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지 :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동해,삼척,정선 일원)
○ 일 시 : 2010년 9월 4일(토)~9월 5일(일) 무박
○ 날 씨 : 최저23℃~최고30℃ / 오전 맑음/늦은오후 폭우
○ 인 원 : 대전바위산장 종주대원 45명
○ 교 통 : 한라관광(증평↔충주↔단양↔풍기↔댓재/백복령)
○ 산행거리 : 약 29.1km
○ 소요시간 : 약 10시간 (선두:9시간40분 후미:15시간 )
○ 종주코스 / 구간거리 /통과시간
댓재(03:50)→(0.8km)→햇댓등(04:05)→(3.5km)→통골재(04:30)→(2.0km)→두타산(05:40)→(2.2km)→박달령(06:10)→(0.3km)→문바위재(06:20)→(1.0km)→청옥산(06:50)→(1.2km)→연칠성령(07:15)→(1.0km)→고적대(07:25)→(2.3km)→갈미봉(08:50)→(4.0km)→이기령(10:10)→(1.1km)→970봉(10:30)→(0.5km)→상월산(10:50)→(1.3km)→원방재(11:10)→(2.09km)→1022봉(12:00)→(5.0km)→백복령(13:50)
♣ 주요고도
댓재(810m)-두타산(1,352.7m)-청옥산(1,403.7m)-연칠성령(1,180m)-고적대(1,353.9m)-갈미봉(1,260m)-이기령(800m)-상월산(980m)-원방재(730m)-백복령(780m)
♣ 산행지도 및 고도표
○ 산행후기
지리, 덕유보다 힘들지도 모른다는 구간
입소문을 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댓재-백복령 구간은 힘든 산행이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뿐 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 버티며 끝없이 손짓하는 고봉준령
자신과의 인내와 한계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흘린 땀이 소금이 되고 그 소금이 한 되박은 되어야
비로소 우리 땅 큰 줄기를 섭렵할 수 있다는
그런 소박한 진리를 깨달은 산행이었다
댓재(810m)
영동과 영서를 넘나들던 옛 고갯길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죽현(竹峴), 죽치령(竹峙嶺)이라고 불리는 고개
선선한 새벽바람이 산죽을 서걱이듯 재를 훑고 지난다
그믐달이 총총한 별밭 속에 고즈넉히 떠 있다
'두타영신지신'을 모시는 산신각에서 안산을 기원하고
외눈박이 헤드랜턴에 육신을 의지하며
산이 허락한 좁은 산길을 따라 오른다
서서히 몸을 풀면서 올라서는 첫 봉우리가 햇댓등
삼척 시내 야경과 어선의 불빛이 나무틈새로 깜박인다
대간길은 통골재까지 허리를 낮추며 편한 길을 이어간다
두타산을 오르는 사이 평탄한 잘록이
참나무숲 아래 조릿대밭에 위치한 목통령(통골재)이다
이제 정상까지 본격적인 된비알을 만들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어둠은 물러서고 여명이 밝는다
새벽 어스름, 소나무 등걸마다 빛이 걸리는가 하더니
진홍빛 아침해가 등걸처럼 두터운 바다구름을 뚫고 솟았다
신새벽 세속의 찌든 때를 땀방울에 씻어내려는 듯
가뿐 숨을 몰아내고 나니 두타 바로 직전 전망바위다
일망무제.
첩첩산중 웅장한 산세가 거리낌 없다
두타는 그렇게 말없이 눈앞에 부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청아한 불심이 마음속 내밀한 곳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두타산((1352.7m)
동해시 삼화동과 삼척시 미로면을 나누는 경계에 있는 두타산
부처가 누워잇는 형상으로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청옥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
예로부터 삼척지방의 영적인 모산(母山)
'모든 걸림으로부터 벗어나 산천을 떠돌며 수행하는 스님' 두타승을 닮은 듯
나아감에 걸림없는 선승(禪僧)처럼 거침없이 불끈 솟아
사방 산천 경계의 한가운데 군림하며
청옥산, 고적대로 뻗어가며 해동삼봉을 이루는 산
두타산과 청옥산을 잇는 의가등 병풍을 펼쳐 놓고
북쪽으로 삼화사에 이르는 삼십여리 무릉계곡을 품고 있는 산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로 있던 김효원이
금강산 다음으로 아름다운 산으로 극찬했던 꼽은 산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깨끗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처라는 유래를 지닌 산
하여 두타산 아랫자락 쉰음산에 산제당을 두어
봄가을에 산신제와 기우제를 지냈고
산 아래 쉰음산 오십정산 기슭에는
고려 때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지었던 천은사를 품고 있는 산
대간길은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급한 내리막 아래 박달령에 살포니 내려놓고
또다시 내려 온 높이보다 더 높이 치밀어 올라
그제서야 청옥산도 학등을 타고 말없이 정상을 내어준다.
청옥산(1403.7m)
동해시 삼화동과 삼척시 하장면의 분수령
아미타경에 나오는 일곱가지 보석 중에 하나인 청옥
보석에 버금가는 그 청옥이 발견되고
약초가 많이 자생함에 청옥산이라 불리우는 산
임진왜란 때 당시 의병과 유생들의 혼이
두타산성 금란정 산산골골에 아직까지 죽지 않고 시퍼렇게 맺혀있는 산
산죽 사이로 약 50m 내려가니 샘터가 있다
달다달고 차디찬 신선 약수
청옥의 암반수가 쉼없이 호스를 타고 흘러내린다
정상에서 우측으로 급경사를 따라 내려가면
연칠성령(1,180m)이다
하늘님 칠성님께 이어지는 북두칠성을 이어놓은 듯
첩첩산중 영동과 영서를 잇는 관문
사원터에서 하장면 방향으로 늘어선 일곱 개의 봉우리에서 이름을 따온 고개
산세가 험준하여 한번 들면 빠져나가기 어렵다하여
난출령이라고도 불리는 고개
정선사람들이 소금 구하러 넘나 들었다는 고개
이 고개를 내려서면 동해시 삼화동 무릉계곡이다
조선 인조 때 택당 이식이 중봉산 단교암에 은거할 때
이 곳 정상에 올라 서울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고 하여
망경대(望京臺) 또는 망군대(望君臺)’라고도 불리우는 고개
대간길은 무릉계곡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이어지고
우측 아래로 무릉계곡이 깊숙히 펼쳐 내려가며
화강암의 암릉이 거친 바윗길을 빚는다
태백쪽 석회암 지형은 물이 모두 스며들어 동굴이 생기고
동해쪽 화강암 지형은 물이 모두 흘러내려 계곡이 생긴다
우측 절벽 아래 수많은 폭포와 함께 수려한 계곡의 절경을 빚어낸다
신선이 산다는 두타선원 무릉계곡이 발아래 펼쳐져 있을게다
청옥산에서 연칠성령을 지나 고적대로 대간길을 잇는다
길은 다소 거칠다.
천길 낭떠러지 절벽 바위 사이사이 외길을 따른다.
암봉을 가까스로 올라 정상 직전 고적대 전망바위에 서면
두타와 청옥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두타는 첨봉(尖峰)으로 날렵한 산세를 자랑하고
청옥은 완만하고 묵직한 형상을 둔탁하게 보여준다
두타가 수행의 문이라면 청옥은 해탈의 문이다.
두타가 현세의 현상이라면 청옥은 내세의 본질이다
고적대(1953.9m)
높게 쌓아 올렸다는 뜻으로 기암절벽이 대를 이루는 산
신라고승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산
신선이 산다는 무릉계곡의 시발점이며
백두대간 '대'로 끝나는 고적대, 만복대, 문장대 중 백미다
두타, 청옥, 고적대 삼위일체의 균형이 살아난다.
예로부터 이 세 봉우리를 해동삼봉(海東三峰)이라 부른 이유다
고적대를 내려 멀리 바라보이던
봉우리가 두 개로 갈라져 있는 갈미봉(1260m)으로 진행한다
덕유산 빼재 직전 갈미봉을 오르던 버거웠던 대간길이 떠오른다
분수령에서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이 발원한다고 한다.
갈미봉을 내려오면 이기령이다
좌측 아래 사면길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자작나무 군락지와 황장목 적송숲이 우아한 자태로 열병한다
이기령(810m)에 내린다
동해시 삼화동과 임계면 도전리를 이어주는 고개
구리터가 있던 마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구리터>구이터>귀터>이기(耳基)로 표기되었다.
삼척의 해산물과 정선의 특산물을 물물교환하기 위해
우마차가 넘나들던 고개라 한다
헬기장이 있는 가짜 상월산과
고목나무가 누워있는 진짜 상월봉(970.3m)
이웃해 있는 두개의 봉우리가
높이도 같은데 모두 같은 이름으로 표시된 연유는 또 무엇일까
가짜 상월산이 그럴듯한 이름을 얻지 못한 연유일게다
대간길은 좌측으로 급하게 끝도없이 내렸다가
원방재에서 숨을 고른다
원방재(730m)
동해시 관촌마을과 정선군 가목리를 넘나들던 고개다
원방은 ‘먼 곳’을 뜻 하는 것으로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준령을 힘들게 넘나들던 사람들이 부르던
애환이 깃든 고개가 아닐런지
움푹 꺼져서 공간이 좁은 안부
나무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수많은 표지 리본이 매달려 있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야영장 입구에 계곡이 있다
선답 대원들이 이미 탁족을 하거나 알탕을 하고 있었다
손을 담그고 수건으로 땀을 훔쳐내고 바람을 쐬니 한결 시원하다
원방재부터 백복령까지는 비슷한 열 개 남짓 봉우리를
연달아 오르내리는 인내의 극한을 체험한다
산의 영역에 들어선 인간에 대한 산의 투기다
잡목에 채이고 부딪고 된비알로 끌어당기고 끝내 주저앉힌다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 저절로 한숨이 토해진다
정상석 없는 헬기장 1022봉까지
완만한 오름길 2km를 힘겹게 올라선다
헬기장이 있는 고스락에서 후미대원들이 다들 모였다
백복령까지 5km 힘을 내자고 전의를 다진다
상월산 쪽에서 간간히 울던 천둥 소리가
선두에서 누군가 기를 불어넣듯 소리를 지른다
음유하듯 나즈막히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백봉령까지 쉼없이 걸었다
지루하고 힘든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한참동안 작은 오르내림 끝에
송전철탑을 만나고 조금 내려서니 백복령이다
빗속을 뚫고 화물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지난다
아, 백복령(780m)
강릉시 옥계면과 정선군 임계면을 잇는 고갯마루
강릉과 삼척의 동해바다 소금이 정선으로 넘어오는 소중한 길목이었다
복을 바란다는 희복령(希福嶺)으로 불리다가
바랄 '희'자의 소리만을 따와서 흴 ‘백’ 백복령(白福嶺)이 되었고
다시 많은 복을 바란다는 백복령(百福嶺)으로 변했다는 고개
흔히 한약재로 쓰이는 백복(白茯)이 많이 나서 백복령(白茯嶺)이라든가
이를 소리 나는대로 백봉령(白鳳嶺)이라 부른다거나
심지어 대간꾼들 사이에 댓재-백복령 구간을 골 때리는 구간(頭打)이라고 하면서
빽뽕년(?)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속설이라 한다
우리 댁의 서방님은 잘났던지 못났던지
얽어 매고 찍어 매고 장치다리 곰배팔이
노가지나무 지게에다 엽전 석냥 걸머지고
강릉 삼척으로 소금 사러 가셨는데
백복령 굽이굽이 부디 잘 다녀오세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소금 장수 굽이굽이 눈물고개
백복령 넘나드는 서방님을 그리는 애절한 사부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