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찐빵마을]찐빵으로 유명한 시골마을
안흥은 강원 횡성군에 속하는 조그만 면소재지다. 치악산 뒷면으로 들어서는 길목이라 등산객이 자주 지나치긴 하지만 별다른 특색이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이다. 이 조그만 산골에 찐빵열풍이 불고있다.
안흥면에는 현재 30여 곳의 찐빵집이 있다. 안흥찐빵, 옛날안흥찐빵, 우리밀안흥찐빵, 안흥고향찐빵, 안흥전통찐빵, 심순녀안흥찐빵, 안흥쑥찐빵 등 등. 그리고 최근엔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안흥찐빵을 판다는 간판을 붙이고 있다.
안흥찐빵의 진짜 원조는 심순녀 할머니다. 할머니는 안흥면에서 태어나 열아홉에 결혼을 했다. 친정이 못살아 입 하나 줄이기 위해 일찍 시집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가난하기는 시집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셋 생길 동안 남편은 돈도 벌어오지 못했다. 심씨는 행상을 나섰다. 스물셋이었다. 참외, 사과, 고등어 따위가 든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았다. 어느날 원주역전의 호떡가게 앞을 지나치는데, 장사가 잘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역전 뒤 허름한 여인숙에서 잠을 자며 곰곰 생각을 했다. 그래 호떡 장사를 해보자. 면사무소 옆에 자리를 잡고 찐방을 만들어 냈다. 학교가 하나 있어 꼬마 손님이 많았다.
핫도그, 튀김, 도너츠, 찐빵도 했다. 돈이 모이자 가게를 세 내고, 메뉴를 차츰 줄여 나갔다. 찐빵만 한 것은 10년 전부터의 일이다. 찐빵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자 단골들이 생겼다. 원주에서도 찐빵을 사러올 정도였다. 7년 전 모신문에 심씨의 찐빵이 맛있다는 조그만 기사가 나갔다. 유명해지는 것은 순식간. 곧 안흥찐빵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 집이 장사가 잘되면 주변에 이를 흉내낸 집이 생기게 마련이다. 안흥면에만 현재 영업 중인 찐빵집이 30여 곳이나 된다.
원조격인 심순녀씨네 가게는 주말이면 직접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줄을 서지만 안흥찐빵 생산량의 90% 이상이 택배로 판매되고 있다. 제주도 등 전국으로 배달되는 거미줄 같은 택배망이 구축됐다.
국내뿐 아니다. 일본은 물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간다. 요즘엔 인터넷 홈페이지도 등장해 이를 통해 주문을 받고 카드를 결제한다. 택배판매의 성장으로 지난해 이맘때 2만여개던 하루 생산량이 지금은 18만7500개.
소요되는 재료의 양도 엄청나 안흥면은 전국에서 밀가루와 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면이 됐다. 특히 팥은 이곳의 소비량에 따라 전국적인 시세가 들썩일 정도. 찐빵붐은 안흥을 실업률 0% 지역으로 만들었다.
심순녀 할머니의 찐빵이 맛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빵이 차지고 팥소가 달지 않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가 없다. 어떤 이는 팥 껍질이 씹히지 않는 게 특이하다고 했다. 독특한 제조 비법이라도 있는 것이냐고 꼬치꼬치 캐물어도 할머니는 웃기만 했다. 찐빵가격은 1개에 200원이고 택배로 배달도 가능하다.(5천원과 1만원상자로 배달 /택배료는 수신인 부담 4,000원).
주변 볼거리로는 강림면의 치악산 부곡계곡과 태종대, 매화산(1,084m), 사자산(1,120m), 주천강변 등이 있다. 안흥찐빵(033)342-4570, 심순녀 안흥찐빵(033-342-4460~1, anhungjjbb.com), 안흥면사무소(033-340-2603)
◆드라이브 메모: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으로 진입, 42번 국도를 타고 안흥면까지 간다.
◆대중교통:서울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천 6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시간은 2시간 소요.
◆숙박:강변장모텔(033-344-0244-5)과 코레스코콘도(343-8073), 새말관광농원 등을 이용한다.
◆별미집:안흥면에서 411번 지방도로를 타고 강림쪽으로 10분쯤 가면 강림4리(가천리)에 ‘강림순대집’이 있다.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듬뿍 풀고 직접 만든 순대에 우거지를 곁들여 뚝배기에 펄펄 끓여낸 이 집의 순대국 맛을 ‘전국 최고’로 극찬하는 이도 있다.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주인 배순연(60)씨는 애초 순대를 너무도 좋아한 시아버지를 위해 만들다가 식당을 열게 됐다고 한다. 한그릇 4000원. (033)342-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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