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집중분석]마운드 장기레이스 전략
80년대 박철순 최동원 장명부 김시진 등 슈퍼 에이스들은 혼자 팀 전체의 4분의1에 이르는 이닝을 던졌다.
이들이 등판하는 경기는 선발완투가 기정사실이었다.
요즘 20승 투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은 공격력이 좋아졌다는 면도 있으나 냉정하게 보면 투수의 인재 부족이라는 측면도 있다.
때문에 투수의 분업화는 현대야구의 필수이고,각 팀마다 18명 전후 투수로 시즌을 꾸려 나간다.
시즌을 통틀어 완투 투수를 보면 83년 204명,97년 76명,그리고 21년째인 2001년 38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올해도 6월16일 현재 228게임에서 13명만이 완투를 했다.
올해 8개팀 선발 투수들의 평균 투구횟수는 5⅓이닝에 불과하다.
그러니 요즘 야구의 진짜 승부는 6회 이후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선발투수의 교체 시기
선발투수는 7회를 3점 내로 막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발투수는 힘을 안배해 던지기 때문에 교체시기를 딱히 정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지난해 LG에서 이동현은 포크볼이 안 떨어질 때,장문석은 슬라이더가 상하로 안 떨어지고 옆으로 흘러갈 때,이상훈은 우타자의 외각을 노린 볼 두 개 정도가 가운데로 들어갈 때 교체시기로 생각했다.
릴리프 투수를 중요시하는 요즘,선발투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승부가 결정날 때까지 간다는 것은 난센스다.
선발투수가 약한 팀은 자연히 릴리프 투수들의 승수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쌍방울 시절 김현욱 20승,작년 LG 이동현 8승,장문석 10승의 경우가 그렇다.
교체시기 미스의 후유증
투수 교체 미스는 불펜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투수진 전체를 피로에 빠지게 만든다.
4월에 좋다가 5,6월에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불펜 대기 투수,즉 중간계투들은 볼을 많이 던지지 않으면서 컨디션을 유지해 나가려는 의식이 강해 자칫 스프링캠프부터 만들어온 컨디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수가 있다.
자신의 구위에 대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젊은 투수가 대기하고 있는 팀은 시즌 도중에 이 투수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해 투수 교체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릴리프의 로테이션을 만들어두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투수가 장기적인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는 등판이 없는 날에도 최하 20개는 긴장감을 가지고 일구일구 전력투구하여 제구력,변화구를 점검해두는 것이 필수다.
투수진 운용의 효과적인 방법
선발에서 중간 그리고 마무리 순서로 투수진 운용을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거꾸로 마무리에서 중간,선발로 생각해 나가면 이긴 게임,진 게임의 판단이 용이해 필요 이상의 투수소모를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무리를 2회로 생각할 경우 9회부터 중간 투수의 승부를 결정해 선발투수의 횟수는 유동적으로 해놓는 것이 약체투수진을 살리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경기를 종반,후반,중반으로 거꾸로 구분해나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은 빠른 투수 교체로,지는 게임은 전력을 아껴 대패도 각오하는 벤치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대패는 팀으로 봐서는 그리 충격적이지 않다.
그러나 접전 끝의 패배는 팀 전체에 큰 데미지를 입힌다.
선발 5명으로 돌아가는 로테이션에서 2명 정도를 릴리프로 돌려 구멍난 두 군데를 빠른 계투작전으로 메워나간다는 발상을 갖고 있으면 승패에 매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승산이 있는 게임에서 선발에서 빠져나간 두 명을 중간에 기용해 마무리까지 이어간다면 훨씬 승리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장기레이스 전략
포스트 시즌 진출의 조건은 최하 승률 5할(67승)이다.
그러므로 이기고 지는 게임의 판단을 벤치가 확실히 해 여기에 맞는 계투작전을 펴나가야 한다.
선발투수에 미련을 가져 결정적인 실점을 당해 릴리프 투수의 투입 자체가 아무런 뜻이 없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승부수는 후수보다 선수가 난 법이다.
흐름 속에서 기다리는 소극적인 성공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않는 공격적인 작전과 플레이가 장기적인 면에서 팀을 강하게 만들어가기도 하고,활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현재 릴리프진이 방어율 1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팀은 선두 SK가 유일하다.
SK의 선두 질주는 타선의 힘도 있었지만 조웅천 정대현 김희걸 등 막강한 1점대 불펜진의 분투에 힘입은 바 크다.
앞으로 장마와 무더위를 생각할 때 페넌트레이스의 승패는 릴리프진의 관리와 분발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스투 해설위원
첫댓글 왜 저는 이글을 읽고 이광환감독한테 쓴소리를 하는것처럼 보일까....정말 엘지선수들을 꿰뚫고 계시넹... mi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