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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 일 기
김 학 수
11월14일 화요일 흐린 후 밤에는 비 : 오늘 드디어 도하로 출국하는 날이다. 아침에 큰 아들놈 민기와 작별 인사를 건네받고 수험생 딸 지혜를 등교시키고 막내아들과도 공부 열심이 하라는 당부를 하고 집을 나와 이발을 하고 기술인 협회 경력 변경신고를 하고 경찰서와 구청에 밀린 세금과 과태료를 모두 정리하고 여행용 가방에 짐을 챙겼다. 가을비가 구성지게 내리는 인천공항에서 집사람과 동생내외, 그리고 상돈이와 신전이의 배웅을 받으며 착잡한 마음으로 생전 처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온양현장 수금과 결재를 깨끗하게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그 마무리 일을 집사람에게 떠 맏기고 떠나는 내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무엇보다 지혜의 수능 일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는 내 마음 가슴 한구석이 메어진다.
11월 15일 수요일 맑음 : 인천공항을 밤10시30분에 출발하여 상하이 푸동 공항을 경유하여 카타르 도하까지 무려 14시간이나 날아서 아침 6시30분에 도하에 도착하였다. 한국과 카타르와는 시차가 6시간이나 나는 관계로 무지하게 길게 느껴지는 밤 이었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서해안을 따라서 내려와 제주상공을 지나 상해까지 가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볼만했다. 상해에서 도하로 가는 길은 밤이 너무 깊어 볼만한 야경도 없고 뒤로 따라오는 새벽 여명을 볼 수 있을 뿐 너무나 지루한 여정이었다. 아침에 현장직원이 정확하게 공항에 마중 나와서 어려움이 없이 숙소에 도착해서 현장직원 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지고온 짐을 건네고 시내에 나가서 몇 가지 물건을 구입했다. 이곳 날씨는 내가 생각 했던 것 보다 무덥지는 않았다. 그저 우리나라 6월말 정도의 더위로 느껴졌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저녁에는 건축팀 직원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환영회식을 하였다. 양고기 바비큐에 맥주와 양주를 마시면서 더운 나라에서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도하에서의 첫날밤을 맞고 술에 약간 취해서인지 긴 여정의 피로 때문인지 숙소에 들자마자 그냥 잠에 떨어졌다.
11월16일 목요일 맑음 : 새벽4시에 기상이다. 아직 어두운 밤이지만 이곳 생활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는 모양이다.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고 다른 직원 들은 모두 현장으로 나가고 나는 현장을 출입하는 게이트 패스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숙소에서 하루 쉬라고 해서 방에서 잠시 쉬고 책장을 뒤척이다 가방 정리를 다시하고 하루를 편하게 보냈다. 오늘이 지혜 수능 시험일인데 시험은 탈 없이 잘 보았는지 궁금하다. 전화가 아직 쓸 수 없어 아무 소식도 전하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답답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저녁에 우리나라 남도 국악 공연단의 공연이 있다하여 직원들을 따라서 카타르 국립극장에 갔다. 낯에는 별로 였는데 도하시내의 야경은 볼만했다. 사물놀이, 진도아리랑, 가야금 병창, 부채춤, 살풀이춤, 한량무, 대금산조, 육자배기, 판굿과 소고춤, 등의 다양한 국악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모든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우리고유의 음악을 극찬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한국인 이라는 것이 매우 뿌듯함을 느끼면서 한국에서도 관람하기 어려운 국악 공연을 머나먼 이국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묘했다. 휴일 전야라서인지 시내 공원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숙소에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11월17일 금요일 맑음 : 오늘은 이곳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휴일이다. 여기는 금요일 하루만 쉬는 날이다. 아침에 늦도록 잠을 자고 도하 시내에 나갔다. 아시안 게임이 열릴 메인스타디움 근처에 있는 대형 할인점(까르프)에 갔다. 다른 상점은 휴일이라서 폐점 했지만 이곳은 휴일에도 열려있어 필요한 물건을 구입 할 수 있다. 이제 2주일 정도면 아시안 게임 인데 아직도 중장비가 여러 대 동원되어 마지막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시안 게임을 제대로 치러 낼지 의문이다. 시내 곳곳에 공사 중이고 어쩌면 도하 시내 전체가 마치 대형 공사장 같이 보인다. 쇼핑을 마치고 점심 식사 후에 회사 전체 직원이 사막 랠리 투어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도요다 지프 12대에 4~5명씩 나누어 타고 말로만 듣던 영화나 뉴스에서만 보던 사막 랠리 투어에 출발했다. 길 같지도 않은 모래 길을 2 시간이나 달려서 해변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나타를 타고 가는 모습도 보였고 양떼를 몰고 가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다. 황량한 모래벌판에 가끔씩 자라나는 이름 모를 풀을 뜯으며 양을 키운다고 한다. 어쩌다 티브이 화면에서나 보던 사막 모래 언덕길을 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도 일품이다. 수영하기 좋을 만큼 낮은 해안에 석양이 비치는 모습은 참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해변에서 숯을 피우고 준비해간 양고기를 구워 안주하고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보드카의 맛은 술맛이 아니라 낭만을 마시는 것 같은 여유를 준다. 어두움이 내리고 어두운 밤길을 헤매면서 몇 번이나 모래 속에 차가 빠져서 밀어내며 힘들게 돌아 왔지만 사막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스포츠라고 생각된다. 오늘 처음으로 집으로 전화를 했다. 이곳 전화 요금이 너무 비싼 관계로 길게 통화 하지 못해서 좀 아쉽다. 인터넷 사정도 아직은 좋지 않아서 접속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여기가 공사 중인 현장이고 임시로 지은 숙소여서 그런 것 같다. 이제 내일 아침에 정상적으로 첫 출근 하는 날이다. 현장 사무실은 인터넷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회선이 넉넉지 못해서 접속이 잘 안된다고 한다. 친구들 소식도 궁금하고 뉴스도 궁금하고, 언제부터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내 삶에 이렇게 크게 영향을 주는 건지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이곳에 오니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 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11월18일 토요일 맑음 : 드디어 첫 출근이다. 새벽4시에 기상하여 세면을 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5시에 숙소를 출발하여 약20분 정도를 달려가니 현장이다. 도하에서 약40킬로 떨어진 메사이드라드라는 해변의 공업도시이다. 현장이기 보다는 막막한 사막 한 귀퉁이를 철조망 울타리만 쳐있고 현장 사무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큰 공업단지를 짓는 것 같다. 부지가 엄청나게 넓어 차를 타고 돌아야 현장을 돌아볼 수 있을것 같다. 현장에 도착하자 제일먼저 안전화와 안전모, 그리고 안전고글을 지급해준다. 5시 30분부터 아침 안전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안전 체조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근무시작이다. 처음 설계도면과 시방서, 계약 내역서등 공사 관계 서류를 접하고 공사 공정표와 자재, 인력수급 계획서등을 검토하였다. 11시쯤부터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 인사방문을 하였다. 내가속한 건축2팀부터 건축1팀, 토목팀, 관리팀, 경리팀, 전기팀, 설계팀, 공무팀, 자재팀, 품질관리팀, 기계팀, 중기팀, 플랜트 배관팀, 등 부서를 다 돌고 나니 점심시간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인터넷을 연결했다. 오랜만에 친구들 소식을 전해볼 수 있었다. 어재 사막랠리를 하면서 사막과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카페에 올리려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잘 올려 지지가 않는다. 짧은 글 몇 글자 흔적남기고 다시 도면 검토를 했다. 오후6시 오늘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왠지 모르게 피로감이 느껴진다. 아직은 내 몸이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서 더 피로감이 느껴지는가 보다. 대충샤워를 하고 일찌감치 잠을 청해야겠다.
11월19일 일요일 맑음 : 아직도 시차를 적응하지 못해서 잠 에서 깨어보니 새벽 3시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날을 꼬박 세웠다. 현장에 도착해서 어제와 같이 체조로 몸을 풀고 계약 내역서를 다시 검토하고 필요한 자재 리스트를 만들어 업체 승인서류를 준비해 달라고 본사에 메일 보내고 다시 컨트롤 빌딩 도면을 검토하고, 소방도면을 확인하고, 전체 현장 레이아웃 도면을 확인하며 새로 지어질 건물들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도면이나 서류가 모두 영어로 표기되어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애로가 많다. 직원미팅을 하고 하루 일과를 마쳤다. 하는 일은 힘들지 않은데도 왜 이리 피곤 한지 모르겠다. 외국인들(지금은 필립핀, 파키스탄, 인도, 중국 사람들) 과 대화도 모두 영어로 해야 하는데 영 입이 열어지지 않는다.
11월20일 월요일 비 :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사막 날씨가 이렇게 우리나라 가을비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온도는 15도에서 18도 정도로 아주 우리나라 가을 날씨 하고 비슷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기위한 아이테스트(시력검사 : 여기는 다른 것은 검사하지 않고 시력검사만 통과 하면 됨)를 받으러 도하에 있는 경찰서에 갔다. 사람들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렸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시력검사를 마치고 현장으로 돌라가는데 시내에 한국 음식점이 있는 것이 보였다. 가든 식으로 꾸며진 것 같았다. 여기까지 한국인이 음식점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하고 놀라왔다. 오늘 집사람한테서 메일이 왔다. 아마 결혼해서 살면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메일이다. 그동안 서운 했던 일, 미안 했던 일, 많이 울었다는 내용이다. 미안하고 서글픈 마음이 된다. 그래도 집 걱정하지 말고 내 건강만 챙겨주는 마음이 고맙다.
11월21일 화요일 맑음 : 그렇게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맑은 날이다. 오늘은 메디컬 테스트(건강 검진)를 하는 날이다. 차를 타고 도하에 있는 메디컬 커미션에 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줄을 서 있는데 엔지니어는 먼저 해준다고 다른 문으로 안내한다. 다 같은 사람인데 먼저 와서 기다린 사람들 보다 내가 먼저 하려니 괜히 미안하다. 건강검진 이라고는 하는데 아주간단하다. 1인당 100리알씩 돈을 받으면서 고작 하는 것이 엑스레이 사진 찍고 혈청검사용 혈액샘플 채취하고 끝이다. 그리고는 또 다른 병원에 가서 혈액형 검사를 받았는데 거기서도 돈을 20리알 받는다. 그렇게 받는 돈이 엄청 날 것 같다. 일찍 끝나서 시간이 좀 남기에 도하 시내구경을 했다. 도하시티센터 건물에 갔다. 서울시청과 같은 건물인데 대단이 큰 건물이다. 저층부에는 상가가 입점해 있는데 여기도 대형 까르프 매장이 들어와 있었다. 아이스 링크도 있어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사막의 무더운 기후를 가진 이곳에서 스케이트 타는 모습이 새로웠다. 시청 주변에는 대형건물들이 엄청나게 많이 지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곳 공사를 다 마치고 돌아갈 즈음에는 여기 모습도 많이 변해질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에 즐비하게 들어선 건물보다도 규모가 엄청나게 더 크고 외관도 웅장하고 디자인도 화려하다. 산유 부국의 큰 스케일이 느껴진다. 해안선을 따라 마치 우리나라 해운대 같이 호텔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도하 항구에는 커다란 화물선도 여러척 정박해 있고 호화 관광 유람선도 보인다. 도로 중앙과 양옆으로 대추야자 나무가 가로수로 잘 자라고 있었다. 밤에본 야경도 좋았지만 낯에 보는 도하시내 모습도 좋은 구경거리였다. 오후에 현장에 돌아와서 예정 공정표와 자재업체 승인 리스트를 검토하고 일과를 마쳤다.
첫댓글 방학숙제에 일기가 있었지,,,한달치를 한번에 써야만 직성이 플리지,,,상상력을 키우는데는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