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
2021-02-22 영국 런던무역관 박지혜
- 영국 내 자동차 기업,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
- 전기자동차로 전환됨에 따라 반도체 수요 증가 –
-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 -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원인 및 전망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자동차 제조기업은 자동차 브레이크와 스티어링부터 전동 창문과 거리 센서까지 자동차를 동작하는데 필요한 컴퓨터 칩의 주문을 축소했다. 그러나 2020년 마지막 3개월간 소비자의 낙관적 전망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수요가 예상과 다르게 급증했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확보를 위해 게임 콘솔이나 스마트폰 등 소비자가전 제품의 수요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제조과정을 적시생산방식(Just-in time)으로 전환한 자동차 제조기업은 더 이상 부품을 오랜 기간 비축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도체 부족 현상의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체 자동차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 판매가 크게 증가한 이유도 있다. 전기자동차는 기존 자동차보다 칩에 더 많이 의존적인 기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한 자동차 제조기업의 압박감은 더 커지고 있다. 평균 가솔린 자동차에는 약 300파운드(한화 45만 원) 가치의 칩이 내장되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우 약 1500파운드로 증가한다.
영국 내 전기자동차 판매 비교
(단위: 퍼센트(%))
자료: 텔레그래프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칩 제조업체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 라인의 용도를 변경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한다. 반도체 생산량의 약 10%만이 자동차 부품에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동차 제조부문은 거대 가전 제품과 동일한 협상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즉각적인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부족현상은 최소 6개월 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인 Continental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 리드타임은 6~9개월이다. 현재의 대규모 공급 부족 현상으로 봤을 때 2021년 내내 병목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주요 생산 라인의 중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국 및 유럽 내 자동차 생산 차질 현황
영국 내 자동차 생산공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 외에도 브렉시트 이행기간 종료 이후 부품 공급이 지연돼 가동을 이미 중단하기도 했다. 영국과 EU가 무역협정에 합의하면서 관세 혜택을 얻게 됐지만 새로운 통관규정 적용으로 인해 배송 지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에 위치하는 BMW Mini 생산공장은 크리스마스 이후 계획된 유지보수를 이유로 이미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복스홀의 경우 항구에서의 지연으로 인해 생산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1월 초 반나절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부문의 생산량이 1분기에 예상보다 672,000대 감소할 것이라 예측하는 가운데 영국 내 자동차 제조기업 역시 반도체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영국 스윈든(Swindon)에 위치한 혼다 생산공장의 경우 자국(일본) 시장에서 부품을 의존하고 있어 더욱 더 차질이 생겼다. 해당 공장은 반도체 부족으로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 반도체 부족과 브렉시트 관련 공급 중단을 우려했지만 최근까지는 공급 문제로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규어랜드로버는 2020년 4분기에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매출이 개선되면서 2020년 4분기 이익이 67.2% 증가했다. 럭셔리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면서 앞으로는 수요보다 공급이 이슈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역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영향을 받는 자동차 대수
(단위: 천 대)
자료: 파이낸셜 타임즈
영국 및 유럽 내 생산 차질 현황
기업명 | 내용 |
혼다 | 부품 부족으로 인해 영국 Swindon에 위치한 Civic 공장 1월 중순 생산 일시중단(2개월간 3번째 중단) |
재규어랜드로버 | 크리스마스 이후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사례 증가 및 자가격리로 Castle Bromwich 공장에서의 XE 및 XF 모델 생산 중단 |
닛산 | 1월 중순, 부품 부족으로 근무 연장 계획 취소 |
아우디 | - 일부 자동차 생산 지연, 1분기 1만 대 생산 감소 - 생산 감소로 인해 1만 명 이상의 직원 임시 휴직 |
폭스바겐 | 1분기 10만 대 생산 감소 |
포드 | 독일 Saarlouis 공장 2월 19일까지 운영 중단 |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제조기업의 반응 및 동향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 자동차 반도체 부족이 독일 자동차제조업계의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독일 경제부 장관은 지난 1월 대만의 카운터파트에 서한을 보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서한에는 대만 TSMC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를 우선시하도록 설득하는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5G 스마트폰에서 분기별 수요 증가를 달성했기 때문에 자동차 반도체 부족을 바로잡는 것을 우선 순위로 삼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일부 반도체 기업들 역시 현재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공급을 우선시 한다고 밝혔지만 긴 리드타임은 자동차 기업이 주문이 완료되기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칩 제조업체인 NXP와 일본의 르네사스는 공급 부족과 원자재 비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팬데믹이 깊어지고 공장을 폐쇄할 때에도 칩 주문을 취소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부족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도요타의 경우에도 2011년도 지진과 쓰나미 이후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재고를 더 많이 확보하도록 해 이번 위기를 넘기고 있다고 전한다.
앞으로의 전망 및 시사점
IHS의 담당자 Tim씨는 “칩 부족 현상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자동차로 전환함에 따라 발생이 예견된 일”이라고 전하며 “이는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적 공급망의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새로운 전기 구동을 위한 신기술의 핵심 부분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배터리 등 다른 공급 부족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제조기업과 칩 제조기업 간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 반도체 거대 기업이 제조 부품을 아시아의 공급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방법을 재고하도록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통과한 뒤 앞으로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진정한 혼란을 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희토류 부족 문제부터 당장 눈 앞에 보여지는 것만이 아닌 우리가 주시해야 할 다른 일들이 존재할 것이라 전한다.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업계가 자율적이고 통제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재 반도체 부족 현상이 2분기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하반기에 생산량 부족분을 회복하면서 전체 생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파이낸셜 타임즈, 로이터, BBC 등 현지 언론 및 KOTRA 런던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