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생각은 설레임이다. 목요일 수업 후 점심식사 뒤에 잠시 나누던 대화에 철원 여행 이야기가 있었다. 철원 여행을 간다고 누군가와 여행을떠난다는 것은 아직도 건강하다는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발 끝에 힘이 있어 걸을 수 만 있다면 망설임 없이 떠나야겠다는것이 요즘 생긴 마음의 변화다. 10월 주말 스케줄을 뒤적여 보니 역시나 여유가 없다. 금요일 하루종일 일의 경중에 따라 무엇을 버릴까 따져본다. 이번 주말의 행사는 참석 권유의 행사라 조금은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토요일 새벽 일찍 철원 여행을 간다고 일방통보를 하였다. 역시나 즉흥에 가까운 나의 계획은 여지 없이 박살 난다. 결국 나는 이찬원이라는 당근을 빼어들었다. 토요일 저녁에 강남 일원동 마루 공원 공연장에 가는 조건으로 이 여행은 성사되었다. 덤으로 일요일 속초시 승격 60주년 기념축하 공연에 이찬원이 출연한다고 하여 그곳에도 가는것으로 합의했다. 쌀쌀한 새벽 공기라 가슴이 상큼하고 떠나는 즐거움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둠이 짙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상쾌함에 나의 흥분지수는 극에 달한다. 지난밤 잠을 설치고 이곳저곳의 정보를 벼락공부한 짧은 지식으로 척척박사 처럼 철원의 구석구석을 설명하면서 신이났다. 대관령을 넘어서니 영서 지방이 발아래 다가온다. 등 뒤의 일출은 또 다른 따사로운 기운으로 내 어깨를 감싸준다. 나는 이 기운이 너무도 좋다. 가끔 말도 안되는 엉뚱한 상상을한다. 영서지방 사람들이 일출을 맞이할 때 나는 대관령 정상에서 일출의 후광을 등에 업고 그들을 내려 본다는 망상에 빠져든다.더 높은곳에 있다 는 착각을 한다. 네비녀의 지시에 순종하는 생각없는 사람이 되었다. 예전에는 네비게이션 없어도 전국 어느 곳이라도 막힘없이 능숙하게 잘 다녔 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여행을 떠나게되면 멍청해진다. 어떤 경로를 이용했는지 기억이 지워진다. 바뀐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는 삶 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구리시를 지나고 부터 앞길이 깜깜하다. 한치 앞도 모르는 길봉사가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길들은 시골 촌로에 접어 드는 나를 당황케하였다. 반항하지 못하고 얌전하게 길들여진 촌로 네비녀의 목소리에 귀를 쫑끗 하나라도 노ㅊ칠까봐 정신집중이다. 내 가 살면서 아내의 말을 이렇게 집중하여 듣고 행하였다면 지금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삶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고석정 꽃 축제장에 도착하였다. 주민들의 주차 유도에 따라 편안 하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많은 인파에 깜짝 놀랐다. 드넓게 펼쳐진 꽃밭은 너무도 멋진 광경이였다. 약간 비싼 느낌의 입장료를 받고 50%는 철원 관내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상품권을 주었다. 지 자체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결단이였으리라. 좋은 방침이라고 생각 되었다. 드넖은 꽃밭에는 온갖 이름 모를 꽂들이 형형색색 만발하였고 그 많은 인파들의 밝은 목소리는 모두들 행복이 넘쳐 흘렀습니다. 휠체어를 탄 치매 노인의 해맑은 미소와 그것을 밀고 있는 장년 신사 모습에 화목함이 넘치고 네자매가 함께 왔다는 자랑과 왁자지 껄한 고음의 웃음들과 손녀딸의 손 잡고 아장아장 걷는 증손녀의 모습을 행복 가득한 웃음으로 지그시 바라보는 증조할머니의 자상한 모습등 기화요초 만발한 꽃밭에는 행복이 가득하였다. 당신이 꽃이야, 당신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당신이랍니다. 나만이 쓰는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꽃밭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연인들의 속삭임이랍 니다. 고석정의 멋진 모습을 잠시 구경하고 협곡과 주상절리가 발 아래 펼쳐지는 장관을 보기위하여 순담 매표소로 갔습니다. 많은인파들 서두르는 발걸음에 가끔 어깨를 부딪히기도하고 아슬아슬한 투명 유리바닥에 엉금엉금 기는 사람 출렁다리에서 껑충껑충 뛰어 공포 를 조성하는 사람등등 아름다운 장관을 보는것 보다 이동의 공포를 더 즐기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하였다. 전국 곳곳에 지자체 마다 만들어 놓은 이 잔도 관광이 나중에는 어떤 애물이 될지 걱정스런 마음이다. 멋지다는 생각 보다 추후관리 생각에 더 신경이 가는 것은 왜일까? 아내와의 약속을 지켜 강남 일원동 마루공원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음악에 대한 세대차이와 장르의 기호 차이가 비교되었다. 역시 서울 대도시의 수많은 인파를 실감하고어찔어찔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여행은 역시 가슴이 요동치고 발걸음이 활발할때 부지런히 다녀야 겠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