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새내기의 파란을 꿈꾸다.

지난해 12월 5일, K리그 이사회를 통해 경상남도 도민구단인 경남FC의 K-리그 참가가 승인되었다. 14번째 프로구단의 K-리그 합류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었다. ‘창단의 열정으로, 승리의 감동으로’라는 문구는 1월 17일 공식 창단식을 열며 힘찬 첫 발을 내디딘 경남FC의 의욕 넘치는 캐치프레이즈였다. 7개월이 지난 지금, ‘경상남도민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K-리그 무대에 뛰어든 신생팀에게도 어느덧 지나 온 발자취를 뒤돌아 볼 수 있는 흔적이 남겨졌다.
박항서 감독, 무(無)에서 유(有)를 준비하다.
지난 해 8월 일찌감치 경남FC의 수장으로 선임된 박항서 감독은 분주하게 시즌 맞이를 준비했다. 팀 훈련에 앞서 코치진을 선정해야 했고 자신의 구상에 맞는 선수들을 일일이 모아야했다. 물론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신생팀을 맡은 덕에 모든 걸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했고 도민구단의 빠듯한 재정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었다. 경험이 풍부하고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의 가치를 높이 사겠다는 기준이었다. 조직력에서 약점이 예상되는 신생팀이니만큼 개성보다는 노련함을 갖춘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판단은 실행으로 옮겨졌다.
2004년도 신인왕 문민귀와의 계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수영입은 시작되었다. 이용발, 김도근, 신병호, 김성재, 신승호 등 K-리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의 잇단 입단소식이 줄을 이었다. 전 소속팀 내의 경쟁에서 한 발짝 뒤쳐졌지만 본디 기량만큼은 녹록치 않은 이들이었다. 산토스, 김진용, 루시아노 등 스타급 플레이어라 불리어도 모자라지 않은 선수들의 영입도 함께 이루어졌다.
선수단 구성을 모두 마쳤을 때, K-리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수는 무려 25명이었다. 면면의 이름이 크게 빛나는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경험이 부족한 신생팀의 약점을 극복하기엔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 밖에도 내셔널리그와 대학팀을 돌며 선수들을 모았고 프로 2군에서 숨겨져 있던 원석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통해 36명의 선수단 구성을 완료했다.
성심껏 선수들을 골라 팀을 만들었으니 이제 훈련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경남FC가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한 시기는 리그 개막을 불과 두 달 앞둔 1월이었다. 남해, 마산 등 연고지를 돌아다니며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고 한 달간의 터키 전지훈련을 통해 전술의 틀을 잡은 것이 전부였다. 예상하고 있던 어려움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힘겨운 첫 발걸음, 희망을 찾아내다.
역시 첫 걸음마를 떼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설레기만 했던 제주유나이티드와의 홈개막전을 0:0 무승부로 마감하며 K-리그 첫 승점을 따냈고 4라운드 대구원정에서는 정경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감격적인 창단 첫 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 6경기에서 2무 4패를 기록하며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기리그에서의 순위는 줄곧 10위권 밖에 머물렀고 ‘풋내기’의 이미지는 벗어내지 못했다. 우려했던 대로 조직력과 경험에서 문제가 있었다.
경기의 내용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기대했던 베테랑들이 그럭저럭 제 역할을 해 주었고 정경호, 강기원, 이정래 등 포커스 밖에 머물러 있던 선수들의 분전도 돋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조직에서 응집력이 떨어졌고 중요한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팽팽한 승부를 펼치다가도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매번 1점차 패배, 혹은 무승부를 반복했다. 신생팀의 한계를 넘어서기엔 여전히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약점과 그 원인을 알고 있었기에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팀을 정비했고 매 경기,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한 실험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다양한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치열한 주전경쟁구도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짧은 호흡의 세대교체도 이루어졌다. 김종경, 김근철, 강민혁 등 주목받지 못했던 인재들이 주전으로 뛰어 올랐고 붙박이 주전이라 예상되던 몇몇 선수들의 이름이 스타팅라인에서 빠졌다. 물론 철저한 실력위주의 옥석 고르기였다.
조금씩, 조금씩 성과는 드러나기 시작했다. 엉성하던 조직력이 조금씩 틀을 잡아나갔고 선수들 개개인도 팀을 위한 자신의 임무를 깨닫기 시작했다. 전기리그 마지막 세 경기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것은 경남FC가 서서히 K-리그 무대에 적응해 나가고 있음을 증명한 작은 성과였다. 전기리그 막바지의 작은 성과는 새로 맞이한 컵대회의 놀라운 환호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놀라웠다.
경남FC의 저력이 드러난 컵대회.
월드컵 휴식기 이전 까지 치른 컵대회 8경기에서 경남은 3승 5패를 기록했다. 전기리그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여전히 힘과 노련미가 부족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재개된 컵대회에서 경남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5경기에서 4승 1무의 파죽지세를 달렸고 최종 3위로 컵대회를 마감했다. 마지막 네 경기에서는 무실점 4연승을 기록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휴식기 동안 가졌던 태백 전지훈련의 효과가 컸다. 완성되지 않은 조직력을 다잡고 시즌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한 박항서 감독의 선택이었다. 아직 서로에게 익숙지 않았던 선수들 간의 연계의식을 더욱 높이는 것에도 목적이 있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리듬을 유지했고 수비조직력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 그와 함께, 빈약했던 공격력을 극복하기 위하여 세트피스연습에도 주력했다. 대표팀 차출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점,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았던 점, 다른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훈련에 투자했다는 점은 성공적으로 전지훈련을 마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들이었다.

놀라운 방어력을 보여준 수비라인에는 신승호, 강기원, 김성재 등 멀티플레이능력을 과시한 미드필더 자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본래 포지션을 떠나 센터백, 사이드백 등 다양한 수비포지션도 원활히 소화했고 상황에 따라 허리진영과 최후방을 오가며 팀의 유연한 전술적 변화를 이끌었다. 김진용, 루시아노 등 공격수들의 활약이 못내 아쉬웠지만 김근철, 김성길의 킥을 이용한 날카로운 세트플레이는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을 뽑아내기에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덧붙여 선수들이 거듭된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은 컵대회 연승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였다.
후기리그, 경남FC의 목표는?
컵대회 막바지, 경남의 약진은 너무나 눈부셨고 이는 후기리그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가지기에도 충분한 수준이었다. 연승을 거듭했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 같은 일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위 포항과의 승점차는 9점이지만 4위 FC서울(16점)은 단 한경기면 따라잡을 수 있는 가시권에 있다. 한층 탄탄해진 수비조직력에 공격진영의 분전이 함께한다면 경남은 충분히 후기리그 돌풍의 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남이 좋은 성적이라는 현상적인 목표에만 목을 맬 필요는 없다. 경남은 이제 갓 리그에 발을 디딘 새내기일 뿐이고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보다 팬들과 그들의 주주에게 ‘경남FC의 존재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신생팀이다. 인상적이고 색깔 있는 플레이, 믿음직한 구단 운영은 후자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성적까지 따라온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금상첨화겠지만 PO진출이나 상위권 도약에 실패했다고 해서 경남FC, 그리고 팀의 팬들이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신생팀 경남에게는 2006년의 모든 순간이 창단 첫 시즌의 소중한 발걸음의 연속이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 위한 땅고르기의 과정이다. 끊임없는 연승행진과 감격적인 플레이오프 진출이 없더라도 경남FC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는 경기를 펼친다면, 쉽게 물러서지 않는 신생팀의 패기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만족스런 첫 시즌을 보냈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다. 그렇게 수년을 거듭하다보면 어느덧 PO에 올라서 있고 우승 트로피를 다투는 경남FC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남, 2006시즌 요약
-1월 17일, 경남 도민 프로축구단 창단
-3월 12일, 제주전, 경남FC K-리그 첫 경기
-3월 15일, 인천전, 김근철 창단 1호골
-3월 26일, 대구전 창단 첫승 (1-0, 정경호)
-5월 10일, 전기리그 13위로 마감
-6월 19일, 하계전지훈련 (강원도 태백)
-7월 29일, 창단 최초 4연승, 컵대회 3위로 마감
-7월 31일, 수원 이상태, 문민귀와 맞트레이드
K-리그 명예기자 안희조
첫댓글 컵대회성적 나름대로 괜찮았어요~ㅎㅎ 후기리그 좋은 결과 기대합니다~
경남은 시민구단이 아니고 도민구단인데요
진용이형 잘함
성길이횽도 잘함
박항서 감독, 무(無)에서 유(有)를 준비하다. FM에서 많이본 멘트 ㅋㅋㅋㅋㅋ
서포터수 안습ㅜㅜ 선수수랑 비슷한듯;;
원정이니깐 그렇죠 그리고 2층에 다르서포터 마니있거든요??
이정래 잘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