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학원 내몰아
학교도 교실서 안 배운 문제 내고
교육당국도 수능 '킬러 문제' 출제
학교 내성적.수능 준비하려면
학원 갈수밖에 없는 구조 만들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급증도 한 몫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밖에서 수능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사교육비 개혁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배운 내용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 시스템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떄문에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로 치솟고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의미다.
전문가즐은 '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을 준비하고자 학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학교 시험을 잘 치기 위해 '내신 사교육'을 받는다.
작년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에서 사교육 받는 고교생의 46.9%가 학교 수업을 보충하려고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내긴 성적 떄문에 학원에 간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내신 사교육을 받는 건 고교 내신 제도가 '석차9등급'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학교들은 학생 성적을 변별하려고 시험을 어렵게 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특목고나 자사고 등은 시험을 쉽게 내면 변별력이 떨어져 만점자가 속출하고 하나만 틀려도 3~4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시험이 쉬우면 학부모들이 '학교가 시험을 잘못 내서 아이가 피해를 봤다'는 민원을 쏟아내기 때문에
어렵게 내기도 한다'고 했다.
대입 수시 학생부 전형에선 내신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시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내신 변별력을 이유로 지나치게 어려운 ;컬러 문제'나 틀릴 수밖에 없는 '함정 문제'를 출제하곤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는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이 풀기에 유리할 떄가 많기 떄문에 사교육을 부추킨다'고 지적했다.
학원들은 'A고 내신 대비' 'B고 내신 전문' 같은 간판을 내걸고 홍보한다.
학생들은 수능 사교육도 받는다.
수능도 9등급 상대평가 제도로 내신처럼 '킬러 문항(초고난도)'이나 꼬는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수능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목당 한둘씩 킬러 문제를 왔다.
수능 고득점은 이 킬러 문제를 맞히는 데 달려있다.
킬러 문제는 하나 푸는데 20~30분씩 들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는 금방 풀고 넘어가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수학 과목은 총 30문제에서 둘만 킬러 문제가 나와도나머지 28문항을 40~50분 만에 풀어야 한다는 예기'라면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수없이 많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 풀어봐야 수능에서 고득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이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수능, 국어 영역 공통 과목 총 45문제 가운데 17문제를 차지하는 '독서' 부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서 지문은 사회 문화, 인문 예술, 자연 과학 등 다양한 분야 글을 다루는데 문학에 비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고 까다로운 지문이 나오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예컨대 작년 수능에선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에 대한 과학 지문, 2022학년도엔 '헤켈의 변증법' 고나련 지문이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이렇게 국어에서 '킬러 문항이 늘어난 건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국어에서 변별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수능 국어가 어려워지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제 영어.수학뿐 아니라 국어도 사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도 많았다.
실제로 저학년 때부터 국어 사교육을 받는 일이 늘었다.
문재인 정권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는 등 공교육에서 학생학력 키우기를 소홀히 한 점도 사교육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정부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면서 전체 학생들이 초.중.고교 때 치르는 학력 평가는 없앴고, 교사들 자율로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했다.
그랬더니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속출했다.
여기에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학원으로 달려가 사교육이 팽창했다는 지적기초 학력 미달은 중학생이 2012년 2.2%에서 2022년 11.1%로 급증했다. 김연주.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