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선술집 주인 아줌마가, 내가 아무도 모르게 도망갈려고
보따리를 쌌는데 그걸 청양총각이 귀신같이 맞추더라며
소문을 내주어서 손님이 하나둘 늘기 시작 하더니,
시골동네라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제법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안면도에서 자리를 잡겠다고 마음먹고 내려와, 개업을
한뒤로 이나마 사람이 오는것도 다행이다
싶어 싱글벙글하며 지내다보니 마음도 편해지고,무엇보다
말문이 터지니 어떤사람이고 와서 턱하니 앉기만하면 무얼 물으러
왜 왔는지가 느껴지니, 일이 쉽게 풀려 갔습니다.
제가 하는말은 귀신같이 맞아들어 갔고, 소문도 점차나서
낮이면 사람을 봐주고, 밤이면 벌은돈으로 동네사람 술사주는
재미가 쏠쏠해질 무렵 이였습니다.
동네의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안면도 갯벌로 소라와 조개를 캐러
갔습니다. 한참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해서, 소라를 캐는데
소라가 무지하게 많이 붙어있는데가 있어 소라를 열심히
캐다보니 소라가 붙어있는건, 뻘에 묻힌 어떤 죽은사람의
시체였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죽어서 그곳까지 떠밀려왔는지
몰라도 시체의 다리부분만 뻘밖으로 나와 있었고, 다리에 소라가
다닥다닥 붙어서 사람 다린줄도 몰랐던 겁니다. 그 아줌마는 시체를
보고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그 충격으로 인해 실성을 해서,
눈이 풀려서 아무나 보면 실실 웃고, 밤에 잠도 안자고, 아예
말조차 잃어버렸는지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히죽히죽 하루종일 웃고 돌아다니기만 했습니다.
그 집 언니가 제게 실성한 동생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분을 보는 순간 저는 귀신이 씌었다는걸 알았습니다.
시체를 보는 순간 귀신이 들러붙어서 방편을 써서 풀어 줘야만
귀신이 내쫒을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러자니 그집은 근근히 소라를 캐서 장에 내다파는 여유가
없는집 이였기에, 제물을 차릴 수도 없고,저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돈쓰는걸 좋아하다보니 사람들 술사주고 밥사주느라고
돈을 써버려서 저또한 가진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겉보리 서말을 어떻게 구하고, 동네에서 꽹가리를 빌리고
해서 아줌마의 귀신을 떼어 주기로 하고, 겉보리에 초를 꽂고
글을 한장 써서 붙이고, 아줌마를 앉혀놓고 제가 좌정을 해서
마음을 가다듬은뒤 꽹가리를 세번 쳤습니다.
그런데 꽹가리소리 세번에 이 아줌마가 뒤로 넘어가며,
입에 거품을 무는것이였습니다.
눈이 뒤집히고 헛구역질을 한참 해대다가, 마침내 푸우~하고 긴
한숨을 토해내더니만, 이내 아줌마의 눈동자와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말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근처에 둘러서서 구경을하던 동네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귀신이 떨어져 나간 아줌마와 언니는 영영 사람노릇 못하는줄 알았는데 고쳐주어서 고맙다며 붙잡고 엉엉 울고,동네사람들은 청양총각이 겉보리 세말만 놓고 귀신을 떼주었다며
제게 너무 고마워 했습니다.
꽹가리소리 세번에 귀신이 달아나다니, 제가 봐도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그 아주머니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서
다시 조개와 소라를 캐러 갯벌로 나가시고,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도,
그 언니 되시는분은 안면도 바닷가에 신정식당이란
음식점을 하시는데, 제가 어쩌다 안면도를 들르면, 겉보리 서말에
내동생 귀신을 떼준 선생님 오셨다며, 이것저것 내놓고
잡숴보시라며 아주 살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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