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풍물놀이’와 북한 ‘농악무’
2005년 세모(歲暮)에 개봉된 영화《왕의 남자》는 2006년 관객 1,230만명 동원으로《태극기 휘날리며》가 가지고 있던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극 《이》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대종상에서 작품상등 7개 부문을 휩쓸었는데, 동성애 문제 등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장생의 대역으로 출연해 줄을 탔던 예인(藝人)이 있다. 국내·외에서 꽤나 명성을 떨쳐온 경기도 안성시 바우덕이 남사당패의 ‘줄꾼’ 권원태(무형문화재 3호)이다.
《왕의 남자》이후 남사당패 공연은 더 유명해졌다. 그러면 남사당패는? 남사당패는 남자들로 구성된 유랑하며 공연하는 놀이패다. 역사적 기록이 명확하지 않으나 《해동역사》에 의하면 유랑 민중놀이패는 신라때 부터 있었던것으로 전해진다. 조선후기에 자연발생한 민중놀이 집단이 처음에는 사당패라고 하여 여자들이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집단에서 출발 하였으나 조선말기 남자들만의 사당패가 생겨나 남사당패라고 하였다. 남사당패는 꼭두쇠를 중심으로 35명에서 50명의 패거리로 구성된다.
남사당패의 놀이는 풍물,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놀음)등 여섯 종목이 계승되고 있는데, 얼른(요술) 등의 종목은 이미 사라졌다. 그 중 첫 번째는 ‘풍물놀이’이다.
그러면 풍물놀이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비하하기 위해 농민들이 하는 음악이라 하여 ‘농악’이라는 말로 불려졌다. 하지만 ‘농악’이라는 말은 한국 전통 문화를 비하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 이름을 바꾸기 위해 이름을 풍물, 풍물놀이 혹은 풍물굿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이 놀이를 할때 '굿을 친다' 혹은 '풍물을 친다'라는 말을 써왔고, 이를 존중하여 30~40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이 풍물놀이 또는 풍물굿이다. 따라서 우리가 종종 들을 수 있는 농악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할 단어다.
영화 ‘왕의 남자’에 출연해 줄을 탔던 ‘줄꾼’ 권원태가 평양에서 줄을 탔다. 안성시 시립남사당풍물단 35명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초청으로 2007년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공연을 펼쳤다.
남사당풍물단은 11월 21일 오후 평양시 정방산 성불사 앞 야외 공연장에서 줄 타기를 비롯해 버나(접시돌리기), 덧뵈기(탈춤), 살판(재주넘기), 덜미(꼭두각시극) 등 남사당놀이 6마당과 사물놀이, 설장구, 합주 등을 선보였다. 다음날인 22일에는 남사당놀이와 유사한 형태로 북한에서 계승되고 있는 농악무 공연을 관람했다.
방북 전 안성시 관계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분단 이후 다르게 발전한 남·북한 전통 농악의 가락과 놀이방식의 유사점·차이점 등에 대해서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안성시는 이번 평양 공연을 계기로 북한의 농악무 공연단이 매년 열리는 안성 바우덕이축제나 2012년 안성에서 개최 예정인 2012년 세계민속축전에 참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남한에선 ‘농악’이라는 말이 한국 전통 문화를 비하한다고 해서 사용되지 않고 있고, 풍물(풍물놀이 혹은 풍물굿)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평양에서 공연을 한 안성시 ‘시립남사당풍물단’도 ‘농악단’이 아니고 ‘풍물단’ 아닌가?
방북 전 떠들었던 안성시 관계자의 말, “이번 공연을 통해 분단 이후 다르게 발전한 남·북한 전통 농악의 가락과 놀이방식의 유사점·차이점 등에 대해서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말은 무지(無知)의 소치(所致)이다.
북한의 ‘농악무’는 남한이 생각하는 ‘농악무’가 아니다. 전통 농악무가 아니라 ‘신(新) 농악무’이다. 북한의 “《농악무》는 무대예술작품으로 재형상되였을뿐아니라 협동농장들의 결산분배때에 많이 추는 군중무용”(《조선의 민속전통 6》, 347쪽)이다.
물론 관련 자료를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전통’ 운운(云云)할 때는 “농악무는 우리 인민의 농경생활과 결부되여있는 춤으로서 춤에 담겨진 민족적색채가 짙은 고유한 예술적형식과 춤가락, 높은 무용기교형상으로 하여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민속무용의 하나로 되고있다.”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의 북한 농악무는 한반도 전통의 고유 민속예술이 아니다. 오늘의 북한 농악무가 ‘협동농장들의 결산분배때에 많이 추는 군중무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