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칠월을 기해서 우리집엔 천만장자 한사람이 생겼다.
우리집 식구중 제일 나이 어린 스물 네살의 우리 아들이 바로 그 천만 장자이다.]
아침에 비어있는 아들의 방에서 침대 매트리스 커버를 벗겨냈다.
지난 7월 1일 방위 산업체 특례병으로 군복무를 끝낸 아들이 쉬지도 못하고
거제도 어장으로 내려간지 5일이 지나서 비어있는 방이다.
아들의 체취를 느끼며 잠시 방안에 서있었다.
3년동안 새벽같이 출근하면서 쇳가루 마시며 용접하고 고생한 아들인데
병역의 의무를 마친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또 다시 일터로
내몰린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성어기로 접어드는 어장막의 극심한 인력난으로 트럭 운전이라도 해야할 형편임을
알고있는 아들은 두말없이 거제도로 내려가 주었다.
아들이 대학 일년을 마치고 산업체 특례병으로 3년의 병역 의무에 임한 직장은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드는 제법 큰 규모의 회사였다.
현역으로 복무하는 2년이 특례병 3년보다 기간이 짧았지만 사회와 단절된 2년간의 군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다며 3년간의 고된 노동일을 택한것이다.
학교 나가는 틈틈히 용접 학원에 다니며 기술을 배워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송림>이라는 회사에 취직을 한 아들이 하게된 일은
아이들이 발판위에 한발을 올리고 다른 한발로 밀고 다니는 씽씽카의 손잡이 막대봉을
용접하는 일이었다.
마침 그곳에서 특례병으로 일하고 있던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것도
아들로선 직장에 쉽게 적응할수 있는 운좋은 일이었다.
처음에 어미된 여린 마음에 정말 해낼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에서부터
그래도 집에서 잠자고 두끼밥은 집에서 먹으니 군대 보낸것 보다 낫다, 또 아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퇴근 이후에는 자유 시간이니 속박된 군대생활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내가 힘들지 않느냐고 물을때마다 괜찮다고
수월하다고 대답하는 아들이어서 정말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아들의 뜻에 따라
특례병 생활을 택한것이 잘된 일이었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렇게 6개월쯤 지냈을때 아들의 가방에서 라이타를 발견했다.
담배봉지도 없고 담배 냄새도 없는데 라이터...
"일화, 담배 피우나? "
"아니요"
"근데 왠 라이타냐? 아버지도 담배 안피시는데 니가 담배 피우면 쓰겠냐?
엄마도 담배는 싫다. 건강에도 안좋으니 피우지마라."
"알았소"
그러고 말았는데 어느날 딸이 고자질 하기를 지 동생이 담배를 피운다는 거였다.
" 일화 담배 핀다며? 건강에도 안좋은걸 왜 피우냐? 그리고 왜 거짓말 하노?"
내 추궁에 아들은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 회사 들어갔는데 작업 반장이라는 고참이 괴롭히더란 얘기였다.
정말로 견디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때도 있었노라고...그래서 친구들과 한번 두번
피우게 되었다고 말하며 군복무 마치면 안피울거라고 하는거였다.
"그런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말하지.. 엄마가 그사람 만나서 얘길 해보던지 했을텐데..
그동안 힘들었겠구나..."
" 말하면 엄마 걱정 하실거고.. 엄마가 만나면 뭐해요.. 그리고 인제는 다 지나간 일인데"
담배 때문에 알게된 지나간 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에미가 되어서 아들이 어떤 고충을 겪는지도 모르고, 군대보다 편히 지낸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자책에 우울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열심히 회사를 나가던 어느날 아들은 우리부부에게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였다.
"무슨일인데?"
"아부지, 저 이백만원만 대출좀 받아주세요"
"이백만원 어디 쓸려고?"
" 저 연습실 하나 얻을려고요, 동삼동에 봐둔게 있는데 보증금 이백에 월세 25만원이거든요.
월세는 문제 없는데 보증금이 없어서요. 아부지 빌려주시면 제가 다달이 꼬박꼬박 이자도
내드리고요, 적금타서 갚을께요"
"혼자쓸거냐? 아님 친구들과 함께 쓸거냐?"
"보증금은 제가 내구요, 월세는 같이 연습하는 애들과 나눠낼겁니다. 수강생도 몇명 받고
그러면 연습실 꾸려가는데는 문제없을것 같아요"
"수강생도 받냐? 한 명당 얼마받노"
"그냥 일반 학원처럼은 안받구요.. 배우러 오는 애들이 다 학생들이라서 일인당
6~7만원정도 받을려구요. 그러면 연습실 비품값은 충당이 될것 같아요."
"연습실만 얻으면, 너 드럼 살돈은 있냐?"
"에이~ 그건 엄마 아부지가 사주셔야지요"
"어~ 이놈이 수단을 부리네?"
행여 부모가 자신에게는 큰돈인 이백만원을 빌려주지 않을까봐 다소곳이 앉아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자 열심히 계획을 말하는 아들의 태도가 너무도 진지해서 부부는 서로 눈짓을 주고 받으며 웃음을 참았다.
부모로부터 흔쾌히 승락을 받아낸 아들은 뛸뜻이 기뻐하며 자신의 계획대로 일을 진척시켰다
중학교때 부터 음악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줄 알았던 아들이었다.
예쁜 자주빛 야마하 드럼 한 조를 얻은 아들은 퇴근후 집에서 저녁을 먹고 연습실로 가서
드럼을 치고 자정이 넘어서 집으로 와서 간식을 먹고 잠들었다.
그런 생활을 특례병 생활 3년동안 빠짐없이 하고, 자신에게 드럼을 배운 학생이
부산 예술대 실용 음악과에 합격했다며 뿌듯한 자랑을 하기도 했다.
거제도에 가있을 5개월여 동안 연습실을 비워놓겠다며 모든 집기들을 집으로 실어왔는데
언제 장만을 하였던지 티비, 비디오 디브이디 시디 꽂는 장식장, 자신의 용돈을 모아서
또 샀다는 드럼 한조까지 집안이 그득해지고 말았다.
얼마나 정확하게 월세를 지불했는지 감동한 집주인이 거제도에 가있을 동안 연습실 세를
놓지 않을테니 다시 오라고 신신당부 하더라는 얘기도 전해주는 내아들..
입사하면서 나와 아들은 앞으로의 계획이랄까 협약이랄까.. 를 주고 받았는데
아들: 내 월급으로 삼년에 천만원짜리 적금을 부을께요.
근데 입사 한달뒤 부터 월급 나오니까 입사한 달은 엄마가 첫번째 적금 넣어주세요.
적금 붓고 나머지 돈으로 내 용돈 쓰고 연습실 꾸려나가는데 쓸테니까
내 차 연료비만 엄마가 지원해주세요.
연습실 오갈때만 차 쓰니까 얼마 되지는 않을거에요.
엄마: 알았다. 군 복무 삼년 마치면 엄마도 너한테 선물해 줄려고 생각해 둔게 있는데
엄마도 일화랑 같은 금액으로 적금을 부을거야.
일화 군대 마치면 엄마가 적금 부은돈으로 누나랑 어학 연수 보내줄께.
그리고 용돈 모자라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지원요청해라.
그렇게 되어서 보통 60~65만원정도의 월급, 연장근무 하는때에 따라서 약간씩 늘어나는
월급으로 아들은 3년동안 26만원씩을 한달도 빠진없이 내게 건네주었다.
만기일이 7월 12일이였는데 엄마가 바쁘고 게을러서 몇번 제날짜에 넣지를 못해서
적금 찾는 날자가 그만 일주일정도 늦어지고 말았는데, 날마다 눈만뜨면 조르는 아들..
"엄마 적금 타는날 안됐어요?"
"그리 좋으냐?"
"그럼요, 그 적금 타면 나도 천만장잔데요?"
"잉? 천만장자? 너 며칠전에 악기 산다고 엄마한테 꾸어간 백 사십만원 갚으면
팔백 육만원밖에 안남는데 무슨 천만장자? 천만원이 있어야 천만장자지..."
"에이~ 엄마는~ 팔월달에 퇴직금 타잖아요. 그러면 천만원 넘는데요?
그러니까 천만장자 맞아요~"
아들의 천만장자의 개념은 천만원만 있으면 천만장자란다.
어제 내 손전화로 아들이 보낸 문자 메세지가 들어왔다.
<엄마 이번달 내차 연료비 내 통장으로 입급시키세요. 00 은행 413-000-0000>
나는 아들한테 전화를 했다.
"이놈아~ 천만장자가 차 연료비를 엄마한테 떼넘기냐? 나 돈없다. 니가 내라.
니 통장에 돈 있잖냐?"
"에이~ 엄마는 ~ 그돈 빼쓰면 안되요. 그러면 아들이 천만장자에서 추락하는데요? "
母子는 손전화를 붙잡고 낄낄거린다.
아들이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았음 하는 기대로 경영학과로 복학하라는 아버지.
자신의 희망이였고 꿈이었던 음악을 계속할거라며 실용음악으로 갈거라는 아들..
나는 아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하고싶은 것을 하고 살길 바라는 에미의 마음이다.
아들아..
시간을 되돌려 놓을수만 있다면 어린시절 받았던 너의 괴로움들을 어떻게든 막아주고 싶구나
엄마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려도 좋았을것을...
너와 엄마가 함께 다녔던 그 긴 길들을 어떻게 잊을수가 있겠니.
높은 하늘을 훨훨 날아 올라 푸른 꿈을 펼쳐야 했던 시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왔구나.
이제부터라도 꺼리낌 없는 너의 세상을 살으렴.
스스로 다듬어 바르고 곧게 자라준 너이기에 엄마는 맹목적인 믿음을 너에게 보낸다.
첫댓글정말 부러운 아드님이십니다. 전 아직 군에 갈생각을 안하고 나이는 스믈셋인데 제 친구들 제대에 입대에 챙겨 주면서 전 아직 학업을 마치고 갈지 말지라 하는데 복무 기간 동안 알뜰한 살림군에 풍부한 경험을 마치고 돌아와 보는 입장도 건전한 청년에 믿음직한 일꾼을 봅니다.잘 엿 보고 갑니다.
캬캬 일화의 계산 방식 마음에 듭니다. 일화야~ 천만장자의 진입을 축하혀!!! 누구던 내 자식에게 함부로 하는 걸 제일 참을 수가 없던데... 비 인간적인 선생님이라도 참고 좋은 관곌 유지해야 하는데 연희님의 자존심 강한 성격때문에 일화가 더 피해를 봤네요. 일화 마음속 깊이 상처가 남아 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첫댓글 정말 부러운 아드님이십니다. 전 아직 군에 갈생각을 안하고 나이는 스믈셋인데 제 친구들 제대에 입대에 챙겨 주면서 전 아직 학업을 마치고 갈지 말지라 하는데 복무 기간 동안 알뜰한 살림군에 풍부한 경험을 마치고 돌아와 보는 입장도 건전한 청년에 믿음직한 일꾼을 봅니다.잘 엿 보고 갑니다.
태권사랑님.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정말 부럽다. 아들없는 내겐... 연희언냐! 정말 잘 키우셨다. 그 아들, 정말 부럽다... 엄마두....
나도 무지 부럽따~~
코코넛님, 선녀님, 지금부터 슬슬 선보이기 작전입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캬캬 일화의 계산 방식 마음에 듭니다. 일화야~ 천만장자의 진입을 축하혀!!! 누구던 내 자식에게 함부로 하는 걸 제일 참을 수가 없던데... 비 인간적인 선생님이라도 참고 좋은 관곌 유지해야 하는데 연희님의 자존심 강한 성격때문에 일화가 더 피해를 봤네요. 일화 마음속 깊이 상처가 남아 있지 않았으면 합니다.
ㅋㅋ 선녀는 치마바람 많이 일으켰었는데...
선녀님. 그렇죠.. 그랬어야 했는데, 나는 그 선생의 교육자라는 신분과 교육자의 인격과 나이를 믿고싶었지요. 그 선생의 상대는 어린아이였죠....
"스스로 다듬어 바르고 곧게 자라준 너이기에 엄마는 맹목적인 믿음을 너에게 보낸다."아드님은 꺼리낌 없는 세상을 이미 살고 있는 듯 여겨집니다.천만장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거든요..연희님,오늘은 햇살이 눈부신 날입니다.눈부신 햇살만큼이나 행복 가득하십시오.
채송화님. 방금도 아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내일 엄마 거제내려가는데 뭐 필요한것 없냐?>< 생각해보고 나중에 전화할께요> 생각만해도..목소리만 들어도 내 목소리조차 부드러워지게 만드는 아이랍니다. 오늘은 행복하네요.. 채송화님도 행복하세요~~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한데 아들교육은 잘 시켰네요 부럽씀니다 연희님 나중에 아들이 큰힘이 되겼어요..울아들 어제부터 날 속썩여요 힘들어 못하겼다고 관둔대요 첫걸음부터 교육이 잘못됐나바요
네, 복진님. 칭찬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복진님 아드님 이야기는 괜히 하시는 말씀인거 다알아요. ㅎㅎ~ 더운 날씨에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일화가 엄마 닮아서 그렇게 야무진가 보아요.ㅎㅎㅎ... 울 아들은 엄청 착하긴 한데 야무지질 못해서 걱정이예요. 지가 장남이라고 집안의 대소사 벌써부터 빠짐없이 챙기니 온 집안의 칭찬을 한 몸에 받긴 하는데 천만장자는 에궁이예요.
ㅎㅎㅎ~수선이여~~칭찬 고맙소~~ 그나저나 야무진 울아들인데....사돈 안할라우??
캬캬캬....일화는 늙어서 안된다니까요?우리 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이는 한살 연하여요.이 엄마를 닮아서 연하남을 좋아한다니까요.
억만장자될날도 얼마남지 않았군요. 연희님처럼 야무진가봐요. 주: 여기서 야무지다함은 윗글 수선님의 글을 인용했음. 좋은 아들들 둔 사람들은 좋겠수.....ㅎㅎ
dh온달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연희가 복이 많나보죠. 아들말고 딸도 있어요~~~ㅎㅎㅎ ~오늘도 덥겠네요~ 더위조심하십시오~~
저도 두아들을 두었는데 ㅎ 작은 눔은 알뜰하두만 큰 눔은 꼬앙이지요~ㅎ 암만 잘 벌어도 쓰기를 잘 쓰야 할텐데 큰 눔을 보면 늘 걱정시럽거덩요-.- 부러벼랑~
스테파니아님.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합니다. 요즘 애들이 영특하지요.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일화가 대단하네요~ 천만장자 두신 연희님 좋겠수다...
ㅎㅎ~온나라님. 아마도 연희가 엄청난 부자겠지요? 천만장자 아들을 두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