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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시공일괄 입찰공사의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의 사례 분석 - ○ ○ 공사를 중심으로-:한국건설산업연구원(김 태 황)
< 차 례 >
Ⅰ. 서 론 1
1. 연구의 필요성 1
2. 연구의 목적과 분석 범위 2
Ⅱ. 분석 대상 공사의 개관 4
1. 공사의 규모 4
2. 계약 방식 4
3. 공사비 증가의 현황과 처리 과정 6
Ⅲ.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규모와 파급 영향 7
1. 추가 비용의 발생 내역 7
2. 파급 영향 10
Ⅳ. 발주자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내용과 원인 12
1. 설계 변경의 내용 12
2. 시공 과정에서의 구체적 변경 내용과 발생 원인 14
3. 발주 과정에서의 구조적 원인 18
Ⅴ. 제도 운용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22
1. 기획 및 기본계획 단계에서의 문제점 22
2. 입찰 및 계약 방식의 문제점 26
3.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의 문제점 28
4. 개선방안 31
Ⅵ. 결 론 34
<참고 자료> 35
<부 록> 36
< 표차례 >
<표 1> ○○ 턴키 계약 건설 공사 공구별 계약 금액 변경 현황 4
<표 2> B공구의 공사 개요 5
<표 3> 공구별 공사비 증가의 규모 6
<표 4> 총 공사비의 규모 7
<표 5> 사업 계획의 변경에 의한 추가 비용의 내역 8
<표 6>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가의 항목별 내역 (1997년 12월 현재) 9
<표 7> 세부 공사별 추가 비용 증가 내역 13
<표 8> 발파 진동의 허용 기준치와 실제 시행치 17
< 그림차례 >
<그림 1> B공구의 입찰 및 계약 일정 21
<그림 2> 미 국방부의 발주 방식에 대한 평가 결과 26
<그림 3> 설계 변경 절차도 29
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공공 공사의 시공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 발생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시공 과정에서의 설계 변경은 공사비의 증감을 초래할 경우 계약 금액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설계·시공 일괄 입찰(턴키) 공사에서 계약 금액이 조정될 수 있는 경우는 물가 변동(제64조), 설계 변경(제65조) 및 기타 계약 내용의 변경(제66조)이 발생한 경우에 제한된다. 또한, 공사 계약 일반 조건상의 규정에는 발주자의 책임있는 사유 또는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계약 금액이 조정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 시공 현장에서 설계 변경에 의해 공사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면, 그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공상의 설계 변경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설계 변경의 요구는 시공자뿐만 아니라 발주자에 의해서도 행해진다. 통계에 의하면, 공공 공사의 경우, 오히려 발주자에 의한 설계 변경의 요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김홍일 1998). 발주자의 기본 계획과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계약자(설계자)가 당연히 수정 또는 보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에는 설계 변경에 따라 증가된 공사비가 계약 변경으로 보전되지 못하므로, 그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시공자의 몫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계약 당시의 기본 및 실시 설계로 시공이 진행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로 발주자가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발주자가 공사비의 증가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편으론 턴키 계약에서 설계에 대한 책임이 설계자(시공자의 공동 도급자)에게 귀속된다는 사항과, 다른 한편으론 발주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설계 변경이 요구되었다는 사실이 상충되므로써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설계 변경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분리되기 때문이다. 발주자는 사실 불필요한 설계 변경을 요구하여 당초 기본 계획을 수정할 만한 아무런 동기도 가지지 못한다. 또한, 계약자(설계자 및 시공자)는 공정상의 설계와 시공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발주자로부터 추가적인 공사비 증가의 부담을 전가받을 의무는 없는 것이 계약 조건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일괄 입찰 공사에서 발주자에 의한 설계 변경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설계 변경은 막대한 직접 공사비 증가와 공기 지연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2. 연구의 목적과 분석 범위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턴키 공사에서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연구의 목적은 발주자의 요구에 의해 설계 변경이 이뤄진 경우, 시공 과정에서의 공사비는 얼마나 증감되었고, 변경의 구체적 발생 원인은 무엇이며, 공사의 효율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를 고찰하는 것이다.
연구의 방법은,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성있는 분석을 위해, 현재 턴키 계약 방식에 따라 시공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 대한 사례 분석에 의존하였다. 먼저, 해당 현장에서의 전체 설계 변경 내용을 파악하고 항목별로 유형화하여 그 규모를 살펴본 다음,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경우를 구별하여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추가 공사비와 관련된 참고 통계 자료들은 클레임 조정의 신청 과정에서 제시된 부분과 클레임과는 별도로 사전적으로 합의된 추가 비용 부분을 가감 정리된 것이다.
분석의 대상은 ○○시 건설 공사 B공구에 국한되었다. 해당 공구는 전체 48개의 현장에서 설계·시공 일괄 입찰로 시행된 9개의 현장 가운데 하나이며, 시공 과정에서 489억 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함에 따라 1998년 2월에 설계·시공 일괄 입찰로 계약한 다른 5개의 공구와 공동으로 클레임을 제기하여 계약 금액의 조정을 신청하였다. 클레임 조정을 신청한 6개 현장의 경우, 특히 시공 과정에서 발주자의 사업 계획이 변경되면서 막대한 규모의 설계 변경이 직·간접적으로 유발되었다. 그 결과, 단지 설계나 시공상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발주기관(또는 관련기관)의 요구사항이 수정되면서 파생된 설계 변경의 내용이 다른 현장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B공구의 경우는, 추가 공사비의 발생과 관련된 자료 정리의 상태가 나머지 5개 공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었고, 자료 활용에 대한 접근도가 보다 용이하여 분석 대상으로 선택하였다.
본 연구는 특정한 공구의 특정한 상황에서 유발된 공사비 증가의 문제를 다루었으므로 서울 지하철 공사 전체에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되는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V장에서 기술하는 바와 같이, 설계 변경의 구조적인 원인이 근본적으로 기본계획의 수립 과정 및 입찰·계약 과정으로 귀착될 수 있다는 논점에서 고찰한다면, 특정한 공구에 국한된 사례 분석이라 하더라도 전반적인 시사점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클레임 조정을 신청한 6개 공구들간에는 공사의 특성이 상이하고 추가 공사비의 규모가 또한 현장간에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나, 발주자의 요구에 의해 설계 변경이 시행된 과정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또한, 본 연구는 클레임 조정 과정에 직접적인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클레임 조정 신청에 이르기까지 시공 과정에서 추가 공사비의 발생 원인을 고찰하고 비효율성을 개선하자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의 책임을 발주자가 부담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공자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사업의 국민경제적 견지에서 추가 비용을 감축시킬 수 있는 사업 수행 시스템을 모색해 나아가기 위한 실증적 고찰을 지향하고자 하였다.
Ⅱ. 분석 대상 공사의 개관
1. 공사의 규모
○○시 건설공사 가운데 클레임 조정을 신청하였던 6개 공구의 총 공사 규모는 22개의 정거장을 포함하여 24.9㎞에 해당한다. A공구의 경우는 정거장 6개를 포함하여 총 연장 6.8㎞의 규모인 반면, E공구는 2개의 정거장과 총 연장 2.9㎞의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 해당된다. 사례 현장인 B공구는 정거장 4개를 연결하는 총 연장 3.8㎞에 이르는 건설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1998년 2월 현재 물가변동이 반영되어 조정된 총 공사 계약 금액은 당초 계약 금액에서 12.1%p가 증가한 6,776억 원의 규모이며, 각 공구별 현황은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시 건설 턴키 계약 건설 공사 공구별 계약 금액 변경 현황
(단위 : 백만 원)
구 분 |
A공구 |
B공구 |
C공구 |
D공구 |
E공구 |
F공구 |
합 계 |
계약일 |
93. 12. 29 |
94. 5. 2 |
93. 12. 29 |
93. 12. 29 |
93. 12. 30 |
93. 12. 30 |
|
당초계약금액 |
109,900 |
173,694 |
88,480 |
78,300 |
61,000 |
93,134 |
604,508 |
현재계약금액1) |
139,972 |
222,098 |
102,533 |
103,792 |
73,658 |
118,973 |
761,027 |
증 액 |
30,072 |
48,404 |
14,053 |
25,492 |
12,658 |
25,839 |
156,518 |
주 : 1) 1999년 4월 현재.
2. 계약 방식
전술한 6개의 공구는 제한경쟁 입찰을 통해 턴키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 또한, 서울 지하철 본부·조달청이 발주할 당시의「예산회계법시행령」제74조 "공동계약"(현「국가계약법시행령」제72조 "공동계약")과 기타 관련 법규에 따라 공동 도급 계약으로 수행되고 있다. 공동계약의 이행 방식은 계약상의 의무에 대해 연대 책임을 부여하는 '공동이행 방식'이 아닌 '분담 이행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설계자와 시공자가 공동수급체를 형성하여 공동으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만 각 구성원이 분담 내용에 따라 개별적인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였다. B공구의 경우, 설계자는 공동수급협정서에 따라 시공자와 공동수급체를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시 전기 및 소방 시설의 전문 설비 설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업체를 포함하여 모두 7개의 기업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참여하였다.
해당 현장에 적용된 턴키 방식은 실제로 '실시설계·시공 입찰'에 의한 계약 형태이며, 이는 엄밀히 '일괄입찰'과 구분된다. 기본 설계 입찰에서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된 자가 공사의 기본 계획 및 지침과 기본설계에 따라 시공에 필요한 세부 사항들을 실시설계로 작성하여 최종 입찰에 응하게 되는 것이다. 설계와 시공이 병행하여 추진되는 'fast track' 방식을 활용하는 대신, 사전적으로 심의된 실시설계의 내용에 따라 시공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분리 발주 방식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실시설계·시공 입찰에 의한 계약 방식은 실시설계의 변경 과정과 총액으로 체결된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하여 계약 당사자간에 갈등의 발생 소지를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사례 분석 대상 현장의 공사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표 2> B공구의 공사 개요1)
(단위 : 백만 원)
착공일 |
준공예정일 |
공정률 |
당초 계약금액 |
현재 계약금액2) |
입찰방식 |
계약 유형 |
공동계약 |
1994. 5. 19. |
2000. 10. (당초 1997.12) |
78.0% |
173,694 |
222,098 |
실시설계·시공 일괄 입찰 |
장기계속 +계속비 |
분담이행 방식 |
주 : 1) 1999년 5월 현재 기준
2) 4차례에 걸친 물가 변동과 설계 변경의 부분적 반영에 의한 계약 금액 조정의 결과임(27.9% 증가).
3. 공사비 증가의 현황과 처리 과정
1998년 상반기에, 6개 시공업체는 착공 이후 1997년 말에 이르기까지의 설계 변경에 의한 추가 비용의 발생에 대해 발주기관에 클레임 조정을 신청하였다. 시공자는 이러한 추가 공사비가 시공자에 책임있는 사유가 아닌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설계 변경으로부터 유발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발주자는 턴키 방식에 의한 총액 계약 공사이므로 시공 과정에서의 공사비의 증가는 계약자 상대자(설계자+시공자)가 부담해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1997년 말 현재 시공자에 의해 시공자 불귀책 사유의 추가 비용의 규모가 전체 2,960억 5,793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나, 발주기관은 81억 원 규모의 한도에서 수용할 것으로 발표됨에 따라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1999년 4월 현재 3개의 업체는 청구 금액을 재조정하여 합계 500억 원 규모에 대하여 중재를 신청하여 중재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표 3> 공구별 공사비 증가의 규모
(단위 : 백만원, %)
구 분 |
A공구 |
B공구 |
C공구 |
D공구 |
E공구 |
F공구 |
합 계 |
추가 비용 |
26,852 |
19,099 |
25,646 |
70,346 |
43,249 |
110,866 |
296,058 |
증가율 |
24.4 |
11.0 |
29.0 |
89.9 |
70.9 |
119.0 |
49.0 |
공정률 |
64.8 |
62.5 |
62.5 |
39.1 |
63.3 |
72.7 |
|
주 : 1) 1997년 9월 30일 현재.
2) 증가율은 당초 계약액 대비.
3) 시공업체가 클레임 조정을 위해 시공자 불귀책 사유로 분류하여 집계한 금액이므로 실제 공사비 증가액과는 차이가 있다.
Ⅲ.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규모와 파급 영향
1. 추가 비용의 발생 내역
○○시 건설 공사의 경우, 1998년 3월 현재 설계 변경에 의해 발생한 추가 비용은 총 489억 2,400만원의 규모에 이른다. 이는 당초 계약 금액 1,736억 9,400만원의 28.2%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약 4년 동안의 시공 기간에 추가적으로 지출된 공사비의 규모이다. 물가 변동에 의한 계약 금액의 증가분과 공기 지연에 따른 간접비용의 증가분은 제외된 상태이다. 1998년 3월 현재의 공정률이 66.2%인 점을 감안하여 시공이 완공될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이러한 직·간접 비용은 이 수준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다.
공사비 증가의 대략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총 증가액 489억 2,400만원 가운데, 298억 2,500만원(증가액의 61.0%)은 발주자의 사업 계획이 변경됨으로써 구조적으로 설계가 변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초래된 추가 공사비에 해당되며, 190억 9,900만원(39.0%)은 일반 구간에서 복합적인 설계 변경 사유로 인해 증가된 공사비의 규모이다. 전자의 경우, 발주자가 긍정적으로 검토한 추가 비용은 117억 7,700만 원으로 비용 총액의 39.5%에 해당되며, 나머지 180억 4,900만원은 1998년 말 현재 중재 청구 금액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이다. 후자의 경우는 1998년 상반기에 전액 클레임 조정 항목으로 신청되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항목과 금액이 재조정되어 1999년 4월 현재 중재 신청된 상태이다.
<표 4> 총 공사비의 규모
(단위 : 백만원, %)
구 분 |
초기 계약 금액 |
추가 비용 |
|
|
물가 변동 조정 |
공기 연장 |
총공사비 |
|
사업 계획변경 |
일반 설계변경 |
|||||
금 액 |
173,694 |
48,924 |
29,825 |
19,099 |
25,427 |
약 3년 |
248,045 |
초기 계약 대비 증가율 |
- |
28.2 |
17.2 |
11.0 |
14.6 |
- |
42.8 |
주 : 1997년 12월 기준이며,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은 제외된 상태이다.
중재의 결정이 반드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당사자들에게는 최종적인 결정이므로, 쌍방은 중재의 결정에 따를 의무가 있다. 중재는 협상 과정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당사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현장에서의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가의 문제가 클레임 협상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중재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자체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사업 계획의 변경으로 인한 추가 비용의 발생 내역을 살펴보면, 설계 변경에 따른 신규 비목의 비중이 46.4%로 가장 크며, 터널의 상이한 지질에 부합하는 굴착 방식의 변경과 보조 공법의 적용으로 파생된 비용 증가의 부분이 27.2%를 차지하였으며, 재설계 용역비는 전체 비용의 10.3%를 나타냈다(<표 5> 참조). 한편으로, 사업 계획의 변경에 의한 설계 변경은 해당 현장과 구간의 특별한 경우에 발생한 것으로써 보편적인 사항으로 적용시킬 수 없으므로, 본 연구는 일반 구간에서의 설계 변경을 중심으로 공사비 증가의 문제를 다루었다.
<표 5> 사업 계획의 변경에 의한 추가 비용의 내역
(단위 : 백만원, %)
구 분 |
추가 비용 |
발주자 검토 금액 |
중재 청구 금액(A-B) |
재설계 용역비 |
3,073 (10.3) |
750 (6.4) |
2,323 (12.9) |
유관기관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 |
3,072 (10.3) |
- |
3,072 (17.0) |
설계 변경에 따른 신규 비목 |
13,831 (46.4) |
9,745 (82.7) |
4,086 (22.6) |
지질 상이로 인한 굴착 패턴 변경 |
8,113 (27.2) |
1,281(10.9) |
6,832 (37.9) |
원설계 누락 및 오류 발생 |
1,737 (5.8) |
- |
1,737 (9.6) |
합 계 |
29,826 (100.0) |
11,777 (100.0) |
18,049 (100.0) |
B공구 일반 구간에서의 공사비 증가의 내역을 살펴보면, 공사 범위의 변경에 따른 설계 변경이 3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발주자 요구에 의해 설계 변경이 이뤄진 결과 추가적으로 발생한 공사비는 66억 3,423만원으로 전체의 34.7%를 나타냈다(<표 6> 참조). 이는 1997년 말 당시의 공정률 약 65%의 상황에서 실제 산출된 추가 비용이다. 발주자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비중이 높은 현상은 다른 공구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표 6>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가의 항목별 내역 (1997년 12월 현재)
(단위 : 백만원, %)
사 유 항 목 |
B공구 |
6개 공구 전체 |
||
추가 비용 |
비 중 |
추가 비용 |
비 중 |
|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의한 손해 |
39 |
0.2 |
530 |
0.2 |
공사 범위의 변경 |
6,895 |
36.1 |
18,140 |
6.1 |
발주자 요구 조건의 변경 |
6,634 |
34.7 |
32,271 |
10.9 |
공기 단축 |
189 |
1.0 |
189 |
0.1 |
다른 계약자와의 간섭에 의한 변경 |
1,636 |
8.6 |
1,792 |
0.6 |
법령 등의 변경 |
1,093 |
5.7 |
22,925 |
7.7 |
운반 거리의 변경 |
2,075 |
10.9 |
10,545 |
3.5 |
중심위 요구 사항의 변경 |
58 |
0.3 |
13,623 |
4.6 |
민원 사항 |
479 |
2.5 |
2,826 |
1.0 |
지하 지장물 처리 |
- |
- |
2,993 |
1.0 |
부지 사용료 및 도로 점용료의 납부 |
- |
- |
2,061 |
0.6 |
예산 과소 책정 |
- |
- |
188,163 |
63.6 |
합 계 |
19,099 |
100.0 |
296,058 |
100.0 |
자료 : 클레임 조정자문위원회 개최 요청 자료
즉, 적자 시공을 이유로 클레임을 신청하였던 6개 공구 전체의 설계 변경의 항목을 살펴보면, 발주자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부분이 10.9%를 차지하여 예산 과소 책정 항목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다(<표 6> 참조). 예산 과소 책정에 의한 공사비 증가의 문제는 B공구를 제외한 5개의 현장에서 발생하였는데, 다른 공구들의 경우 B공구에 비해 ㎞당 단가가 과소하게 책정되었다는 주장에서 비롯되었다
. 그 외, 법령 등의 변경에 의한 설계 변경의 비중이 7.7%, 공사 범위의 변경에 의한 경우가 6.1%,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요구 사항에 의한 경우가 4.6%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2. 파급 영향
B현장은 약 3년 동안의 시공 과정에서 당초 계약 금액에 비해 28.2%의 추가적인 공사비를 지출하였다. 잔여 기간 동안에 발생할 비용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와 비중은 훨씬 증가할 것이다. 이 가운데, 발주자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이 유발한 비용은 66억 3,423만 원을 기록하여 총 계약 금액의 3.8%에 해당된다. 설계 변경의 최종적인 사유가 어느 주체에게 귀책되든지 간에 막대한 직·간접적인 추가 비용이 발생하였다. 발주자의 책임일 경우, 비체계적이고 비현실적인 공사 계획과 예산 편성 및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라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으며, 설계자 또는 시공자의 책임으로 귀착될 경우에는 기업 수익률의 저하를 초래하여 부실 시공의 유발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게 된다. 직접적인 공사비의 증가뿐만 아니라 공기 지연에 따른 간접비의 증가도 전체 공사비 증가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B현장의 비용 구조를 도식적으로 단순화시켜 보자. 예컨대, 3년 공기의 2,000억 원 규모의 공사가 입찰 계약되었다고 가정하자. 또한 복합적인 설계 변경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 기간이 2년 지연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B현장의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가 비율 28%를 적용하면, 설계·시공 일괄 계약 이후 발생하는 3년 동안의 총 공사비는 물가 변동 요인을 제외하고도 2,56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발주자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결과로 증가된 공사비는 76억 원(=2,000×0.038)에 해당된다. 지체된 2년 동안의 시공관리 비용을 추산하기 위해, 당초 3년 동안의 총 공사비 대비 25%를 2년으로 환산하여 16.6%를 적용하면, 추가적인 간접비용은 425억 원(=2,560×0.166)으로 산출된다. 그리하여, 물가 변동 부문과 감리·감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설계 변경과 그 결과 공기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은 986억 원의 규모로 당초 계약액의 약 50%에 달한다.
Ⅳ. 발주자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내용과 원인
1. 설계 변경의 내용
(1) 정의
설계 변경은 공사 계약 이행을 간섭하는 '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 도서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정하는 문서화된 계약 내용의 변경을 의미한다. 회계예규의「공사계약일반조건」제19조에 따르면, 공사 계약의 이행을 간섭하는 '사실'은 네 가지 항목으로 구분된다. ① 계약의 근거가 된 설계 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누락·오류 또는 상호 모순되는 점이 있는 경우, ② 지질, 용수 등 공사 현장의 상태가 설계 도서와 상이할 경우, ③ 새로운 기술·공법을 사용함으로써 공사비의 절감 및 시공 기간의 단축 등에 효과가 현저할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 ④ 기타 계약 담당 공무원(발주자)이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은 주로 네 번째 항목과 연계된다. 입찰 및 계약 당시에 제공된 설계 도서로도 시공이 진행되고 공사 계약이 이행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 변경을 필요로 하는 부가 사항을 발주자가 (비)의도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설계 변경이 시행된 경우이다. 물론 현장의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요구 사항이 지질의 변화, 공법의 변경, 민원의 발생 등의 요소에 의해 절차상으로 파생될 수도 있다. 발주자의 자의적인 의도뿐만 아니라 기술적, 자연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계약에 명시된 공사 내용을 양적으로 또는 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즉, 복합적인 요소가 발주자의 요구 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발주자의 요구'라는 항목은 설계 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의 주체성과 책임이 암묵적으로 발주자에게 귀속되어 있음을 함축한다. 예컨대, 공사 범위의 변경이나 다른 계약자와의 간섭에 의한 설계 변경도 최종적으로 발주자(또는 대리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지만, 이는 발주자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이미 외생적으로 공사 내용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를 의미한다. 턴키 입찰 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설계 변경의 판단과 권한이 공동 도급자인 설계자에게 주어지므로 발주자의 요구에 의해 설계 변경이 시행되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 책임이 발주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발주자 요구 조건의 변경에 의한 설계 변경의 항목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공사 계약이 발주자의 의지에 의해 수정된다는 점에서 다른 항목들과 구별된다.
(2) 해당 항목과 특성
B공구를 포함하여 클레임 조정을 신청하였던 지하철 공사 6개 공구에서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은 주로 터널의 굴착, 발파 방식이나 지반 보강과 관련된 시공 방식 또는 공법의 변경에 집중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준시방서에 명시된 기준치를 충족시켜 시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의 민원이 발생하여 공법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법의 변경은 공사비의 절감이나 공기의 단축을 목표로 하는 통상적인 신기술 또는 신공법의 도입과는 구별된다. 기본·실시 설계서를 심사하고 채택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공법이 채택되었으므로 시공 과정에서 발주자가 요구한 공법의 변경은 공사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오히려 추가 비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B공구의 경우, 발주자의 요구에 의해 설계가 변경된 공사는 N지역 대단면 터널 시공 방법 변경, 터널 굴착 패턴 변경, 도시가스관 하부 굴착 패턴 변경, 환기구 주변의 그라우팅(grouting) 변경, S지역 언더피닝(underpinning) 구간의 굴착 패턴 변경, 선형 변경에 의한 터널 공사, 개착 구간 발파 패턴 변경 등이다(<표 7> 참조). 이들 개별 공사는 각각 특수한 작업 여건에서 시행되었으나, 공통적인 사항은 공법이 변경됨에 따라 부차적인 공사량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며 작업의 효율성이 저하된 결과를 초래하였다.
<표 7> 세부 공사별 추가 비용 증가 내역
(단위 : 천원, %)
해 당 공 사 |
추가 비용 |
비 중 |
터널 굴착 패턴 변경 |
2,903,699 |
43.8 |
개착 구간 발파 패턴 변경 |
1,549,483 |
23.4 |
N지역 대단면 터널 시공 방법 변경 |
1,113,283 |
16.8 |
도시가스관 하부 굴착 패턴 변경 |
635,051 |
9.6 |
S지역 언더피닝(underpinning)구간 굴착패턴 변경 |
362,052 |
5.5 |
선형 변경에 의한 터널 공사 |
40,120 |
0.6 |
환기구 주변 그라우팅(grouting) 변경 |
30,541 |
0.5 |
합 계 |
6,634,230 |
100.0 |
자료 : ○○시 건설공사 클레임 조정자문위원회 개최 요청 자료
2. 시공 과정에서의 구체적 변경 내용과 발생 원인
(1) 터널 굴착 패턴 변경
터널 굴착 패턴 변경에 의한 설계 변경은 클레임을 제기했던 ○○시 공사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 경우이다. 6개의 공구에서 241억 8,100만원의 공사비가 추가로 발생하였으며, 이는 발주자 요구조건의 변경에 따른 전체 추가 비용의 74.9%에 해당된다.
B현장에서는 인근 사유 건물의 간섭에 따른 선형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발주자는 346m에 이르는 터널 선형의 설계를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다. 시공 과정이 수정되었으며,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의 책임 문제가 제기되었다. 시공자의 주장에 따르면, 발주자의 요구에 의해 선형이 변경되면서 굴착 작업 중 불규칙적인 지반 분포가 확인되었고, 결국 시공비용이 증가되었으므로 계약 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발주자는 설계 변경의 대상 구간이 당초 위치와 거의 동일하고 시공자가 지질 조사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추가 비용은 시공자가 부담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29억 370만 원의 공사비가 추가로 발생되었다. 사후적으로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하든지 간에, 비용 발생의 원천은 선형 행로를 결정하는 기본계획 과정과 실시설계 심사 과정에서 검토가 미흡하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행로에 대한 인근 사유 건물의 간섭 가능성은 사전적으로 충분히 검토될 수 있었을 것이며, 설령 지질 조사가 불완전하였다 하더라도 당초 선형의 방향이 제대로 확정되었더라면 지질 조사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을 것이고 추가 비용의 상승폭도 낮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설계 기간도 문제가 된다. 당시 예산회계법 시행령의 특례 규정에 따라 설계·시공 일괄 입찰의 경우 현장 설명 이후 57일 이상의 기본설계 기간을 가진다. 그러나 본 현장에서와 같이, 지상, 지하 저장물의 존치, 교통 처리 계획 및 관련 기관 인·허가 등을 시행 한 후 지질 조사를 수행하고 설계 도서 등의 입찰 서류를 작성하기란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간이다. 그 결과 시공자는 발주자가 제공한 선로 배선 계획도와 종평면도에 의거하여 설계 도서를 작성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
(2) N지역 대단면 터널 시공 방법 변경의 요구
설계 변경은 당초 계약 내역이었던 건식 숏크리트 공법이 발주자의 시공 방법의 개선 요구에 따라 대안 설계의 내용인 강섬유 보강 숏크리트 공법으로 변경되면서 발생하였다. 후자의 경우, 강도가 향상되었으므로 기술적으로 강지보의 설치가 불필요하였으나, 감리자는 실시설계의 횡단면도에 강지보의 설치가 표기되어 있으므로 품질 관리상 필요하다고 작업을 지시했다. 반면에, 시공자는 대안설계 제출시 이미 해외 전문가를 통해 공법의 안전성에 대해 검토하였으며, 상세도와 재료표에도 표기되어 있으므로 강지보의 설치는 불필요한 이중적인 작업이며 이에 따른 추가 공사비는 요구 주체인 발주자가 부담해야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직·간접 공사비는 11억 1,328만원이 추가되었다. 이 경우, 턴키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대안설계가 유효하게 활용되지 못하였으며, 실시설계의 횡단면도가 상세도 및 재료표와 일치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정되는 절차가 없었다. 감리자는 시공에 관련된 모든 도면과 작업 지시서를 총체적으로 해석하고 상황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작업 지시를 내려야 하지만, 획일화된 작업 감독과 한정적인 의사결정에 국한된 소극적인 역할만을 수행하였다. 예컨대, 감리자는 "강지보의 설치가 불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통상적으로 설치한다고 해서 작업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감리자가 해당 공법의 원 설계자를 초빙하여 강지보의 설치가 불필요한 공법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시공이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궁극적으로, 추가적인 공사비는 시공자, 설계자 및 발주자(감리자) 간의 시공 합리화를 위한 의사 조정 과정과 절차가 단절적이고 배타적인 비효율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3) 도시가스관 하부 굴착 패턴 변경
이는 사회적 안전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여 설계 변경된 경우이다. 시공은 당초 설계대로 진행되고 있었으나 1995년 당시 대구 지하철 및 서울 아현동 가스 폭발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가스 누출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증대되어 당 시공 현장에서도 도시 가스관 주변의 작업 방법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가스관 이하 7m까지 유압식 파쇄기를 활용한 무진동, 무소음 발파가 진행됨으로써 6억 3,505만원의 공사비가 추가로 지출되었다. 이 경우에는 실시설계 이후 시공 과정에서 배관 주변에서의 발파 작업을 절대 금지시키는 서울 도시가스 주식회사의 협조 공문이 전달되었으며, 가스 안전 사고에 대한 국민 의식과 여론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공사량이 추가되었다.
(4) S지역 언더피닝(underpinning)구간 굴착 패턴 변경
당초에는 정거장이 지하 3층으로 설계되었으나 발주처의 해당 지역의 교통 개선 사업에 따른 업무 지시가 변경되면서 지하 4층의 공사로 수정되었으며, 기존 운행중인 지하철 노선을 지지하기 위해 수직재(pin) 받침보가 추가로 설치되어야만 했다. 또한 시공 중 지반 현황이 당초 설계 조건과는 달리 파쇄대가 나타나면서 슬라이딩 및 붕락이 발생하여 이에 대비한 추가 공사를 시행하게 되었다. 운행중인 지하철 구조물의 간섭으로 인해 사전적인 지질 조사가 불가능하였고, 차선책으로 주변의 지질 조사 결과를 차용하게 됨에 따라 설계 상황과 실제 지반 현황과 차이가 발생한 것이었다.
설계 변경으로 3억 6,205만원의 추가 비용이 소모되었다. 이 경우, 사전적인 지질 조사가 불가능한 구간에서의 사후적인 설계 변경 및 추가 공사의 시행은 불가피하였으나, 1층을 추가시킨 재설계는 기본계획 또는 기본설계 단계에서 미리 고려될 수 있었던 사항이다. 즉, 기본계획 단계에서 도심지의 전반적인 교통 처리 방향을 제시하고, 기본설계 단계에서 입찰자는 충분한 설계 시간을 확보하여 교통 처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었더라면 사후적인 추가 비용의 증가 규모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착공한 지 2년 3개월이 지나 전체 공정률이 약 50%에 이른 시점에서 교통 개선 사업에 따른 업무 지시가 변경된 것은 이미 막대한 시간의 기회비용을 잠식할 소지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시공 단계 이전의 계획 또는 설계 과정에서의 준비가 미흡하였고 일괄 입찰 계약 조건이 사안별로 구체화되지 못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의 절차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며, 결국에는 총비용의 상승을 초래하였다.
(5) 개착 구간 발파 패턴 변경
이 경우는 민원에 의해 발파 패턴을 변경시키는 설계 변경으로 15억 4,948만원의 추가 공사비가 지출되었다. 발주자가 제공한 입찰 안내서의 진동 규제 관련 사항에 따르면, 기준치는 1.0kine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건설교통부 터널 표준 시방서에는 대상 시설물이 주택 또는 아파트일 경우 진동 허용 기준치가 0.5kine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실시설계에서는 진동 속도 0.5kine의 범위 내에서 시공하도록 설계되었고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심의 과정에서 이를 승인하였다. 시공자는 입찰 안내서의 규제 사항과 건설교통부 표준 시방서에 부합하여 0.5kine의 진동 속도를 기준으로 발파 작업을 시행하였으나 인근 지역 주민들의 소음 진동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여 결국 0.16kine으로 조정되었다. 진동 속도의 조정으로, 굴진장의 폭, 발파 범위, 발파 시차 등 굴착 공법이 조정될 수밖에 없었고 굴착 효율이 저하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원 처리 과정에서 17일간이나 공사가 중단되었다.
<표 8> 발파 진동의 허용 기준치와 실제 시행치
(단위 : kine=cm/sec)
입찰 안내서 허용 기준치 |
건교부 표준 시방서 |
실시설계 적용치 |
시험 발파 측정치 평균 |
민원에 의한 조정 결과 |
검토 후 권고치 |
1.0 |
0.5 |
0.5 |
0.3941) |
0.16 |
0.3 |
주 : 1) 민원 발생 후 2일 동안 22개를 시험 발파하여 측정한 결과이다.
시공자가 관련 법령과 설계서에 규정된 범위를 준수하면서도 민원 발생이라는 외적인 요소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공사비가 추가적으로 지출되었다. 계약자 누구의 일차적인 잘못은 아니라 하더라도, 민원의 내용이 타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면, 설계 변경의 요인은 허용 기준치를 비현실적으로 규정한 법령상의 문제에 귀착된다. 기준치가 잘못 산정되었던 것이다. 특히, 특정 공사 현장에 적용되는 입찰 안내서에는 모호한 제한 기준치를 설정하였으며,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표준 시방서의 기준치보다 2배나 높게(느슨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해당 공사의 경우, 당초에 0.2∼0.3kine의 수준에서 설계되고 이에 따른 공사비가 예정되었더라면 시공 변경에 따른 직접비용과 설계 변경과 민원 발생에 따른 공기 연장의 간접비용의 발생이 사전적으로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다.
3. 발주 과정에서의 구조적 원인
상술한 설계 변경의 발생 원인은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첫째, 기본계획과 기본설계에 대한 검토가 불충실한 경우이다. B공구에서 7건의 공사 가운데 굴착 패턴의 변경과 선형 변경이 관련된 3건이 이에 해당된다. 금액 규모로는, 모두 33억 587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여 전체 66억 3,423만원의 49.8%를 차지했다.
둘째, 민원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이다. 수행중인 시공 과정이 당시 공사 관련 법령상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발생함으로써 공법을 변경한 경우에 해당된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의 33.4%을 차지했다.
셋째, 관련 주체들간의 상호 역할 조정이 미흡한 경우이다. 예컨대, 설계 도서간에 상충되는 부분이 발견되었을 경우, 책임 감리자가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여 실제 상황에 부합하도록 해석하고 효과적으로 작업 지시를 명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자율성과 책임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B공구에서 터널 시공 방법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감리·감독 행위가 획일적으로 적용됨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설계 변경이 발생한 과정을 검토해 보면, 발생 원인이 공사 현장에서의 불확실한 여건뿐만 아니라 발주 과정에서의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고찰할 수 있다. 사업의 기획, 조사 및 기본계획의 수립, 기본설계의 입찰과 심의, 실시설계의 심의 및 계약 과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발주 과정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자.
첫째, 발주자의 기본 계획안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함으로써 사후적으로 공사의 범위나 방법이 변경되는 원인이 제공되었다. 일괄 입찰의 경우, 발주자는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 타당성을 조사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입찰 전에 입찰자에게 기본계획, 지장물 현황, 입찰 안내서 및 기타 조사 자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엄밀한 기본계획이 조사 자료와 현장 설명을 통해 입찰자에게 구체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시공 범위와 방향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포괄적인 조건을 제시하되 입찰자의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서 제시된 공사의 범위와 방법에 대해 책임성있는 면밀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이하 중심위)는 현장의 기술적·환경적 여건에 적합한 공법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지적하여 설계 적격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기본계획이나 기본·실시설계에 대한 검토가 미흡할 경우, 결과적으로 시공 과정에서는 공사의 범위와 공법의 변경에 따른 설계 변경이 유발된다. 이는 공사비를 절감하거나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나 공법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설계를 변경하게 되는 경우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예컨대, 선형 또는 행로의 변경은 시공의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사전적으로 계획이 불충실함으로써 발생된 경우이다.
둘째, 발주 과정에서 민원 유발 요소에 대한 사전적인 검토가 미비하였던 점이 결과적으로 설계 변경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민원 발생의 소지가 완전히 예방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선행 유사 공사에서의 민원사항들을 정보화하지 못하였고 민원 관련 규정들을 사전적으로 재검토하지 못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 민원 발생의 가능성이 높았다. 설계에 적용된 공법의 시행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소음, 진동, 안전, 등의 외부 환경 및 경제 효과가 법적 규정에 허용된다 하더라도 해당 규정이 시효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규정 진동 속도는 입찰 안내서에는 1.0kine 이하, 표준 시방서에는 0.5kine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민원 조정 이후 실제로는 입찰 안내서 기준의 1/6 수준인 0.16kine에서 시공되었다. 이러한 규제 사항이 미리 현실화되었더라면 초기 설계서가 새로운 기준치에 따르는 시공 방식을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민원의 발생 그 자체가 설계 변경의 요인이라기 보다는 민원 발생 요소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계획 과정에서의 절차가 미비함으로 인해 설계 변경의 구조적인 원인이 제공된 것이다.
셋째, 실시설계의 심의 과정이 향후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먼저, 심의 절차와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자. 해당 현장에 적용된 턴키 방식은 엄밀한 의미에서「공사계약일반조건」에 명시된 실시설계·시공 입찰로서 실시설계에 대한 적격 여부를 심의한 후에야 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계약 금액과 내역은 기본설계의 입찰시에 제시되었으며, 실시설계의 작성과 심의는 그 이후에 시행되었다. 또한 입찰 총액과 내역서를 유지하면서도 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구사항들을 수용하도록 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실시설계에 대한 심의 과정은 근본적으로 fast track 방식의 시공을 차단하는 동시에 설계 변경의 가능성은 확대시켰다. 이는 실시설계의 작성 기간이 짧게 배정된 점과도 관련된다. 건설교통부의「턴키공사 업무 요령」에 의하면, 공사비 200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실시설계는 6개월 이상, 실시설계는 10개월 이상을 원칙으로 하고 공사 특성에 따라 특별한 경우에는 유동적으로 설정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해당 공구의 경우, 다음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 이후 실시설계 중간 심의 단계까지 26일, 최종 심의 자료를 제출하기까지 72일이 소요되었다. 이 기간 동안에 중간 심의 과정이 병행되었다. 계약일까지 전체 약 5개월 반 동안에 실시설계의 작성과 중심위의 심의와 지하철 본부 설계자문위원회의 검토가 진행되었다. 설계 작성 및 심의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도록 배정한 것은, 한편으론 발주 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전체 공기를 단축시키고 다른 한편으론 설계·시공 일괄 입찰을 통해 공사비를 절감시키고자 하는 이중적 목표 추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비실용적인 설계 작성 과정과 비효율적인 심의 과정은 발주자가 설계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폭을 넓혔으며 이에 따른 기회비용의 증가를 초래하였다.
Ⅴ. 제도 운용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공사의 효율화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설계 변경의 요소를 사전적으로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존의 비효율적인 관행에서 비롯되는 구조적인 요인들을 개선함으로써 경우의 수와 규모를 축소시켜 나아가는 것은 효율화를 위한 바람직한 실천 방안이 될 것이다. 문제점의 핵심은 발주자의 요구사항이 변경되면서 공사비가 추가적으로 투입되었다는 점에서 비롯되며, 이에 따른 개선 방향은 입찰·계약 제도의 보다 합리적인 운영과 주체들간의 상호 의사 결정 관행의 개선을 통해 추가 비용의 규모가 최소화될 수 있다는 점에 귀착된다. 자재, 노무, 원가, 공정 등 시공관리의 효율화에 집중해 온 기존의 접근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공사 기획과 기본계획 단계에서 발주자의 역할에 초점을 두어, 발주자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이 발생하는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고찰해 보자. 본 장에서는 앞서 B현장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던 구체적인 발생 원인들을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검토하였다. 물론, 특정 현장에서 발생한 특정한 사안을 전반적인 제도상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이 논리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현장의 분석 결과 추가 공사비의 발생 원인과 민감한 갈등 사항들이 단지 개별 주체(발주자, 감리자, 시공자, 설계자)의 직무 불성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턴키 공사의 입찰·계약 제도의 운용상의 부작용으로 환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1. 기획 및 기본계획 단계에서의 문제점
(1) 기본계획 수립 과정의 비체계화
시공 과정에서 발주자가 설계 변경을 요구하게 되는 구조적인 원인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본계획의 비체계적인 수립 과정과 관련된다. 실제로, 설계가 심의되고 계약이 체결된 후 2∼3년 동안에 기본계획의 변경과 목적물의 구조, 품질 및 기능의 변경을 빈번히 요구했던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는 ① 정보화의 미흡 ② 불충분한 기획과 사전 조사 ③ 편향적인 예산 책정 및 집행 등을 포함한다.
첫째, 기본계획의 수립을 위한 종합적인 정보 체계가 활용되지 못하였다. 선행한 동일(또는 유사) 공종·공사에서의 기획, 설계, 시공상의 간섭 사항들에 대한 전반적인 유의 사항들(발생 원인, 파급효과, 임시적 및 구조적 처방, 등)이 당해 공사의 기본계획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응용되지 못한 면이 있었다. 발주자가 설계 또는 시공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므로 인해, 공사 관련 정보의 수집과 갱신의 책임이 시공자에게 전가되어 온 실정이다. 예컨대, 설계·시공 과정에서의 분류 체계의 표준화와 정보화만이 강조될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종, 시설물, 공사비, 공기, 국민경제 전망, 교통 및 환경 여건, 민원, 국민 의식 등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 체계가 활용되어 전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risk)를 축소시켜 나아가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예비)시공자가 기획이나 설계 단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어 있으며, 불충실한 기본계획 수립 과정은 시공 과정에서 그 문제점들이 표출되고 사후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초래한다. 발주자가 중·장기적 계획에 따라 사업의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타당성과 세부 추진 계획을 엄밀하게 검토하는 준비 기간을 단축시키면서 향후 시공상의 리스크나 불확실성의 관리 책임을 시공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 타당성 조사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조사와 평가의 불충실한 면을 반증한다. 지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시행된 대규모 공공 사업 33건의 타당성 조사의 결과 타당성이 없다고 평가한 경우는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자가 조사 및 기획 단계에서, 시공 과정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계약자, 주변 관련 시설물의 관리 기관 또는 민원을 제기하는 주변 주민들과의 사전적인 협의 과정이 미흡하였다. 즉, 시공 여건과 파급 영향에 대한 확인, 조사 및 검증 과정이 실용적으로 시행되지 못하였고, 일괄 입찰 계약의 명목으로 이러한 과정이 계약 상대자에게 전가됨으로써 발주자의 의사 결정의 실효성이 떨어졌다. 일괄 입찰의 경우, 설계 작성 과정에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를 통한 민원 예방 조치를 병행하기가 불가능하며, 시공 과정에서 이를 수행할 경우에는 공사 지연이나 시공 순서의 변경 등의 부작용이 유발된다. 따라서, 기본계획 단계에서 발주자가 이에 대한 사전적인 조사와 확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공사 구간에서의 지하 지장물의 실태를 파악하고 조사해야 하는 책임은 기본적으로 발주기관에 있다. 물론, 계약 당사자는 발주자가 제공한 지반 조사 보고서와 지장물 매설 현황도에 기재된 지반 및 지장물 현황이 현장의 실제 상태와 일치하는지를 별도로 조사·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발주자의 조사 내용에 대한 확인의 책임이 시공자에게 귀속된다고 해서 발주자의 기본적인 조사 책임이 감량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발주기관이 조사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의무가「공사입찰유의서」의 동일 조항에 명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입찰자가 약 60일 동안에 지상 및 지하 지장물의 존치, 교통 관련 처리, 인·허가와 관련된 각종 행정 처리 등을 수행하도록 하기에는 제도적으로 무리가 따랐다. 예컨대 B공구의 경우, 입찰자가 설계의 작성을 병행하면서 정거장 4개를 포함한 총 연장 3,786m에 이르는 공사 범위에서 100m 간격으로 지질 조사를 수행하여 지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예산의 책정과 집행이 공사 계약 시점만을 중심으로 계상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발주 과정에서 적정 공사비를 정확하게 계상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즉, 공사 예산을 산출한 후 사업 계획 수립, 예산 집행 기관과의 협의, 예산 집행 승인, 세부 추진 계획 수립, 입찰 공고 및 공사 계약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대개 2년 이상이 걸리므로, 현행 예산·회계 관련 법령에 따라 사전적으로 확보된 예산 규모보다 실제 투입 비용 규모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1997년 7월「국가계약법」이 제정된 이후 설계 점수의 비중이 50/100으로 증가한 후에도 이러한 문제가 잔존해 왔다. 즉, 발주자는 공사비 절감을 목적으로 제한된 예산 총액을 공고하지만 입찰자는 공사 수주를 위해 과잉 설계를 작성하기 마련이므로 오히려 사후적으로 설계 변경과 공사비 증가의 요인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 과정에서 예산의 실행 규모는 최종 목적물을 취득하는 시점에서의 실적 공사비의 수준이 아니라 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서의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됨에 따라 추가 비용의 발생 요인은 내재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괄 입찰 계약 제도하에서 원칙적으로 시공 과정에서의 총 공사비의 증액에 따른 계약 변경을 불허한다 하더라도, 실제 예산 책정과 시공 과정을 관찰해 볼 때 총 공사비의 일정 비율에 해당되는 예비 공사비를 마련하여 추가 비용의 증가에 따른 여파를 상쇄시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불명확한 사업 추진 우선 목표의 설정
기획 단계에서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해당 공사의 특징과 추진 목표가 불분명하였던 점이다. 예컨대, 직접 공사비의 절감을 목표로 할 것인지, 공기 단축을 추구할 것인지, 생산물의 품질 보장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적합한 입찰 계약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짧은 기간 내에 최저의 비용으로 고품질의 목적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 공통된 목표이지만, 공종의 특성, 공사의 규모와 범위, 엔지니어링 및 시공 기술 수준, 생산물의 용도, 예산의 제약 상태 등에 따라 사업 추진 목표의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지하철 공사의 경우는 공사 구간이 선형으로 분산되어 있으므로, 행정 방침이 변경되거나 상이한 지질이 발견될 수 있으며 선형 변경이나 공법의 변경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공사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또한 지하철 전체 공사를 구간별로 분할시켰으므로, 개별 구간의 공정률의 차이가 날 경우에는 공사 전체의 기준으로 공기 단축은 무의미하다. 뿐만 아니라, 시공업체의 엔지니어링 기술 여건과 수준이 충족되지 못함에 따라 분담 이행 방식에 의한 일괄 입찰이라는 모호한 계약 유형을 활용하게 되었다. 일괄 입찰임에도 불구하고, 설계상의 책임은 설계자에게, 시공상의 책임은 시공자에게 별도로 귀속된다는 것이다. 공동 계약이면서도 설계 기능과 시공 기능은 완전 분리됨으로써 설계와 시공의 보완적인 업무 수행보다는 책임 분담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었다. 결과적으로, 공사비도 증가하고 공기도 지연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공병단의 209개의 사업을 대상으로 분석된, 턴키 공사의 사업 수행 결과와 대조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그림 2>에서와 같이, 턴키 방식이 전통적인 분리 발주나 파트너링 발주 방식에 비해 공사비, 공기 및 설계 변경 횟수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계 변경의 기준에서는 fast track 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전통적인 발주 방식에 비해 현저한 격차를 드러냈다.
<그림 2> 미 국방부의 발주 방식에 대한 평가 결과
2. 입찰 및 계약 방식의 문제점
(1) 실시설계·시공 입찰 방식의 부적절성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가의 발생 원인이 입찰 및 계약 방식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은 공사의 목적과 여건에 부적절한 입찰 방식이 향후 설계 및 시공의 기능과 범위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시 건설 공사에 활용된 실시설계·시공 입찰 방식은 전통적인 분리 입찰 방식에 비해 발주 기간과 설계 기간을 다소간에 단축시킬 수 있는 유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fast track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여 공기 단축, 신기술·신공법의 개발 유인, 설계·시공의 자율성의 향상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내포하고 있다.
Fast tracking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실용화시킴으로써 일괄 입찰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 Greenwich(Ohio)-Gary(Indiana) 구간의 철도 개량 공사에서 fast track의 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을 적용하여 공기 단축, 신공법의 개발 등의 면에서 획기적인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즉, 1997년 5월부터 1998년 8월까지 CSX사는 일괄 입찰과 GMP (Guaranteed Maximum Price) 계약 방식을 접목하여 1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철도 복선화 사업을 시행하였는데, 15개월 동안 220개의 대피선을 포함하는 200㎞의 노선을 신설하였고, 25개의 교량을 보수 또는 대체하였으며, 432㎞를 따라 132개의 신호소가 신설된 신호 체계를 설치했다. 시공은 매일 30∼40대의 기차가 불과 4.2m 떨어진 노선에서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시행되었으므로, 적기 시공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확보되어야 했다. 432㎞의 전 구간에서 시공이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마침내 담당 사업 관리자가 이 공사는 "설계-시공이 아니라 시공-설계였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설계-시공-설계'의 과정이 일괄적으로 그리고 상호 의존적으로 시행되었다. 결과적으로, 당해 공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도전적인 철도 개량 사업으로써 성공적으로 수행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행 실시설계·시공 입찰은 기본적으로 턴키 방식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자 및 시공자가 시공 과정에서 설계·시공상의 자율권을 부여받지 못한 채 발주자(감리자 포함)의 결정권 하에서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입찰 과정에서나 시공 과정에서나 보다 효율적인 대안 설계 및 시공이 제한되고 있다.
(2) 분담 이행 방식의 적용
공동 계약은, 회계예규의「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에 규정된 바와 같이, 연대 또는 개별 책임의 여부에 따라 공동 이행 방식과 분담 이행 방식으로 구분된다. 후자의 경우, 계약자들간의「공동수급표준협정서」에는, 공동 수급체의 구성원이 발주자에 대한 계약 의무 이행과 관련하여 분담 내용에 따라 각자 책임을 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일괄 입찰 계약이 분담 이행 방식에 따라 체결됨으로써 계약 이행이 이원화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공동 수급체의 의무 이행 방식이 발주자를 중심으로 개별화되어 있는 반면, 구성원간의 권한과 책임 조정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설계와 시공이라는 상이한 업역 간의 공동 도급이므로 분담 내용이 명확한 면도 있지만, 상호 유기적인 보완 작용을 전제로 하는 일괄 입찰의 경우에는 개별 의무와 공동 의무간에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시공의 효용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분적인 시방의 변경이 필요할 경우에도 설계자는 발주자와의 계약 이행에 대한 책임을 고려할 뿐이지 시공자의 요구에 법적인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설계 변경이나 설계 오류에 의한 수정 과정도 발주자의 판단이 중요하며 정작 시공 주체인 설계자와 시공자간의 책임 조정은 계약 제도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제약점은 다음 3절에서 검토하는 바와 같이 시공 과정에서 그대로 표면화된다.
3.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의 문제점
(1) 설계 오류와 수정 과정의 비효율성
부실 설계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설계자에게 귀속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 대부분의 설계 회사는 규모가 영세하고 시공자와 공동 수급의 보완 관계에 있으므로 설계 오류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과하기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또한 설계 심의 기관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한편, 설계 오류나 셜계 변경이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경우에는 설계 변경의 명령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접근 방식, 대상, 절차, 관리 등의 차원에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이석묵, 1998).
현행 일괄 입찰 제도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설계자가 시공 과정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면서 설계상의 미흡한 점들을 현장에서 보완해 나아가는 과정이 없으므로 설계자와 시공자간의 상호 협력 절차는 단절되어 있다. 상호 긴밀한 보완성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현장에는 상주하는 설계자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설계자는 실시설계 도서의 제출 단계까지를 설계 범위로 해석하여 설계 변경을 회피하고 있다. 설계가 변경되어야 하는 경우, 발주자는 설계자가 확인·날인한 도면을 요구하므로, 이 과정에서 중대한 설계 변경을 제외하고는 시공자가 설계하고 설계자는 날인만 하는 폐단이 발생하게 되었다. 즉, 시공 기술자는 설계 도면을 작성할 권한이 없으므로 설계자가 수정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설계자는 보다 효율적인 시공을 감안하기보다는 분리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안전 위주의 과잉 설계를 하기 쉬우며, 결과적으로 추가 비용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시공자는 설계 변경 과정에서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부차적인 시간과 절차상의 행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일괄 입찰이긴 하지만 일반 공사와 대동소이한 설계 및 시공 절차를 적용시킴으로써, 복잡한 설계 변경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고 의사 결정 기간이 지연됨으로써 간접적인 공사비 증가 요인이 제공되고 있다.
<그림 3> 설계 변경 절차도
(2) 의사 결정권의 귀속 문제
토목 건설 생산 과정은 장기간 동안 불확실한 여건들을 검토해야 하므로 주체들 간의 의사 조정 및 결정 과정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생산 규모가 방대하고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초기 기획 단계에서 최종 시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의사 조정 과정은 중층화되어 있고 결정의 내용에 따라 파생되는 영향력은 포괄적으로 작용한다. 현행 일괄 입찰에 의한 사업 수행 방식에 의하면, 수직적 의사 조정뿐만 아니라 각 단계에서의 수평적 의사 조정 과정도 상충되거나 단절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예컨대, 발주자가 획일적인 판단과 계약 상대자에 대한 책임 수행만을 강조할 경우, 개별적 직무는 수행될 수 있으나 복합적인 시공 과정에서 요구되는 상호 의사 조정과 결정 과정은 비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공동 계약자, 즉 설계자와 시공자의 의사 조정 과정이 제도적으로 차단되어 있거나, 발주자 측의 감독 행정에 의해 지연되는 경우도 공사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 상품은 수요자의 주문에 의해 생산되므로, 생산 과정에서도 발주자의 자본이 투입되고 의견이 수용되며, 최종적인 의사 결정권이 행사된다. 당연한 권한이긴 하지만, 이러한 권한이 시공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발주자가 전문성과 조직적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대리인에게 결정권을 위임하는 것이 타당하다. 발주자는 기대하는 수준의 최종 상품을 수요하기만 하면 된다. 즉, 중층적 의사 조정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리인들 간의 자율적인 의사 조정 과정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행 책임 감리 제도에 의한 일괄 입찰 방식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이 경직되어 있고 시간적으로나 절차상으로나 고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발주자와 시공자, 발주자와 감리자의 다차적 '본인(principal)-대리인(agent)'의 관계를 중심으로 고찰해 보자.
먼저, 발주자와 시공자의 관계에 있어서, 입찰과 계약이 성립됨에 따라 시공자는 계약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리인의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시공 과정에서의 의사 결정권은 시공자에게 위임되어야 하며, 발주자('본인')는 주문한 상품이 적어도 계약된 수준 이상으로 생산되고 있는 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만 하면 된다. 일괄 입찰된 공사에서, 발주자의 권한은 특정한 시공 방식을 유도하거나 사업 경영에 대한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공기와 품질 보증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발주자의 가변적인 계획 중심으로 설계 변경이 요구되거나 설계 변경의 절차가 발주자의 감독 행정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발주자와 감리자는 현장 시공 감독권의 위임을 통해 본인-대리인의 관계를 형성한다. 기본적으로, 감리자는 시공 과정에서 전문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작업을 지시하고, 작업 내용을 점검하여 변경 사항을 승인하거나 대안을 지시하며, 계약 내용에 따라 공정이 수행되고 있는 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감독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반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그리하여 발주자('본인')가 추구하는 목표와 기대가 감리자('대리인')가 추구하는 수준과 상이할 수 있다. 즉, 발주자는 계약된 공사비로 최고 품질의 상품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감리자가 감독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감리자는 책임 귀책 사유를 최소화시키는 것과 관련된 업무 처리가 주된 관심사일 수도 있다. 감리자는 공사의 효율적인 진행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감독에 대한 책임의 이행을 우선시하게 됨으로써, 과잉 감독을 하거나 사후 감사에 대비하려는 행정 우선적인 사업 관리에 중점을 두는 성향을 가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감리자는 책임권을 최소화시키려는 방식으로 권한을 발휘하여 시공 행위를 획일적으로 규제하거나 간섭하게 되는 관행에 익숙해질 우려가 있다. 이는 감리자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감리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과 범위에 관련된 제도상의 문제에 귀결된다. 결국, 현행 책임 감리의 관행에 따르면, 감리자는 책임성 있는 의사 결정권은 가지지 못하면서 시공자에 대한 이중적인 감독 권한은 전적으로 부여받음으로써, 설계 변경을 비롯한 공정상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자율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4. 개선방안
공사비 절감을 통한 공사의 효율화는 완공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전체 공정에 가장 큰 비중의 영향을 끼치는 발주자의 기획·계획 단계에서의 비효율성의 요인들을 최소화 또는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사례 연구에서 관찰된 바와 같이, 시공 과정에서의 설계 변경의 원인이 발주자의 기본 계획의 수정에서 비롯된 바가 큰 비중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기본 조사를 수행하는 내용과 기간이 확충되어야 한다. 발주자가 공사 계약을 통해 효율적인 시공에 대한 책임을 계약 상대자에게 일임하는 것이 정당하지만, 계약상의 명분이 아닌 실질적으로 효율적인 시공이 수행될 수 있는 시공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 것은 발주자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사업별로 설계와 시공 담당 실무자가 사업의 기본 계획의 수립과 검토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실무 협의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요자(발주자)와 공급자(시공자)간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한편으론 불가피한 설계 변경의 경우에 파생될 수 있는 공정의 간섭이나 주체들 간의 공사비 조정 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정한 리스크 관리가 실행되어야 한다. 특히 지하 토목 공사의 경우, 불확실한 지질 분포에 따른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므로 지질 조사의 한계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리스크 비용을 예비비의 범위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예정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일반 분리 입찰 공사의 경우, 상이한 지질이 발견됨에 따라 설계 변경과 이에 상응하는 계약 변경을 인정하는 것은 지질 조사에 대한 한계성을 용인하는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사의 경우, 시공자(또는 설계자)에게 지질 조사의 결과와 실제 지질과의 차이에 대한 책임을 보다 합리적으로 부과하기 위하여 당초 입찰 공고 시점에서 예정 가격에 리스크 비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시공자도 공사 예비비를 입찰 가격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발주자가 설계 변경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부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공사 예비비 산정의 의무화를 단지 물가 변동의 보전에만 국한시키고 있는 것이 실제 공사비 증감의 범위를 포괄하도록 확대되어야 한다.
한편, 발주자, 감리자(설계, 시공), 설계자, 시공자, 등 관련 주체들간의 상호 의사 조정 과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과 관리자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책임의 영역은 분명히 하되, 공동의 건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상호 협조적 의사 결정 관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발주자와 시공자가 각자가 부담하게 될 개별 비용의 절감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전체 비용의 절감을 위한, 수익 공유의 협력 관계를 정립해 나아가야 한다.
제도적 문제점에서 고찰한 바에 근거하여 각 공정 단계별 개선방안들을 구체화시켜 보자.
첫째, 기본계획의 수립을 체계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보화 작업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선행한 유사 공종 또는 공사에서의 기획, 설계, 시공상의 자연적, 인위적, 기술적 간섭 사항들이 개별 사업마다 정보화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특정 공사에 대한 계획안이 이러한 자료에 근거하여 수립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공사 현장별, 시공업체별, 변경 요소별, 민원사안별로 각각 대응해 온 관행이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분석에 의해 보다 효율적인 의사 조정 과정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설계·시공 과정에서의 분류 체계의 표준화와 정보화의 관건이 기본계획의 단계로 확대되어야만 전 공정에서의 효율화 작업이 상호 상승(synergy)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입찰 및 계약 단계에 있어서, 현행 실시설계·시공 입찰 방식과 분담 이행 방식은 폐지되어야 한다. 공사비 절감과 공기 단축을 목적으로 일괄 입찰 방식을 도입하였으나 fast tracking의 적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설계·시공 일괄 입찰의 원형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이행 방식과 관련하여서는 분리 발주에서처럼 계약 과정과 이행 자체가 완전히 독립되든지, 아니면 일괄 입찰의 근간이 되는 연대 책임으로 전환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공동 이행 방식의 턴키 계약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와 시공간의 업역 조정(완화 또는 폐지) 문제가 병행하여 해결되어야 하며, 시공업체가 설계·시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활동 주체"로서의 활동이 실질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공동 이행 방식의 공사 입찰의 비중이 점차적으로 증가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현실적 여건으로 실시설계·시공 입찰이 과도기적인 방식으로 불가피하다면, 실시설계의 기간이 연장되어야 하며, 대안 설계가 효과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이 내실있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즉, 공사 대상 시설물별로 가격뿐만 아니라 기능, 공법, 시방, 외관, 사회적 외부 효과 등의 항목이 동시에 심의될 수 있도록 심사 기준과 심사위원이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는 직접 생산자의 자율권이 확대되어야 한다. 즉,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는 공동 도급자(설계자와 시공자)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생산 과정에 대한 감독은 생산물이 목적 결과물과 일치하는 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에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계 변경의 주된 원인이 되는 발주자의 요구가 현장에서의 사업 경영외적인 정치적, 사회적, 기술적 요인들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요인들이 시공 과정에서의 경제적 효용을 절감시키지 않도록 발주자의 간섭 사항이 제한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감독 사항을 제외하고는 발주자(감리자)는 시공 과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감리자의 의사 결정이 요구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처리 내역과 기간을 명문화하여야 한다. 또한 발주자가 요구한 설계 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가의 원인을 축소하기 위해, 발주자 책임 사유에 대한 내용들이 보다 세부적으로 명확하게 계약 조건에 명시되어야 한다.
Ⅵ. 결 론
시공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될 수 있는 요인들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턴키 공사의 경우, 공사 계약이 총액으로 체결되었으므로, 설계와 시공 여건과의 불일치로 인한 자연 발생적인 설계 변경의 요인이 아니라 발주자의 직·간접적인 책임에 의해 설계 변경의 원인이 발생하였다면, 설계자와 시공자는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발주자의 입장에서도 총 공사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공사비 절감의 노력은 시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발주자의 기획 및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추진되어야 하며, 이는 실질적으로 계약 변경이 어려운 일괄 입찰의 경우에 오히려 더욱 강조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B공구의 사례에서, 발주자의 요구에 의한 설계 변경은 주로 기본계획과 기본설계가 충실하게 검토되지 못하였거나 민원 발생에 따라 공법이 변경됨으로써 파생되었으며, 그 비중은 전체 공사비 증가분의 34.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획 및 기본계획 과정을 비롯하여 현행 입찰 계약 방식과 설계·시공 과정에서의 복합적인 비효율성의 요인들로부터 유발되었다. 이러한 유형의 설계 변경의 동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특히 발주 과정에서부터 발주자의 사업 기획 또는 관리 역량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어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공사 주체들의 역할과 책임이 상호 상승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협력적인 의사 조정 체계를 확립시켜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건설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먼저 발주자의 의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설계자와 시공자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동반자적 의식이 형성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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