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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늘 불안해 해왔지만 현대 사회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밤길뿐 아니라 일자리, 먹을거리, 건강과 노후가 불안하고,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 불안하고, 지금 가진 것들을 잃게 될까 봐 또 불안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산업은 아마도 ‘불안산업’이 아닐까 싶다. 숨겨진 불안을 찾아내 안심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최고의 수종산업이 되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있는 불안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 보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불안을 때려잡은(?) 히트상품들을 몇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①안전 불안: 2012년 타임지는 자동으로 공기 압력을 측정하고 조절하는 ‘자기팽창타이어’를 25개 주요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앞으로 운전할 때 타이어 펑크에 대한 불안감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2012년 히트상품 중 하나로 선정된 이유는 사고 당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어린 자녀만 집에 둔 워킹맘의 불안을 보았기에 CCTV와 노트북을 연결한 ‘영상보안 패키지’가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고, 다이슨(DYSON)의 ‘날개 없는 선풍기’도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을 읽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②미래 불안: 현대차의 ‘실직보상제’는 증가하는 실업률에 불안한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 구매 후 1년 안에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준다는 파격적인 컨셉트로 성공했다. 캐나다 빅토리아시의 한 관광회사는 ‘햇빛보증 서비스’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는 4~5월 중 2박 이상을 예약하는 관광객들에게 12.5㎜ 이상 비가 내리면 500달러를 보상해주기로 약속함으로써 관광객 유치를 높일 수 있었다. 프로농구팀 ‘애틀랜타 호크스’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티켓 가격의 5%를 환불해주는 ‘포스트 시즌 보증제’를 만들어서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해줌으로써 티켓 판매율을 11%나 높였다고 한다.
③품질 불안: 소비자들의 불안을 들여다본 서울우유는 ‘제조일자 표시’를 통해 신뢰와 호감을 높였다. 미국의 유기농식품 전문기업 ‘홀푸드’는 정부 기준을 훨씬 웃도는 엄격한 자체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깐깐하게 상품을 관리해 불황과 상관없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벤저민 호텔’은 도시소음 때문에 불면(不眠)을 걱정하는 고객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숙면보증 서비스’를 마련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환불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숙면관리인’이라는 직책을 따로 만들어 서비스에 만전을 기했다.
④질병 그리고 건강 불안: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위협할 때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관련 제품들이 각지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될 만큼 불티나게 팔렸다. 애리조나 대학의 과학자들은 말라리아 감염을 줄이기 위해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모기가 아예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미래를 바꿀 발명으로 손꼽히는 뇌 기억 저장칩은 기억을 저장하고 이식할 수 있는 칩으로, 만약 이 칩이 개발된다면 치매를 비롯한 뇌 관련 질병에 대한 불안이 사라질 것이다. 2012년 일본 히트상품에 들어간 JINS가 개발한 ‘PC안경’은 컴퓨터에서 나오는 청색파장을 차단, 시력손상의 불안을 해소해 히트상품이 되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은 ‘우리는 불안을 먹고, 불안을 낳으며,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끈질긴 불안을 없애기 위해 온갖 작전을 구상하는 기업들의 처절한 노력은 그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단 1%의 불안이라도 베어낼 수 있다면 사생결단(死生決斷)의 각오로 불안 퇴치의 검을 휘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