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논란에서 알아야 할 것 6가지

[백두대간]

국민연금 논란 왜 불거졌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한 후 '국민연금'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실무기구'(여야가 추천한 교수, 정부, 공무원단체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가 공무원연금 개혁 단일안을 마련하면서 공적연금 강화와 관련해 "국민의 노후빈곤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고 별도 합의를 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실무기구 합의를 존중해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8월말까지 운영한 후, 9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국민연금개혁 관련 양당 회동에 참석해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뉴시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틀에서 공무원연금과 관련없는 국민연금 합의가 이뤄진 것은 정부가 일방적이고 '외눈박이식'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한 것과 관련이 있다.

공무원연금은 퇴직 공무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이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는데 막대한 재정이 소요돼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연금을 무한정 깎을 수는 없다. 즉, '재정건전성'과 '적정 노후소득 보장', 이 양자를 고려해 가면서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공무원들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면, 국가를 위해 봉사한 공무원들의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국가의 역할 또한 필요한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있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면서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액을 대폭 깎는 방안을 내놓고 밀어붙였다. 공무원노조는 "노인빈곤과 자살률이 세계 1위인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한다는 것은 적정 노후소득에 대한 대책없이 재정안정화만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회적합의기구를 구성해 전체 연금 시스템에 대한 적정 소득대체율 논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후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실무기구가 순차적으로 구성돼 공무원연금개혁 단일안 마련, 공적연금기능 강화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 논의 등이 진행됐고, 위 합의안과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됐다.

공무원연금은 가입자가 100만명이고,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는다. 폭발력이 그만큼 더 큰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합의에 부정적이고, 새누리당에서는 "지뢰를 밟았다"는 말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양 당 대표가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에 합의한 건 아니라는 '합의문'에 대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어쨌든 9월 정기국회 때까지 뜨거운 감자가 될 '국민연금' 논의의 뚜껑이 열렸다.

고령화사회, 노후소득보장은 국가적 과제

영하 10도의 한파가 몰아친 겨울철, 한 노인이 수집한 폐지를 끌고 수집소로 가고 있다.ⓒ뉴시스

노인빈곤률 1위, 노인자살률 1위. 저출산 고령화 사회 한국의 그늘을 나타내는 지표다. 평균 기대 수명은 80세 이상인데, 40대 후반~50대 초반이면 퇴직 압박을 받고, 대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것이 아닌 이상 장년층 일자리는 저임금 일자리 투성이다. 일이라도 하면 다행인데 일을 못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소득 상실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노후소득보장 문제는 고령화 사회 한국의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노후 대비는 개인적으로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젊어서 일하는 동안 노후에 대비할 만큼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보험회사, 투자기관의 장기적 상환능력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노후대비에 실패할 수 있는 등의 문제 등으로 대부분의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국가가 개입해 노후소득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우리나라는 공적노후소득보장제도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이 있다. 사적연금으로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이 있다. 노후소득 보장 방안이 공적연금 위주냐, 사적연금 위주냐에 따라 복지국가냐 아니냐를 구분지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공적연금의 틀은 갖추었지만, 아직 제도가 성숙하지 못해 사적연금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기초연금에서 배제된 노인들이 노비 옷을 입고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초연금에서 배제된 빈곤노인, 대통령 도끼상소 기자회견'을 열고 절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하위 70% 노인에게 최고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되지만,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에게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20만원을 빼버리니 아무 혜택이 없다"고 밝혔다.ⓒ뉴시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노인뿐만 아니라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저소득층에게 급여를 제공해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다. 기초연금은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전환해 2014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대해 최대 20만원을 매달 지급하고 있다. 다만, 소득에 관계없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서 후퇴했고, 국민연금과 연계하면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는 기초연금액이 삭감돼 지급되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는 노인들은 중복수급이라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액이 줄어 '줬다 뺐는 기초연금' 논란이 있다.

위 세 가지 공적노후소득보장제도는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회부조, 기초연금은 사회수당이다. 이 두 제도는 국민에게 세금을 걷어 운영하며, 일정한 조건이 되는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다. 반면, 국민연금은 보험의 원리로 운영되는데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사회보험이라고 한다. 기초연금이 조세(세금)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운영한다. 사회보험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이 있고 이 4가지를 4대보험이라고 한다.

공적연금 대표주자, 국민연금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대표적 공적연금이 국민연금이다.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중에 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 일하며 소득이 있는 사람은 내가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직장가입자'로 가입된다. 일종의 강제가입이다. 가게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지역가입자'로 가입된다. 가정 주부 등도 신청하면 가입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임의가입자'로 분류된다.

4월 25일 서울광장에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과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공적연금강화 국민대회를 열고 국민연금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국민연금은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이후 전 국민연금으로 확대됐다. 보험료는 월소득의 9%인데,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노동자가 각각 4.5%씩 부담하고, 지역가입자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한다. 보험료 납부 기간이 10년이 넘으면 만 61세부터 연금을 받는다.(1969년생부터는 65세부터 연금 수령)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재직기간 월평균 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이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은 70%였다. 2007년에는 여야 합의로 60%이던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췄고, 2008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40%로 하기로 법을 개정했다.

국민연금에 40년 가입한 퇴직자의 평균소득이 300만원이었다면, 소득대체율 40%면 연금수령액은 120만원이 된다. 여야가 이번에 합의한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면, 위에 예로 든 퇴직자는 150만원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용돈연금, 민간연금이 더 낫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을 급격히 낮춰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카드4' 부문에서 얘기했듯, 퇴직 전 월평균소득 300만원 가입자가 40년 내내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했을때, 소득대체율 40%면 120만원을 받는다. 조기 퇴직 등 이런저런 이유로 40년을 채우지 못했다면 수령액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소득이 낮아서 보험료를 적게 냈을수록, 가입기간이 짧을 수록 '적정 노후소득 보장'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중산층들은 생명보험회사들의 개인연금보험 등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사적연금(민간보험)에 비해 수수료율 등 관리비용이 낮고, 연금액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오르는 등 잘 설계한다면 사적연금보다 노후소득 보장에 훨씬 유리한 제도다. 또 고소득층의 소득이 저소득층으로 재분배되는 효과가 있어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수익비가 더 높아서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는 더욱 유리하다.

반면, 퇴직연금 가입은 저소득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개인 연금 역시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가입 가능한데, 그마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만기 전 해약하는 사례가 많다. 사적 연금에 의존하는 것 보다 우선 탄탄한 공적연금을 구축하고 그 위에 부족하면 개인연금으로 보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올리려면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절감되는 333조원의 20%를 국민연금 강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비용으로 저소득층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 등을 지원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려면 보험료를 더 걷는 수밖에 없다. 분석하는 주체와 전문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15%~20%까지 올려야 한다고 본다. 대충 현재 내는 보험료 9%의 두 배 가량 올려야 하는 것이다.

젊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서 노후 준비를 충분히 못한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국가가 개입해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정의철 기자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만 올리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적절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이 후세대가 현세대 노인의 부양을 어느 정도 책임지는 구조라고 해도 말이다.

결국 보험료 인상 논의를 할 수밖에 없을텐데, 정부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정부와 새누리당 일각에서 "기본적으로 조세 저항감이 큰 국민이 보험료 추가 부담을 지려하겠냐"면서 벌써부터 되지 않을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데, 그럴 일은 아니다.

젊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 한다고 했는데 소득이 충분치 않아서 노후 준비를 충분히 못한 경우 등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오히려 노인빈곤율 1위, 노인 자살율 1위 나라의 정부라면 좀더 적극적으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체계를 어떻게 구성하고 튼튼하게 할 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