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어젯밤 광주를 비롯한 전남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동영상을 보면 시내버스가 비탈길에 올라가지 못하고 뒤로 미끄러지자 주민들이 나와
힘을 합쳐 겨우 멈추게 했다. 부산에는 좀체로 눈이 오지 않지만 십년에 한 번 꼴로 제법 눈이 많이 쌓인다.
내가 있던 영도에는 비탈길이 많아 돌에 눈이 조금만 쌓여도 미끄러워 차가 다니기 힘들다.
어느해는 차를 집에 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도중에 환승하려고 했으나 버스도 오지 않아 그냥 출근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날은 폭설로 인해 휴무가 됐다.
또 어느 해 설날이었다. 설날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시골 산소에 성묘를 갔었다. 돌아오는 길엔 차가 많이 밀릴 것으로 예상하고
조금 서둘러 출발했다. 아마 그 때가 서너시쯤 됐지 싶다. 진성에서 남해안 고속ㄷ로를 타고 오다가 마산에 있는 친구를 잠시 보고 온다고 시내로 나갔다가 다시 마산톨게이트로 들어서자마자 날이 컴컴해지더니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차들은 설이라고 도로에 줄을 서고 있었다. 덕산쯤 오니 이미 도로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비탈길엔 차들이 미끄러져 도로 가로 처박히기도 했다. 차량들 지붕 위로 눈이 쌓였다. 계기판에는 연료지침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부산서 출발하면서 왕복주행이 충분하리라 예상했는데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연료가 더 들어간 셈이었다. 기름도 다 떨어진 판에 엔진을 아이들로 돌려서 차 안을 히팅할 수는 없었다. 밤을 새워가며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이 지나서야 진영휴계소를 지났다. 진영을 지나고 나니 도로에는 눈이 없었다. 부산쪽에는 비가 왔다고 했다. 집에는 아침 9시경 도착했다. 밤을 도로 위에서 꼬빡 샌 셈이었다.
서울이나 중부이북지방에서는 겨울에 눈이 많이 오므로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하거나 타이어에 스노우체인을 채우지만 부산에서는 눈이 겅의 오지 않으므로 그런 장비를 갖춘 차량도 드물다. 그러므로 부산에 눈이 제법 쌓였다 싶으면 도로가 삽시간에 엉망이 된다. 시에선 제설장비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시 된다. 지난 여름에 호우로 초량 지하도에서 3명이나 익사한 사건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이 빙판길에 대한 경험이 없으므로 겁없이 차를 몰다 큰 사고를 낸다. 빙판길은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차가 미끄러진다. 핸들도 말도 듣지 않으며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뺑 돌아버린다. 눈을 뻔히 뜨고도 다른 차와 부딪친다. 속수무책이다. 차를 타지 않고 걸어나가도 빙판 길에선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상이다. 노인들은 낙상사고로 골절사고를 입기 쉽다. 추운 날씨에 변종 코로나까지 설친다니 밖에 나가지 않고 집콕하는 편이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