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철수형의 무은동 산막이 완성단계이고, 산수유도 한창이어서
당초 금요일에 구례를 가려 했다.
헌데 지난 주부터 어머님의 상태가 불안하더니, 목요일에 요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다음주 목요일까지 나오지 말라는 통보가 온다.
동생에게 맡기고 다녀올 수도, 바보 혼자 힘 못 쓰시는 어머니를 맡기고
무정하게 혼자 다녀올 수도 없어 포기한다.
치매이면서도 힘을 내며 고집을 피울 땐 나도 화를 내며 큰소리치기도 했는데
힘 떨어져 물도 잘 못삼키는 어머니를 보니 그저 불쌍하기만 하다.
일산의 막내 부부가 오고 일요일엔 광주의 아이들도 오라고 했다.
토요일에 조성 누님도 반찬과 큰 촌닭 두마리를 가져 오셨다.
요양병원으로 옮기기로 한다.
금요일 축협마트에서 장을 봐 바보와 둘이 술을 많이 마시고 흐린 달빛에
범재등까지 산책을 했다.
토요일에 동생들이 어머니 목욕을 시키고 벌교에 가 안주거리를 사 온다기에
나 혼자 차를 끌고 남열리로 갔다.
2월 보름 무렵 물이 많이 빠져 혹 물웅덩이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해삼을 볼까하고
먼길을 간다.
고무옷에 장화를 신은 나이든 남자가 어디서 왔느냐 한다.
벌교에서 왔다고 하니 외지인은 오면 안된다고 한다. 무시하고 바다로 내려간다.
바람이 차다. 푸른 해초 사이에 붙은 고동을 따며 해삼을 찾는다.
보일리가 없다.
몇 개 따며 손을 바다물에 적시니 시리다.
비닐 바닥에 찰 만큼만 따고 나와 섬주위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앞쪽 구멍난 바위섬을 한바퀴 돈다. 건너오는데 해초와 진흙이 섞인 바위는 미끄럽다.
지난밤 산책 후유증인지 몸살기운이 있는 바보가 얼른 오란다.
동생네가 낚지와 회 등을 사 와 술안주가 풍성한데 나도 지난밤의 음주로
술생각이 없다.
토요일엔 누님이 어머니와 주무시고, 일요일엔 바보가 같이 잔다.
나도 방문을 닫지 않고 잔다.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갈 일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