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화요일,
동네 친구들과 오대산
월정사,상원사,적멸보궁 다녀 왔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새벽 6시 출발 했습니다.
안개인지,황사인지,미세먼지인지는 모르지만 산행에는 최적인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디를 간다는 건 큰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운동과 산행을 거의 안 하는 나인데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거쳐 적멸보궁을 간다기에
남편과 가끔 가는 야트막한 산 속 절에 가는줄 알고 아무런 생각없이
따라 간다고 했지요.
사전 검색을 해보고 갔어야했는데 말입니다.ㅋ.
××는 적멸보궁에 대해서도 뭐 별 설명도 없이 그리고 어려움도 없이 간단하게 갔다 왔다고도 했고
걷는 시간도 구릉지 같은 선재길을 2시간 30분 정도를 걸을거라 했기에 까짖거 내가 아무리 운동을 안 했어도 그정도 못 걸으랴 생각했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퐁당이맘, 신났습니다.
진부까지 가서
맛난 산채 비빕밥도 배불리 실컨 먹여줬습니다.
근런데,
문제는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면서
상원사 까지는 차가 쉽게 잘 데려다 줬습니다.
아직까지는 퐁당이맘,
얼마나 고생할지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유명한 상원사와 선재길 걸어 보고 싶어 신났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힘든 내색 하지 말아야지 나도 자존심이 있지를 다짐하면서 말입니다.ㅋ
상원사 입구부터 적멸보궁까지 올라간다고 해서 남들 다 올라가는데 내가 못 올라가랴 쉽게 생각했는데
어머나 세상에나 세상에나 그게 장난이
아닙니다.
이노므 산길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뭔노므 계단이 그리도 많은지 올라도 올라도
계속 계단이 나옵니다.
햐튼 계속 오르막 계단입니다.
미쳤어요 미쳤어.ㅋ
오르막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얼마나 차고 다리가 아픈지 헥헥거리며 열심히 따라 가도 ××와 ××맘 ××맘은 날다람줘처럼 저만치 날이가버리고 나와 ××는 뒤쳐져 쉬다 오르고 쉬다 오르고를 반복했지요.
아이구야!!!
이러다 내다리 다 뽀사지면 어쩌나.
그러면서도 죽을힘을 다해
끝까지 따라 올랐지요.
정말 대자연은 쉽게 품을 내주지 않는다는 걸 또 실감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올라
적멸보궁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게 해주신 부처님과 하나님께 감사함에 진심으로 깊게 깊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산세가 웅장하고 거친것 같으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조밀한 모습입니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아!
이래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구나.
순수한 몸매를 가꾼 듯 살포시 속마음을 드러낸 태백산맥의 웅장함을 살짝 엿봅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지극한 광경에 이 험악하고 험난했던 산행을 이겨냈다는 감동이 배가됩니다.
피어나려고 하는 나무 잎새들 위에 올라와 천하를 내려다 보듯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적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사이 눈에 들어왔던 모든 산세들은 더욱 뚜렷한 자태로 솟아있고,
병풍처럼 둘러진 산은 품을 넓게 벌리고 우리가 지나온 오르막이 하나의 축을 이루며 세상을 든든히 받쳐 주고 있었습니다.
정상을 내려서면서 산세는 아늑하다 싶을정도로 부드러워집니다.
잿빛의 날씨속의 오르막을 걸으며 지나온 계단을 내려다 보니 여러 계단들이 봉긋봉긋 솟아 올라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은 저 계단들을 건너뛰듯 넘으며 예까지 온것입니다.
적멸보궁에 오르자 우리들을 유혹하듯 산세가 알몸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누가 어디를 두고 산자수명 이란 말을 썻던가요.
그 말은 바로 지금 눈앞에 벌어진 풍광을 두고 일컬어야 하는 말이 아니던가.
하늘은 주변산과 모든것을 빨아들일 기세로 짙푸르면서도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산이 높습니다.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기암으로써의 멋과 오묘함, 그리고 조망의 멋은 정상에 비할바가 아닐겁니다.
태백산맥을 품으로 치면
당해 낼 산이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오밀조밀 펼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도도 했습니다.
부처님! 하나님!
힘들게 힘들게 올라왔던 저 길을 무리없이 잘 내려가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ㅎ
부처님과 하나님께 인사를 하고
내려 오는 길에
또
××와 ××맘 ××맘은
휘이익~날아가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뭔 노므 가시나들이 저리도 발이 빠를까?
문디들.
뒤쳐진 난
한계단 한계단 내려 오는데
야생 까마귀 한마리를 만났습니다.
바닥에 조금 떨어져 있는 물을 마시려고 까마귀가 애를 쓰는데 물이 많치가 않으니 제대로 마시지를 못 합니다.
아구 어쩌나 내가 가진 물이 없으니 줄 수도 없고
어쩌나 어쩌나 안타까워만 하고 있었지요.
까마귀가 계단에 앉아 서있는 나를 보고 뭔가 달라는 눈삧으로 뭐라고 뭐라고를 합니다.
나도 까마귀가 앉아 있는 계단에 살짝 앉았습니다.
그랬더니 까마귀가
도망도 안 가고 내옆으로 다가 옵니다.
어머나 세상에
야생 조류가 그럴 수가 있나요?
너무 놀라웠습니다.
가진게 아무것도 없으니 뭘 줄수도 없고 애가 탔 습니다.
까마귀야 까마귀야 미안하다.
언젠가 다시 또 오게되면 그땐 물을 많이 가져와 실컨 마시게 해 줄게.
한참 같이 앉아 있다
나도 이제 가야하기에 언젠가 또 만날걸 기약하며 까마귀와 작별 인사를 하고 내려 오면서
우리가 쉽게 마실수 있는 물 한모금도 저 작은 생명에게 줄 수 없었다는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애잔했습니다.
연민의 정 이랄까?
그만 눈물이...ㅠㅠㅠ
다시 따라 가야하기에
또 헉헉대며 뛰어 내려갔지요.
내려가다 보니 올라갈 때 못 본 오동나무를 봤지요.
어버이 나무 오동나무.
오동나무는,
아비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하지요.
그 딸이 장성해서 시집갈때 베어
장농을 만들고,
부모가 죽으면 베어서
지팡이를 만들어 짚었다 지다.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는 않으셨지만
그런 오동나무를 보니
이세상에 계시지 않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에
그만 또 눈물이 흐릅니다.
다시 정신을 바로 잡고 내려갑니다.
살려면 내려 가야 합니다.
아이고 이노므 길은
왜케 긴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십 오분 만에 상원사 까지 내려오니 모두들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휴~다왔나 보다.
앗!!!
그런데
문디같은 ×× 가시나 하는말,
지금부터 2시가30분을
더 걸어 내려 가야 한답니다.
말은 못 하고 속으로,
뮛이라고???
××야 니 미쳤나???
이러다 나 죽일라카나???
이렇게 힘들게 내려 왔는데 뭐 2시간 이상을
또 걸어 내려 간다고???
거기다 ××가 확인이나 해주듯
또 똑 같은 말을 합니다.
2시간 30분 이상 더 걸어 내려 가야한다고요.
아이고 나 미쳐요.
나미쳐 주거요.
전봇대 만큼 튼튼한 내다리 뽀사져요.
부처님 하나님 나좀 살려주이소.
제발요.
내 다시는 ×× 가시나 안따라 다닐거다.
내가
또 다시 저노므 ×× 따라 가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질끼다.ㅋ
앗!ㅋ
그러고 보니,
이정현 전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가 되면 자기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했는데 탄핵까지 됐는데도 아직도 손가락 장을 안 지진거 같습니다.ㅋ
다시 본론으로.
그래도 암말 않고 따라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며 주변 환경을 보니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예쁜지 나 어릴적 냇가에서 멱 감던 생각이 났습니다.
에메랄드삧의 시청같이 맑은 물들이 바위 틈으로 콸콸 흘러내리는 모습,
예쁜 물들의 향연.
이럴 때,
뭐라고 표현 해야합니까?
무슨 수식어로 표현해야합니까?
내려오며 힘들어 하는 나를 보고 ××맘이
근육 이완제와 소염제를 줘서 받아 먹고 나니 지금은 힘들지 않게 활동 하고 있습니다.
작은 배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런데,
내가 아주 만만하고 우습게 봤던 ××,
뒤따라 가며 보니
어머나 세상에나
힘들다 소리 한마디도 않고 엉덩이를 빼딱빼딱 빼딱빼딱 예쁘게 흔들며 얼마나 잘 걷는지
그 체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뒷 자태도 아주 단단하게 딱 잡힌 모습에 놀라웠지요.
××가 사람 만들어 놨는지
아님,
×× 아빠가 만들어 놨는지 체력이 엄청 좋아졌더라구요.
××맘과 ××는 말 할것도 없고,
김××?
모르겠습니다.
내 수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산행이
힘은 들었지만 힘들었던 상황도 평생 기억에 아록 새겨질겁니다.
먼훗날,
이 얘기 하며 모두들 깔깔거리겠지요.
힘든 산행을 경험하게 해 준 ××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첫댓글 올라갈때 계속된 계단 오르막길 이였으면..
내려올때 무릎 시큰시큰 힘들지 않으셨나요?
근육이완제와 진통소염제가 도움이 되긴 하는데 자주 드시면 간에 안좋대요~
뿌듯하고 보람찬 산행 성공하셨네요!!~
그리 힘든 코스였는지를 알았다면 아마 안 갔을겁니다.ㅋ
어쩜이리
재미나게도 쓰셨는지.
잘 읽었습니다.
감사요~~^^
힘들었던 상황을 그대로 옮겼기에 그리 보셨을겁니다.
재미나게 보셨다니 글을 올린 저도 감사합니다.
월정사 상원자 적멸 ...아주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
월정사는 비온뒤 가면 백미터에서도 그 향기가 나는 곳이어요 ~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걸으시면 다음엔 앞장서서 깃발 드실수 있으실겁니다
후기 숨가쁘게 잘봤습니다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요.ㅋ
그리고 옆에 있는 새우도 덩달아 춤추겠지요?ㅋ
칭찬의 댓글 감사합니다.
끝까지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수고많으셨고 뒷탈이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네 다행히도 다리가 많이는 안 아픕니다.
하지만 째끔은 아파요.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만약에 기회가 돼서 같이 가게되신다면 회차가 되는 덕평 휴계소에 차를 주차해 놓고 제 차로 가시면 됩니다.
성향이 비슷한 울 회원님들과 기회를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진심입니다.
@경진이 ㅋㅋㅋ.
제가 유머스럽게 보이시나요?
노노노 입니다.ㅋ
월정사, 상원사, 선재길, 은
기분좋게 다녔으나
저도 산체질이 아니라서
적멸보궁은 중도에 포기했어요.
좋은곳에 잘 다녀오셨네요.
다음에 또 간다면 저도 아무리 좋아도 적멸보궁까지는 안 갈거 같습니다.ㅋ
퐁당이님 화성향남 같은지역이네요 나이도비슷한듯... 저도월정사둘레길만걸은수준... 언제시간되면 같이걸을수있을까요..
앗 그래요? 반갑습니다 어디세요?
여긴 향남 1지구에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3.25 09:2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3.25 09:5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3.25 09:58
아름다운 추억 만드셨네요.. 그렇게 긴시간을 걸었다니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두 다리 성할때 좋은곳 많이 많이 다니세요..
네 감사합니다.
저는 적명보궁 까지는 안가본것 같아요
계단 많으면 무릎에 무리가오는데~~~
월정사 상원사 길 천천히 걸으며 가을을 만끽했던 기억떠오르네요
추억소환 감사해요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댓글 남깁니다
가끔 와도 될까요?
저는 화성 2동탄에 사는 59년 돼지입니다
제 무릎도 나이보다 앞서가고 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