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후곡에서 잡초를 베고 돌아와 내 직장의 3층 공부방에서 함께 휴식하면서 우연히 단식이나 한번 해볼까 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도 참 좋은 생각이라고 거든다.
2005.7.11, 월, 비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다가 단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다. 공부 능률도 잘 오르지 않고, 또 공부한다고 혼자 떨어져 생활하는 지금이 단식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평소에 늘 욕심이 났던 2주 단식에 대한 생각이 들다.
7월 20일 경부터 시작하여 8월 초까지 2주 단식을 해보고 싶다.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중간에 위기가 오면 중단하면 되는 것이지 하는 무던한 마음으로 시작해보고 싶다. 더 나이 들면 단식이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또 직장생활, 가정생활, 후곡리 생활 등으로 일상에 매몰되면 더욱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서 결심을 해본 것이다. 책을 읽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동기임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 주는 단식 예비기간으로 작정하고 체력회복, 감식에 들어가야겠다. 우선 오늘부터 수요일까지는 정상적으로 먹어야겠다. 2주를 버티기 위해 골고루 영양식을 취해놓고 싶어서다. 다음과 같이 계획을 세워본다.
단식을 결심한 오늘 아침 식사부터 음식이 꼭꼭 씹어진다. 그동안 두 번의 5일 단식에서 경험했던 음식의 맛에 대한 소중함을 익히 알고 있는 바, 2주 동안 이런 음식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음식이 소중해지기 시작한다. 기도하는 마음, 여유 있는 마음,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단식을 결심하고 나니 당장 아침 식사부터 훨씬 의미가 깊어진다. 한 숟가락의 밥이 더 맛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한 숟가락의 밥이 얼마나 먹고 싶을 것인가를 생각하니 예전보다 꼭꼭 씹어지고 오래 음미해진다. 사실 2주의 단식에 대한 두려움도 생긴다. 지금 내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단식을 해서 리듬이 깨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2005.7.12, 화, 흐림
계획대로라면 내일까지 보양식 기간이다. 잘먹고 체력을 기른 후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2주 단식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간식도 많이 했다. 도마토, 베지밀, 케이크 등 계속 먹고 싶어진다. 그렇게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앞으로 길고 긴 단식기간이 두려운 마음에서 그런가? 자꾸 먹을 것이 생각난다. 오후에는 찰밥을 간식으로 먹었다. 저녁 때가 되자 뱃속이 거북하다. 요가 아사나를 하려는데 아직 소화가 다 안되어 한 시간을 더 기다렸다가 운동을 마쳤다. 배도 고프지 않는데 저녁을 먹었다. 내일이 지나면 감식에 들어간다. 많이 먹어둬야지...... 저녁 잠자리에 드는데 감식도 하기 전에 또 단식에 대한 자신감이 슬며시 사라지려 한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지금처럼 2주 단식에 들어가기 좋은 조건은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이, 생활 환경 등 지금이 최적기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굳힌다. 내 나이 51세, 혼자 생활하는 이 기간이 아마 내 인생에서 단식의 경험을 위한 가장 좋은 기회라는 욕심이 동한 것이다. 그래 해보자. 2주 단식을 마치고 나면 이런 나의 욕심도 조절이 되겠지......
2005.7.13, 수, 비
내일부터의 감식을 위해서 오늘은 군것질을 좀 줄여야지 ...... 그리고 아내에게 관장기를 좀 구해다 달라고 해야지......
2005.7.17, 일, 흐림
어제 오늘에는 지난 겨울 심어놓은 녹차밭에 마구 자라버린 잡초를 베었다. 이제 막 싹이 나서 자라기 시작한 녹차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예초 작업을 해야 했다. 이틀간의 풀베기 작업은 여간 힘들었다. 작업을 마치고 보니 단식을 연기해야 할 정도로 충분히 보람이 넘치는 작업이었다. 이제 베어놓은 저 풀들이 말라버리면 그 위로 녹차들이 힘차게 솟아오르겠지. 이제는 단식을 가로막는 일이 없어졌으니 일 주일 연기된 단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
덥다. 다행히 낮에는 사무실에 에어컨이 작동되지만, 퇴근 시간이 되면 끊긴다. 튀김 통닭이 먹고 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저녁에 치킨 통닭을 사들고 찾아왔다. 둘째랑 함께. 다리는 큰 아이가 먹고 싶어 하길래 나누어 주고 왔다고 셋이서 먹기에 적겠다고 했다. 서너 점 먹고 나니 더 먹고 싶지가 않다. 맥주 한 모금, 치킨 통닭 안주, 앞으로 단식 동안 내내 날 유혹할 이 음식의 냄새를 음미하면서 우리 셋은 나의 단식 시도를 함께 축하 하였다. 葯助?내일부터 감식이다. 아내와 둘째가 돌아가고 나서 혼자 남은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2005.7.21, 목, 맑음
아침부터 감식이다. 양을 1/2로 줄여야지. 밥통의 밥이 좀 많다. 에라, 앞으로 2주간을 못먹을 텐데 이 정도는 다 먹어치우고 점심부터 본격적으로 감식하자.
단식하다가 힘이 없어도 밖으로부터 힘을 섭취할 수 없으니 스스로 힘을 내는 수밖에 없을 터이니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다 먹어두자. 후후...., 물론 공기와 물을 통해서는 맘껏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을 통해 신청해 놓은 <단식>,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암까지도 극복한 단식과 자연식의 위력> 등의 단식에 대한 책들이 기다려진다.
점심과 저녁은 식사량을 평소의 반 정도로 줄였다. 평소에 잇몸이 좋지 않아 스켈링을 하고 단식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광주까지 나갈 형편이 여의치 않아 치과에 가는 일을 포기하고 그냥 단식에 돌입하기로 한다.
2005.7.22, 금, 맑음, 무더위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데 창틈으로 약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제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기운이다. 약간의 미묘한 차이이다. 나는 벌써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가보다.
감식 2일 째, 밥의 양을 1/3로 줄였다. 배고픈 줄 모르겠다.
그동안 2주 동안의 독서 계획을 마무리 하고 오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낮잠도 잤다. 그러나 오전 오후 두 차례의 아사나는 빠뜨리지 않았다. 전에 경험했던 일주일 단식, 혹은 3일 단식의 힘들었던 경험들이 자꾸 떠올라 아직 본격적인 단식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심리적으로 나를 힘들게 한다.
이럴 때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단식을 할 사람이 있다면 참 도움이 될 듯싶다. 그런데 난 혼자다. 아무에게도 신경쓰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이 때가 단식하기에 가장 좋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혼자라는 것이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다. 아내가 자주 방문해주었으면 좋겠다.
여름 단식 일기, 감식 3일 째, 2005.7.23, 토, 무더위
새벽 4시에 잠을 깨다. 오늘은 죽과 과일로 간단히 식사를 하는 감식 마지막 날이다. 어둠 속에 일어나 앉아 호흡과 기도를 마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예전의 경험으로 보면 단식 3일 째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오늘과 내일은 아내와 함께 후곡리를 다녀와야겠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두어 가지 의문점과 또 단식 중에 관심을 둬야할 사항이 있다.
관장은 단식이 끝날 때까지 매일 해야 하는가?
물은 많이 마셔도 좋은가?
그리고 교대호흡을 할 때 왼쪽 코의 심한 막힘 현상
왼쪽 머리의 둔중한 느낌
컴퓨터 작업을 하다보면 뻣뻣해지는 목의 느낌
왼 어깨, 왼쪽 골반, 왼 다리로 이어지는 저림, 혹은 마비 현상
가끔 긴장되면 왼 옆구리 쪽으로 굳어오는 듯한 호흡 곤란
이런 육체적으로 나타나는 갱년기의 내 현상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단식을 진행하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단식에 관한 책들이 어서 도착했으면 좋겠다. 관장, 물 마시는 것 등에 관한 지식을 얻고 싶어서다. 내일부터 하루 일과를 짜본다.
이런 순으로 체력을 아껴가면서 약 40분간 무리하지 않고 진행했다. 목표가 있으니 체력을 아껴가면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단식 기간 동안 나의 오전 아사나, 소중한 나의 점심 메뉴이다.
아내가 찾아와 내 거처의 여기저기를 청소해주고 단식을 위한 단도리를 도와준다. 고맙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먹을 생각을 않는다. 내가 김치를 넣어 라면을 끓여 주니 맛있게 먹어치운다. 나는 옆에서 그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대리만족했다. 라면 먹은 냄비도 내가 닦았다. 자꾸 움직이는 것이 좋다. 시간도 잘 가고.
청소를 마치고 내가 끓여 준 라면을 맛있게 먹어치운 아내가 시원한 곳에 자릴 잡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어가더니 내게 무심코 읽어주는 구절이 두 끼를 먹지 않아서인지 꾀 신선하게 들려온다. 사랑은 수동적이 아니고 능동적인 것이란다. 그러므로 사랑은 주는 것이란다. 주는 것은 능동적이라는 이야기다.내가 맞장구를 쳤다.
“아하! 정말 그럴 듯 하네. 당신과 살아오면서 ‘여보, 밥!’만 줄곧 외쳐댔던 나의 행동은 그러니까 사랑이 아니었네!”
“그렇지요!”
“아하! 그렇구나! 내가 당신을 정말 사랑했다면 당신이 밥을 차려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굶었어야 했는데.....”
내가 킬킬거리며 웃자 아내가 또 응대한다.
“굶을 필요까지는 없었겠지요. 스스로 챙겨 먹으면 되는 것이니까!”
“아하! 그렇구나!”
배가 고프니까 모든 것이 잘 이해가 된다. 이제 겨우 두끼 굶었는데 단식의 위력이 나타나는가 보다. 단식이 아니었다면 비범한 내 말재주, 혹은 기발한 궤변으로 아내를 이기고 말았을 텐데.
아내가 돌아가고 나는 저녁 밥 대신 아사나를 먹었다.
기지개 켜기
상체비틀기
하체비틀기
강화체위 서 너 가지
어깨로 서기
물고기 체위(그러고 보니 이것을 빼먹었네)
누워 목운동
히프 차기
코브라
메뚜기 체위
활체위 준비 운동
활체위
뒤집어 정리 운동
모관운동
물구나무 서기
40분간의 아사나를 마치고 나니 밥을 먹고 난 후와는 또 다른 기운이 난다. 쪼그리고 앉아 이 글을 쓰는 순간 발바닥이 저린다. 이제 겨우 세끼 굶었는데. 단식을 하는 동안 줄곧 오전 오후로 오늘 했던 아사나를 반복할 것이다. 보통 요가원에서 한 시간 프로그램을 나는 반으로 나누어 하루에 두 번 하는 셈이다. 앞날을 생각해서 강화체위 등은 그 양을 줄였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다. XX 마라톤 식으로 2, 3일 단식하고 지쳐버리면 곤란할 테니까!
내일은 좀 시원해지겠지. 비가 온다니까. 내일이 기다려진다.
** 여름 단식일기 2일 째, 2005.7.25, 월, 무더위
새벽 3:33 눈이 떠진다. 어둠 속에 일어나 앉아 호흡과 기도를 하다가 다시 잠들었다.
어제 저녁 잠이 오지 않아 누워서 대나무를 통째로 자른 토막위에 발목 뒷 정강이 내려치기를 하였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일본사람이 고안했다는 이 발목운동이 참 좋은 것 같다.
6:30분 상쾌한 기상, 가벼운 산책 후 미지근한 물로 샤워, 오늘은 가능한 한 몸을 눕히지 말아야겠다. 저녁 단잠을 위하여.
읍내에 나가 마그밀을 사왔다. 눕지 않으려고 했는데 힘이 없어 누워진다. 11:30분 점심 아사나, 힘들지만 맛있었다. 단식은 칼을 대지 않는 대수술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오늘이 지나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예전에도 3일이 고비였으니까.
오후에는 독서 능률도 오르지 않고 실실 잠만 온다. 저녁 아사나를 마치고 관장을 하려고 주전자에 물을 넣고 소금을 탄 후 끓어오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라면을 한쪽만 넣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오전 9:30부터 오후 5:00까지는 냉방이 가동되어 한결 단식하기에 좋았다. 산책하는 시간과 아사나 시간을 빼고는 줄곧 누워 딩굴며 책을 보았다. 오늘 하루는 견딜 만 했다. 점심시간에 오늘이 복날이라고 염소탕 먹으러 가자고 찾아온 에피소드만 빼고는 다 좋았다.
저녁 9:00 관장을 하고 나니 너무 상쾌한 기분이다. 끓인 물에 소금을 티스푼으로 하나 넣고 마그밀 5알 녹여 주입했다. 양은 스텐 우동그릇으로 하나이다. 주입하고 나서 왼쪽으로 15분, 오른 쪽으로 15분 누워있다가 일을 치렀다.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이틀이 지났다.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으로 잠자리에 든다. 단식에 관한 책은 왜 아직도 배달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기다려지는데.
*** 단식 3일 째, 2005.7.26, 화, 무더위
06:00 기상, 힘이 없어 카파라바티, 교대호흡도 하기 싫다. 약수터에 가서 생수를 길어왔다. 정수기 물보다 더 맛있을 것 같아서다. 이제 겨우 사흘째인데 오르막길이 힘에 부친다. 힘을 내자. 똑바로 걷자. 오늘을 넘기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역시 약수터의 물이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
11:00 점심아사나, 천천히 진행했다. 그리고 누워서 책을 보다 잠들다.
16:00 저녁 아사나, 아사나 끝나고 관장.
주말을 이용하여 어디 바람이나 쐬고 올까? 그러면 시간이 빨리 흘러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전 오후 아사나를 빼먹고 싶지 않은데.... 좀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독서에의 강박관념도 버리기로 한다. 맘 편히 단식에만 전념하기로 맘먹다. 이제 좀 위장이 잠잠해진 것 같다. 물만 들어가는 일에 점점 적응해가는 내 위장이 참 고맙다. 예전에 단식할 때는 신물이 넘어와 고생했는데 이번 단식에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두 번의 짧은 단식이었지만 위장이 많이 좋아졌나 보다. 물론 그동안 꾸준히 수련해온 아사나 덕분이기도 하리라.
오늘부터는 이 육체가 조금은 평온해질까? 왜 마그밀을 매일 먹어야하는 지 모르지만 이 선생님의 권유로 그냥 먹어두기로 한다. 가끔 뱃속이 꾸르륵거린다. 아마 마그밀 때문인가 보다. 아내가 오늘은 일과 후에 시간이 있다하기에 큰 아이와 함께 오라고 했다. 화순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사람이 그립다.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다.
10:30 오전 아사나, 천천히 아주 천천히
16:00 오후 아사나, 관장
또 마음이 좀 약해지려고 한다. 아내가 찾아와 같이 이야기도 하고 격려도 받으니 한결 낫다. 아사나를 하는 시간 말고는 눕는 시간이 많아져 버린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내 몸속의 지방을 소모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근육 속의 아까운 단백질이 소모되어 단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했는데, 그래 힘을 내자. 눕는 시간을 줄이고 독서도 앉아서 하자. 눕지 말자. 내일은 정말 몸을 눕히지 말아야지. 내일은 체중을 한 번 재봐야지. 아마 4일이 지났으니 예전의 경험으로 보아 4Kg은 빠졌겠지.
또 김치를 넣어 라면을 끓여달라는 아내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어 인근의 골짜기에 있는 송어 양식장을 찾았다. 언젠가 둘이서 모후산을 등반하고 내려와 들렀던 골짜기 외딴집이었다. 붉은 송어 사시미, 고사리나물, 무나물 된장무침, 배추김치, 열무김치, 그리고 맥주 한 잔, 하얀 쌀밥 모두가 눈에 선하다. 나중에 나왔던 송어 뼈를 끓인 그 국물도 잊을 수 없다. 나는 마주 앉아서 아내에게 그 모두를 다 먹도록 부추겼다. 대리만족이다. 난 냉수로 잔을 부딪쳤다. 단식의 성공을 위하여 우리는 유쾌하게 건배하였다. 비록 그림의 떡이었지만 행복한 저녁이다. 부부는 일심동체이므로 아내의 배부름이 곧 나의 것이 아닌가!
***** 단식 5일 째, 2005.7.28, 목, 비
06:30 기상
07:00 녹차밭 풀베기
07:30 샤워
몸을 눕히지 않으려고 08:00부터 10:30까지 아사나를 하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동작을 하면서 내 몸의 통증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사나를 끝내고 구내식당에 내려가 음식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몸무게를 재어보니 66.7Kg 그러니까 단식 5일 째인데 5.3Kg이 빠진 셈이다. 여름이라 평균 보다 좀 더 빠진 것 같다. 아무튼 이정도 체중 감량은 정상치로 봐도 될 듯하다. 오후에도 어떻게 든 몸을 눕히지 말아야지.
14:00 오후 아사나, 관장
이제 내일부터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이다. 겪어보지 않은 세계, 러시아에선 1억달러를 받는 달나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나는 심지어 먹지도 않는 멋진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내일부터 겪게 될 미지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까 두렵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한다.
3일간 여행을 가려고 한다. 배낭에 관장도구와 마그밀, 소금을 챙기고, 독서거리도 잊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하면 시간이 훨씬 더 잘 흐를 것 같아서다. 일요일까진 단식일기를 빼먹게 될 것 같다.
****** 단식 6일 째, 2005. 7. 29, 금, 무더위, 소나기
치과에 가면서 시내버스를 탔다. 성장을 한 여인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체취가 음식냄사와 함께 너무 강해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보다. 오후엔 보식에 대비하여 녹즙기를 샀다. 아내가 운전은 하고.
오후에 아사나를 하면서 왼 옆구리 늘이기를 하다가 현기증이 일어 두번을 앞으로 고꾸라졌다. 세번 째는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해보았다. 넘어지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14:00 아사나(하프 코스)
18:00 관장
22:00 취침
******* 단식 7일 째, 2005. 7. 30, 토, 무더위
아무래도 여행은 무리일 것 같아 내고향 후곡리로 내려간다. 고향집에 내려오니 맘이 편하다. 온돌에 불을 때고 뒹글었다.
나는 굶어가며 부지런히 아내를 구완했다. 새로 구입한 녹즙기를 시험해보기 위해, 케일, 감자, 민들레 등을 갈아 보았다.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아내는 신이 났다. 마시고 바르고 또 마신다.
박석 교수의 명상체험여행기를 여기저기 들쳐본다. 전에 한번 읽은 책인데 그는 30대 때 49일간의 단식을 감행한 사람이다. 그러나 단식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목은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15:00 아사나(하프 코스)
17:00 하우스의 가지, 케일밭 손질
20:00 관장
22:00 취침
******** 단식 8일 째, 2005. 7. 31, 일, 무더위, 소나기
06:00 기상
06:30 고추밭 손질, 하우스 고구마밭 물주기
08:00 휴식
13:00 아사나(하프 코스)
17:00 하우스 채소밭 손질
21:00 관장
22:00 취침
********* 단식 9일 째, 2005. 8.1, 월, 비
05:00 폭우 내리다.
09:00 기상, 카파라바티, 교대호흡
09:30 하우스 채마밭 풀베기, 하우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나는 하염없이 풀을 베었다.
11:00 휴식, 마그밀 5알 복용, 혀끝으로 소금 맛을 보다. 그야말로 꿀맛이다.
13:00 아사나(하프 코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진행했다.
16:00 채마밭 풀베기
18:00 관장
********** 단식 10일 째, 2005. 8. 2, 화, 비
04:00 왼손과 머리 왼쪽 정수리에 마비(쥐)가 오는 것 같아 잠에서 깨다. 호흡과 사선비틀기 준비운동을 계속했더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08:00 마그밀 3알 복용
09:00 채소밭 잡초 베기
12:00 아사나(하프 코스)
16:00 채마밭 풀베기, 배가 고파서일까! 향긋한 풀냄새가 너무 좋다. 생명의 냄새, 농약도 비료도 하지 않은 내 채마밭, 생명의 보고이다. 땅개비가 도망도 가지 않고 풀베는 옆에서 나와 함께 있어줘 고맙다.
*********** 단식 11일 째, 2005. 8. 3. 수, 소나기
04:30 기상, 카파라바티, 교대호흡, 기도
07:00 채마밭 풀베기
09:00 휴식
10:00 채소밭 물주기
12:00 휴식
14:00 아사나(하프 코스)
21:00 관장, 숙변 두개(콩알 크기)
************ 단식 12일 째, 2005.8.4. 목, 맑음(THE END)
04:00 기상, 아내 김치 버무리는 것 돕다.
05:30 광주행, 단식에 관한 책 두 권이 이제야 도착하다.
07:00 이발소에서 면도하고 폼을 잡다. 사진 찍을 일이 있어서다. 단골 이발사가 나를 잘 못알아본다. 단식 이야길 했더니 축하한다고 이발비도 받지 않는다. 연신 대단하다고 감탄하면서 존경한다고 말한다. 고맙다.
이제 단식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토요일 저녁에 2주 단식을 마무리 하고 일요일 아침부터 보식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번 단식은 1차 목표가 1주일, 2차 목표가 10일, 3차 목표는 2주, 그리고 최종 목표는 15일, 즉 보름 단식이었다. 무사히 3차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이제 밥과 반찬을 합해서 한 공기 분량의 소식, 육식을 줄이고, 하루에 두끼 정도의 식사, 그리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는 습관을 평생 이어갈 수 있도록 보식 기간을 통해 습관을 만들고 싶다. 이번 단식의 지혜가 나에게 그런 길을 안내해주리라 확신한다.
무사히 보식이 끝나면 좋은 단식 체험기를 써서 올릴 기회가 있기를 빈다. 그동안 일기를 읽고 힘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의 신께도 감사를 드린다. 요가의 힘, 아사나 수련의 힘이 나를 2주 단식으로 안내해 무사히 마무리하게 해준 것 같다. 여러분 모두 나마스떼.(다음 까페 '마음의 고향, 후곡')
@@@ 작년 그러니까 2005.8월에 감행했던 2주 단식일기를 여기 정리하여 올려봅니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첫댓글 글 잘읽었습니다. ~ ^^
호................대단하십니다...............의욕과 열정이 상당하시군요.........나름 아쉬운점도 있지만서리... 잘보고 갑니다.......건강하세요^^
제 스스로 아쉬웠던 점, 치과에 갔던 일, 그리고 책을 읽기 위한 목적 혹은 강박관념을 가지고 단식을 했다는 점 등이 생각납니다. ................
감동으로 ... 잘 읽었습니다. ~~~~~ 대단한... 축하합니다. `건강 ! ! !
대단 하십니다.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잘 읽었어요 . 늘 ~건강하세요.ㅎ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