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연습은 10월 셋째주 연습인데, 저번 주에 레퀴엠 연습이 없었고, 작은 음악회 4
번째 연습만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은 레퀴엠 연습, 작은 음악회 연습 공히 5번째 연습
이 됩니다. 다음주 연습에 또 엄선생님이 빠져야 할 듯 한데 그리 되면, 실질적으로 작은
음악회 연습을 한 회 더 많이 하게 됩니다. 10월이라 엄선생님께 연주회 일정이 잡히는 일
이 많아서 그런 모양인데, 실지로 당장 작은 음악회 일정이 코앞에 닥친 형국이라 실질적으
로 필요한 것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연습에는 소프라노 6명, 알토 6명, 테너 2명, 베이스 3명 해서 모두 17명 참석이
되었는데, 여전히 남성측에서 인원이 부족한 듯 하네요. 그런대로 바로 작은 음악회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부지휘자는 먼저 간단한 발성 연습을 하고 난 뒤에 본격적 연습을 했는데,
이제 연주회 프로그램의 가안을 마련해 와서, 그것에 의거해서 연습을 진행합니다. 먼저 여
성이 [아가씨들아]를 연습하고, 이어 남녀 같이 [샹젤리제]를 연습했는데, 이 곡도 내가 그
냥 귓등으로 들어만 보았지 한 번도 관심을 가지고 불러 본 적이 없는 곡이라 거의 초견과
마찬가지의 상태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냥 더듬거릴 수 밖에... 저번에 [크리스마
스에는 축복을]을 부를 때 하도 더듬거려서 집에서 그 준비를 좀 해 왔더니 오늘은 그 곡은
아예 하지도 않고, 또 다른 곡을 하니 결과적으로 저번 주와 똑 같은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
다. 어찌 보면 우리 부지휘자가 우리에게 짖궂은 훈련을 시키고 있는 듯도 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초견력이 좀 늘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봅니다.
두번 째 연습 곡으로 [저 들 밖에]를 연습했는데, 이 곡은 익숙한 캐롤 곡이라 어느 정
도는 따라 부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정확하게 부르려 하면 집에서 좀더 연습을 해야
할 듯 합니다. 1부 마지막으로 [할레루야] 연습을 했는데, 부지휘자는 하나의 곡이 아니라
성격이 다른 여러 곡을 한 무대에서 바로 불러야 하니까 곡마다의 다른 느낌을 잘 살려서
부르는 훈련을 해야한다더군요. 이를테면 [할레루야]는 장엄하고 힘찬 찬양의 노래가 되도
록 평소 개인 연습을 할 때도 그렇게 하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후식시간에
우리가 연습한 [할레루야]를 녹음한 것을 들어보았는데, 들리는 소리라고는 베이스 소리밖
에 없더군요. 베이스 쪽에 너무 가까운 위치에서 녹음한 것이라 그렇겠지만 소리 보정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햇었습니다.
대략 이렇게 하여 1부가 끝나고 휴식 시간에 들어갔는데 때 마침 그때 때 맞추어 엄선
생님이 도착하시더군요. 그렇게 해서 잠시 휴식 뒤에 바로 포레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그냥 한번 불러 보라고 하시더군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인데.... 선생님은
과제를 내었으니까 우리가 어느 정도 연습이 되어 있으리라 믿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어쨌
든간에 대강 얼개를 맞추어 불러낸 듯 합니다. 선생님은 한번 그렇게 소리를 들어보고 난
뒤에 악곡 분석을 하면서 Eb조의 감각, 그러니까 음향적이고 화성적이며, 힘차고 기사적인
느낌을 살리고, 앞과는 달리 3/4박자로 바뀐 박자 감각, 그리고 PP, P, f, ff로 이어지는 장
약의 느낌 변화, 그리고 브라이트한 느낌, 환하고 빛난, 찬란한 느낌을 지켜 줄 것을 주문
했습니다.
포레의 [레퀴엠] 연습은 먼저 정확한 음정과 박자 자키기를 요구했지만 그보다 더 많이
공을 들이고 있는 지점은 포레의 곡 다운 소리내기입니다. 오늘 연습의 처음은 [쌍투스]부
터 시작했는데, 소프라노를 보고 소리가 좀 까칠하다고 하시면서, 소리가 거칠지 않게, 부드
럽게 뻗어나가는 흐름을 지키기를 요구했고,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연습을 반복했
습니다. 남성 파트는 테너와 베이스가 같은 음정이어서 그냥 소리가 일체감 있게 울리기만
하면 될 듯 했고요. 가끔 가다 알토를 보고 소프라노와 합류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
더니 음정은 대체로 정리된 듯 하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은 레퀴엠의 처음부터 상뚜스까지를 불러보았습니다. 두번 째 곡은 [Offertory]
는 아직 많이 부족하기는 한데, 집에서 곡 처음부터 쌍뚜스까지 반복적으로 연습을 여러번
해 보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불러 보았지만 아직도 베이스들끼리 음정이
약간씩 어긋나고, 박자 잡기가 조금씩 불안정한 것을 보면 선생님이 요구하시는 바대로의
소리 내기를 어느 정도까지 달성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요하리라 봅니
다. 전체 71페이지의 악보에서 솔로 부분까지 포함하면 연습이 36페이지까지 이루어진 셈
이니까 거의 절반의 1차 연습이 마쳐진 셈이고, 다음 주에 엄선생님의 연습이 없는 대신 그
다음주는 또 한 사람씩 나와서 불러 보는 공포의 개인 연습(?)이 있을 모양입니다. 저는 오
늘 [Offertory]를 부를 때 테너가 나올 부분에서 베이스로 나서는 실수를 범해서 중인 환시
리에 굴욕을 겪었는데, 대중들 앞에 서서 개인적으로 시험을 받는 것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
겠지만 사실 그런 식으로 하는 훈련이 가장 효율적임을 우리는 지금까지의 연습과정 속에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모쪼록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다른 파트와 자기 소리를
맞출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개인 연습을 거듭하여 그날 모두들 좋은 결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어려움과 긴장이 없는 연습이 완성도 높은 연습이 되기는 어렵겠죠. 우리는
지금 그 완성도 높은 훈련의 경지로 한 발 다가서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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