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한국 유도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한 '유도 황제' 이원희(27·KRA)가 오는 18일 열릴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 2차 평가전을 앞두고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결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 남자 유도의 황금체급이라는 73㎏급. '황제'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느덧 훌쩍 커버린 왕기춘(20·용인대)과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고 피말리는 대결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원희는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5월 독일에서 고질적인 오른쪽 발목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땀을 쏟아왔다. 그 사이 왕기춘은 '겁없는 신예'의 꼬리표를 떼고 2007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유도 사상 최연소 우승이라는 훈장을 가슴에 달며 '황제'의 빈 자리를 메웠다.
이원희도 죽지 않았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난해 10월 올림픽 대표 1차 평가전에서 기적같은 우승을 차지하며 왕기춘과 '총성없는 전쟁'을 예고했다. 왕기춘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등에 업고 1차 평가전에 불참해 두 선수는 2차 평가전 때부터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재활과 훈련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이원희이지만 최근 몸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러닝을 제외한 전 훈련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원희는 대표팀 합숙훈련을 물리치고 고독한 촌외훈련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경륜이 쌓였고 자신만의 독톡한 '맞춤훈련'으로 평가전에 대비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원희는 "몸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왕기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마쳤기 때문에 멋진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이원희는 감각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떨어진 근력을 정상수준으로 끌어올려 근심거리를 덜어낸 그는 실전감각만 회복하면 왕기춘에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원희는 왕기춘의 장점에 대해 기술의 다양성과 함께 기술 시도의 빠른 타이밍을 꼽았다. 따라서 2차 평가전에선 왕기춘이 기술을 시도하기 전에 맥을 끊고 선제 기술을 구사하는 게 승리의 열쇠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