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경찰대에 수능 전과목 만점자 6명이 합격해 화제다. 지금까지 밝혀진 수능만점자가 3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만점자의 20%가 경찰대로 몰린 셈이다. 경찰대 합격 수능만점자 6명은 모두 사회탐구에 응시한 인문계열 학생들이었다. 경찰대가 인문계열 최상위 대학을 자임하는 서울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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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대 합격자 가운데 6명이 수능만점자였다.(사진=경찰대 홈페이지 캡쳐) |
실제 경찰대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대 지원자들 가운데엔 서울대 경영학부에 중복합격한 인원이 상당하다. 다만 그는 “서울대 경영과 경찰대에 중복합격한 학생들은 최종적으로 경찰대보다 서울대 경영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서울대 경영과 동급이라는 설명은 지나치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경찰대는 이처럼 합격선이 지나치게 높은 현상에 대해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다. 경찰대 관계자는 “경찰대 합격선이 서울대 경영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알려지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 “사실 수능 만점자 6명이 합격한 사실을 두고도 내부적으로는 공개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그는 “지원자들의 성적을 굳이 설명하자면 서울대 경영보다는 낮고 연세대나 고려대 최상위권 학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경찰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수능 고득점자보다는 경찰 직무에 투철한 인재이므로 전국 최정상 인문계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마냥 환영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대 입장에서는 수능 몇 문제 더 많이 맞힌 지원자보다 진짜 경찰에 뜻을 둔 지원자를 선호한다”며 “입학 성적이 너무 높아 그런 뜻 있는 학생들은 오히려 위축돼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만점자를 포함한 최상위권 합격생들이 경찰대에 최종 등록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경찰대 합격자들은 오는 12일부터 2주간 가(假)입소해 ‘청람교육’을 받게 된다. 사관학교의 기초훈련기간과 비슷한 이 기간 몇몇 합격자들은 경찰대 등록을 포기한다.
■ 여자 경쟁률 147.9대 1…자체 최고경쟁률 = 2014학년도 경찰대 전체경쟁률은 60.4대 1을 기록했다. 남자는 50.6대 1, 여자는 147.9대 1을 기록했다. 전년도 전체경쟁률은 63.7대 1이었고, 남자와 여자는 각 55대 1과 142.2대 1을 보였다.
합격자 평균 점수는 1000점 만점에 786.86점(남자 786.22, 여자 792.61점)으로 전년도 784.44점에 비해 약 2점이 상승했다. 최고점은 809점, 최하점은 778.2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석은 총점 809점을 획득한 이모(공주한일고)군이 차지했으며, 여자 수석은 총점 803.78점의 엄모(성남외고 졸업)양이 차지했다.
출신 학교별로는 공주한일고가 12명의 합격자를 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어 상산고가 6명, 한영외고와 용인외고가 각 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합격자 중 수능 만점자 6명은 각 대일외고, 서석고, 성남고, 은광여고, 이화외고, 장성고 출신이었다. 앞서 수능 만점자 가운데 유규재(서석고 3), 변유선(장성고 3) 학생이 경찰대에 합격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 경찰대 인기 ‘고공행진’ 왜? = 경찰대의 인기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최상위권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취업(임관)을 보장하는 경찰대와 사관학교의 매력은 더할 수 밖에 없다. 경찰대는 졸업후 경위로 임관해 의무복무 6년을 마쳐야 한다. 의무복무로 군복무도 대체된다. 학비는 전액무료다. 실제 경찰대와 비슷한 혜택과 의무를 지는 육해공사관학교 입시는 올해 대부분 경쟁률 30대 1을 넘겼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였다.
입시 제도면에서 수시 6회지원 제한에 포함되지 않고, 일정상 정시 지원도 자유롭다는 점도 경찰대 인기의 한 원인이다. 실제 경찰대 관계자는 “경찰대 필기시험이 수능 이전에 실시되기 때문에 일정상 부담이 없고 수능에 비해 변별력이 높기로 소문이나 학교와 학원가에서 최상위권 수험생에게 경험삼아 경찰대에 지원해볼 것을 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대와 사관학교 경쟁률에 상당한 허수가 존재한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교육면에서도 경찰대는 강력한 이점을 갖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으로 대부분의 주요 상위권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는 로스쿨을 설립하는 대신 학부과정에서 법학과를 폐지했다. 경찰대 법학과는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셈이다. 경찰대는 법학과와 행정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법학과 행정학은 로스쿨 진학은 물론 주요 국가고시를 대비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전공이다. 실제 법학과를 폐지한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은 자유전공학부, 정책학과 등의 이름으로 사실상 ‘국가고시와 전문대학원 예비 전공’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이들 학과는 대부분 법학과 행정, 외교 관련 과목들로 구성된다. 경찰대가 일부 국가고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때문에 경찰대는 의무복무를 마치지 않고 국가고시에 합격하거나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찰대는 의무복무 6년을 마치기 전에 다른 진로를 선택할 경우 국고로 지원받은 교육비 전액을 상환토록 하는 ‘의무복부 상환규정’을 두고 있다.
상환금액은 입학시부터 졸얼합때까지 들어간 교육비용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기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2013년의 경우 상환금액은 약 4600만원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진로를 변경한 인원은 최근 5년간 8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졸업생 대비 20%에 달하는 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