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크메르의 세계
[컬럼] 제3세계의 특수부대와 한국군의 UAE 파병
2010년 12월 8일, 여야간 폭력사태 속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들에는 새해예산안 뿐만 아니라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에 대한 국군파견동의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특전사 소속 병력이 향후 2년간 130명 규모의 주둔병력을 유지하면서 교대로 파견된다. UAE에 파견되는 한국의 특수전 병력은 현지의 특수부대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미 지난 1월 초에 제1진이 현지로 출발한 바 있다.
"크메르의 세계"는 제3세계에서 특수전 부대나 대테러부대들의 역할이, 테러리즘의 실제적 위협보다도 권위주의나 독재 정권의 정권안보형 군사력으로 봉사하는 역할에 오랜 기간 주목해왔고,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태국의 경우 2010년 3-5월의 "레드셔츠 시민항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태국 특수부대들이 거둔 "혁혁한" 살상전과를 한국사회로 실시간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캄보디아의 특수부대들이 거의 전적으로 훈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병형" 군대로 양성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살펴본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수십 년에 이르는 독재체제들에 대한 시민들의 항쟁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이미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기존의 정권을 붕괴시킨 이 항쟁은 예멘과 리비아 등지에서 확대되어 가고 있고,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알제리, 지부티, 사우디 등지에서도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왕정이나 군부독재가 있는 거의 모든 곳에서 민주화시위가 분출되고 있다.
그리고 본 카페가 우려했던 현상들이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리비아에서 군 특수부대 저격병들이 시위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을 향해 발포,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이번 시위사태로 인한 총 사망자 수는 이로써 84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데일리메일은 또 리비아 제2의 도시 뱅가지의 한 병원 관계자를 인용, 희생자 가운데 일부는 대공미사일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리비아 특수부대 병력은 법원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수백명의 시위대는 물론 판사·변호사들까지 공격했다. 이들은 최루탄을 발사한 뒤 이 지역에 대한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끌고 도망쳤다. 현지의 한 성직자는 “두 사람이 자동차를 타고 달아나려던 중 자동차가 통째로 탱크에 깔려 박살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리비아 사태의 사망자는 최소 84명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추산했다. 또 “수십명이 죽었다. 우리는 지금 학살 현장 한가운데에 있다”는 현지 주민의 말도 전했다."
<조선일보> 2011-2-20 보도 중에서 |
"예멘에서 정부 지지자들과 반정부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해 20대 학생 1명이 숨지고 3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현지 경찰이 19일 밝혔다.
현지 경찰 당국은 이날 수도 사나에 있는 사나대학교에서 군인들로 구성된 친정부 세력과 33년 장기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대 간의 충돌이 발생해 사상자 4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반정부 시위자들은 대부분 학생들로 1000여명, 친정부 세력은 무장한 300여명의 군인들이었다고 목격자들은 설명했다."
<뉴시스> 2011-2-19 보도 중에서 |
UAE는 국민소득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나라이지만, 현재 주변국들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군주제 국가이다. 형식적으로는 공화제이지만 결국 전국은 7명의 토후들이 전제적으로 통치하며, 그 중 1인이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형식을 갖는 체제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특수부대 전력은 유사시 그들의 총구가 누구를 향할지 알 수 없다는 특성을 지닌다. 지난 연말에 파병동의안이 문제될 당시, 야당은 "원전수주에 대한 댓가" 의혹만 제기했고, 정부 및 보수파 언론(국방일보 및 군소 보수단체 기관지 등도 포함)은 위험없이 한국군의 전투력을 증강할 수 있다는 "국익"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UAE 군대의 가상의 주적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평시에 어떠한 민사작전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제공이나 혹은 그에 대해 연구해보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준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국방부장관은 "우리와 안보환경이 유사하다"는 다소 "어이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민주화시위가 불같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국군파병동의안에 찬성했던 이들은 우리 군이 훈련시킨 UAE의 특수부대원들이 유사 시 죄없는 자국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지 않을 것이란 증명 노력을 뒤늦게라도 해야 할 책임이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된다.
정치 권력의 집중화가 일어나 있는 제3세계에 군사적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일은, 우리 군의 전투병력을 교전지역에 파병하는 것보다 역사적으로 더욱 나쁜 평가가 부여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우리 군 전투병력의 총구는 우리가 관리할 수 있지만, 우리가 가르친 외국 군대의 총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특전사령부는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 무력진압의 수단으로서 투입된 바 있다. 또한 단 한번도 최근 이집트 경찰들이 보여줬던 "참회의 행진" 같은 상징적 움직임도 공식적으로 보여준 바가 없는 아픈 기억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대한민국 특전사에게 역사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파병동의안에 찬성했던 국회의원들 및 그 여론 형성에 동참했던 언론 및 관계자들은 "우리가 교육시킨 UAE 특수부대가 유사 시 자국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지 않을 것"이란 증명을 하는 데 더욱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 [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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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원전과 특수부대 파견은 어떤 연결 고리를 찾으려해서 전무합니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이런 무리수까지 두면서 원전을 수주한 목적은 단기적 성과만을 생각하는 국정철학 빈곤의 부재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원전은 원전 문제로서 전문가들이 다루고,.,,
파병은 파병만 놓고 원칙적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음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은 파병과정에서
군사, 정치적 연구가 전무했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원전에 관한 사항은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며
그에 대해서는 제가 연구하지 않았기에, 평가가 불가합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어떤 문제에 대한 연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일반적 사항 외에도
최초에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잘 나누어서 분류하는 일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비-지성적 사회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경제 주체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개입을 했고, 그 성과에 대해
얻는 열매는 모두 대통령의 치적으로 나팔을 불은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 생각하면서
지금같은 대통령의 리더쉽이 발휘되는 상황에서 전문가에게 의뢰를 했어도 전문가의 양심에
따라 보고서 제출하기는 곤난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