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냄새와 아들의 이력서
김윤선
글씨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글씨는 마음의 그림이다. 또는 마음의 창이다. 옛부터 흔히 들어온 이야기 들이다. 글의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인지 심리를 알 수 있다. 글은 그 사람의 성품이고 살아온 이력서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마음이 내포되어 있는지 삶이 곧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교직이나 공무원등 평생 글을 직업으로 살아온 사람은 글속에 모든 학문과 높은 지식이 들어있을 것이고 시장에서 각 종류의 장사를 하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제품하는 사람은 모두 자신의 관한 삶의 글이 담겨 있을 것이다. 또는 고위관직에 있는 사람은 아래 사람들과 담당자들의 맡은바 각각 주어진 자신의 생활 속에서 성품과 냄새가 드러나지 않을까? 아무리 글을 품위있게 꾸미고 남의 글을 흉내 낸다고 해도 체험하지 않고 진실성이 없다면 그 글은 생명이 없는 허울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 시오야 바으 다밤에 모 거강하소" 결혼 한 달 만에 군에 간 남편을 그리며 인편으로 보낸 아내의 편지다. 비록 글자가 다 틀리지만 보름 달을 보며 멀리 남편을 그리며 쓴 몇자의 글이 심금을 울린다. 남편에게 한 달 동안 몇자 글을 배워 쓰 보낸 편지는 "십오야 밝은 달밤에 몸 건강 하소" 간절히 남편이 보고싶은 아내는 달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절절 하였을까?
고기 장사를 하는 사람은 몸에서 비릿한 냄새와 살아서 파닥거리는 생명도 있을 것이고 고기가 상해서 썩은 냄새도 있을 것이다. 철공을 다루는 사람은 공장의 쇳소리와 쇠가루 불똥이 튀는 쇠 냄새가 진동 할 것이다. 운전기사는 도로를 질주하며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차의 소음과 경적 소리도 함께 기름이 찌던 인생 역경이 소롯이 담겨있지 않을까? 학교 선생님은 제자들의 눈망울과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스승과 제자들의 냄새를 품길 것이다. 사람은 각자 자기 직업에 따라 글의 본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초등학교 졸업후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살아 왔다. 그러므로 글 속엔 시골 논두렁 흙냄새와 풀냄새 그리고 새소리 물소리가 난다. 그 다음 화학 먼지와 땀 냄새 일 냄새 장사 냄새가 베여 있다. 시장의 왁자한 소음과 억척같이 살기위해 교묘한 수단으로 손님들의 구미에 맞게 달콤한 언술로 장사를 하는 글 냄새가 난다. 말끝마다 하늘도 안다는 거짓을 해야 했다. 내가 태어나 자라면서 회갑이 될 때 까지 평생 먹고 살기 위해 장바닥에서 사투를 벌이며 수단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부산 국제 시장 진시장 자유 시장에서 서울 남대문 동대문 평화시장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삶과의 전쟁 속에 살아온 것이다. 사 십년 삶속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늘 꿈속에서 사춘기 소녀처럼 공부를 하며 문학 소녀로 살기를 소망해 왔다.
아들 넷을 키우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장사를 하면서 주경야독 공부를 하며 일인 오 육역의 억척같은 삶 속에서도 문학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 왔다. 전직을 버리고 감미로운 글을 쓰 보려고 많은 노력을 해 보지만 내 몸에 붙은 장사의 근육을 숨길 수가 없다. 체면 자존심 위신 같은 것은 나와의 별 문제며 세상의 밑바닥에서 온갖 쓴 것도 다 마셔가며 살아온 역경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똘뱅이라는 내 직업을 벗어 날 수가 없다. 문학이란 무지갯빛 고운 빛으로 아름다운 글을 쓰야 하는데 영롱한 물결의 고운 자태는 남의 옷을 입는 것과 같다. 글을 한참 쓰다보면 언제 몸속에 쌓여있는 내면의 세포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며 앞을 가린다. 이웃 사람들은 나를 또순이라고 불렀고 쌍둥이 엄마라고도 부르며 억순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힘겨운 이름을 짊어지고 늘 벼랑 끝에 엉겅퀴를 헤치며 살아온 이야기만 몸에 베어 있을 뿐이다. 이제는 지난날의 아픔도 분노도 모두 비워 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잘 안된다. 고운 물결 같은 글은 아닐지라도 높은 산을 오르며 사색하고 산의 정기를 몸속으로 심취하며 기억 속에 내재 되었던 모든 악취를 쏟아내어야 할 시간 되었다. 그러나 마음 뿐이고 다 비우고 새로운 옷을 갈아 입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기만 하다. 내 역경을 제조하여 기초를 다지고 튼실하게 만들어 비바람 눈보라가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는 나만의 건물을 짓고 싶다.
어느 날 아들의 이력서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 "쌍둥이" 넷째 막내아들이 대학교 졸업하고 취직을 할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우리 어머니라고 썼다. 어머니는 우리 4형제를 키우며 장사도 하고 주경야독으로 공부를 하며 할아버님 할머니도 돌보며 일인 오역으로 봉사도 하신다는 엄마의 고된 삶을 낱낱이 적어 놓았다. “어머니의 말씀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노력한 댓 가는 있지만 자신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 그 어느 곳도 성공 할 수 없다" 는 어머니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일이 하고 싶다며 어떤 일이든 맡겨만 준다면 다 할 수 있다는 당찬 아들의 이력서였다.
아들의 마음을 읽고 가슴이 울컥하여 눈가에 물기가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 너희들이 엄마를 알고 있구나! 마냥 철없는 아들로만 생각을 했는데," 마치 인삼 녹용을 먹은 듯이 힘이 솟아올랐다. 그래 엄마처럼 열심히 살면 무슨 일인들 다 할 수 있다. 아들 넷이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어떤 일이 주어진들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또 힘과 용기가 불쑥, 아직도 내 인생 설계를 펼치며 살고 있다. 현재 아들 넷은 엄마의 모습을 가슴에 새기며 현장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님의 유언에서 "딸아 잘생긴 건달놈들을 조심하라 " "아들아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 하지말고 그 사람의 삶을 배워라" 이건희 아버님 이병철회장님의 유언에서 늘 광야를 달리는 말처럼 평생을 밖에서만 살아서 마지막 유언은 "미안허다" 를 남겼다. 내 친구 김용택 아버지는 아들보고 "너의 엄마 연탄 갈기 힘이 드니 방마다 보일러 놓아드려라" 이건희 회장님 친구 김 용택 시인의 아버님 유언이 가장 훌륭하고 진심어린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마지막 남긴 말, " 돈, 권력, 명예" 모두 쓰레기 라고 하셨다. 나라의 위인이요 온 국민을 잘 살도록 세계적인 업적을 남기신 이건희 회장님의 삶을 가슴에 새긴다.
투박하고 매캐한 먼지 냄새가 나도 좋다. 누가 나의 글을 읽어 화학 냄새에 식상하다고 할지라도 내 살아온 과거를 버릴 수가 없다. 체험하지 않고 겪지 않은 과장된 글과 비단 같이 꾸며진 글은 내 옷이 아니다. 나는 일속에 흙냄새와 장바닥 화학 먼지 속에 투박한 삶의 땀 냄새가 나의 글이다. 비록 땀 냄새가 날지라도 나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꿈과 용기와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다면 나의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을까, 인생 팔부 능선에서 하루하루 천금 같은 시간 지난날 치열하게 살아왔던 추억들을 되새기며 초연히 노년의 길을 가고 있다. 새아침 눈을 뜨면 오늘도 행복한 날 참 아름답고 눈이 맑은 사람들에게 강의할 계획을 세우고 새날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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