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대표이사(表見代表理事)
1. 의 의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제395조).
표현대표이사제도의 기초가 되는 법리로서 영미법상의 금반언의 원칙과 독일법상의 외관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자본금이 5억원 미만으로서 이사가 1인인 소규모 회사의 경우에는 그 이사에게 회사의 대표권이 있으므로(제383조 6항), 이러한 이사에 대하여는 표현대표이사에 대한 규정(제395조)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2. 다른 제도와의 관계
(1) 민법상 표현대리(民 제125조, 제126조, 제129조)와의 관계
상법 제395조는 대리권수여의 표시에 관한 민법 제125조의 규정을 강화하고 변용시켜서 정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395조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왜냐하면 본조는 포괄적이고 불가제한적인 대표권의 존재를 일반적으로 추측하게 하는 명칭의 사용을 허용한 데 대하여 회사의 표현책임을 인정한 규정이며, 행위자가 처음부터 어떠한 대리권을 가졌는가 또는 그 행위가 대표권을 넘은 행위인가 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기 때문이다.
대리권의 소멸 후에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제395조의 적용에 의하여 회사는 책임을 진다. 즉, 대표이사나 이사의 퇴임등기 후 전무이사 등의 명칭사용을 허락했거나 묵인한 때에는 제395조에 의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2) 표현지배인(제14조)과의 관계
제395조는 표현대표이사가 되기 위하여는 적어도 이사의 자격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통설과 판례는 이사의 자격이 없는 회사의 사용인이나 이사직을 사임한 자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도 제395조를 유추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회사는 회사의 사용인이 사용하는 명칭 및 이에 대한 회사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표현지배인(제14조)으로서 책임을 부담하기도 하고 또는 표현대표이사로서 책임을 부담하기도 한다.
즉, 회사의 사용인이 지배권이 없으면서 ‘본점 또는 지점의 영업주임 기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고 그러한 명칭사용에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회사는 표현지배인(제14조)에 의하여 그 책임을 지고, 회사의 사용인이 대표권이 없으면서 ‘사장ㆍ부사장ㆍ전무ㆍ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고 그러한 명칭사용에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회사는 제395조에 의하여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배권이 있는 회사의 사용인(지배인)이 자기명의(지배인명의)로 행위를 하였다면 회사는 지배인의 대리권(제11조 1항)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책임을 지나, 그러한 지배인이 회사의 상무라고 칭하면서 대표권에 속하는 행위를 하고 회사가 이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있다면 회사는 제395조에 의하여 책임을 진다.
(3) 상업등기의 일반적 효력(제37조)과의 관계
대표이사의 성명 등은 등기사항이며, 이러한 등기사항을 등기하면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상업등기의 적극적 공시의 효력).
그런데 제395조는 제3자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건 없건 불문하고 제3자가 현실로 선의이기만 하면 회사에게 그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서, 이러한 제395조는 제37조와 모순된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학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① 이차원설(판례) : 제395조는 제37조와 차원(법익)을 달리한다는 견해
② 예외규정설 : 제395조는 제37조의 예외규정이라고 하는 견해
③ 정당사유설 : 명칭에 의하여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신뢰한 것이 상법 제37조 2항의 정당한 사유에 속한다는 견해이다.
[판례] 상법 제395조와 상업등기와의 관계를 헤아려 보면, 본조는 상업등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회사의 표현책임을 인정한 규정이라고 해야 옳으리니 이 책임을 물음에 상업등기가 있는 여부는 고려의 대상에 넣어서는 아니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원판결이 피고회사의 상호변경등기로 말미암아 피고의 상호변경에 대하여 원고의 악의를 간주한 판단은 당원이 인정치 않는 법리위에 선 것이라 하겠다(대판 1979. 2. 13, 77다2436).
(4) 부실등기의 공신력(제39조)과의 관계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도 선임등기를 하였거나, 대표이사가 퇴임하였는데도 퇴임등기를 하지 않은 동안에 그러한 자가 회사를 대표하여 제3자와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제39조에 의하여 책임을 지는가 제395조에 의하여 책임을 지는가의 문제이다.
이 때 제3자는 그러한 자가 대표이사임을 위의 부실등기에 의하여 신뢰하고 또 그러한 부실등기에 의하여 등기신청권자(적법한 대표이사)에게 고의ㆍ과실이 있다면, 회사는 그러한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부실등기의 공신력에 관한 제39조에 의하여 책임을 진다.
그런데 이 경우에 회사는 그러한 자가 회사의 대표명의를 사용하여 제3자와 거래하는 것을 적극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다고 할 수 있는 사정이 있고 또 이러한 사정을 제3자가 입증할 수 있다면, 회사는 제395조에 의해서도 이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판례] 판례는, 그런데 이 때에 그러한 제3자는 제39조에 의하여 이미 보호받고 있으므로, 제3자가 다시 ‘회사의 적극적 또는 묵시적인 명칭사용의 허용사실’을 입증하여 제395조의 적용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대판 1977. 5. 10, 76다878)고 한다.
위와 같은 경우에 등기신청권자(적법한 대표이사)에게 고의ㆍ과실이 없이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주주총회의사록 및 이사회의사록을 위조하여 대표이사를 변경등기하고, 그러한 대표이사가 제3자와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도 동일한가의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등기신청권자에게 고의ㆍ과실이 없다고 하여 제39조의 적용을 배척하고, 그러한 대표이사의 제3자와의 거래행위에 대하여 제395조를 유추적용하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
[판례] 상법 제395조에 의한 표현대표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규정한 취지는 표현 대표에 대하여 회사에게 책임이 있고 그를 믿었던 제3자가 선의인 경우에 회사는 제3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대표이사 또는 공동대표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들이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에 기하지 아니하므로 그 선임이 무효이어서 회사의 적법한 대표이사 또는 공동대표이사가 아니라면 그 사람들이 회사를 대표해서 한 행위에 대하여 회사가 상법 제395조에 의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회사가 그들 대표명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다고 할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판 198 5. 6. 11, 84다카963).
(5) 주주총회결의하자의 소(제376조, 제380조, 제381조)와의 관계
이사를 선임한 주주총회의 결의에 하자가 있어 주주총회결의하자의 소가 제기되고 원고가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원고가 그러한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기 이전에 위의 이사 및 대표이사가 제3자와 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제395조가 적용되는가의 문제이다.
1995년의 상법개정전에는 긍정설과 부정설로 나뉘어 있었다. 상법이 개정되면서 주주총회결의하자의 소의 판결의 효력은 소급하는 것으로 되었으므로, 사실상의 이사 및 대표이사의 거래행위에는 회사가 이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면 제395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사회결의에 하자가 있어 무효가 되는 경우에는 소급효가 있게 되어 사실상의 대표이사가 무효확인 전에 한 행위의 효력이 문제가 되는데, 이 경우에도 제395조가 유추적용되어 회사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본다.
(6) 공동대표이사(제389조 2항)와의 관계
공동대표이사 중의 1인이 제3자에 대하여 단독대표행위를 하고 제3자가 그러한 공동대표이사에게 단독으로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은 경우에 제395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 때 ‘사장’이나 ‘대표이사 사장’ 등과 같이 단독대표권을 수반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명칭사용을 허락한 경우에는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어 제395조에 의한 책임을 지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회사가 단지 공동대표이사에게 ‘대표이사’라는 명칭사용을 허락한 경우이다. 이에 관하여 통설ㆍ판례는 상법 제395조의 유추적용을 긍정하는 견해이고, 소수설은 상법 제395조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판례] 회사가 공동으로만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공동대표이사에게 대표이사라는 명칭의 사용을 용인 내지 방임한 경우에는 회사가 이사자격이 없는 자에게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게 한 경우이거나 이사자격 없이 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서도 용인상태에 둔 경우와 마찬가지로, 회사는 상법 제395조에 의한 표현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판 1991. 11. 12, 91다19111).
(7) 무권대행과의 관계
표현대표이사가 자기명의(상무ㆍ전무 등)로 대표권이 없으면서 대표권에 속하는 행위를 제3자와 한 경우에는 제395조가 바로 적용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타인)명의로 대표권이 없으면서 대표권에 속하는 행위를 제3자와 한 경우에도 제395조가 적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학설ㆍ판례는 제395조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와 긍정하는 견해로 나뉘어 있다.
[판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는 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의 회사의 표현책임 :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는 이사가 자기명의로 행위할 때 뿐 아니라 행위자 자신이 표현대표이사인 이상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된다(대판 1979. 2. 13, 77다2436).
이 경우에 표현대표이사가 대행권한 없이 대표이사명의로 한 행위는 무권대행(위조)이 되고, 이 때에 회사에게 무권대행(위조)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면 민법상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3. 요 건
(1) 외관의 부여
회사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허락한 경우에 한하여 본조가 적용되며, 당해 행위자가 임의로 그와 같은 명칭을 사용(僭稱)한 경우에는 본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판례] 회사 허락의 판단기준으로서 판례는 ‘회사가 표현대표를 허용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진정한 대표이사가 이를 허용하거나, 이사 전원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이사회의 결의의 성립을 위하여 회사의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수, 그와 같은 정관의 규정이 없다면 최소한 이사정원의 과반수의 이사가 적극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현대표를 허용한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7 1. 6. 29, 71다946).
(2) 외관의 존재(사용)
거래의 통념상 회사대표권의 존재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야 한다. 사장ㆍ부사장ㆍ전무ㆍ상무에 한하지 않고, 총재ㆍ은행장ㆍ이사장 등과 같이 일반관행에 비추어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사용되는 모든 명칭을 포함한다.
[판례] 이사의 자격이 없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
상법 제395조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규정한 것이어서, 표현대표이사가 이사의 자격을 갖출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이 규정은 표시에 의한 금반언의 법리나 외관이론에 따라 대표이사로서의 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외관의 존재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는 회사로 하여금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들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지도록 하려는 것이므로, 회사가 이사의 자격이 없는 자에게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게 허용한 경우는 물론, 이사의 자격도 없는 사람이 임의로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회사가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하여 소극적으로 묵인한 경우에도, 위 규정이 유추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대판 1992. 7. 28, 91다35816).
[판례] 상법 제395조의 규정에 의하여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사용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대표 자격의 외관현출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고, 주주총회를 소집, 개최함이 없이 의사록만을 작성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대표자로 선임된 자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에게 그 책임을 물으려면, 의사록 작성으로 대표자격의 외관이 현출된 데에 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음이 인정되어야만 한다(대판 1994. 12. 27, 94다7621).
(3) 외관의 신뢰(선의)
제3자는 행위자가 대표권이 없음을 알지 못하여야 한다. 제3자의 선의에는 무과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보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악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제3자의 선의여부에 입증책임은 회사에게 있다.
[판례] 상법 제395조 소정의 ‘선의’란 표현대표이사가 대표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것을 말하는 것이지 반드시 형식상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대표이사의 행위는 모두 본래는 회사가 책임을 질 수 없는 행위들이지만 거래의 안전과 외관이론의 정신에 입각하여 그 행위를 신뢰한 제3자가 보호된다는 점에 공통되는 면이 있으나, 제3자의 신뢰의 대상이 전자에 있어서는 대표권의 존재인 반면, 후자에 있어서는 대표권의 범위이므로 제3자가 보호받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이 반드시 서로 같다고 할 것은 아니고, 따라서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정이 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만일 그 행위에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고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의 입장에서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라면 회사로서는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대판 1998. 3. 27, 97다34709).
4. 효 과
제395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는 마치 대표권이 있는 대표이사의 행위와 같이 제3자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한다.
5. 적용범위
제395조는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률행위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따라서 표현대표이사의 불법행위에는 본조가 적용되지 않고, 민법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 또는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의하여 회사는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통설). 소송행위(통설)와 조세의 부과 및 징수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