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말모이>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비폭력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표출한 위대한 저항이었다. 3.1운동은 강압적인 일제의 통치 방법을 비록 기만적이지만 약간은 완화된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일제는 무장투쟁을 더욱 혹독한 방식으로 탄압하였고 한국인의 민족정신을 빼앗기 위해 다양한 술책을 동원하였다.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역사 그리고 우리의 말이 억압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일제의 집요한 민족말살 정책은 합방 이후 독립의 희망을 갖고 있었던 수많은 인사들을 결국 친일분자로 변신시켰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은 어쩌면 조선 내에서 민족단체가 추진하였던 마지막 저항이었는지 모른다. 이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취조를 받았으며 이윤재와 한징은 옥중에서 사망하기도 하였다. 비극적이고 치열했던 이 사건을 영화 <말모이>는 약간의 픽션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롭게 조명한다. 조선어학회는 ‘조선어사전’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경찰의 감시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추진하지만 너무도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는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선어학회 구성원들의 고통과 노력에 더하여 우연하게 합류하게 된 하층계급 출신의 사내를 통하여 우리말의 소중함과 민족의 의미를 다시금 제기한다. 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은 허드레 일을 돕기 위하여 고용된 김판수(유해진)을 못 믿어한다. 그는 자신의 가방을 훔치려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표는 하층계급들이 돈때문에 일본인에게 복종하는 존재들로 여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풀어지고 둘은 조선어 사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며 가장 강력한 협력자가 되게 된다. 마지막 순간 완성된 원고를 부탁받은 판수는 결국 일본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말모이>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는 정신과 언어 뿐 아니라 계층의 화합이 필요했음을 강조한다. 사전을 만드는 작업 가운데에서 지식층 사람들은 하층계급의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거리의 부랑아들은 각 지역의 사투리를 제공하기도 하며 비밀로 이루어지는 공청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사전 원고 완성에 큰 도움을 준다. 결국 <조선어사전>은 소수의 어학회 관계자들의 노력만이 아닌 조선의 수많은 민중들의 힘과 노력이 가미된 작업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어 사전> 원고는 어떻게 발견될 수 있었을까? 실제로 ‘조선어사전’ 원고는 우연히 1945년 9월 서울역 창고에서 다시 발견된다. 영화에서는 쫓기던 판수가 원고를 한 건물의 창고로 던지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원고’의 보존을 죽음의 방식으로 완수하였던 것이다. 서울역 창고에서 조선어사전 원고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엄청난 역사적 수수께끼이자 목숨으로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정성에 대한 슬프지만 뜨거운 전율을 전달하는 결과였다. 그 결과 <한글대사전>이 발간될 수 있었다.
폭력적이고 환상적인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개봉된 <말모이>는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서 평범한 사람들의 민족 독립을 위한 진솔하면서도 치열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판수 역을 맡은 유해진은 이제 주연이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소박하면서도 진실한 사람의 느낌을 그는 제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마동석이 지나치게 자신의 이미지를 반복하면서 약간의 진부함을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게 유해진은 많지 않은 주연 작이지만 다양한 배역을 통해 그가 갖고 있는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특징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었다. 특별한 주연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첫댓글 <말모이>라는 제목이 주는 신선함이 느껴진다. 한글의 소중함이 젊은이들에게 전해지는 영화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