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송모씨(28·여)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퇴근 후 홍대앞 요가학원을 찾는다. “정신없이 힘을 쏟아야 하는 다른 운동과 달리 요가는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머리 속을 정리할 수 있어 좋다”고 송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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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땀방울과 긴장된 근육, 거친 숨소리,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강인한 정신. 웰빙족들에게 운동은 이처럼 부담스러운 이미지가 아니다.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건강한 몸, 좋은 몸매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운동 개념에서 벗어나 ‘이왕이면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까지 느끼고 싶다’는 것이 웰빙족들의 생각이다.
휘트니스센터 웰니스로 변신 중
헬스클럽과 휘트니스센터들은 기존의 체력단련 프로그램에서 나아가 요가를 비롯해 태권도와 에어로빅을 혼합한 운동인 태보·재즈댄스·살사·힙합댄스·명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헬스클럽’(Health Club), ‘휘트니스 센터’(Fitness Center)라는 명칭에서 더 나아가 아예 ‘웰니스’(Wellness)나 ‘웰빙’(well-being)이라는 간판을 내건 업체도 생겼다. 토종 휘트니스 체인인 락시 웰니스는 고객 개개인의 웰빙 케어를 지향한다는 모토 아래 휘트니스 프로그램은 물론 요가·아로마·기공 등의 동양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 부설 웰니스 센터(Wellness Center)를 비롯해 대학이나 기업체 부설 운동센터들도 ‘웰니스’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운동을 하는 것이 육체적 건강만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측면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포괄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신체 각 부분을 움직여주는 기계에 몸을 맡기는 ‘편안한’ 형태의 운동도 등장했다. ‘헬스 앤 슬림’은 2001년 국내에 진출해 오토 휘트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운동기구가 5∼10분간 몸을 움직여주는 수동적인 운동인 오토 휘트니스는 가만히 있어도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이 움직여 근육이 만들어진다.
바쁜 생활패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억지로 헉헉거리며 몸을 혹사하는 대신 기구에 몸을 맡기고 명상을 하거나 호흡을 하면서 편안하게 운동을 하면 된다.
이샤론 헬스앤슬림코리아 원장은 “단순히 체력단련 수준의 운동에서 한단계 나아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웰빙의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유료로 타이 마사지와 스킨케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특히 여성 웰빙족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운동 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운 곳도 있다. ‘유산소 달림방’이 대표적이다. ‘달리기’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으로, 러닝머신에 산소발생기를 달아 쾌적한 환경에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티피씨아이’라는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자코 유산소 달림방’ 체인 외에 김형곤·심형래 등 유명 연예인들도 유산소 달림방 체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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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평온함을 강조하는 운동 분위기가 웰빙족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요가·명상 등 정적인 운동도 각광받고 있다. 다음(cafe.daum.net)에는 ‘요가’나 ‘명상’ 관련 카페만 각각 5백여개가 있다.
이중 ‘아름다운 요가 동호회’는 회원 수가 3만명이 넘는다. 각종 휘트니스 센터 등에서 정기적으로 요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홍익요가연구원을 비롯해 퓨어요가 등 요가 전문센터들도 성업 중이다.
요가 붐을 타고 명상 관련 비디오 테이프와 각종 용품 매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CJ몰에서는 원정혜 박사의 다이어트 요가 비디오와 CD 세트 판매량이 올해 1월 34개에서 9월에는 1백28개로 5배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해 2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탤런트 최윤영의 인도요가도 이미 5백여 세트를 판매했다. LG이숍에는 요가 열풍을 타고 요가 전문 의류인 ‘세븐다이얼’이 지난 9월 입점해 월 1천5백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이라는 개념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리처드 기어나 마돈나 등 유명인들이 명상과 요가 등에 심취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사이에서 채식주의·소식 등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뉴욕 맨해튼 등지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리치료’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
여가 스포츠 다양화·대중화
이철윤 연세대학교 사회체육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바디 앤드 마인드라는 심리치료센터가 유행하는 한편 래핑(laughing) 요가 등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미국에서 시작한 웰빙의 개념이 문명·현대·환경오염 등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했다면 국내에서는 여유 있는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편안한 삶’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교수에 따르면 1∼2년 전부터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등이 관심을 끌면서 국내에서는 신체건강에 대한 관심과 외모에 대한 만족감의 개념이 강화된, 토착화된 웰빙 개념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것.
이교수는 “그러나 국내에서는 돈과 시간적 여유가 뒷받침되는 20대와 30대 전문직 종사자 등 특정한 계층을 중심으로 웰빙 개념이 소비 지향으로 잘못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웰빙 서비스를 지향하는 휘트니스 센터나 웰니스 센터의 이용료는 6개월 기준으로 1백20만원에 이르는 등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계층화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한국적인 웰빙 개념이 여가 스포츠의 다양화·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요가·태극권·기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휘트니스센터와 웰니스센터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대학교 체육대학의 이대택 교수는 “웰빙 개념의 유행으로 앞으로는 운동의 상품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체력유지, 각종 질병진단과 치료, 신체 가꾸기 등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들이 개발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웰빙 개념의 유행으로 질병이나 환경오염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포츠는 물론 여행 등에서도 ‘자연주의’ 방식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삼림욕·산악자전거·스킨 스쿠버·래프팅 등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들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웰니스센터란?
웰빙족 확산으로 운동시설에 대한 용어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대에 따라 생활체육의 개념이 확대하면서 보다 발전한 형태의 시설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업체들이 내세우는 이름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운동을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존의 헬스클럽이나 휘트니스센터들 역시 웰빙 붐을 타고 다양한 부가 프로그램을 도입해 웰니스센터 형태로 가고 있다. 시대에 맞춰 서비스를 높이자는 취지다.
‘헬스클럽’은 80년대 등장한 용어로 주로 육체를 가꾸는 트레이닝 장소의 개념이다. 근육을 키우고 체력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이 강해 헬스클럽 하면 남성들이 몸을 만드는, 보디빌딩의 장소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념이 바뀌었다. 남성 중심의 일방적인 체력·근력 강화에서 남녀노소 모두의 건강·체력 유지의 개념이 중심에 섰다. ‘헬스클럽’이 ‘휘트니스센터’로 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90년대 말에 등장한 신개념이 웰빙을 강조하는 웰니스센터다. 운동뿐 아니라 보건·심리·영양 측면에서의 토털 건강을 지향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요가·명상·태보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도 정신 건강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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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03년 10월 31일 711호 / 2003.11.14 14:50 입력 / 2003.11.14 15:1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