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전을 기다리면서 많이 초조했다.
고3인 작은 아이는 12시에 들어 오면서
"기필고 16강에 진출해야 해요. 그러면 우리 내일 야자(야간 자율학습) 안한다고 했어요."
하면서 두주먹을 불끈 쥔다.
거실에 미리 사 놓은 50인치 대형 TV의 자동 알람을 맞추고
시계며 각자의 폰도 모조리 새벽 3시에 맞춰 놓고
두시간 쯤의 잠을 청했다.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고, 화면을 켰다.
온밤을 새우며 응원하는 서울, 부산. .....
빨간색 티의 거대한 물결들
아파트는 아직 잠들어 있다.
문을 열고
'빨리 일어나라고, 우리가 응원해야 이길 수 있지 않냐고......'
소리없이 외쳤더니, 세상에~~
아파트의 창문이 하나 둘 씩 켜진다.
한 점을 허용하고, 다시금 동점골을 떠뜨리고
다시금 박주영의 그림같은 슛골을 보고,
또다시 허용하고...경기를 보며 초조.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동점으로 끝냈다.
세남자와 환호를 보내며 지켜본 경기
벌써 뿌옇게 새벽이 왔다.
그치만 쉬이 잠자리에 다시 들 수가 없었다.
잘 싸워준 태극 전사들.
이를 응원하는 온 국민의 힘..힘..힘...
어쩌면 우린 이것으로 다시금 하나의 거대한 민족의 힘으로 모아지는 것은 아닌지!
월드컵 축구는 이제 단순히 축구 게임이 아니다.
힘들고 고단한 삶을 툭툭 털수 있는 한바탕의 장이고
모두가 하나라는 동질을 확인하는 장이다.
숱한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략, 압박, 핍박에도 불구하고
5천년 역사를 잘 이어와서 역사상 가장 잘 사는 현재의 시간속에 우뚝 서게 한 힘은
바로 우리안에 잠재워진 '거대한 거인'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화이팅."
"아자! 남아공의 월드컵은 코리아의 것!"
태극전사와 응원하는 우리가 자랑스럽다.
오늘 하루는 마음껏 선수를 칭찬하자. 그리고 축하해 주자.
이후 경기는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선수는 즐기며 게임하고
우린 기꺼이 즐기자!!
2010. 5.23 일
16강 진출로 기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