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 주말은 내내 흐리고, 비가 올거라는 기상예보에, 엄마의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기느라 분주한 저녁...(오늘따라 뉴스를 종류별로 보시는 울 어무이 --;) 때문에 베낭은 밤 열시즈음에서야 꾸려지고,추석전에는 상경하겠노라는 굳은 맹세 하나 놓아드리고, 조심스레 집을 나선다...
"다른집 딸들은 곱게 차려입고, 시댁에 인사드리러 가는 마당에, 뭐하러저리 큰 베낭을 메고, 산으로 들어가는지..."걱정하시는 엄마의 속내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어디서 '눈먼 나뭇군'을 구할까? 산에 들어가서 참한 나뭇군 하나 잡아...눈멀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흐흐
집에서의 마지막 명절(설마^^;)이 될지도 모를 추석연휴를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죄책감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놓으며 도착한 서울역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설레임들로 가득하다...
차표를 손에쥐고 조심스레 기차에 오르는 상기된 그들의 얼굴이 달빛만큼이나 곱다...불량은 언제나 이뿐신랑 손잡고 시골내려가 볼까나...흠...
(불량의 시댁이 '지리'이면 얼매나 좋을런고...산장지기님의 아들 하나 잘 꼬셔보면 될성도 싶은데...흐흐)
늦은밤 열한시오십분...지리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현란한 불빛들이 하나둘씩 어둠에 묻히고, 잠못 이뤄 보채는 아이의 칭얼거림과, 언제들어도 좋은 사투리의 숨죽인 대화에 밤이 깊고 있다...
# 이천년구월구일...
이번 산행은 머슴(헌영아! 익명으로 해줄라다 보니 ^^;)을 대동한 것이라몬가 특별한 의미가 있으려니 했다...가령, 노고단길에 꽃을 뿌려준다던가,천왕봉까지 이르는 '꽃마차'예약이 되어 있다던가, 지나는 참한 나뭇군과의'즉석만남'을 주선해준다던가...그러나 불량의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구례구역에 도착하여, 그가 한 만행은 '성삼재행 버스표'를 당당히 끊는 것부터 시작되었으니~~~(화엄사 스님들을 불량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것이 그의 역사적 사명이랜다...--;)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성삼재에 산행객들을 한보따리 풀어놓으며 조용히 구름으로 숨고, 이제껏 흐려있던 하늘은 조금씩 비를 뿌리고 있다...
차내에서의 설핏 든 잠을 쫓으며, 우중산행 준비를 하고 쉬엄쉬엄 노고단 대피소에 이르니 이른 일곱시 삼십분...헌영이가 지어주는 맛난밥과 육개장으로 아침을 하고(내 쌀과 내 육개장으로...흐흐, 이에 헌영이도 질세라 후식으로 복숭아를 내놓는다, 나의 때늦은 손에 들린 사과가 많이
무안하게스리... 짐줄이기 경쟁은 언제나 스릴이 있어 좋다...^^)
한달전에 예약도 없이 무작정 와서 재워달랬다가 혼났던 산장지기아저씨와 커피도 한잔 하고...(그땐 불량 혼자였는데, 이젠 머슴까지 달고 다닌다며 헌영이의 안목을 의심하는것이, 설엔 그리도 여자가 없나 하는 저 측은해 하시는 눈길 --;;; 설엔, 이리도 남자가 없는 것인디...^^)
기분나게 부른 배를 추스리며, 노고단 직길을 마다하고, 선희가 일러준 옆길로 천천히 오른다...흐린 하늘에, 그때의 낮은 마을이 가려있다...
이렇게 가끔 아무도 없는 외진 길로 들어서는 불량을 경계하며 눈치만 보는 헌영이--;(헌영아, 너네집에 거울없지? 아님, 거울 고장난거지?
아무리 불량이래도 사람 쫌 가리거늘...어디 감히 불량을 넘보더냐? ^^;)
2002년까지 휴식년제로 묶인 노고단 정상을 머얼리서 한번 바라보고,작은 숲길을 지나 언제나처럼 시원한 물소리가 가득한 임걸령에 도착...
물통을 채우고, 화개재를 지나 약간 가파른 토끼봉에 이른다...(헌영인 쉬자는 말도 없이 잘도 따라온다...지리에 묻어버린다는 협박이 통했군^^)
시원한 바람에 취해 토끼봉에서 잠시 꽃잠을 자고...노고단에서부터 뵈온'거북이팀'아저씨들이 도착함에 부스스 잠을 깨어, 총각샘'으로 향한다...
총각눈에만 보인다는 총각샘을 역시나^^ 헌영인 못찾고 있었으니...흠...
(헌영이의 과거를 오늘밤 꼬옥 캐서, 헌영이 애인한테 다아 불어야지^^)
합법적 총각일뿐인 불량머슴을 데꾸 온 불량, 발등을 찍으며, 혹시나싶어 이정표를 한참 살펴보니, 누군가의 세심한 배려로 희미하게나마 그려진 화살표가 있다...이를 따라가 겨우 찾은 총각샘...기대대로 꽃나뭇군이 목욕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세수로써 그 양기를 받는것으로 아쉬움
을 달래는 수밖에...그래서인가, 명선봉으로 오르는 길이 쉽다...흐흐
연하천산장에 도착한 것은 늦은 세시즈음...그치지 않는 비에, 산장처마 밑에 앉아, 점심겸 저녁을 한다...억울하게 헌영이의 쌀로 밥을 앉히고...
(불량의 오곡밥은 콩이 안 익는다나 어쩐다나...--;) 카레와 김치를...
네시즈음...'산장 입실'을 알리는 방송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코펠바닦을 긁고 있던 것은 나의 불찰이었다...제일 구석진 곳인데다가, 무시무시한 칠공주-여자 일곱에, 남자둘이 종주를 한다는데, 여자일곱이 장난이 아님 무슨 비공식종교모임인양 은밀히 모여, 맛사지를 한다며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것은 기본! 좀처럼 음흉스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기왕 할라면 들리게나 하던가, 저거이 뭔소리여~ ^^;)
첨으로 들어선 연하천대피소...아담하다 싶었는데, 그건 아담정도가 아니라 지나치리만큼 협소했다...어떻게 25cm공간이 한사람분의 잠자리가 될 수 있는지...게다가 여자들은 2층을 이용했는데, 그 계단이 단거리 '자이로드롭'과 같은 효과를 낸다 --; (올라갈땐 슬금슬금 하는것이,내려올때 한번 미끌하면, 바닥이다...아니, 운이 좋으면 1층 나뭇군의
가슴에 안기는 기회를 갖게 될수 있을런지도...^^;;;)
다행이도 헌영이가 계단 옆 1층에 자리를 잡는다...좋은 쿠션 확보에 한숨을 돌리고...^^
늦은 아홉시까지 헌영이와 연하천대피소 앞에서 남들 마시는 술 구경하고,한참 보고있으면 한잔 건넬지 싶었는데, 몬놈의 술을 땅만 보구 마시는지--;
허한 속에 밤공기를 가득 채우며, 낼의 산행을 위한 잠자리에 든다...
코까지 곯아대는 칠공주의 다섯번째 공주를 옆에 두고, 또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량...조용히 눈을 감고 양을 센다...양 한마리,두마리, 세마리...
백마리! 말똥말똥 ^^; 그럼 다시...내일의 쨍한 하늘을 그리며 해 하나, 해 둘, 해 셋... --;
# 이천년구월십일...
멀리 빗소리에 눈을 뜬다...이른 네시 --; 조심스레,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불량의 소망이 하늘에 닿았나보다...흐흐
한시간 가량을 혼자 놀고--; 다섯시에 헌영이를 깨워 아침을 준비한다...
육개장밥을 사이좋게 나누어먹고 벽소령으로...(절대로 한 숟가락도 더 먹지 않고,나누어 주는 착한 헌영이...불량이래두 선년데, 머슴밥을 주다니...흑)
벽소령으로 가는 계단즈음에서...헌영이의 등산화가 순국을 하고 말았으니--;
(너무 오래 쉬었던게 사인이 아니었을까...흐흐, 그러게 헌영아, 부지런히 산에 데려가 주었어야지...불량신 말짱한거 봐라...얘는 좀 쉬잔고 난리이긴하다만 ^^;;;)
다행히, 빗길 예상으로 가져온 '샌들'로 갈아신고 불량의 뒤를 따르는 헌영...
(샌들도 없었음 어쩔까 싶어 불량이 슬그머니 물었더니, 순진한 헌영인 불량이 자신과 함께 하산했을거라고 신념에 찬 목소리로 답한다 --;
불량속맴은 지나는 어리숙한 '선녀'무리에게 '과자 두봉지'받고 팔아먹는다 였는데...^^)
열한시즈음 선비샘에서 수통을 채우고, 칠선봉으로 향하는 중간 너른바위에 누워 잠깐 하늘을 본다...어제처럼 토끼봉에서의 꽃잠이 간절했던 탓이다...
연한 졸음이 어린 얼굴위로 벌들이 날아든다...(지리산의 벌은 눈도 좋지이,어찌, 꽃중의 꽃...불량꽃을 이리도 알아보는지...^^ 헌영에게 이말 했다가 바로 헌영이의 주위에 맴돌던 '파리떼'의 습격을 받음 --;)
꽃잠덕에, 쉽게 칠선봉을 오르고...세석에 도착한 것이 이른 한시...
너른 평상에 누워, 2시~3시에 도착할거라던 '선희팀(일명 묻지마산행팀^^)'을 기다린다...쨍한 하늘에 세석평전을 넘는 구름이 얼굴을 적시며 지나가고, 순진한 헌영이와 더 순진한^^ 불량은 묻지마산행팀과 함께할 거한 점심상만을
기다리며, 배를 곯고 있다...연신 후각을 자극해오는 밥내, 라면국물 내음...그래도 묻지마팀과의 의리가 있지...참고 참다가, 깜짝 소나기 내리는 세시에 상봉을 포기하고, 빗물 짜장면을 먹는다...--;
대부분 장터목까지 향하는 팀들이기에 점심을 마치고, 이미 모두 떠나있고, 헌영이와 불량만 빗속에서 작은 코펠안에 코를 박고 있었으니...
내 지금껏 산행하면서, 그리 비참해보기는 첨이다 T.T(누구누구 손들고 있져?)
빗물에 눈물 젖은 점심을 마치자마자 햇살이 퍼져오는 세석평전 --; 을 나선 것은 늦은 네시...'묻지마산행'팀을 원망하며(어쩜, 전화기도 꺼놓구 --+++)
장터목으로 향한다...먼저 출발한 칠공주파를 앞지르며, 부지런히 달려 다섯시 사십분에 도착하니, 여기저기 저녁거리 준비하느라, 취사장은 분주하다...
여유로이 방 배정을 받고, 곧 도착할 소영언니팀을 기다린다...
여섯시를 조금 넘어서인가...도착한 소영언니팀을 먼저 발견한 건 헌영이다...
(불량을 미끼로 전부터 사모해오던^^ 소영언니에게 접근을 꾀하는데 성공~ ^^)
방 배정과 취사준비로 바쁜 언니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림에, 다행히 소영언닌 반가이 맞아주시고, 수줍은 헌영이를 내보이니 꽃단장을 미리 못했다며 아쉬워
하시고는, 헌영이에게 "참한 총각"이라는 접대성 인사를 건네신다...(어랏,
헌영이 볼 붉혔다~~~자슥이 농담도 모르는군 ^^)
열명이 넘는 무리를 이끌고 오신 소영언니에겐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질 뿐,고운 미모엔 변함이 없다...^^(이건, 헌영이 속맘이지 싶은데...흐흐)
그리고 오랫만에 뵙는 현숙언니, 춘기님, 또랑오빠...그외 산사랑회원님들 (제가 불량회원인지라 잘 몰라뵈어서 죄송...) 뵙게되어 영광이오니다...^^
저녁은 소영언니팀과 함께 함에, 술을 곁들이는 행운이 날아든다...^^
헌영인 이틀간 불량만 보느라 피곤했던 눈을 그 누구에게 고정시키고^^;
연신 흐뭇한 웃음을 흘리느라 바쁘고, 불량 역시 소영언니 주위로 가득한 나뭇군님들 보느라 수저든 손을 잠시 잊는다...^^
늦은 여덟시즈음...모든 정리를 마치는데, 병길오빠가 들어선다...오랫만예요~ 고향댁이 "구례"시란다...(솔깃~^^) 잠시 지리에 다녀가려고 입산을 하신거고, 아직 저녁도 못 드셨다기에 부끄러운 반찬들을 놓아드리고...
오빠의 '막걸리'맛을 본다...온전히 지켜오신 거봉과 함께(역시 남는 장사^^)
이미 어두워진 산장 앞...헌영이와 낼산행을 계획하다가 무작정 소영언니팀을 따르기로 한다...(날씨도 꾸물거리는 것이 천왕봉 일출도 어려울 듯 하고, 헌영이의 원풀이를 해줄겸 ^^* 이틀동안 여자아닌 불량보느라 수고한댓가로...눈 아펐지? ^^)
"세석을 돌아, 백무동 하산코스"...를 기약하며, 늦은 아홉시 산장에 입실...
늦게 들어와 부시럭댄다며 주위 아줌마들에게 혼나고--; 잠이 든다...
(오늘도 여지없이 합방을 하게된 앞칸의 '칠공주'파는 여전히 비밀모임을
갖고 있다 --;;; - 아줌마들의 질책에도 아랑곳 않고...무서운 칠공주...
더 무서운 아줌마...)
# 이천년구월십일일...
밖은 이따금 바람이 스칠뿐...조용한것이...너무 이르다 싶어 그냥 조용히
누워있다...얼만큼 시간이 흘렀을까...조심스레 '해드랜턴'으로 시계를
비추어보니 이른 두시 --; (나이탓인가,진정...새벽잠이 없어지는것이 ^^;)
슬그머니 일어났다 싶었는데, 옆에 아줌마한테 들켜, 또 혼나고 T.T(잠도
없다고...) 산장밖으로 나와 또오 혼자 논다...별두 없는 하늘보며...--;
비박하는 소영언니팀들도 모두 고운 잠에 빠져있다...
그렇게 외롭고 기인 두시간을 겨우 보내고, 네시에 헌영이를 깨운다...
(일찍 일어나서, 불량과 놀아주면 얼마나 좋아...도대체가 아무 도움이
안되는 머슴을 왜 이때까지 묻지 않았을까...아무래도 불량의 심성이 너무
고웁지 ^^)
이른 다섯시...해드랜턴의 불을 밝히고, 세석을 향하여 출발...
병길오빠도 함께 함에 맘이 놓인다...(헌영이 너는 병길오빠덕에 분실되지
않고 상경한줄 알어라~ 암두 없었으면, 불량이 분명 버리고 왔을텐데 ^^)
여섯시 조금 넘어 촛대봉에 이르니...고운 운해 사이로 세석이 잠들어 있다
불량도 세석산장에서 자고 싶었는데...세석에서 잤으면 늦게까지 잠들었을
지도 모르는데...흑...불량의 넋두리에, 헌영이가 담에 또 같이 와서 세석에
들르잔다...--;(그걸 위로라고 하는건지...흠...그땐 불량도 애인하고
와야하지 않겄냐? 널 안 묻은 내죄지...삽 어딨어??? ^^)
세석산장에 다다른건 이른 여섯시 삼십분...여기를 다시 올 줄이야 --;;;
어제의 암울했던 그 '평상'이 다시 내리는 비에 젖어 있다...
이 모든 것이 '묻지마산행'팀 덕분이었으니...--+ 짐을 내리자마자,
산장입실 명단을 확인하고, 반동분자 색출작업에 돌입~ ^^;
거의 모든 산행객이 빠진 썰렁한 산장내에 '묻지마산행'팀은 꽃잠에 빠져
있다...대충 깨워주고 - 정말 미워라^^; (깨우지 말고, 그냥 지나쳤어야
하는 인연이었는데...흐~ ^^) 아침을 준비하는 병길오빠의 손을 돕는다...
헌영이와의 작품'육개장밥'에, 병길오빠의 '참치,멸치,양파 미역국^^;...
으로 기분나게 배가 부르다...산사람들은 부지런도 하지...집에서는 엄두도
못낼 고운 아침상을 금새 차려내는 것이...^^
이른 여덟시...부스스 잠을 깬 선희팀과, 뒤늦게 도착한 소영언니팀과
아침을 하고...당연히 백무동으로 하산하지 싶었는데, 철승오빠의 '광주행
꽃마차'에 현혹되어, 벽소령까지 빽해서 '의신'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감행
하기로 하였으니...--;(단지 선희가 그리 하산한다는 이유만으로...너무나
무모했던 불량의 짝사랑이여~)
불량과 헌영이가 가세함으로써 '엽기 묻지마산행'팀은 5인조로 재결성된다.
(하산길내내...벽소령에서 함께 점심을 하고 '종주'를 위하여 빗길속으로
사라지던 경애를 얼마나 부러워했던지...그러나 경애 후기 보니, 만만찮게
고생 하였더만...흐흐...그러게 두번 잡을때 못이기는척 따라올 일이지 ^^
경애야~ 담엔 꼬옥 세번 잡아줄께...흐흐...담에도 지리에서 우연히 스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산길 내내 선희가 선두를 서고 있다...모먹고 힘났나 싶었는데, 간밤에
먹은 '은어'의 힘이라는 자백을 받는다...(젊디 젊은것이 몸보신하겄다고,
세석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는 엉아를 잊다니 --+ 철승오빠, 요한오빠가 더
나뻐요. 순진한 언라를 꼬셔서, 입산전부터 막걸리로 취하게 하고, 늦은
일곱시에 세석에 데려다 놓다니...(어찌하여 불량의 사랑을 못 이루게
하시는지...흠...)
늦은 한시즈음 벽소령에서 점심을 마치고, 빗길속에 '의신'으로 하산을...
물기 어린 바위들에 불량은 두번이나 꽈당하고, 앞에 내려가는 병길오빠가
주위를 살펴주느라 고생이시다 --; 덕분에 지리의 이쁜 돌들이 불량한테
'압사'당하는 걸 방지하셨지요 ^^ 오빠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의신마을에 도착하니 늦은 네시즈음...간단히 짐정리를 마치고, 광주역으로
향한다...구례터미널에서 병길오빠는 댁으로 가시고...(이에 불량도 슬쩍
묻어서 내렸어야 했는데...암튼, 그 수많은 기회를 놓침이 한스러울뿐 --;)
광주역에 도착하니 여섯시...저녁을 함께 하기로 함에, 주저하는 헌영이와,
선동하는 ^^ 선희 사이에서 과감히 예매표를 무르고, '막차'상경표를 끊는다.
추석날 이른 네시 서울역 도착이랜다 --; 이에, 차례상에 늦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걸고...(추석날에만 들어가면 되겠지 싶은 맘에...이렇게 귀여운^^
일시의 충동이 근신 3주가 나올줄이야 --;)
광주터미널 근처(한때 철승오빠와 요한오빠의 주무대...주로 밤길에 활약
하지 않았을까 싶음^^)에서 철승오빠가 사주신'오리탕'으로 흥겨운 저녁을
마치는줄 알았는데...오가는 소주의 알싸한 향에 취해, 어느새 '월출산행'
이 확정되어 있다...나, 언제 손 든거야? 헌영인 두손을 감추고 있구만^^
추석날의 월출산행! (어무이가 아시면, 바로 근신일년에, 매일 반성문--;)
그러나 그만한 지각이 남아있을리 만무했다...저녁상 위로 소주 서너병이
올라있으니...(아무래도 이슬을 끊고, 밥힘으로 살아야할까보다...흠...)
광주까지 와서 광주의 명산 '월출산'을 아니 보고 갈수 있냐는 선희의
회유책에 휘말려, 아빠,엄마 얼굴을 열씸히 지운다...그 옆에 선 오빠와,
새언니, 형부들, 언니들, 조카들...대가족이라 지우는 것도 힘드네 ^^
(몇대 더 맞는다고, 설마 죽을까...^^;;;)
역시나 '엽기묻지마산행팀'답게 빠른 결정(월출산행 하는거지!)을 보고,
아홉시에 광주역에서 헌영이만 떨구고(남는 시간을 혼자서 모했을까?
너만 올려보내 미안스럽네...그러나 원래 사랑은 움직이는 거잖어...
지리에서 월출로...흐흐 ^^) 영암으로 향한다...
친절하게도 '민박알선'까지 해주는--; 요한오빠와, 또오 술을 들려주는
멋진 철승오빠...
검푸른 월출의 능선을 마주한 작은 민박집에서, 아쉬운 이별주를 하고...
손님도 가시기전에 불량은 잠들어버린다...(철승오빠, 요한오빠...댁에
잘 들어가셨져? 흐흐...선희가 뒷처리 하느라 힘좀 썼겟군...그러게
잡아도 왜 하필 불량이더냐? ^^;)
# 이천년구월십이일...
잠뜻에 만져지는 매트리스...놀라서 눈을 뜨니...작은 민박집 방안에
곱게 잠들어있는 선희와 나...(어김없이 이른 네시 --; 선희가 알면
또 혼낼텐데...^^)
그리고 창밖엔 아직 깨지 않은 월출산이 검게 드리워져 있다...
선희가 깨어나기 전에, 부지런히 밤 삶아내고(철승오빠, 요한오빠가
선희와 지리의 대성골에서 열심히 주운 그 어린밤들...잘 먹었슴다)
아침을 준비한다...(친구들은 시댁가서, 신랑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시간에, 내는 이게 몬짓이고...혼자 살겠다는 선희 잡아서, 이 고생
하고 있으니...^^; 선희야, 나 책임질거지? 앞으로 잘할께...늦게늦게
일어나고^^ 길도 안 잃어버리고...흐흐)
여덟시즈음 아침을 하고(선희, 이 이뿐것이...행동식이며, 반찬이며
잘 감추어 두었군...^^), 아홉시 월출산에 들어선다...
천황사에 들러 수통을 채우고, 쉬엄쉬엄 '구름다리'에 오르니 이른
열한시...빨간 구름다리 앞의 정자에 설치된 '공중전화'에서 문안
인사를 올린다...우리의 동지들에게^^ '엽기묻지마산행팀'...
철승오빤 잠시후에 도갑사로 우리를 데리러 오신데고 (좋아라~^^)
요한오빤 여적 잠에 취한듯한 목소리...그리고 헌영에게도 전화를
했건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벌써 '반성문'쓰느라 바쁘가? ^^)
가을만큼 이나 멀리 달아난 쨍한 하늘에 기분이 난다 싶으면, 이따금
비가 내린다...(헌영이 이눔시키가 서울에서 부지런히 '기우제'를
지내는가 보다...차례 다 지냈으면, 냉큼 내려오지 않고...^^)
작년에 월출산행 할때도 선희와 함께 했었는데, 어찌도 이리 인연이
질긴지...올해도 선희이구먼 ^^;;;
(선희가 또오 꼬신다...결혼하지 말고 같이 산에 다니자고 --;)
네시조금 넘어 도갑사에 도착하니, 철승오빠가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넘 호화스런 '월출산행'이구먼...민박에, 꽃마차에...^^
그러나 무엇보다 불량을 감동시킨건...철승오빠가 내민 '검은봉지'
안에 곱게 싸여진 추석음식들이었으니...T.T (내는 왜 먹는거만
보면 눈물이 날까...흐~~) 함께 준비해준 얼음물과 송편,전을 감사히
먹는다...(철승오빠, 정말 고맙슴다..."선희의 뽀뽀 열번" 교환권을
담에 드리도록 하지요...흐흐)
불량과 선희는 막연히 '광주역'에 도착하나보다 했는데, 철승오빤
이미 '기차표예약'까지 해두시는 치밀함을 보여주신다...멋져라~^^
(이미 귀경객들로 내일까지, '입석'도 매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마을호 늦은 일곱시삼십분 표를 예매하셨단다....세심한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나 스릴만점이었던 광주역까지의 초스피드 운행에 감사를...
일찍부터 시작된 귀경차량으로 꽉 막힌 시내를 벗어나, 샛길로 들어선
것이 막힌 도로였고 --; 아깝게 놓친 신호 하나로 5분여의 지체를 함에
오늘두 상경의 꿈이 좌절되는가 싶었는데...철승오빠의 치밀한 '초읽기
운행'으로 일분을 남겨놓고, '광주역'에 도착...빠르게 던져주시던
베낭들고, 뒤도 안 보고 역내로 달려, 기차표 끊어 차에 올랐던 그
가슴 서늘했던 시간에 다시 심장고동이 뜁니다...
아니 그보다, 그렇게 "두선녀 특급 발송작전"을 성공시키느라 노력하신
오빠의 은혜에 가슴이 따뜻해지지요...(오리 가슴살 고기 하나 드신거
용서하리다...^^*) 너무 감사합니다...(이건 "선희뽀뽀 백번"교환권
드려야 하는 일 아닌가요? ^^ 선희야, 뒤를 부탁한다...흐흐)
덕분에 좋은산행, 좋은 추억들 많이 간직하고 상경하였습니다...
함께 지리산행을 하였던 "엽기묻지마산행팀"...늘 행복하기를...
잠깐 뵈었던 소영언니팀들과 산사랑 회원님들에게도 한가위의 넉넉함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 근신할 많은 날들에 시름하는 불량선녀였슴다...
(불량은 언제나 참한 샥시가 될런지...)