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바(はんば, 飯場)집
원래의 뜻은 "토목 공사장, 광산의 현장에 있는 노무자 합숙소"의 의미지만, 우리는 주로 가건물로 지어 놓은 현장 식당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고 있다. '함바'는 일본어 '한바(はんば·飯場)'에서 온 말이다. '한飯'은 밥을 뜻하고 '바場'는 장소를 뜻하는 것으로, 잠도 잘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 교토시 우쿄구 케이호쿠시모나카쵸에는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단바 망간기념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 연행된 조선인들이 망간탄광에서 일하면서 먹고 자던 함바가 재현되어 있다고 한다. 두어 평 되는 공간에서 밥을 먹고 대여섯 명이 잠을 자는 합숙소인데 인간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노예들을 수용해도 이것보다는 나을 만큼 위생이 엉망이고 공간이 협소하다. 태평양전쟁 등으로 광분한 일제가 비행장 공사판이나 탄광, 철광소 같은 곳에 강제 징용자들을 위한 간이숙소로 한때 많이 지어놓았다. 강제징용자들은 누구나 함바라는 말에 치를 떤다.
현장에서 '함바, 함바집'으로 부르더라도 '속칭'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신문 지면이며 방송 화면에 옮길 필요가 없이 그냥 '건설현장 식당'이면 충분하다.
어느 신문 사설에 함바 비리에 대하여 ‘임시 식당’ ‘서민형 업종’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잘못이다. ‘함바’는 단기간(약 3~5년) 운영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첫째, 공사 규모에 따라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둘째, 사업자 면허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현금으로 운영된다. 셋째, 일반식당보다 마진이 훨씬 크다. (근로자의 인권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넷째, 식사 이외에 값싼 간식으로 부수입을 또 올리고 있다.
그래서, 시쳇말로 함바 운영권은 대기업 임원빽으로도 못 딴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식당 사장이지만 그들은 고급차를 몰며 고위 임원들만 상대하게 된다. 첫째 얘기한대로 큰 현장들은 하루 출력 인원이 수천명에 달해 하루 매출을 수천만원대에서 억대로 올리는 것이 가능한 데다가 이익률은 높고, 현금이기 때문에 검은 돈을 양산하는데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단순히 ‘경찰청장이 그 식당에서까지 해먹나?’ 하고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
飯 場 (반 장)
飯場(반장)은 일본말 '함바'의 한자말. 그저 食堂(식당), 곧 '밥집'이라는 뜻처럼 보이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운영하는 公衆食堂(공중식당)이 아니라 건설노동자를 위한 簡易食堂(간이식당)을 가리킨다. 정식 우리말은 아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건설현장에서 흔히 쓰는 말이 되었다.
일본말 사전은 '본디 山間奧地(산간오지)의 토목공사나 건설현장의 給食(급식) 休憩(휴게) 宿泊(숙박) 시설이지만 현재는 人家(인가)가 있는 곳에서 시행하는 건설현장의 식당이나 휴게소까지 포함'한다고 푼다.
飯場은 일본에서도 근현대 역사와 관련된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말. 메이지 초기인 1870년대 이후 비로소 생겼다. 이 무렵 본격적으로 개발붐이 일기 시작한 홋카이도(北海道·북해도)에는 '타코헤야', 곧 문어단지라는 이름의 강제노동자 숙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飯場의 막장이랄 수 있는 타코헤야는 도로 철도 따위를 만들거나 광산에서 일하는 罪囚(죄수)들의 누추한 집을 가리키는 말. 强制連行(강제연행)이나 强制勞動(강제노동)의 상징인 타코헤야와 오십보백보인 것이 옛날 飯場이다. 오죽하면 지금도 일본 깡패들이 빚쟁이를 으를 때 '함바에 보내버린다'고 협박할까.
지난 연말 그저 건설업계의 관행이라 여기던 작은 '함바집 브로커 사건'이 연초에 거대한 체제 비리와 독직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擧一反三(거일반삼)이라, 土建共和國(토건공화국)의 한 귀퉁이만 들췄을 뿐인데 썩은 내가 진동한다. 정말이지 몽땅 쓸어 함바에 보내고 싶다.
<출 처 ; 국제신문 임형석의 한자박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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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함바집 / 공광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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