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봄, 완주
짧고 굵었던, 완주의 꽃과 봄 그리고 미식
잠깐이라 애타고 순간이라 그립다.
찰나여서 소중했던, 완주의 꽃과 봄.
●제방길 왕벚나무
구이저수지
구이면 행정복지센터와 원두현마을 사이.
제방길을 따라 벚꽃 비가 내린다.
고만고만한 작은
벚나무여도 행복할 따름인데.
휘영청 키 큰 왕벚나무들이
줄지어 상춘객들을 굽어본다.
그 커다란 그늘 아래,
개나리가 피고 연한 풀이 나풀댄다.
꽃잎 세며 걷다 보면 매년 원두현마을에서
'구이저수지 왕벚꽃잔치'의
일환으로 여는 작
은 먹거리 장터가 나온다.
마을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파전이며
도토리묵 같은 고소한 음식들이
뚝딱뚝딱 만들어진다.
동동주까지 곁들이니 나른한 봄맛이다.
제방길 맞은편은 구이저수지다.
약 8.8km에 이르는
구이저수지 둘레길까지 함께 걸으면,
그보다 더한 봄 산책은 있을 수 없다.
●좋은 길의 정의란
송광사 벚꽃길
유명하다고 다 좋은 길은 아니지만,
좋은 길은 유명해질 수밖에 없다.
송광사 벚꽃길은
완주의 대표 벚꽃 명소다.
길을 걸으면
그 유명세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봉덕교 부근부터 송광사에 이르기까지
1차선 도로 양쪽으로 하늘에서
벚꽃이 펄펄 내린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 스루'로
즐길 수도 있지만 역시 걸어야
이 길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카메라만 들었다 하면 인생숏이
쏟아지니 따로 포토존이랄 것도 없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간식의 유혹을 굳이 참을 이유가 있을까.
길 중간중간 판매하는 콜팝(콜라+팝콘 치킨),
고구마, 뻥튀기들이
하나씩 아이들의 손에 들린다.
핫도그 한 입 베어 물고 꽃잎을 본다.
봄바람이 잠시 거세자,
바닥엔 레드 카펫 대신 벚꽃 카펫이 깔렸다.
손바닥에 봄이 내려앉는다.
아, 좋은 길이다.
●봄이 뭔가요? 대아수목원
"봄이 뭔가요?"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의 손을 잡고
대아수목원에 데려갈 것 같다.
입구부터 작은 개울을 따라
늘어선 산벚나무는 봄 그 자체다.
화려하되, 잔잔하다.
비교적 덜 알려진 벚꽃길이라
고요한 산책을 원하는 이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전라북도가 운영하는
도립수목원답게 스케일도 크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금낭화
자생 군락지를 비롯해 2,600종
이상의 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열대수목원, 산림문화전시관,
산림생태체험관 등
주요시설물들도 관리가 무척 잘 돼 있다.
입장료가 무료라고 얕보다간
넘쳐나는 볼거리에 시간이 부족해질 것.
●하늘을 가린 꽃 지붕
만경강 벚꽃길
전라북도 북부에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만경강.
평소라면 자전거길을 달리는 라이더들이나
걷기대회 참여자들로 북적일 테지만,
봄철엔 사방이 벚꽃길이다.
이미 예쁘기로 이름난
비비정 벚꽃길뿐 아니라,
강줄기를 따라
강변 곳곳에 벚나무가 흐드러져 있다.
어디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
그럼에도 꼭 하나의 길만 걸어야 한다면,
하리교에서 삼례교까지
이어지는 길을 택할 것 같다.
약 2.5km의 도로에선 하늘이 가려진다.
풍성한 벚꽃들이
꽃 지붕을 만들어 머리 위를 메운다.
차와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은 모두 벚꽃.
목련은 한껏 부풀어 톡 치면
터질 모양새다.
서서히 지는 해와 강물,
노곤한 바람은 봄을 더 봄답게 만든다.
▶봄철 입맛 돋워 줄
완주의 미식
묵은지와 닭의 만남
송광산장
묵은지도 맛있고 닭볶음탕도 맛있는데,
그 둘이 합쳐졌으니
더 이상의 표현이 필요 없다.
송광산장의 묵은지 닭볶음탕은
토막 낸 닭고기에 시큼한 묵은지와
고추 양념이 어우러져 한국인이
딱 좋아할 만한 매운맛을 낸다.
닭 한 입 먹다 묵은지 한 쪽.
야들야들한 양파와 부스러지는 감자는
또 왜 이렇게 맛있는지.
직원에게 요청하면
김 가루와 참기름을 준다.
당연히 밥은 비벼야 이득이다.
뷰 맛집 그 이상
아무 빈자리나 잡고 앉아도
창문 가득 담기는 건 두 가지다.
한옥과 산. 오성한옥마을 안에
자리한 두베카페는 종남산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뷰 명소다.
SNS에선 징검다리 포토존이 유명하지만,
퀄리티 높은 음료를 선보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달콤한 크림과 헤이즐넛 시럽이
더해진 클래식크림라떼는
두고두고 생각날 정도.
뷰 맛집 이상의 라떼 맛집이다.
홍백의 대결
대흥전통순두부
앉자마자 고민에 빠진다.
대표메뉴는 단 두 개. 붉은 양념이 들어간
순두부찌개와 뽀얗고 맑은 순두부 백탕.
홍이냐 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비율이 정확히 5:5다.
오로지 취향의 차이란 얘기.
둘 다 100% 국산 콩으로 직접 만든
손두부가 들어가고 바지락으로 시원한
국물맛을 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깔끔한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전자를,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선호한다면 후자를 택할 것.
고민하다 둘 다 시켰더니,
의외로 백탕의 승리다.
세상의 문을 여는 '트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