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학교(나래중학교) 23-3, 고등학교 진학은 어떻게 할까요?
“아! 선생님. 은이 고등학교 진학은 어떻게 할까요?
나래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계속 다닐 건지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운동재활 수업이 있어 하은 군 하교를 도우러 학교에 들렀다.
이제 막 출발하려는데 담임 선생님이 불현듯 묻는다.
대비하지 못한 질문이지만 어렵지 않다.
대답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으니까.
어떤 상황인지만 묻고 확인한다.
“정식으로 결정하거나 지원하는 건 아니고요. 우선 어떻게 하려는지 정도만 알아보는 겁니다.
때가 되면 다시 안내드리겠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인사하고 차에 오른다.
부탁드린 대로 학교에서 부모님과 상의할 것이다.
그러면 부모님이 연락하시겠지.
그때 의논하고 결정하면 된다.
당장 결정할 것도, 그럴 수도 없다.
‘부모님의 몫’을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다시 안내해 주실 때 은이가 결정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부모님에게 연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버님이나 어머님과 의논하시면 됩니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2018년 11월, 하은 군이 이사하고 집 근처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그때는 의논할 것도, 부딪힐 일도, 동행할 상황도, 결국 감사하고 추억할 일도 많았다.
하은 군이 학교에 다니는 매일이 ‘여느 사람’이라는 자격과 공생이라는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래학교로 진학했다.
편한 일이 많다.
굳이 부딪히거나 이해를 구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학생 개인에게 필요한 상황 외에는 손을 더할 일이 드물다.
그러니 더더욱 ‘부모님의 몫’을 생각할밖에.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지원하는 사회사업가에게 그것 말고는 남는 게 많지 않다.
꼭 붙들어 의미를 찾으려 애써야 한다.
책무라고 생각한다.
1.
몇 마디 이야기가 끝나고 어머니께서 가정 통신문을 작성하셨다.
“이거는 부모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애가 셋이라 세 장을 봐도 모르겠어요.”
“맞아요. 어머니도 모르시는데 제가 뭘 알겠어요. 이런 가정 통신문을 제가 맨날 챙겨 드릴게요. 어머니가 해 주세요.”
“네, 선생님. 시간 되면 제가 가도 되니까 전화 주세요.”
집으로 가는 길, 눈이 더 내린다. 「2019년 11월 19일 화요일, 박현진」 발췌
2.
양해민 군 가방 안에 진로 체험 안내문이 있습니다. 경남특수교육원이 주관하는 진로 체험활동이고, 참여와 불참을 선택하여 학교로 회신해야 합니다. 양해민 군 어머니께 사진을 먼저 보내고 통화했습니다.
“선생님, 해민이도 참여로 표시해서 회신 부탁드려요.”
“네,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7월 15일 목요일, 진로 체험 다녀옵니다. 「2021년 6월 2일 수요일, 박현진」 발췌
3.
이틀 뒤면 양해민 군 개학합니다. 여름방학 동안 틈틈이 부모님 댁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래 머물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개학에 맞춰 준비할 것들이 있는지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기저귀랑 물티슈랑 학교에서 쓰는 물품은 제가 챙겨 보내서 아직 있고요. 마스크랑 다른 물건들은 개학하는 날 보내 주세요.”
“네, 어머니. 그렇게 할게요.”
어머니와 통화를 끝내고 양해민 군과 등교 가방을 챙깁니다. 「2021년 8월 24일 화요일, 박현진」 발췌
4.
출장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우성이 담임 김미란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앞으로 권우성 씨 학교 적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먼저, 권우성 씨 지원에 필요한 부분은 직원이 일정을 살핀 후 학교에 방문하기로 하고, 학교 적응에 요청할 일은 어머니와 상담을 부탁드렸다.
“이번에 실무원 선생님도 바뀌셨나요?”
작년 두 달간 권우성 씨를 지원해 본 경험이 있던 남자 선생님이 맡게 되었다고 했다. 권우성 씨를 맡아 본 경험이 있다니 마음이 놓였다. 마지막으로 권우성 씨 학교생활을 어머니와 자주 소통하시도록 부탁드렸다.
「2023년 2월 28일 화요일, 전종범」 발췌
5.
나래학교에서 많은 가정 통신문이 온다. 간단한 안내문부터 가족의 인적, 개인정보 동의서, 수업 방향을 묻는 가정 통신문…. 전화보다는 어머니와 만나서 작성을 돕고 싶어, 방문 일정을 잡고 가정 통신문을 챙겨 어머니 댁에 찾아뵈었다.
어머니 댁 1층에는 사무실 같은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어머니를 도와 안내문을 하나씩 작성했다. 복용하고 있는 약과 치료 현황은 자료를 보고 정확히 작성하기로 하고 작성을 마쳤다. 어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직원은 내일 나래학교에 권우성 씨 지원 요령을 전달하러 가기로 했다는 소식, 우성 씨의 근황, 다음에는 같이 찾아뵙겠다고 이야기드리고 월평빌라로 돌아왔다.
권우성 씨가 하교한 후 어머니와 함께 가정 통신문을 작성했다는 소식을 전한 뒤 작성된 내용을 읽어드렸다.
“우성 씨, 다음에는 같이 어머니 찾아뵙기로 했어요. 선물도 사서 같이 방문하면 좋겠어요.”
권우성 씨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과 직원을 지지하는 말을 자주 건넨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 말이 권우성 씨 지원하면서 힘이 된다. 「2023년 3월 6일 월요일, 전종범」 발췌
6.
김미란 선생님에게 권우성 씨 수련회 참석을 묻는 전화가 왔다.
“어머니와 상의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후 권우성 씨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우성이는 이번 수련회에 안 갔으면 해요.”
수련회에 참석하면 수중치료를 이틀간 받지 못한다. 권우성 씨에게 좀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결정하신다. 어머니의 결정을 권우성 씨에게도 알려드린다. 「2023년 5월 16일 화요일, 전종범」 발췌
2023년 6월 7일 수요일, 정진호
학교에서 학생 일로 연락할 곳은 학부모죠. 학부모 역할 하도록 지원한 월평 동료들, 고맙습니다. 신아름
‘대비하지 못한 질문이지만 어렵지 않다.’ 분명하네요. 분명하죠. ‘학교에서 부모님과 상의할 것이다. … 은이가 결정하겠지만.’ 고맙습니다. 동료들의 기록을 찾아 살피며 우리 실천을 근거로 삼고 의미를 더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하은, 학교(나래중학교) 23-1, 가정 통신문 작성 철학
하은, 학교(나래중학교) 23-2, 꾸준한 신체 지원
첫댓글 '고등학교 진학은 어떻게 할까요?' 제목을 보고 나라면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아주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비하지 못한 질문이지만 어렵지 않다. 대답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으니까.' 이 한 문장으로 알게 됐어요. 그 고민은 제 몫이 아니라는 걸. 아마 그동안 정진호 선생님이 수없이 말하고 기록한 것을 듣고 읽고 배운 덕이겠죠. 사회사업가의 역할, 사회사업가가 해야 할 일을 또 한번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박효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선생님의 실천을 보며 깨달을 때가 많은걸요. 필요한 순간마다 동료에게 힘이 되는 말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힘이 되는 말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공감을 읽으며 다시 배웁니다. 저마다 바쁜 일상 속에 한 걸음 나아가는 한 주 보내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