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의 식구들이 겨울에는 인원이 이천명에 육박하다가 봄이 되면 천칠백, 육백으로 줄어드는 이유를!!
먹여주고 입혀주어도 부랑인들에게는 이곳이 창살 없는 감옥이랍니다.
그래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들은 뒷담을 넘어 탈출을 하지요
이들은 철새처럼 어느 한곳에 메어있는 것을 싫어한답니다.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으면 먹고, 그것도 안되면 굶으며 소주 한 병으로 요기를 하고, 거리의 어느 구석에서 잠을 자면 되니까요.
몇 년 전에는 서너명이 성심복지의원 출입을 매주마다 한번씩 오곤 하였습니다.
먹을 것을 달라, 치약을 달라, 가방하나 달라, 담요 한 장 달라고 말입니다.
이들에게 더 이상의 훈계는 필요 없습니다. 없는 것은 구해놓을 터이니 언제 오라고 하면 와서 가져갑니다. 이들 중 몇 명은 돌아가시고 근래에는 애인(애먹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최근에 B씨를 만나면서 제가 많은 잘못을 하였습니다.
행려자 B씨는 여러분이 도와준 분입니다.
그는 무적자의 신분으로 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저도 참으로 어렵게 일을 했습니다.
처음엔 파출소, 구청, DS의료원 등 모두에게 철저하게 거절을 당했고, 포기하자니 의료인의 양심으론 허락이 안되고 최선을 다해 보자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받았고 남들은 일주일이면 퇴원을 해야 하는데 외래진료를 할 수 없어 한달 입원을 했습니다.
구청에서 입원비를 지불했고, 나머지는 회원 여러분이 도와서 퇴원했지요.
현장에서 일을 하는 우리들은 많은 실수를 통해서 일을 합니다만, B씨는 평화의 쉼터에서 일주일만에 쫓겨났습니다. 술을 먹었다나요?
저희는 치료를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도로묵이 되고 말았습니다.
"길찾사"(길을 찾는 사람들)쉼터 소장에게, 쪽방 상담소에, 전화를 해서 B씨를 역주변 등에서 찾아 달라고 수소문을 해 놓았습니다.
몇일전 병원 문밖이 시끄러워 나갔더니 B씨가 술에 취해 문 앞에 누워 있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행인들이 보든 말든 저도 부랑인이 되어 소리를 치면서 병원안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몇 대를 있는 힘을 다해서 때렸습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울면서 애원하고.....
속옷과 겉옷을 시장에서 사 가지고 와서 목욕을 하고 치료를 하러 가자고 보냈더니 함흥차사....
삼일 후 나타나 목욕탕에서 스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했습니다.
제가 왜 이 글을 쓰는지 아시겠습니까?
저의 잘못이 크기 때문입니다.
손바닥으로 때릴 때 「내가 너 때문에 몇 날 며칠을 파출소로, 구청으로, 병원으로 쫓아다니면서 고생했는데 이 모양이야!」하며 미움으로 한 대 때렸고, 「경비가 얼마나 들었는데, 그리고 도와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구나 이놈!!」 하면서 두 대의 매가 들어갔고 「새사람 되겠다고 거짓말이나 하지 말지」하며 때린 세 번째의 매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의 문제였습니다.
나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되고, 철새는 제자리로 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묶어 놓으려고 했던 나의 실수였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기도하면서 세대의 매에 대해서 주님께 용서를 청했고, B씨는 당신의 자녀이니 당신이 알아서 돌보시라고 책임전가를 했습니다.
이것도 내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나의 약함입니다.
이렇게 많은 약점을 가지고 실수를 줄이지도 못하면서도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자신이 바로 가난한 사람인 것을 모르면서.....
성서의 말씀처럼 "참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믿으며, 바라고, 견디어 내는 것"임을 그 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B씨를 통해서 내 모습을 보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