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봉화 남 회룡산(975m)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봉화의 숨은 산
남회룡산은 봉화군 소천면에 자리한 해발 975m의 산이다. 통고산을 지나 남녘을 향하던 낙동정맥이 칠보산의 남봉에서 서쪽으로 곁가지를 뻗어 내린다. 덕산지맥으로 불리는 이 산줄기는 일월산과 청량산 등 여러 명산을 빚어놓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남회룡산은 일월산과 마주보는 장군봉에서 북녘으로 능선을 이어간 산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는 아직 산이름이 보이지 않지만 이 산에서 다시 북녘으로 능선을 이어가면 죽미산, 황악산 등 명산이 자리한다.
남회룡산의 들머리는 소천초교 남회룡분교(폐교)와 31번 국도의 영양터널을 잇는 비포장도로의 마당목이 마을이다. 서쪽으로 올라가는 시멘트길을 길게 이어가면 임도의 통행을 제한하는 차단기를 만난다. 차단기를 지나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임도는 귀한 함박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향기로운 숲길이다.
3.8km의 지그재그 임도를 오르면 해발 약 800m로 짐작되는 임도 사거리에 닿는다. 두음, 분천, 갈산, 남회룡(마당목이)의 임도 갈림길에 세워진 '장군봉 임도안내'를 살펴보면 이곳에서 들머리 마당목이까지는 3.88km가 표기되어 있다. 나머지 세 곳은 각각 10km가 훨씬 넘는 먼 거리이니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은 거의 불가능한 오지 중의 오지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북녘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조림을 위한 간벌을 마친 산길은 불어오는 산바람이 더해 쾌적하다. 바람에 실린 산의 향기가 진동한다. 산꾼들의 접근이 아예 없는 오지의 청산에 오르노라면 도시생활에서 찌는 심신의 때가 저절로 헹궈진다. 느긋이 능선길을 이어가면 909m봉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회룡산 서봉(972m)에 올라선다. 지난해 5월 이곳에 올랐을 때 삼각점(소천 재설 78, 6 건설부)이 외롭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1년 사이 웃자란 풀과 나무로 한참을 헤맨 뒤에야 겨우 삼각점을 찾아낸다.
불과 3m 차이로 최고봉이 아니건만 이곳 서봉은 요충지다. 장군봉으로부터 직접 산줄기를 이어받아 동녘으로 놤회룡산 정수리에 전하고, 북녘으로 산줄기를 내려 죽미산(907m)과 횡악산(약 910m)을 이어간다. 삼십년 세월이 흐는 삼각점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잠시 간식으로 휴식을 취한다. 이날 산행에는 매주 화요일 필자와 산행을 같이하는 덕산산악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다시 산길을 이어 동녘의 최고봉을 향한다. 갑자기 길이 희미해지고 곁가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끈질기게 막아서는 싸리 잡목과 철쭉나무의 곁가지를 헤쳐 당도한 남회룡산의 최고봉은 얼핏 지나칠 뻔했다. 빽빽한 참나무와 잡목 속에 조림한 것으로 보이는 소나무 몇 그루가 이색적인 정수리는 사진에 담기가 무색한 참으로 평범한 봉우리였으니, 오히려 지나온 서봉이 남회룡산을 대표하는 산세를 갖추었다는 생각을 재차 해본다.
이곳에서 하산길 주의를 요한다. 올라온 방향으로 똑바로 이어지는 순탄한 능선길은 남쪽 계곡으로 직접 내려간다. 이곳에서는 왼쪽으로 크게 꺾어 정동녘 능선을 이어야 한다. 내려선 안부에서 남동쪽으로 굽어도는 능선을 이어 950m봉을 오르내리면서 다시 2004년에 설치한 삼각점이 있는 910m봉에 올라선다.
놀랍게도 일년 사이에 산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5월에는 텅 빈 공터에 삼각점이 외로웠건만 지금은 풀이 무성하여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러저리 풀을 헤쳐 겨우 삼각점을 찾아낸다. 이곳에서 멀리 남쪽 하늘을 우러르면 장군봉과 일월산의 산세가 한 폭의 황홀한 청산도를 그려놓았다. 이 910m봉 주위에는 5월이면 아름다운 꽃동산이 펼쳐진다. 아름답고도 보기 드문 노랑무늬붓꽃이 무더기로 피어 이 봉을 노랑무늬붓꽃봉이라 불러보았다.
이곳에서도 하산길 주의를 요한다. 왼쪽(북북동)으로 크게 꺾어 능선길을 이어가면 870m봉에 이르고, 이곳에서 이어가는 동녘능선을 길게 따라가면 남회룡분교 뒤쪽으로 내려선다. 너른 운동장을 지나서 교실 왼쪽에는 소나무 다섯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랐다. 둘러선 소나무 가운데에 의자와 탁자가 놓여있고 '솔바람 배움터' 라고 쓴 나무현판이 걸려있다.
우람한 체격에 붉은 용비늘 갑옷을 입은 장군노송들은 자태가 빼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낸다. 수백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켰으리라. 남회룡분교의 개교와 폐교, 그 세우러동안 청운의 꿈을 키워가던 새싹들의 모습을 죄다 기억하고 있을 터,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자라난 그 꿈나무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전설의 고향인 듯 남아있는 금강송을 수없이 되돌아보며 산을 내린다.
*산행길잡이
마당목이마을-(1시간30분)-임도 사거리-(50분)-서봉-(30분)-정상-(40분)-910m봉-(1시간10분)-남회룡분교
남회룡산 들머리는 남회룡리와 31번 국도상의 영양터널을 잇는 비포장도로변 마당목이마을이다. 서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면 산기슭으로 임도가 이어가고 뒤이어 차단기에 이른다. 임도사거리까지 이어가는 '3.88km'의 임도는 맑은 골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호젓한 길이다. '장군봉 임도안내도'가 자리한 임도마루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제법 뚜렷한 북녘 능선길을 올라가면 909m봉을 지나 1978년에 세운 삼각점이 있는 서봉(972m)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동녘 능선길은 희미하다. 막아서는 싸리나무와 철쭉을 헤쳐가면 능선길 같은 최고봉(975m) 정수리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하산길을 잘 살펴야 한다. 올라간 방향에서 왼쪽으로 크게 꺾어 동녘능선을 이어 다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950m봉을 오르내려야 2004년 세운 삼각점이 자리한 910m봉에 도달한다. 이곳에서도 왼쪽(북동쪽)으로 크게 꺾어 내리고 868m봉에서 동녘 능선길을 길게 이어가면 남회룡분교로 내려선다.
남회룡분교-마당목이-임도사거리-서봉-남회룡산-남회룡분교를 잇는 원점회귀산행은 6시간 정도 걸린다. 마당목이를 지나 임도차단기까지 차량을 이용하면 5시간이면 넉넉하다. 대형버스는 남회룡분교 조금 지나 포장도로까지만 진입이 가능하다.
*교통
서울-봉화 동서울종합터미널(ARS 02-446-8000)에서 1일 6회(07:40, 09:40, 11:50, 13:50, 16:10, 18:10)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이용, 봉화군 춘양면을 기점으로 잡는다. 요금 17,900원.
춘양에서 수시 운행하는 군내버스로 소천면에 내린 뒤 남회룡초등학교까지는 소천택시(054-672-7676)를 이용한다.
*잘 데와 먹을 데
36번 국도에서 남회룡리로 접어들기 직전 소천면 광회리 도로변에는 옥방휴게소(054-672-7777)를 비롯해 숙박과 식사를 겸한 휴게소가 여럿 있다.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산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simsanmunh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