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23-13, 시나브로
시나브로: 「부사」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안녕하십니까? 정 선생님. 요즘 날씨가 많이 더워졌죠.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십시오!
휠체어 바퀴가 터져 놀라셨겠군요. 그래도 빨리 수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네요.
하은이 요즘 몸은 괜찮은지요? 사진 보니 밝긴 하네요.
올해 더운 여름도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어머니
하은 군이 외출할 때 사용하는 휴대용 휠체어 바퀴를 교체했다.
어째 굴러갈 때마다 꿀렁꿀렁하는 것 같더니 터지고 말았다.
수리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사이 찍었던 일상 사진을 몇 장 보냈는데,
어머니가 사진과 메시지를 보고 답장했다.
전송한 것 가운데 복지관에서 김미숙 선생님과 운동하며 찍은 사진이 여러 장 들어있다.
이야기를 덧붙여 어머니에게 다시 답장한다.
‘은이 복지관에서 김미숙 선생님과 운동 후반부에 공에 엎드리는 것 연습합니다.
다리로 무게를 지탱한 경험이 없다 보니 처음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갈수록 자세를 만들어 주면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무릎이 바닥에 밀착해서 붙는 것 같고요.
왼손은 손바닥과 손등을 돌려 가면서 바닥에 짚고,
아주 가끔이지만 오른손도 바닥에 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도 연습하면서 바닥에 닿는 걸 유도한다고 하네요.’
1.
“어머니, 저의 최종 목표는 해민이가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재활이 장거리 마라톤과 같아서 꾸준히 해야 하고요. 지금처럼 어머니께서 관심 가져 주시면 제가 힘이 납니다. 재활이라는 것이 치료사의 기술과 진심, 성의가 50대 50이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이지만 이렇게 하니 좋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김미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2020년 12월 3일 목요일, 박현진」 발췌
2.
여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원래 수업 마치는 시간이 다 되었다. 하나하나 일부러 더 세심하게 살폈기 때문일 테다. 옷을 추스르고 신발을 신는 은이를 배웅하며 선생님이 말한다.
“조금씩, 조금씩 하면 됩니다. 재활은 마라톤 아닙니까! 단거리 달리기 아니고. 비록 A 영역이지만 운동 조절 능력, 오른쪽 상지 컨트롤 능력이 조금 높아졌습니다. 은이 잘했어. 수고했다. 잘 가!”
자세한 결과는 정리해서 다시 안내받기로 한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운동재활실 들어갈 때만큼 나올 때도 마음이 가볍다. 홀가분하다고 느낀다. 뒷좌석을 봤더니 이쪽을 보던 은이가 고개를 젖히며 씩 웃는다. 「2022년 5월 13일 금요일, 정진호」 발췌
재활은 마라톤과 같다고 했던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고, 매일 똑같아 보이는 반복 속에
아직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변화가 꿈틀대고 있음을 안다.
경험으로 깨달아 알게 되었다.
재활 과업을 지원하는 사회사업가에게 이 믿음이 큰 힘이고 믿을 만한 디딤돌이다.
3.
샤워 후 물리치료실에서 쉬고 스탠딩 준비를 했다. 준비하는 중에 물리치료실에서부터 선생님 두 분이 부축하여 걸어 나온다. 어, 너무 먼 거리인데 잘 걸을 수 있을까?
“여진 씨 평소보다 두 배 거리인데 열심히 걸어 봐요.”
전담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하나둘, 하나둘. 역시 무리였나? 평소 거리만큼 걷더니 짜증을 내고 주저앉아 버린다. 거실 한가운데 드러누웠다. 잠시 쉬고 다시 시작.
“여진 씨 일어나요”
엎드려 일어나 앉는다. 양쪽에서 부축하여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
“영차, 영차.”
남은 거리도 열심히 잘 걸었다. 걷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가는 게 올해 목표인데 한꺼번에 너무 늘렸다. 조금씩 늘려 가다 보면 오늘 걸은 거리도 한 번에 잘 걷겠지. 「2022년 4월 8일 금요일, 도은주」 발췌
4.
여진 씨 밴드에 올라온 사진이다. 앉아서 간식을 먹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조금씩 스스로 하는 일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2022년 10월 19일 수요일, 도은주」 발췌
5.
월평빌라 동료에게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기다리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 사랑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 할 수 있는 거기까지 할 수 있게 함이 ‘사람다움’을 지키고 살리는 겁니다.
『월평빌라 이야기 2』 178쪽, ‘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 발췌
2023년 6월 16일 금요일, 정진호
느린 변화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감사합니다. 신아름
시나브로…, 날마다 호흡을 주시고 일어날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은 군의 뼈와 근육에 시나브로 힘을 더하시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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