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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잼있는 농원 원문보기 글쓴이: 槻木
<알기쉬운 사상의학/제1장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9-3>
제1장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
사상의학은 체질의 의학이다.
체질, 체질 하는데, 체질을 알면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일까?
이 제1장 “체질을 알면 건강이 온다”에서는 우선 그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체질이 다르면 체형이 다르고 심성이 다르다. 체질을 구별할 때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체질이 다르면 적합한 음식물이 다르고 보약이 다르고 병과 치료법이 다르다. 체질의학을 실제로 활용하는 데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의 다섯 가지 화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
주간잡지를 보면서 여성들이 가장 유심히 보는 페이지는 정치가의 스캔들도 아니요, 미남 탤런트의 사생활 가쉽도 아니요, 예술 교양물은 더더욱 아니다. 최대의 관심사는 바로 예쁜 옷, 좋은 화장품, 아름다워지는 비결들 바로 그것이다. 여성들이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욕망은 끝이 없다. 미용과 관련된 산업이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특히 여자들 살빼는 일에는 최신 과학기술과 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있는 판국이니, 바야흐로 미용이 국민경제 발전과 조국 근대화에 기여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보릿고개가 있었건만 요즘은 먹을 것을 산더미처럼 두고도 먹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다 쓰고, 예전에는 옷감이 없어 옷을 입지 못했건만 요즘은 옷을 두고도 헐벗다시피 하고 다니고 멀쩡한 옷을 생채기내서 찢어 입고 다니니,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예로부터 미인을 보는 눈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달라서, 서양에서는 팔등신 미인이라고 하고 동양에서는 달덩이 같은 미인이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몸매를 중시하여 미인을 계산하고, 동양에서는 얼굴만 보아도 한눈에 반하는 형국이다.
옛날이야 목덜미 아래로는 어떤 몰골인지 알 수 없게끔 옷차림이 대단하였으니 그랬겠지만, 요즘에는 동양이라고 해서 별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무릎 위로 한참을 올라간 스커트 밑에 보기 좋게 뻗은 각선미는 물론이고, 동그랗고 선이 고운 엉덩이와 토실토실한 가슴 등을 두루두루 감상한 끝에 미인이라고 결론을 짓는 것이다. 아마도 양귀비나 춘향이라도 요즘의 미인 기준에서 본다면 결코 일류는 되지 못할 것이다.
양귀비나 춘향이가 아무리 에어로빅을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를 오래 한다고 해도, 반드시 요즘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같은 데서 입상할 수 있는 미인이 된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사람의 용모와 체형은 체질마다 타고나는 것이어서, 후천적으로 노력해 보아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머리 하나, 몸통 하나, 팔 다리가 둘씩으로 똑같은데, 어째서 호리병 같은 몸매의 여자가 있는가 하면 절구통처럼 밋밋한 몸매의 여자가 있고, 딱벌어진 어깨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있는가 하면 수수깡처럼 엉성한 체격의 남자가 있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오장육부를 가지고 있지만, 어미의 뱃속을 나오면서부터 어느 하나의 체질을 타고나기 때문에, 그 오장육부의 기운의 성하고 쇠함이 같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사상의학에서는 인체를 이루는 기본을 사초라 하여 상초, 중상초, 중하초, 하초로 구분하며, 폐비간신이 각각 이에 해당된다. 폐의 기운이 성한 사람은 어깨가 크고 목덜미가 굵어 남성스럽게 보일 것이나, 대신 신의 기운이 약하므로 허리 아래로 빈약해서 서 있는 자세가 위태롭게 보인다. 또 반대로 신의 기운이 성한 사람은 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단단하지만 어깨가 비좁고 여성스러운 용모를 지닌다.
대체로 양인(태양인, 소양인)은 상체가 성장하고 하체가 약하고, 음인(태음인, 소음인)은 하체가 성장하고 가슴 위로는 외로운 체형이다.
허리가 잘록하고 엉덩이는 크며 키는 아담하고 용모가 단정한 미모의 여자는 어떤 체질일까? 보통은 소음인이다. 다만 이런 여자는 체구가 가냘프고 살집이 적어서 관능적인 면면은 적을지도 모른다. 가장 여성스러운 체형을 가진 것이 이 소음인이다. 그러나 여성 가운데만 소음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남성 가운데도 같은 비율로 소음인이 있다.
예쁘장하고 용모가 단정한 남자들도 많이 있지 않는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오는 키크고 육감적인 미인들은 무슨 체질일까?
소음인도 있을 수 있고 소양인도 있을 수 있으나, 비율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태음인쪽이 많을 것이다. 오똑한 코나 큰 눈은 체질하고는 상관 없으니 어느 체질에도 미인은 있을 수 있느나, 소음인의 여성은 키가 작은 경우가 10중 9이고, 소양인도 체형이 남성스러운 점이 있으니, 진선미는 태음인 미인쪽이 유리할 듯싶다. 특히 태양인의 여성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인은 좀 선이 아름답고 엉덩이가 실해야지, 딱정벌레처럼 머리와 목덜미가 억세게 보이고 허리 윗부분이 튼튼하게 생겨가지고는 별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할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하이힐에 양장을 한 아름다운 여성들을 자주 본다. 그런가 하면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에 펑퍼짐한 옷차림이 어울리는 여성도 있다. 남이 입어 보기 좋은 옷차림이라고 해서 자신에게도 어울릴 것으로 생각하고, 비싼 돈 주고 예쁜 양장을 사보았댔자 자기 체형에 맞지 않으면 꼴불견이 되는 수가 있다. 하늘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고 장점과 단점을 안배하니, 양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만 가지고 자기의 체질에 박한 점수를 매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여성들은 미용에 집착하는 것이 도에 지나치는 것 같다. 여자가 투박하고 뚱뚱하게 보이면 좀 어떤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히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서 질병과 사고로 숨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부질없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온갖 사치스러운 미용법에 골몰하는 것은 보기 민망할 일이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일시적으로 자기 만족을 줄지 모르나, 결국 자신의 수명을 수십 년 갉아먹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건강함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어야 개성이 있는 아름다움이요, 그래서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않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자신의 체형과 배치되는데도 무리해서 허리 잘록하고 늘씬한 미인으로 바꾸어보려고, 수술하고 졸라매고 무슨 전파를 쪼이고 벼라별 방법을 다 쓰다가, 뼈에 무리를 주고 내장을 모두 망가뜨려 버리는 결과를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처럼 될 수는 없다. 소음인 남자가 체격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하등 없다. 그런 단정한 용모를 좋아하는 아가씨들도 많으니 짝을 구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다. 키가 훤칠하게 크다고 해서 높은 데 숨겨 놓은 음식 내려먹는 것 이외에 무슨 특별한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집이 통나무처럼 굵다 해서 목욕탕에 물 넘치게 하는 것 이외에 무슨 특별한 재미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건강법을 알고 이를 실천하면 아름다움은 저절로 따라온다. 비단 몸에서 건강미가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다워져서, 그로부터 풍기는 미가 자신을 더욱 매력있게 만들 것이다. 팔자대로 살자. 아니, 체질대로 살자. 그것이 미용의 비결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체형과 외모도 체질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첫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2. 네 탓이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혼자는 똑똑한데 둘이 있으면 반목하고 셋이 있으면 파벌을 만든다는 식으로, 우리 민족성을 스스로 비난하고 5천만 명의 인간성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물론 터무니없는 얘기이다. 그뿐인가? 경상도 사람은 어떻고 전라도 사람은 어떻고 하는 식으로, 한 지방의 수백만 명의 사람의 인간성을 싸잡아 매도하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 자신의 도덕성부터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사람이 문제이지, 왜 지방이 문제이겠는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당파의식이 강해서 협동이 되지 않는다는 부류의 얘기는, 일제 때 일본인들이 한민족은 그래서 남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열등한 민족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역감정이란 것은 주로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일반 지방민들이야 피해자일 뿐이고 지역감정을 고의로 조장한 정책자들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국민 전체가 협동심이 없다는 식의 얘기는 물론 잘못이지만, 개개인을 두고 보면 아닌게 아니라 혼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데 협동작업에는 별로인 사람이 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일에 열의를 느끼고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개개인의 심성적 차이에 따라서 처세술과 직장생활 등에서 여러가지 다른 패턴을 볼 수 있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체질에 따라 심성이 달라서, 혼자 정돈하고 있기를 좋아하나 남을 포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무리짓기를 좋아하나 자신의 정돈에는 무능한 사람도 있다.
태양인과 소양인 같은 양인은 진취적인 성격이어서 무리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형이다. 다만 너무 적극성만 앞서다 보니, 치밀하지 못해서 일을 그르치거나 밖으로만 분주해서 안을 돌보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태음인이나 소음인은 남이야 잘하든 못하든 우선 자기 할 일을 우선한다. 남과의 관계나 관심은 그 뒤의 일이다. 무슨 곤란한 일에 부딪혀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여 책임감있는 태도를 갖는 장점은 있지만, 남의 간섭을 싫어해서 남과 상의하고 남의 도움을 얻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혼자 끙끙 앓기만 하다 그르치는 단점도 있다.
태양인과 소양인의 관점에서 보면, 집단이란 누구든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객인의 임무는 그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소음인과 태음인의 관점에서는, 개개인이 자기 일을 충실히 하면 집단의 목표는 저절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집단에서 요구되는 성격은 이들 모두의 조화일 것이다.
조직이라는 무기는 이런 여러 성향과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 요소요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위력적으로 되는 것이지만, 조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여러 다른 성향들이 충돌하면 갈등이 생긴다.
샐러리맨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하는 이유 가운데, 기능적인 문제로 그만두는 경우보다 대인관계의 장애로 그만두는 경우가 몇 십 배 많다고 한다. 동료 혹은 상사와의 대인관계의 장애가 심화되어 더 이상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대인관계의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고방식을 두 가지 든다면, `네 탓이오` 형과 `사촌이 땅 사니 배아픈` 형이 있다. 태양인과 소음인에게서 발견되는 유형이다.
태양인은 항상 진취적이고 의욕적으로 계획을 세우며 박력있게 추진하지만, 그만큼 세밀하지 못해서 실패도 많다. 그런데 그 잘못은 자신의 계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의도에 따라주지 못한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항상 남을 탓하는 성격이다. 이런 사람을 상사로 둔 부서의 풍경은 퇴근길에 우르르 술집을 찾는 것이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는 의기투합하느라 우르르 술집을 찾고, 실패한 뒤에는 상사를 성토하느라 우르르 술집을 찾는다.
소음인은 성격이 유순하고 소극적인데, 또 시기심이 많고 한번 감정이 상하면 오래간다. 남이 추진하는 계획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스스로 나서서 추진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너무 세심하게 고려하다 보니 선수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그러다가 남이 잘되면 질투심이 나서 배가 아프고, 어디 흠잡을 데가 없나 살핀다. 이런 유형의 상사가 있는 부서에서는, 혹시 부하 직원이 똑똑한 계획이라도 내놓으면 별 타당하지 않는 이유를 들어 묵살해버리고, 너무 똑똑한 부하는 밉보이기 쉽기 때문에 부서 내에 화목한 분위기를 이루기 어렵다.
단점을 주로 얘기하다 보니 너무 비관적으로 얘기가 되었으나, 거꾸로 얘기하면 소음인의 상사를 둔 부서는 자주 새로운 기획을 추진하지 않으나 일단 추진하는 일에는 실패가 적을 것이다. 태양인을 상사로 둔 부서에서는, 치밀한 부하직원에 의해 적절한 뒷받침만 받으면 기동력있게 일을 추진하는 활력있는 부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상체질이 다르면 체형과 용모가 다를 뿐만 아니라 심성도 달라진다. 대강 얘기한다면, 태양인은 적극적이고 독선적인 성격이요, 소양인은 강하고 날렵한 성격이요, 태음인은 묵직하고 느릿한 성격이요, 소음인은 유순하고 치밀한 성격이다.
체질마다 성격의 차이와 재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스스로도 이것을 알고 경계해야 하지만, 또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주변사람과 적절히 관계를 맺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요령이 될 것이다.
사상의학은 신체의 병을 치료하는 의학임과 동시에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의학이다. 체질마다 다른 심성의 장단점을 알게 함으로써 그 장점을 기르고 단점을 보완하며, 체질마다 평소에 경계할 점을 일깨워주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한다.
체질이 다르면 심성도 다르다. 이것이 두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3. 돼지고기, 닭고기 타령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잘못 먹으면 동풍의 원인이 된다고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동풍설이다. 아는 것이 죄라고, 이런 얘기를 듣고 나서 전에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돼지고기를 뭐보듯 피하게 된다.
한약을 먹을 때는 항상 돼지고기, 닭고기를 피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돼지고기, 닭고기를 이렇듯 싸잡아 매도하면 곤란한 일이다. 가뜩이나 돼지고기값 폭락에 시달려온 농민들 입장에서는 원망스러운 노릇이다.
물론 현대의 영양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터무니없는 얘기이다. 아마도 여러가지 필수 아미노산과 필수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좋은 식품일 것이다.
또 돼지고기나 닭고기에 대해서는 이처럼 말이 많으면서도, 쇠고기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도 재미있다. 쇠고기가 값이 비싸므로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에 환대의 표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쇠고기를 대접한 것이 돼지고기를 대접한 것에 비해서 그 손님에게 보다 건강식을 대접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값이 건강을 결정하는 경우라면, 아무도 수입 쇠고기와 한우고기의 예일 것이다. 외국의 소는 성장호르몬을 투입하여 사육한다고 하며, 또 사육하는 사료에도 농약이나 방사능 잔류물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멀고 먼 타국의 농민들의 마음까지 무조건 신뢰하기에는 요즘 세상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체질의학에서 보면 쇠고기가 돼지고기에 나을 바가 없고, 닭고기에 나을 바도 없다. 체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음인은 닭고기 쪽이 돼지고기보다 낫다. 그렇다고 쇠고기가 어울리는 체질도 아니다. 고기라면 닭고기나 염소고기, 개고기 등이 맞는 체질이다.
돼지고기가 소음인의 체질에 맞지 않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하나, 그렇다고 돼지고기 조금 먹었다고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금 먹는 정도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약이다. 의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고 하나, 그 강약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음식은 의약과 달라서 적은 양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음식은 활동 에너지와 몸의 구성물질을 공급하는 것이므로, 고루고루 먹는 것이 첫째이다. 고루고루 먹기만 하면 그 극성도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체질에 따른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질의학에서 피해야 할 음식을 가리는 것은 병이 있을 때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굳이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편식하고 즐겨 먹는 일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체질의학에서 보면 어는 고기가 낫다는 식의 얘기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각기 체질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알고서 자신의 식생활을 점검해보고, 특히 체질에 맞지 않는 식단이 있다면 그 균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음식은 의약과는 달리 인체에 미치는 효과가 적지만, 또한 음식은 의약과는 달리 일시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쌓이고 쌓여서 오히려 의약에 비해 더욱 커다란 작용을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태양인은 맵고 열이 많은 식품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물은 좋지 않고 담백한 음식물이 적합하고, 소양인은 열이 많고 자극성있는 음식물은 좋지 않고 차고 싱싱한 음식물이 적합하며, 태음인은 지방질이 많고 자극성있는 식품은 좋지 않고 단백질이 많고 맛이 중후한 음식물이 적합하고, 소음인은 찬 음식이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좋지 않고 따뜻하고 다소 자극성이 있는 음식물이 적합하다.
체질이 다르면 즐겨 먹어야 할 음식도 다르고 피해야 할 음식도 다르다. 이것이 세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4. 인삼체질 녹용체질
인삼은 (신농본초경)에서 상약으로 꼽히는 뛰어난 보약재이다. 가공하지 않은 것을 수삼이라 하고, 그냥 햇빛에 말린 것을 백삼, 특별한 방법으로 쪄서 말린 것을 홍삼이라 한다. 인삼의 성질은 따뜻하고 무독하며, 맛은 약간 쓰다. 쓰이는 곳은 워낙 광범해서 일일히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인삼은 그 뛰어난 효능 덕분에, 그 작용이나 성분에 대해서 현대 첨단과학을 동원하여 연구분석이 가장 많이 행해진 약재이다. 그 결과 인삼의 우수성에 대해 상당한 과학적 입증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양의학적인 사고방식으로, 병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그 궁금증의 일부를 풀어주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나, 그로 인해 한방의학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녹용은 사슴의 갓 자란 뿔을 채취, 가공하여 말린 것이다. 뿔을 자르지 않고 그냥 두면 차츰 칼슘이 침착되고 골질화되어서 굳어지는데 이것을 녹각이라고 한다. 셋 다 사슴 뿔은 사슴뿔이고 쓰임새도 비슷하지만, 그 효과나 값은 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슴뿔을 푹 고아 우러난 골을 다시 졸여서 엉기게 한 것을 녹각교라고 하고, 그 찌꺼기를 가루낸 것을 녹각상이라고 한다. 녹용은 따뜻하고 무독하며 단맛과 약간 짠맛 또는 신맛이 있다. 인삼과 더불어 보약재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널리 쓰이고 효능이 뛰어나다. 다만 값이 엄청나게 비싼 것이 흠이다. 그렇다고 그 비싼 것은 그 효능 때문이라기보다는 녹용이 귀하기 때문이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보약 좀 써보았다는 사람들은 인삼이나 녹용에 대해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인삼 애용론자, 예찬론자들도 많다. 인삼을 곱게 빻아서 토종꿀에 재워 두고두고 상복하는 사람도 있고, 인삼을 대추와 함께 달여 보리차 마시듯 마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편하게 홍삼정 같은 것으로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인삼 예찬론자들과는 반대로, 인삼이 좋다는 얘기만 나오면 핏대를 세우고 발끈하여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피부에 발진이 돋고 몸이 무거워지고 오히려 악화되기만 하더라는 얘기이다.
인삼에 대해서만 찬반 양론이 있는 것이 아니고, 녹용에 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녹용을 불로장생의 약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값만 터무니없이 비싸지 별로 신통치 않고 아이들에게 잘못 먹이면 저능아나 만들기 딱 알맞은 약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인삼과 녹용이 비할 데 없이 훌륭한 보약이지만, 그 훌륭하다는 것은 각기 특유의 작용 때문이므로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서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앞에서 인삼을 복용하였더니 피부에 발진이 돋고 열이 나더라고 불평한 사람은 소양인일 가능성이 크다. 체질적으로 비위에 열이 있는 소양인은 인삼은 맞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처방을 할 때는 인삼을 빼거나, 인삼 대신 사삼 같은 것을 쓰는 수가 있다. 인삼은 소음인의 약재로 제격이다.
소음인의 체질약에는 인삼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녹용이나 웅담 같은 약재는 대음인에게 좋은 약으로 꼽힌다. 체질적으로 폐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해주는 약재가 좋다.
그러나 녹용이든 웅담이든 값이 비싸다고 해서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과신할 필요는 없다. 웅담이 필요할 때 구하지 못하면 돼지쓸개를 써도 그만이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건강은 돈주고 사는 것이 아니니, 40만원짜리 보약이니 50만원짜리 보약이니 하는 식으로 보약을 지어 선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 사람의 체질이나 병증을 알지 못하고 비싼 값을 치르고 보약을 선물해 보았자, 그 보약이 건강에 도움이 될 확률은 수학적으로 따지자면 30퍼센트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비단 보약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한방 약재는 그 성질이 따뜻한 것이 있고 찬 것이 있어, 체질마다 적합한 약재가 있고 해로운 약재가 있다. 그 약재의 성질이 맞지 않으면, 증상에 맞고 안 맞고를 따질 것도 없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체질에 맞지 않으면 보약도 독약이 된다. 이것이 네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5. 위가 문제인 사람, 아래가 문제인 사람
먹고 마시는 재미가 없다면 세상 사는 재미의 절반은 없는 것이리라. 음식을 보고도 먹고 싶지 않고, 억지로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온종일 속이 그득하며 답답하고, 명치끝이 아프거나 반쯤 구토할 것 같은 기분이 계속된다면, 세상은 우울하고 매사가 짜증스러울 뿐이다. 어쩌다 그런 것이 아니라 평생 그렇게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먹는 것이 문제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보내는 게 문제인 사람도 있다. 잠자리에 들면서는 내일은 변이 좀 수월하게 나올려나 걱정이고, 일어나서는 오늘은 과연 변을 보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염려가 앞서는 사람의 심정도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서양의학에서는 위장병이나 변비의 근본 치료에는 대체로 무력해서, 소화제나 제산제 혹은 위산 분비 억제제 따위의 투여가 고작이고, 소위 변비약이라고 시판되는 것 중에서 그때그때의 통변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변비 자체를 낫게 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위장병과 변비는 아예 운명이거니 하고 받아들이고, 병과 더불어 한평생을 지낼 각오를 하는 형편이다.
이에 비해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위장병과 변비를 중시하고 원인치료 방법을 강구해왔다. 한방에서는 위염이냐 위궤양이냐 위하수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위장이 약해진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근본 치료법을 강구한다.
만약 위가 냉해서 흡수력이 떨어진 것에서 생긴 담음이 원인이 된 위장병의 경우에는 이진탕 류의 처방을 쓴다. 위 무력에서 오는 것이면 인삼양위탕이나 보중익기탕 등의 약을 쓴다. 식욕부진에 위염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예컨대 평위산 류의 약을 쓴 후에 삼출건비탕 등을 쓰는 처방이 유력하다.
한방에서는 대부분의 변비에서 강한 설사약이나 공하제를 사용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역시 원인을 살펴야 하는데, 족양명위경에 열이 있어서 내용물이 굳는 경우나 어혈로 장이 무력해지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방의 치료법도 때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는 체질을 잘못 파악한 때문이다. 소음인은 위장병이 많다고 하나, 소음인에게 사용할 처방을 다른 체질에 사용한다면 치료될 리 없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위장병이 특히 문제되는 체질은 소음인이고 변비가 걸리기 쉬운 체질은 태음인이다. 소음인은 위가 문제인 체질이고, 태음인은 아래가 문제인 체질이다. 소음인은 싸고 누고 하는 것은 본래 문제가 없으나 먹는 것이 문제인 체질이어서, 설혹 설사나 변비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을 먹거나 잘못 먹은 탓이고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태음인은 평소에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며 그로 인해서 탈이 생기지 않으나, 대신 땀흘리고 싸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이것이 고장나면 건강이 무너지게 된다.
체질에 따라서 유의할 질병이 있고, 또한 같은 위장병 또는 변비라 하더라도 단지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법을 강구해야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잇따. 병은 한 가지요 약은 만 가지라 했다. 단지 증상의 차이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고, 보다 근본적으로 체질이 달라서 병의 원인과 경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상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일반 한의학에서 쓰는 방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병증을 보는 관점이나 그 치료방법이 중치의학의 허실보사라는 원칙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체질별로 쓰는 약재가 정해져 있어서, 맞지 않는 것은 처방에 포함할 수 없다.
체질마다 병이 다르고 치료법도 다르다. 이것이 다섯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명제이다.
6. 허약체질은 건강체질?
건강의 표준으로는 무엇이 가장 적당할까? 만약 수명을 건강의 기준으로 본다면 허약체질이야말로 건강체질이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콜록콜록 거리면서도 아흔이 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천식장이가 오래 산다고들 하지 않는가. 체격이라고는 영 볼품이 없고, 감기라면 빼놓지 않고 월례행사처럼 치르고, 먹는 것도 시원치 않은 사람이 칠순, 팔순 오래오래 사는 경우도 많다.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지만, 중국의 명의 편작에 관해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다. 편작에게 나이 많은 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노인은 고질병인 천식으로 몹시 고생했다고 한다. 편작의 제자들이 보건대, 천하의 명의 편작이 자기 아버지의 그깟 천식을 고치지 못하고 버려두는 것이 좀 이상했지만, 자기들 실력을 자랑할 양으로 약 몇 첩으로 간단히 노인의 병을 완치시켰다. 이 사실을 안 편작은 아뿔싸! 이제 아버님의 명이 다했구나! 하며 탄식을 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노인은 한 달도 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건강에는 항우장사가 따로 없다. 평소에 허약체질이라고 조롱받는 사람은,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매사에 경계하고 건강에 힘쓴다. 사상의학을 배운 적은 없지만 경험상 자신의 신체적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고 있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일에는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사람은 잔병치레가 많고 겉보기에는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본시 사람 목숨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장수하는 데는 하등 지장이 없다.
이와는 반대로 항상 건강하다는 얘기를 듣던 사람이 중년을 넘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수없이 본다. 체력이 왕성하고 무쇠라도 녹일 듯한 소화력을 가졌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건강에 과신하여 불의의 일격에 맥을 못추는 것이다. 강한 쇠는 그만큼 바스러지기도 쉽다. 아무리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저승사자에게 뒷문을 열어두는 격이다.
허약했던 자신의 몸이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고 느끼는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건강을 얻기에는 평생이 걸리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방심은 그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게 할는지도 모른다. 나이 드신 노인들은, 행여 누가 나는 건강해. 감기 같은 것은 안 걸려...따위와 같은 말을 하면 금방 정색을 하며 말린다.
우리가 흔히 허약체질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상의학에서 볼 때 소음체질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몸만 허약한 것이 아니고 마음도 지나치게 세심하여 그것이 한편으로는 병이지만, 또한 항상 경계하고 마음쓰는 습관이 있어서 큰 재난을 피하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체질이 곧 건강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체질은 태어나면서 정해지지만, 체질을 다스리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기 때문이다.
무릇 사람마다 각기 체질의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체질이라도 저절로 무병장수할 수는 없고, 어느 체질이라도 무병장수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체질은 없다. 각기 자기의 체질을 알고서 그 단점을 막아주고 장점을 길러주면, 누구나 무병하고 누구나 장수할 수 있다.
좀 장황한 느낌이 있지만, 이상으로 서론을 마친다. 다음 장에서는 사상체질을 판단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