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4067.html) | |
내친 김에 한겨레신문에서 운영하는 '라이브 폴'이라는 독자 대상 여론 조사를 보자.
물론 한겨레만 이러는 건 아니다. 문제는 누가 누굴 나무랄 만큼 도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옳은 척 바른 척을 가장 많이 하는 한겨레조차 이런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아래에는 조선일보 여론조사도 붙여 얼마나 우스운지 보이겠다. 먼저 한겨례신문사 여론조사를 본다. 붉은 글씨로 토를 단다. - ‘언론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가 ‘조·중·동 집중 광고 기업’을 선정·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한겨레 소비자 운동의 하나…찬성 694명 (83%) 명백한 경영권 침해…반대 142명 (17%) * 어차피 한겨레 독자라는 한정된 대상만 가지고 하는 여론 조사인만큼 결과가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휘 선정이 공정하지 못하다. 오늘날 조중동이란 어휘는 한겨레신문이 줄기차게 ‘수구꼴통’으로 규정하는 용어이고, ‘집중광고’라는 말에서 이미 잘못되었다는 걸 부각시키고 있으며, ‘논란’이라는 어휘 역시 앞에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전제가 된다. 또 답에서 ‘명백한’은 빼야 한다. ‘명백하지 않으면 경영권 침해’가 아니라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지문은 ‘한 시민단체에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 신문에만 광고를 하고,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에는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을 선정하여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으로 고쳐야 한다. 그래야 한겨레 독자만으로 한다손 치더라도 답이 바른 방향으로 휘게 될 것이다. - ‘범민련’ 남쪽 의장을 지낸 강희남 목사가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한겨레 목사로서 무책임한 행동 730명 (35%) 현정부가 만들어낸 희생양 1330명 (65%) ‘사회적 논란’이라는 말은 이미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다. 또 답에서 ‘현정부가 만들어낸 희생양’이라는 건 전혀 적절치 않다. 한참 오버하는 답으로 여론조사 기법상 얼토당토않다. 이쪽 독자들만의 마스터베이션일 뿐이다. 질문은 <‘범민련’ 남쪽 의장을 지낸 강희남 목사가 6일 자결했다. 여러분의 생각은?>으로 고쳐야 하고, 2번 답은 <남북대화 경색에 대한 항의> 정도로 고쳐야 한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전국 대학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성명을 발표·예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 한겨레 지식인 사회참여 정당…찬성 3218명 (85%) 정치적 목소리 자제해야…반대 547명 (15%) 역시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전국대학교수들이 잇따라’라는 말에서 우리나라 최고 대학인 서울대가 시작한 일, 전국 모든 대학과 대학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일,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일이라는 암시가 전제돼 있다. 그래서 질문은 <일부 대학교수들이 시국성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이 돼야 한다. 답에서도 <사회 참여 정당>, <정치 참여 자제>가 돼야 한다. -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에 5조원 가까이 늘인 18조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으나 4대강 수질개선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 한겨레 정부가 잘하고 있다 446명 (10%) 지금이라도 다시 고려해야 3937명 (90%) 부정적인 답을 유도하기 위해 ‘5조원 가까이 늘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자의적인 표현이다. 계획단계에서 늘고 준 예산은 중요한 개념이 아니고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또 해봐야 소용이 없을 거라는 듯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제한다. 이건 명백히 잘못된 설문이다. <정부가 18조원을 들여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이 돼야 한다. 만일 <정부가 4대강의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고, 가뭄에 대비하여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이라고 한다면 답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정당이나 이념을 지나치게 표방하는 신문사의 여론 조사는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 대법원이 이른바 ‘삼성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 한겨레 순수한 법리적 판단…옳은 판결 407명 (10%) 편법승계 면죄부…잘못된 판결 3858명 (90%) <대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이라고 해야 한다. 답은 앞에 달린 사족을 떼고 <옳은 판결> <틀린 판결>만 제시해야 한다. 면죄부란 어휘도 부적절하다. - ‘기업형 슈퍼’들이 각 지역에 무차별 침투, 동네 상권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 한겨레 소상인들 보호해야…규제필요 2113명 (87%) 유통시장 변화…시장원리에 맡겨야 300명 (12%)
무차별 침투하여 동네 상권을 위협한다는 데 답은 뻔한 것 아닌가. 이렇게 물어서는 안된다. <'기업형 수퍼'들이 각 지역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이라고 물어야 한다.
독자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이럴까 싶다. '그냥 우리끼리 분풀이나 해보자'는 것인가? 이래서는 올바른 여론을 듣겠다는 게 아니라 여론 선동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형평을 맞추기 위해 조선일보 여론조사도 찾아 시비를 걸려 했는데 그새 귀찮아졌다. 그만 둔다. 서로 아무리 싸워봐야 종이신문은 머지 않아 없어질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