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액 지폐인 5만원권 환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가운데 올들어 부산·경남 지역의 환수율이 불과 3%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최저 수준이다. 환수율이 3%라는 것은 이 기간 동안 부산·경남 지역에 5만원권 100장이 풀렸는데, 같은 기간 한은으로 돌아온 것은 달랑 3장뿐이라는 뜻이다.
부산·경남이 환수율 최저, 대구·경북과 경기도 한 자릿수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올해 1∼8월 화폐수급 업무를 담당하는 한은의 7개 지역본부별 5만원권 환수율 자료를 22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산·경남 지역에 이어 대구·경북(5.6%)이 두 번째로 낮았고 경기(6.3%), 광주·전라(16.2%), 대전·충청(20.0%), 서울·강원지역(34.8%)의 순이었다. 관광객들의 소비가 활발한 제주지역 환수율은 무려 333.1%에 달해 가장 높았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해에도 각각 23.9%와 25.4%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지폐에 꼬리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환수율이 낮은 정확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은 발권국의 입장이다. 다만, 부산·경남의 5만원권 환수율이 낮은 이유가 이 지역에서 돈을 벌어서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은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조사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신용카드 지출 내역을 보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지출 비중이 15.4%에 달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관광지라 소비가 많은 제주도의 환수율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편인 것도 이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도 구미·포항 등의 산업단지에서 5만원권 수요가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환수율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만원권 환수율,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된 2013년부터 급락
지하 경제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해야 하는 현금거래의 기준이 낮아지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확대(연간 4000만원→2000만원)되면서 현금 보유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나 유흥업종 등에서 금융거래 내역이 노출되지 않도록 현금 거래와 보유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 해인 2009년 7.3%,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높아지다가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다. 올들어 8월까지도 22.7%에 그쳐 올해도 4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영향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한은은 밝혔다. 같은 기간에 1만원권 환수율은 100.8%를 기록했고, 5000원권은 74.2%, 1000원권은 80.3%였다. 유독 최고액권인 5만원권만 환수율이 뚝 떨어진다.
조선족 등 중국인 경제권도 5만원권 실종 사태에 한 몫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5만원권 환수율이 떨어지는데 한 몫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 1~5월 전국 587개 영업점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5만원권 출금 현황을 분석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구로구 구로동, 경기도 안산 지점에서 5만원권을 가장 많이 찾아간 것으로 나타난다. 대림동 지점의 경우 238억원어치의 5만원권이 인출됐고, 구로동 지점은 221억원, 안산지점은 22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영업점당 5만원권 평균 출금액은 45억원이었다.
평균치의 4~5배에 달하는 5만원권이 인출된 이 지점들은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 외국인은 77만여명인데, 시군구별로는 안산과 서울 영등포구·구로구 순으로 밀집해 있다. 중국인 특유의 현금 선호 의식, 일단 중국인들의 경제권에 들어간 5만원권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현상 등이 5만원권 환수율이 낮아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고액권 선호 심리가 작용
한은에서는 5만원권이 환수되지 않는 이유를 ‘최고액권 보유 심리’에서 찾기도 한다. 어느 나라든 최고액권은 재산 보관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지폐 발행잔액 61조1000억원 가운데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한다. 발행 첫 해인 2009년 28%에 그쳤지만, 2010년 46%, 2011년 56%, 2012년 63%로 높아지는 추세다. 5만원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 많은 5만원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 최고액권인 1만원권은 2008년까지는 지폐 발행잔액의 92%를 차지했지만, 급격하게 비중이 낮아져 지난해에는 29%에 그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고액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5만원권과 유사하거나 높은 가치를 가진 지폐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50달러화 이상의 비중이 2008년(연말 기준) 80.8%에서 작년 83.4%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유럽은 50유로화 이상이 89.5%에서 90.4%로, 일본은 5000엔화 이상이 94.7%에서 95.1%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년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세무조사가 늘어난데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아예 5만원권 뭉칫돈을 보관한다는 것이다. 고액 재산가들의 입장에서는 금융 상품에 투자해도 큰 이익은 없고, 재산 내역만 노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만원권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정용 금고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은이 누적 환수율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
조금 다른 얘기지만, 한은은 5만원권 환수율과 관련해서 연간 환수율 개념은 부정확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연간 환수율은 그 해에 발행된 5만원권 금액을 분모, 그 해에 한은으로 돌아온 5만원권 금액을 분자로 삼아 100을 곱해서 퍼센테이지로 표시한다. 그런데 그 해에 한은 창구로 돌아온 5만원권이 그 해에 발행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한은 관계자는 “이혼율이라고 할 때 그 해 결혼한 부부 중에서 이혼한 부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 아니면 전체 부부 중에서 그 해에 이혼한 부부를 따지는 것이 정확하겠느냐. 당연히 후자가 의미가 있는 개념”이라면서 “환수율도 그동안 발행된 총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누적 환수율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은은 연간 환수율이라는 것은 부정확한 개념이고 발행 이후 누적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누적 환수율이 정확하다고 한다. 한은에 따르면 2009년 6월 발행 이후 지난 8월까지 5만원권은 총 85조9095억원이 발행됐고, 한은에 돌아온 것은 38조806억원이다. 누적 환수율이 44.3%다. 그런데 이 수치는 지난 2013년 연간 환수율 48.6%보다 낮고, 2010~2013년 연평균 환수율 52.9%보다 낮다. 그래서 한은은 “연간 환수율이 정확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누적 환수율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시중에서 통용되는 연간 환수율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이 환수율 최저, 대구·경북과 경기도 한 자릿수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올해 1∼8월 화폐수급 업무를 담당하는 한은의 7개 지역본부별 5만원권 환수율 자료를 22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산·경남 지역에 이어 대구·경북(5.6%)이 두 번째로 낮았고 경기(6.3%), 광주·전라(16.2%), 대전·충청(20.0%), 서울·강원지역(34.8%)의 순이었다. 관광객들의 소비가 활발한 제주지역 환수율은 무려 333.1%에 달해 가장 높았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해에도 각각 23.9%와 25.4%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지폐에 꼬리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환수율이 낮은 정확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은 발권국의 입장이다. 다만, 부산·경남의 5만원권 환수율이 낮은 이유가 이 지역에서 돈을 벌어서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은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조사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신용카드 지출 내역을 보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지출 비중이 15.4%에 달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관광지라 소비가 많은 제주도의 환수율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편인 것도 이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도 구미·포항 등의 산업단지에서 5만원권 수요가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환수율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만원권 환수율,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된 2013년부터 급락
지하 경제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해야 하는 현금거래의 기준이 낮아지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확대(연간 4000만원→2000만원)되면서 현금 보유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나 유흥업종 등에서 금융거래 내역이 노출되지 않도록 현금 거래와 보유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 해인 2009년 7.3%,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높아지다가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다. 올들어 8월까지도 22.7%에 그쳐 올해도 4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영향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한은은 밝혔다. 같은 기간에 1만원권 환수율은 100.8%를 기록했고, 5000원권은 74.2%, 1000원권은 80.3%였다. 유독 최고액권인 5만원권만 환수율이 뚝 떨어진다.
조선족 등 중국인 경제권도 5만원권 실종 사태에 한 몫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5만원권 환수율이 떨어지는데 한 몫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 1~5월 전국 587개 영업점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5만원권 출금 현황을 분석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구로구 구로동, 경기도 안산 지점에서 5만원권을 가장 많이 찾아간 것으로 나타난다. 대림동 지점의 경우 238억원어치의 5만원권이 인출됐고, 구로동 지점은 221억원, 안산지점은 22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영업점당 5만원권 평균 출금액은 45억원이었다.
평균치의 4~5배에 달하는 5만원권이 인출된 이 지점들은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 외국인은 77만여명인데, 시군구별로는 안산과 서울 영등포구·구로구 순으로 밀집해 있다. 중국인 특유의 현금 선호 의식, 일단 중국인들의 경제권에 들어간 5만원권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현상 등이 5만원권 환수율이 낮아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고액권 선호 심리가 작용
한은에서는 5만원권이 환수되지 않는 이유를 ‘최고액권 보유 심리’에서 찾기도 한다. 어느 나라든 최고액권은 재산 보관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지폐 발행잔액 61조1000억원 가운데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한다. 발행 첫 해인 2009년 28%에 그쳤지만, 2010년 46%, 2011년 56%, 2012년 63%로 높아지는 추세다. 5만원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 많은 5만원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 최고액권인 1만원권은 2008년까지는 지폐 발행잔액의 92%를 차지했지만, 급격하게 비중이 낮아져 지난해에는 29%에 그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고액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5만원권과 유사하거나 높은 가치를 가진 지폐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50달러화 이상의 비중이 2008년(연말 기준) 80.8%에서 작년 83.4%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유럽은 50유로화 이상이 89.5%에서 90.4%로, 일본은 5000엔화 이상이 94.7%에서 95.1%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년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세무조사가 늘어난데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아예 5만원권 뭉칫돈을 보관한다는 것이다. 고액 재산가들의 입장에서는 금융 상품에 투자해도 큰 이익은 없고, 재산 내역만 노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만원권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정용 금고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은이 누적 환수율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
조금 다른 얘기지만, 한은은 5만원권 환수율과 관련해서 연간 환수율 개념은 부정확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연간 환수율은 그 해에 발행된 5만원권 금액을 분모, 그 해에 한은으로 돌아온 5만원권 금액을 분자로 삼아 100을 곱해서 퍼센테이지로 표시한다. 그런데 그 해에 한은 창구로 돌아온 5만원권이 그 해에 발행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한은 관계자는 “이혼율이라고 할 때 그 해 결혼한 부부 중에서 이혼한 부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 아니면 전체 부부 중에서 그 해에 이혼한 부부를 따지는 것이 정확하겠느냐. 당연히 후자가 의미가 있는 개념”이라면서 “환수율도 그동안 발행된 총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누적 환수율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은은 연간 환수율이라는 것은 부정확한 개념이고 발행 이후 누적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누적 환수율이 정확하다고 한다. 한은에 따르면 2009년 6월 발행 이후 지난 8월까지 5만원권은 총 85조9095억원이 발행됐고, 한은에 돌아온 것은 38조806억원이다. 누적 환수율이 44.3%다. 그런데 이 수치는 지난 2013년 연간 환수율 48.6%보다 낮고, 2010~2013년 연평균 환수율 52.9%보다 낮다. 그래서 한은은 “연간 환수율이 정확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누적 환수율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시중에서 통용되는 연간 환수율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