코란, 카페트등 전시물은 아주 많다. 특히 수 많은 카페트 전시관은 볼만하다. 이슬람 박물관을 보고 그 옆에 있는 톱캅피 궁전에 붙어 있는 구립고고학 박물관으로 걸어서 이동을 한다. 그런데 3시 반이라서 문을 닫았네. 쯔쯔 할 수 없지 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리버스를 탄다. 시간이 늦어서 모든 유적지나 박물관은 들어가지를 못한다. 나는 버스도 있는 김에 저기 아시아 지역을 가자고 했지만, 기사 아저씨가 오늘은 5시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아 참 나. 그럼 호텔로 가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부르조와 나는 수리센타에 내린다. 다행히 필터를 구해놓긴 했는데 영 마땅치는 않고, 값은 엄청 비싸다. 하는 수 없지. 한국에 가서 다시 오리지날로 바꿔야지 뭐. 다행히 기계의 작동에는 문제는 없다. 잠시 캠코더 때문에 썰렁했던 분위기를 투나가 바꿔준다. 그 다음 어디로 가냐는 애들의 질문에 다른 박물관으로 간다고 거짓말을 하자마자 애들은 안 간다고 생때를 쓴다. 다들 크게 한번 웃고 캠코더 사건을 잊어버린다. 이제 우리는 호텔로 가야 한다. 벌써 5시다.
이슬람 문화 박물관의 중정
카페트 전시장
쎄니 쎄비요룸
오늘이 이스탄불의 마지막 날이다. 투나야 오늘 저녁은 근사하게 한번 먹자. 좀 비싼데로 가보자. 호텔에다 짐을 내려놓고, 버스를 보내고, 이스티크랄 거리로 다시 나간다. 좀 좋은 레스토랑은 생선요리를 하는 곳이란다. 가보자. 골목길로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자기 집으로 오라고 난리다. 죄송. 우리는 부르조가 안내하는 곳으로 간다. 뭐 그리 대단한 분위기는 아니다. 조그만 접시에 여러 가지를 가지고 오면,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집는 그런 식이다. 한상가득 접시를 골랐다. 술도 한 병 시킨다. 투나와 내가 먹을 술이다. 독하다고 하는데 물에 타서 먹는 술이다. 자 그동안 수고 했어요. 건배.
이것저것 안주 삼아 맛을 보지만 영 입맛에 맛지는 않는다. 애들은 벌써 얼굴을 찡그린다. 좀 비릿하다. 이게 무슨 맛인가. 그래도 나는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며 열심히 먹는다. 애들아, 입맛에 맞지 않아도 경험삼아 먹어봐. 이런게 오랜 추억에 남는 거야. 하도 입맛이 땡기지 않아서 나중에는 생선 몇 마리를 불에 꾸어 달라고 했다. 생선구이. 그건 좀 낫다. 그건 애들이 좀 먹는다. 이제 술도 약간 들어가니 목소리도 커지고 난 좀 취하는 것 같다. 투나도. 히히. 술맛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저녁이다. 웃고 떠들고, 투나도 놀리면서. 그동안 수고 했어. 투나 그리고 부르조. 이제 가자. 음식점을 나오니 밤이 깊었다. 호텔로 갈 것 없이 여기서 헤어지자. 그 말을 하자 부르조가 깜짝 놀란다. 자기도 작별은 하자니 섭섭한 모양이다. 투나는 술이 취해서인지 연신 싱글벙글. 부르조는 눈물이 고이는 것 같기도 하고. 잘가 투나 부르조. 귈레 귈레.
부르조가 가르쳐준 터어키 말이 또 하나 생각난다.
사랑해. 쎄니 쎄비요룸.
이스탄불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깊어간다.
이스탄불의 마지막 저녁식사 메뉴/ 한접시씩 가격을 따로 메긴다. 비싸다.
첫댓글 갈라타 타워에 사람이 많으면 아마 구경하기가 좀 곤란할 정도로 전망대의 통로가 좁습니다. 참조 하시고, 아야 소피아는 내부 수리중 이었는데 그래도 보는데는 지장은 없었습니다. 아야 소피아 아주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