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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보험 타먹으려고 간 울산고용지원센터 태어나 처음으로 가본 고용지원센터입니다. 삼산동 고속버스 터미널 길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
ⓒ 변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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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3월 14일까지 출근하고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되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라는 대기업 사내 하청업체에서 10여 년 일해 왔는데도 하루 아침에 제 직장이, 제 일자리가 사라진 것입니다. 너무도 억울해서 싸워 보고도 싶었지만 47살이라는 적잖은 나이에다 중학교 2학년생 딸과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있고 아내도 있어 당장 가족의 생계 문제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찍소리 한마디 못 내지르고 그냥 정리해고 희망퇴직서에 서명하고 말았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참 대단한 기업입니다. 노동조합 조합원만도 4만 5천여명이나 되는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전국 산별노조 중 가장 조합원수가 많고 금속노조의 정책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큰 노조이자 힘을 가진 노조입니다. 그런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나 찬밥 신세입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런 힘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구조상 사내 하청업체는 원청에 의해 존재하므로 지불 능력도 없거니와 독립성도 갖지 못합니다. 도급이 아니라 파견업체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조립공장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모이기 좋으나 저는 독도처럼 혼자 떨어져 있어서 비정규직 노조가 있어도 그림의 떡에 불과했습니다. 저도 한때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한 적도 있었고 누구 못잖게 비정규직 노조 모임에 열성으로 참여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집요한 원청과 하청업체의 보이지 않는 압력은 저를 아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집까지 찾아와 회유한 적도 여러번 있었고 원청 경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적도 있었으며 해고 위협도 여러번 받았더랬습니다.
정규직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권리강화만 앞세울 뿐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나 비정규직 권리 찾기엔 서운하리만치 등한시하는 것을 지켜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의 규약 원칙 중 하나가 1사 1노조입니다. 현대자동차도 지역별 노조에서 금속노조로 산별전환을 조합원 투표로 실시했습니다. 그후 산별정신에 맞게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현대자동차 원하청 노조 통합을 위한 대의원 결의를 모았으나 두세 차례나 부결되었습니다. 대의원들에 의해 1사 1노조 원칙이 해결되지 못하고 몇 년째 표류 중에 있습니다.
2010년 초 변속기 1부 여러 공정이 신형 공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원청 노사협상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1년 정도 유급 휴직과 공장이 새로 증설된 후 자리 배치는 상황에 맞게 다시 협상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공사에 들어 갔습니다.
만약에 여기서 4년 전부터 추진해온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통합만 이루어졌어도 각 공정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참히 정리해고 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규직 노조 대의원의 1사 1노조 정신을 무시하고 현대차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대통합 선언을 부결시킨 결과 변속기 1부에서 함께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조리 정리해고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들은 알까요? 그들의 이기적인 노조활동이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독화살이 되어 날아 든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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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희망카드와 재취업 설문지 상담과 등록을 마친후 고용보험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거기서 나누어 준 것들입니다. |
ⓒ 변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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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자식과 함께 어떻게든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입된 비정규직 노조원도 탈퇴하고 노조 활동도 중단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리해고되고 말았습니다. 이기적인 정규직 노조 활동가들에게 너무도 큰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힘과 권력의 휘두름은 정치의 세계에서만 있는게 아니더군요. 노동자들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노동조합 속에서도 힘과 권력의 휘두름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정치도 싫고 노조 활동도 싫어지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고용센터에 가서 고용보험 신청하면 될 겁니다."
마지막 회식 모임에서 하청업체장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심란한 마음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스러워, 일주일 여행 다니다 집에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후 생전 처음으로 고용보험센터에 가보았습니다. 정식 명칭이 고용안정센터였습니다. 1층 안내원에게 말했습니다.
"회사서 해고되어 고용보험 알아보러 왔는데요."
안내원은 두말 없이 3층으로 가보라 했습니다. 3층에 가보니 실업급여 신청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상담자에게 갔습니다. 상담자가 3명이 앉아 상담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 이런 글귀가 적힌 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①먼저, 실업급여 수급자격 상담을 하세요.
②다음, 수급인정 자격 신청서와 구직표를 작성하세요.
③마지막으로, 실업급여 설명회에 참석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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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하게도 작성 요령을 붙혀 두었습니다. 두 장을 기록해서 제출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고용보험 달라는 내용이고 하나는 재취업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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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하시는 분은 저에게 신분증을 달라고 했습니다. 신분증을 주었더니 컴퓨터로 조회를 하는지 한참 뭔가를 했습니다. 상담하시는 분은 바빴습니다. 전화 상담도 해야 하고 찾아온 사람도 상담해야 하니 많이 바빠 보였습니다. 그렇게 컴퓨터로 뭔가를 찾더니 저에게 두장의 종이를 주었습니다. 거기엔 수급자격인정 신청서와 구직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 적어 가니 오후 4시부터 교육이 있으니 받으러 오라 했습니다.
오전에 갔으니 네다섯 시간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삼산동에 있는 고용안정센터에서 나와 남목에 있는 집으로 다시 왔습니다. 집에서 쉬다가 시간 맞춰 다시 찾아 갔습니다. 교육장은 센터 7층에 있었습니다. 가보니 100여 명이 가득히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와 앉아 있었습니다. 들어서니 안내원이 작은 책자와 인쇄 용지를 한장 주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취업희망카드'와 '재취업 활동관련 설문지'였습니다.
"실업급여가 아니라 재취업 활동 지원금입니다."
앞에서 젊은 사람이 열심히 교육 강의를 했습니다. 제목엔 실업급여라고 분명히 하고 있는데 강사는 '실업급여가 아니라 재취업 활동 지원금'이라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온 저는 어떤 말이 맞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강사는 실업급여 제도와 실업급여 받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정수급에 대해서도 빠트리지 않고 말했습니다. 알바를 하던 일용공으로 일하던 일해서 돈을 받았다면 무조건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부정수급에 걸리면 크게 몇 배로 벌금을 물어야 하고 더 심하게 비양심으로 나가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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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급여명세서에 나온 고용보험 정부는 제가 직장에 들어가 일하자 마자 달달이 고용보험이라는 명목으로 월급에서 자동 납부 시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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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더군요. 고용보험이라는 명목으로 제가 노동자로 취직해서 급여를 받을 때 꼬박꼬박 10여년간 돈을 때 갔습니다. 그건 제 돈입니다. 이번처럼 제가 정리해고 당했을때 생계에 갑자기 어려움이 닥칠까봐 국가에서 매월 조금씩 돈을 걷어 두었다가 생계비 명목으로 주려는 게 고용보험의 취지 아니던가요?
그러면 지체없이 고용보험이 나와야 하는게 맞는거 같은데 뭐가 이리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로운지 모르겠습니다. 또 고용보험이 어찌하여 실업급여라는 명목으로 둔갑하여 마치 정부가 실업자가 된 노동자에게 선심이나 쓴다는듯이 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제 상식으론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10여년간 뜯어간 내 돈 받아 내는데도 가서 신청을 해야하고 그들이 만든 교육도 받아야 하고 그들이 오라는 날짜에 맞춰 가야만 하고 그들이 해오라는 숙제(구직활동내역)를 해가야만 내가 낸 돈 고용보험을 6개월간 타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강사는 말했습니다. 1년 안에 실업급여 받아가야 한다고요. 또 교육 받고 난후 4월 6일(화)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나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 출석을 꼭 하라고 합니다. 그날 출석 도장 찍으면 8일분의 실업급여가 지급 되지만 출석 않으면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4주 동안 구직 활동 내역에 2건을 적어 오라 했습니다.
고용보험 납부 하는건 저의 월급에서 자동으로 때어나가 너무도 쉽더만 그렇게 쉽게 내어온 고용보험 한번 타먹는건 이렇게 까다롭고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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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직활동내역 교육장에서 나누어준 작은 책자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취업희망카트' 안에 있었습니다. 왼쪽 맨 아래에 어설프게 적지말고 꼼꼼하게 적어오라는 문구가 눈에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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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생이 많습니다.
무서운 '실여급여삼진아웃제' 군요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