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마라도나가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가능한 모든 환상을 현실로 바꿔놓은 이래 아르헨티나, 아니 전 세계의 축구 애호가들은 ‘
마라도나의 재림’을 오매불망 기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상의 그 어떠한 축구선수보다 ‘마라도나의 유전자’를 더 많이 물려받은 소년이 등장했다. 신체 조건이 대단치 않다? 부상이 있다? 집중 마크에 고생하는 날이 존재한다? 그 어떠한 비판을 들이대건 상관없이 그 주인공이
리오넬 메시라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게다.
호나우도 vs. 메시 논쟁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작금의 그라운드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적지 않다.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와 카카를 비롯, 웨인 루니, 프랑크 리베리, 안드레이 아르샤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페르난도 토레스 그리고 스티븐 제라드와 사비 에르난데스 등은 모두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그라운드의 별들임에 틀림이 없다. 이 가운데에서도 호나우도는 발군이다. 지난 시즌의 실로 경이적인 42골 이후, 올 시즌에는 부상과 다소간의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뿜어내는 위력은 감소하지 않았다.
특히 시즌이 중요한 시기로 돌입하고 있는 지금 호나우도의 의욕과 폭발력은 때맞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올 시즌 내내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이어가며 역시 경이적인 37골을 터뜨려온 메시는 최근 다소 피곤한 기색이다. 무엇보다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두 경기에서 기대치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과연 결승전에서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는 상황. 결국 ‘꿈의 결승전’을 앞두고 불가피하게 예상되는 이른바 ‘최고 선수 논쟁’에서 메시는 ‘준결승전 영향력 부족’이라는 핸디캡을 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논쟁에 돌입하게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들만을 보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바로 유사한 의미에서, 메시에게 불리하지 않은 사실들도 이미 존재한다. 메시가 지난 시즌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 보인 활약상은 틀림없이 뛰어난 것이었으며, 상대적으로 그 날의 경기에서 호나우도는 두드러지지 못했다. 어쩌면 폴 스콜스의 골이 그 모든 것을 잊히게끔 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시계를 더 앞으로 돌려 2006년 2월 아시에르 델 오르노가 퇴장을 당하던 날, 메시는 적장 조세 모리뇨의 야망에 기억될만한 상처를 입혔는데 당시 그의 나이 만 18세였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의 준결승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2중, 3중의 견고한 ‘첼시(메시의 상대팀)의 수비’와 무질서한 ‘아스날(호나우도의 상대팀)의 수비’의 차이를 감안하는 것이 좀 더 공정할 법하다.
천부적인 그리고 자연스러운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호나우도 vs. 메시 논쟁’의 2라운드는 특정 경기에서의 일회성 승부들로부터 벗어난, 보다 일반론적인 성격을 띨 것이다. 호나우도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일반론적 논증에서 등장하는 근거들은 대체로 두 가지다.
우선 첫째로 호나우도의 ‘우수한 신체 능력’. 호나우도는 빠르다. 키가 큰데다 파워도 좋다. 이러한 우수성은 곧바로 두 번째 근거로 연결된다. 다름 아닌 호나우도의 ‘득점 방식에 있어서의 다양성’이다. 그는 미사일 같은 프리킥으로 득점하는가 하면, 놀라운 헤딩 솜씨를 과시하기도 한다. 또한, ‘저 옛날의 7번’ 조지 베스트처럼 양발이 모두 강하다. 한 마디로 온몸이 무기인 셈. 요약하자면, 메시보다는 호나우도가 ‘여러 가지를 두루두루 다양하게 갖춘’ 선수라는 것이다. 이 논증은 매우 그럴듯하고 일리도 있지만 그럼에도 논쟁의 종착역은 아직 멀었다. 왜냐하면 위의 논증이 자체로 축구선수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마라도나는 축구사 전체에서 첫째, 둘째를 다투는 최고의 선수가 아닐 공산이 꽤나 커지는 까닭이다. 마라도나는 헤딩에 있어 위력적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른발로 킥을 처리하는 경우는 아예 드물었다. 그렇다면 마라도나는 ‘반쪽(어쩌면 반쪽에도 못 미치는) 선수’였나?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메시를 옹호하는 논증이 시작된다.
호나우도의 위력을 100% 인정한다 하더라도, 두 살 어린 메시는 그에 비해 더욱 더 천부적이다. 섬세하며 정교한 동시에 자연스럽다. 플레이의 꾸준함-물론 부진한 경기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메시는 실로 꾸준하다-또한 몸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재능에 기인하는 바 크다. 마치 호나우도가 ‘첨단장비’를 활용하는 듯한 마술을 펼쳐 보이는 반면, 메시의 마술은 ‘아더왕 이야기’의 마법처럼 보다 원초적이다. 물론 구체적인 어휘로써 메시를 설명하는 길도 있다. 메시가 보여주는 볼 컨트롤, 바디밸런스, 신체조정력, 축구 센스는 틀림없이 마라도나 그 자신을 연상케 하는 것들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메시는 성실하다. 그는 피치 위에서의 플레이에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처럼 보인다. 요약하자면, 호나우도가 더 뛰어난 ‘스포츠맨’일 수는 있지만, 더 뛰어난 ‘축구선수’는 메시라는 것이다.
21세의 팀 플레이어
마라도나와 메시의 또 하나의 간과할 수 없는 유사성은 이 둘이 모두 훌륭한 ‘팀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개인적 능력과는 별개로 마라도나는 ‘나 홀로 플레이’에 몰두하는 유형의 선수가 결코 아니었다. 자신을 통해 플레이를 만들어갔지만, 자신만을 위해 플레이하지는 않았다. 이야말로 그가 보카와 바르셀로나, 나폴리와 아르헨티나를 막론하고 동료와 서포터들의 존경심을 이끌어냈던 원동력이다. 메시는 마라도나의 그러한 점을 충분히 닮았다. 메시는 호나우딩요, 후안 로만 리켈메의 곁에서 적절히 플레이하는 법을 일찍이 깨우쳤다. 지금의 바르셀로나, 아르헨티나에서 그는 의심의 여지없는 ‘에이스’이지만 그렇다고 ‘나 홀로 주인공’이 되는 일에 심취하지는 않는다.
물론 ‘진정한 마라도나’가 되기 위해 메시에겐 여전히 더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많은 강적들과의 악전고투 속에서도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영웅적 액션 이외의 다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시간은 메시의 편일 수 있다. 그는 아직도 만 스물한 살이다.
글▶한준희(KBS 해설위원 & 사커라인 연구팀장)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ctg=news&mod=read&office_id=064&article_id=0000001308&date=20090526&page=1
첫댓글 청년 메시
역시 한준희 해설위원답네요 제가 생각하는것들을 글로 풀어내시네 역시 메시 이번 결승 우승하자!ㅋ
한준희위원아니였으면 날두빠한테 까일만한글 ㅋㅋㅋ 한준희위원도 메시팬이엿네 ㅋㅋㅋ 저도 현역최고 축구천재는 메시라고생각
한준희아니었으면 완전 난리났을 기사인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
호나우두와의 비교는 제쳐두고서라도 저 어린나이에 몇년째 세계최고를 다툰다는거 자체가 마라도나,호나우두 이후 최고의 천부적재능
공감 공감.. 바르샤는 메시가 아무리 잘해도 원맨팀이라는 느낌을 못받는데.. 맨유는 호날도의 원맨팀이 되어가는 것 같음..
한준희도 작년 vs맨유전에서 메시 잘했다고 인정하는구나.. 며칠전에 잘했다니까 경기 다시보고 오라는 소리 들었었는데 ㅋㅋㅋㅋㅋ
못한다고 하는사람이 있나요? 스페인언론도 그렇지만 영국언론까지 대체적으로 평점 8점 등 후한점수 줬는데...
요약하자면, 호나우도가 더 뛰어난 ‘스포츠맨’일 수는 있지만, 더 뛰어난 ‘축구선수’는 메시라는 것이다.
메시는 세계최고
호나우도가 더 뛰어난 '스포츠맨'일 수는 있지만 더 뛰어난 '축구선수'는 메시다....호날두 만약 06/07시즌의 도움왕 할때처럼의 드리블 폼이 돌아 오지 않는다면 몇년후는 메시의 독주체제가 될 수도 있을듯~ 최고의 폼으로 돌아와 계속 좋은 경쟁 해줬으면 ..
펠레는 완벽한 운동선수, 마라도나는 아름다운 축구선수........랑 비슷한 비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