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버지는 말씀이 자꾸 줄어드신다. 곧잘 멍하니 계시는가 하면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으신지 범처럼 매섭던 그 눈매도 이젠 제법 기운을 잃으셨다.
울 엄마는 힘들고 거칠고 하기싫은 일은 짜증을 내도 아버지가 편하시단다. 힘좋은 아들이 있어도 조심스럽단다. 또, 울 엄마는 당신 늙는 줄은 모르시고 아버지께 자꾸 잔소리를 하신다. "그렇게 나가면 홀애비처럼 보인다." "이발도 좀 자주 하고 젤도 좀 발라서 깨끗하게 댕기라."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향좋은 화장품을 쓰라." "이제 하나를 사도 좀 비싼 옷을 사라."는 둥... 말 안 듣는다고 이제 자식들과 의논해서 사버리신다.
울 아버지는 유행지난 아들 옷을 들고 "아직 멀쩡하네! 영어나 한자도 안 새겨지고"하시며 "다른 사람 눈치 살필 필요 뭐 있노?"시며 입고 나가신다. 울 엄마도 친구가 주더라며 옷을 한 보따리 얻어와서는 "외제 옷이라 비싸게 주고 산 기란다."며 외제 싫어하시는 우리 아버지 앞에서 이 옷 저 옷을 입어보시며 "어떻노?" 자꾸 물어보신다. 울엄마는 울 아버지한테는 참 눈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