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은, 주로 동문산 짝궁댕이를 닮은 양쪽 봉우리 사이로 넘어가는 길이였다.
일본인이 세운 묵호 초등학교는 역사가 깊다. 동문산 밑에 창호초등학교가 세워지기 전 까지는 아이들 전부가 묵호초등학교를 다녔다.
학교 가는 길은 아름답고 재미있고 입이 즐거웠다.
동해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산딸기 밤 버섯 버찌 등이 지천이었다.
특히 야생밤 나무는 동문산 곳곳에 있어서 여름이 시작되면 정액 냄새가 나는 하얀 밤꽃이 길다랗게 피었다.
가을에는 떨어진 밤이 워낙 많아서 발에 밟힐 정도였다.
묵호중앙시장에 가면 동문산의 야생밤과 산딸기가 넘쳐났다.
여름에 해가 지면, 반딧불이가 불꽃놀이 하듯 춤을 추었다.
봄이면, 할미꽃은 얼마나 많았던가.
작년 산불이 나기 전까지 동문산에는 반딧불이와 할미꽃이 가득 했다.
정선군에서는 할미꽃을 보호하기 위해 난리를 쳤는데 동문산에는 따뜻한 묘지 부근에 할미꽃이 군락을 이루었다.
가을이면 분홍빛 밤버섯은 왜 그리 많았는지. 송이버섯도 드믄드믄 보였다.
베란다에 앉으면 동문산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산불에 대머리가 되어있다. 탈려면 전부 탈 것이지 한쪽은 나무가 남아 있어 꼴 사납다.
묵호가는 옛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새로 생긴 해맞이길은 동문산 능선을 가로 질러 묵호등대로 향하고 한 갈래는 어달리로 향한다.
해맞이길 시작하는 지점에서 위로 향하는 길이 묵호가는 옛길이다. 그 길은 동문산을 넘어서 창호 초등학교를 지나면 묵호항에서 올라오는 산제골길과 해맞이길과 만나 삼거리를 이룬다.
묵호가는 길 주변은 오징어 덕장들이 텅 비어 있고, 가끔은 러시아 명태를 말리는 모습도 보인다.
러시아 명태를 말려서 ‘먹태’라고 하고, 겨우 오징어 대신에 아쉬워하는 묵호항 사람들을 달래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